연일 계속되는 장마와 무더위에 지친 심신을 달래줄 짜릿하고 화끈한 액션영화가 넷플릭스에 연달아 공개됐다. 땀 흘리며 사람 많은 곳에 가지 않고 에어컨과 시원한 음료와 함께 집에서 오감을 만족시킬 영화를 감상하면 더위는 어느새 잊게 되지 않을까. 이런 무더위를 날려줄 시원한 넷플릭스 액션 블록버스터 두 편을 만나보자.
<카터> - 주어진 시간 안에 미션을 성공해야 딸을 살릴 수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카터>는 한국 영화에서 보기 힘든 고강도 액션이 쉴 새 없이 등장한다. 짜릿한 카타르시스도 계속 이어지면서 무더운 여름을 날릴 시원한 쾌감을 선사한다.
영화의 줄거리는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바이러스로 인해 한반도가 모두 팬데믹에 빠지자, 카터가 감염자 중 유일한 생존자인 여자아이를 남북한과 미국의 첩보를 뚫고 CIA로부터 구출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내용이다. 기억을 잃은 채 귓속에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에 의지하여 움직이는 ‘카터’의 캐릭터 설정이 신선한데, 작품 역시 오직 주인공의 시선으로 전개되어 흥미를 더한다. ‘카터'의 정체와 임무의 실체가 밝혀지며 드러나는 진실은 화려한 볼거리만 있는 단순한 액션영화가 아닌, 이야기의 결말이 마지막까지 궁금해지는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만들어 준다.
스타일리시한 화면을 고집하는 <악녀> 정병길 감독의 신작답게 지금까지 봐왔던 모든 액션영화의 빼어난 이벤트를 모두 가져와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다, 그야말로 시청자들에게 액션종합선물세트를 선사할 정도. 특히 몇몇 장면들은 유명 액션영화의 레퍼런스가 떠오르는데, <올드보이>, <007>. <미션 임파서블> 심지어 80년대 홍콩영화의 어떤 점이 연상될 정도다. 물론 단순한 흉내내기가 아닌 근사한 오마주처럼 다가와 재미를 더한다.
주인공 ‘카터'역을 맡은 ‘주원’은 작품의 대본을 처음 접한 뒤,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가장 강렬하고 화끈한 연기 변신이 가능할 것 같아서 출연을 결정했다고 한다. 이 작품을 위해 7kg을 증량하고, 4개월간의 혹독한 트레이닝으로 벌크업을 한 것은 물론, 고난도 액션을 치열하게 연습하여 대부분의 액션 장면을 직접 소화했다고 한다.
이처럼 배우들이 최대한 리얼하게 액션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석 달 전부터 준비한 <카터>는 그 노력만큼 불가능한 액션씬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육해공을 가리지 않은 놀라운 액션 시퀀스가 쉴 새 없이 펼쳐진다. 그야말로 이 영화는 액션으로 출발해 액션으로 끝난다.
무엇보다 영화의 압권은 카메라 무빙에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어떻게 찍었을까 궁금할 정도다. 마치 게임을 하는 듯한 화려한 앵글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고,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님 체험하는 느낌까지 도달하며 짜릿한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러닝타임 내내 ‘원 컨티뉴어스 숏’ (실제로 여러 번 컷을 나눴지만 보는 사람은 마치 원 테이크처럼 보이는 영화 기법)으로 화면을 구성해 엄청난 현장감을 자아낸다. 여기에 1인칭 시점으로 극중 액션을 담아내어 주인공과 보는 사람이 하나가 된 느낌을 가지면서 작품에 더욱 빠져들게 한다. 목욕탕, 비행기, 기차 등 일상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액션도 독특한 연출과 놀라운 감각으로 리얼리티를 높여 보는 내내 탄성이 절로 나온다. 다만 시종일관 카메라가 흔들리기 때문에, 보는 동안 어지러울 수 있음에 주의하자. 또한 청불 등급 영화답게 표현 수위가 상당히 잔혹하고 거칠다. (그래서 더 재미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카터>는 근래에 개봉하거나 OTT로 공개한 한국영화, 아니 모든 영화 중에서 가장 압도적인 박진감을 주는 작품이다. 이런 말이 넷플릭스한테 미안하지만(?) 극장 같은 대형 스크린에서 빵빵 터지는 사운드와 함께 봤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다소 일방향적인 전개와 다음이 예상되는 코드가 조금 아쉽지만,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액션의 폭풍질주가 거세다. 한 번 보면 리모컨의 정지 버튼을 누르기 힘들 정도. 정병길 감독의 액션에 대한 진심은 <카터>를 통해 더욱 단단하게 다져졌다.
<그레이 맨> - 비밀을 알게 된 요원, 조직으로부터 도망쳐라!
위에 언급한 <카터>도 그렇고 요즘 넷플릭스가 ‘액션'에 진심인 듯하다. 최근 바비인형 실사 영화에서 바비(마고 로비)의 남자친구 켄 역할로 캐스팅되어 많은 관심을 받은 ‘라이언 고슬링'이 <그레이 맨>에서 CIA의 암살 전문 요원 코트 젠트리 역으로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다.
마블 작품 중 액션 평가가 뛰어난 작품인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시빌 워>,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그리고 <엔드게임>을 연출한 루소 형제가 감독을 맡아 숨 쉴 틈 없는 액션을 담아낸다. 여기에 루소 형제와 4번이나 협업한 크리스 에반스가 빌런인 로이드 핸슨 역으로 라이언 고슬링과 치열한 대결을 펼친다.
마크 그리니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그레이 맨>은 죄수인 젠트리에게 감형을 대가로 CIA 비밀 암살 요원 ‘시에라 식스'로 위장해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는 임무 수행 중 우연히 CIA의 비밀을 알게 되고, 전 동료인 소시오패스 ‘로이드 핸슨'에게 쫓기게 된다.
솔직히 <그레이맨>의 스토리는 단순하고 전형적이다. 하지만 2억 달러라는 넷플릭스 역대급 제작비를 들인 작품답게 방콕, 프라하, 베를린 등 세계 곳곳의 로케이션과 거기서 벌어지는 카 체이싱과 육탄전, 비행기 폭발 등 엄청난 볼거리를 자랑한다. 무더위에 지친 시청자에게 시원한 액션 쾌감을 선사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레이 맨>은 액션 이외에도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도 가득하다. 지금까지 보여준 부드러운 이미지와 다르게 액션에 올인한 ‘라이언 고슬링'과 정의로운 히어로에서 소시오패스 빌런으로 분한 ‘크리스 에반스'의 연기는 캐릭터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전체적으로 <그레이 맨>은 스토리의 단순함은 아쉽지만, 이를 충분히 커버해줄 파워풀한 액션과 배우들의 연기 변신에 충분히 만족하면서 관람할 수 있을 듯하다. 특히 여름 휴가 철인 이 시점에 “아무 생각 없이 다 때려부수는(?)” 스트레스 제로에 딱 어울리는 시원한 작품으로 방구석 영화관을 책임진다.
<그레이 맨>은 런칭 3일 만에 8,855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TOP 영화 부문 1위에 올랐다. 그야말로 블록버스터급 반응을 얻는 중이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그레이 맨> 속편과 스핀오프를 제작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속편 역시 루소 형제가 메가폰을 잡고, 라이언 고슬링이 출연한다고 하니 기대감이 더욱 커진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보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