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영화배우와 드라마 배우 사이의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했다. 드라마의 주연 배우라도 영화의 주인공을 맡는 경우는 많지 않았고, 영화배우가 드라마에 출연하는 경우도 흔치 않았다. 하지만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는 점차 모호해지고 있다. 드라마에 잘 출연하지 않던 영화배우들이 안방으로 돌아오고, 드라마로 스타가 된 배우들을 스크린의 주역으로 만나는 횟수가 잦아졌다. 그래서 더 이상 유명 영화배우가 드라마의 주연을 맡았다는 소식이 놀랍지 않다. 그렇지만 한 작품에 유명 배우들이 여럿 출연하는 경우에는 늘 화제가 된다. 이번에는 영화의 멀티캐스팅을 능가하는 초호화 캐스팅 해외 시리즈를 소개한다. 드라마의 내용도 궁금한 것은 물론, 최애 배우 옆에 또 좋아하는 배우를 볼 수 있어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출연료가 걱정되는(?) 작품들을 만나보자.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

(Nine Perfect Strangers)

이미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리안 모리아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은 <빅 리틀 라이즈>의 데이비드 E. 켈리가 제작을 맡아 또 한 번의 멀티캐스팅을 자랑하는 작품이다. 니콜 키드먼을 필두로 멜리사 맥카시, 마이클 섀넌, 레지나 홀, 루크 에반스, 바비 카나베일, 사마라 위빙 등이 출연하는데, 여러 시상식에서 주조연 배우들이 고르게 연기상 후보에 오른 만큼 출연진 모두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은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로 아홉 명의 사람들이 정신적인 안정과 더 건강한 삶을 찾고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기 위해 외부와 단절된 ‘평온의 집’에 오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평온의 집을 운영하는 마사에게 선별되어 오게 된 아홉 명은 이곳의 규칙과 프로그램을 따르며 자신의 트라우마와 과거 등을 극복하려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은 쉽게 진행되지 않고, 의문스러운 마사의 정체와 미스터리한 일들로 전개를 예측할 수 없다. 이곳의 실체와 각기 사연 있는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보는 재미가 있는 드라마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은 미니시리즈로 제작되었으나 2시즌이 제작될 수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웨스트월드

(Westworld)

이미지: HBO

<웨스트월드>는 작품 투자에 돈을 아끼지 않는 HBO라도 제작비가 휘청일 것 같아 걱정되는(?) 작품이다.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웨스트월드>는 인간과 똑같이 생긴 인공지능로봇(호스트)들이 인간의 유희를 위해 만들어진 테마파크에서 사용되다가 이들이 반란을 일으키는 SF 장르 드라마다. 서부 시대를 테마로 한 웨스트월드에서 시작한 드라마는 시즌에 따라 배경이 바뀌기도 하는데 드라마 장르에 맞게 매번 흥미로운 이야기를 선사한다. 스토리만큼 놀라운 것은 화려한 캐스팅인데 드라마의 특성상 동일 배우가 다른 배역을 연기할 수도 있고, 끊임없이 재등장할 수 있어 시즌이 계속될수록 출연진은 더욱 화려해진다. 에반 레이첼 우드, 제프리 라이트, 에드 해리스, 탠디 뉴튼을 기본으로 아론 폴, 테사 톰슨, 안소니 홉킨스, 벤 반스, 벵상 카셀까지 놀라운 캐스팅 능력을 보인다. 최근 공개된 <웨스트월드> 시즌4에서는 제임스 마스던이 복귀하고,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로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아리아나 데보스가 새로 합류했다. <웨스트월드> 시즌4는 또 한 번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로 인간과 호스트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며 호스트들의 반란을 예고했다. (웨이브)

솔로

(Solos)

이미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길어지는 팬데믹으로 지치거나 고립되고 단절된 기분을 느낀다면, 또는 드라마를 선택할 때 배우들의 연기력에 중점을 둔다면 드라마 <솔로>를 주목해 보자. <솔로>는 코로나19라는 인류의 절망 속에서 탄생한 작품으로, 팬데믹으로 인한 고립된 순간에도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솔로>는 미래를 배경으로 하며, 일곱 개의 에피소드마다 다른 배우들이 출연하고 다른 소재를 다룬 앤솔러지 시리즈로 인류애에 대한 탐구를 묘사한다. 이 드라마에는 세 명의 오스카 수상자인 앤 해서웨이, 헬렌 미렌, 모건 프리먼을 비롯해 우조 압두바, 안소니 마키, 댄 스티븐스, 콘스탄스 우, 니콜 비헤리까지 좋은 연기를 선보인 배우들이 출연한다. 모든 배우가 같이 출연하는 방식이 아니라 최소한의 등장인물 또는 단독으로 따로 출연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배우의 에피소드나 마음에 드는 소재의 회차만 골라 보기도 좋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미세스 아메리카

(Mrs. America)

이미지: FX

<미세스 아메리카>는 성 평등 헌법 수정안을 위한 여성운동으로 뜨거웠던 197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실화 바탕의 전기 드라마다. 반 페미니즘 운동가 필리스 슐래플리를 주인공으로, 여성 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 등 실존 인물들이 주요 등장인물인데, 배우들의 외모, 헤어스타일, 의상 등 높은 싱크로율과 연기력이 화제가 되었다. 케이트 블란쳇, 로즈 번, 사라 폴슨, 제임스 마스던, 아담 브로디, 엘리자베스 뱅크스 외 배우들이 출연해 여러 시상식에서 고루 연기상 후보에 올랐으며, 이중 우조 압두바는 2020년 에미상 미니시리즈 부문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성 평등, 페미니즘과 같은 단어로 <미세스 아메리카>를 지루한 정치 드라마로 오해할 수 있는데, 이 드라마는 중요한 논점을 치열하게 다루지만, 전반적으로 코믹하고 경쾌한 분위기 가득하다. 특히 지금 보면 믿기지 않을 대사들과 상황에 절로 웃음이 난다. 한편으로는 성 평등이 반세기 동안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생각해 보게 되기도 하는 <미세스 아메리카>는, 실존 인물들과 비교하면서 감상하면 더욱 재미있는 드라마다. (디즈니+)

트와일라잇 존:환상특급

(The Twilight Zone)

이미지: 파라마운트+

2019년 <트와일라잇 존: 환상특급>은 1959년 미국 드라마 <환상특급>의 네 번째 리메이크작이다. 영화 <겟 아웃>의 조던 필 감독이 연출하고, 사이먼 킨버그가 제작한 이 시리즈는 고전을 바탕으로 재연출했다. 특히 조던 필이 직접 진행자로 출연하고 연기까지 겸해서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환상특급>이라는 제목처럼 다른 차원을 여행하는 기분으로 감상하는 흥미도 있다. SF, 판타지, 공포 등 다양한 소재와 장르로 구성된 드라마는 에피소드별로 다른 배우들과 다른 이야기를 다루는 앤솔러지다. 그래서 원하는 에피소드만 감상해도 무방한데, 모두 현실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이야기라는 점에서 기이하고 독특하다. <트와일라잇 존: 환상특급>은 <워킹데드>의 스티븐 연, <서치>의 존 조가 출연해 국내에서도 화제가 되었는데, 이외에도 아담 스콧, 쿠마일 난지아니, 지니퍼 굿윈, 세스 로건, 크리스 오다우드, 토퍼 그레이스 등 배우들이 출연해 보는 이는 즐겁지만, 방송사의 제작비를 걱정되게 만든다. 총 1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두 개의 시즌으로 종영되었다. (웨이브)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은빛유니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