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다가 꼭 이상한 장면에 꽂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남들은 별것 아니라고 하지만 나는 자꾸 생각나는 장면. 에디터에게는 영화 속 화장실 장면이 그렇습니다. 화장실은 너무 일상적인 공간이라 등장하지 않는 영화를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유독 화장실에서 사건이 벌어지는 영화들이 눈에 밟히더군요. 그러니까 왜 하필 화장실일까요? 영화를 모아보면서 한 번 생각해보기로 하지요.

경고. 식사 시간을 피해서 읽기를 바랍니다. 이유는 말 안해도 아실 겁니다.


봉변 당하기 딱 좋아

<구니스>

어릴 때 보고 정말 충격 먹었던 장면

화장실에 앉아있는 순간은 세상에서 가장 무방비로 노출된 순간 중 하나입니다. 그럴 때 뭔가 덮쳐온다면? 끔찍하겠죠! 그런데 어릴 때 주말의 명화에서 <구니스>를 보면서는 이 장면이 은근히 통쾌하더군요. 지하에 갇힌 아이들이 출구를 찾기 위해 배관을 두드리던 그 순간! 뻥! 하필 마음씨 곱게 안 쓰던 저 청년이 화장실에서 볼 일 보고 있을 게 뭐란 말입니까. ㅆ ㅐ ㅁ ㅌ ㅗ ㅇ...

<쥬라기공원>

하지만 진짜 화장실 봉변의 레전드는 <쥬라기공원>이죠. 무시무시한 공룡을 피해 하필 도망친 곳이 화장실인데 저렇게 허무하게 무너져내리고... 아이들을 버리고 혼자만 살겠다고 뛰어나간 어른의 마지막 장소는 화장실이었습니다.

화장실 코미디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화장실 코미디 영역의 독보적인 강자, 패럴리 형제의 영화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의 레전드급 화장실 (코미디) 장면이죠. 메리(카메론 디아즈)를 좋아하던 테드(벤 스틸러)가 인생 최고의 순간인 파티에 초대됐는데 하필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다가 지퍼 참사가 벌어지지 뭡니까. 경찰에 소방수까지 동원되어 수습하던 이 장면,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당시, 주말의 명화 시절에 보던 영화 중에서 화장실 장면 하면 또 짐 캐리를 빼놓을 수 없죠. <마스크>에서 온갖 화려한 치장을 하던 화장실 장면, 역시 기억에 생생한데요. 짐 캐리는 본인이 화장실에 들어가지 않으면서 최고의 화장실 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어떤 영화일까요? 이어집니다.

내린 물도 다시 보자

<덤 앤 더머>

반 스푼만 먹어도 효과 만점? 그럼 한 병 원샷하셔요 ㅋㅋㅋㅋ

바로 이 영화입니다. 짐 캐리가 화장실에 들어가지 않으면서 최고의 화장실 장면을 만들어냈던 영화 <덤 앤 더머>죠. 로이드(짐 캐리)는 던(제프 다니엘스)이 마시던 차에 설사약을 탑니다. 그 대신 매리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꾸민 계략이었죠. 역시 코미디의 최고봉은 지저분해야 합니다. 큭큭큭.

아니! 물이 내려가질 않는다고????
그럼 내다 버려야지...

변기를 들어 창문 밖으로 내다버리는 던의 무식함. 역시 화장실은 '화장실 코미디' 영화에 등장해야 제 맛이라는 걸 증명한 영화! 물론, 할리우드의 변기 들기 신공은 코미디에만 있는 건 아닙니다.

<분닥세인트>

하필 변기에 묶인 주인공.
나를 묶었어? 그럼 떼어내지 뭐.

삼위일체인 신을 대신해 폭력을 행사하는 심판자들의 액션을 다룬 영화, <분닥세인트>의 한 장면입니다. 아주 파워풀한 액션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특히 이 무지막지한 변기 던지기 장면이 기억에 오래 남더군요.


한국은? 공포

<여고괴담> 시리즈

한국영화 속 화장실은 이상하게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풍기죠. 아마도 학원물에 등장하는 학교 화장실 이미지가 강렬해서 그런가봅니다. 학교에서 화장실이란 공간은 정말 별별 일을 다 겪을 수 있는 곳이죠. <여고괴담> 시리즈의 화장실은 우리가 실제 학교 다닐 때 느꼈던 감정을 극대화합니다.  

코미디는 임창정

<사랑이 무서워>

하지만 한국영화에도 코미디는 있습니다. 바로 임창정이라는 이 분야 독보적인 배우가 있기 때문이죠. <사랑이 무서워>에서 그가 보여준 화장실 장면은 행여나 꿈에 나올까 두렵기까지 합니다;;; 더 이상의 묘사는 자제하겠습니다...

2046년
미래의 화장실

<데몰리션맨>

이번에는 좀 더 특별한 화장실을 가볼까요? <로보캅>과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이상하게 합쳐 놓은 듯한 <데몰리션맨>에 등장하는 미래의 화장실, 기억하시죠?

냉동 감금형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하던 스파르탄 형사(실베스타 스텔론)가 2046년에 깨어납니다. 재미있죠? '2046'년이라니요. 아직 <중경삼림>도 만들어지기 전인데... 아무튼 이 영화에서 2046년 미국 대통령은 아놀드 슈왈제네거입니다.(?!)
 

미래의 스킨십... 대단히 야한 장면입니다.

그런데 미래에 깨어난 스파르탄 형사가 들여다본 화장실에 웬 조개가???

미래의 화장실이 이렇답니다...

영화에는 이런 대사도 등장해요. 미래에 깨어난 스파르탄 형사에게 사람들이 "조개 사용법을 모를 거"라고요. 대체 저 조개는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 걸까요? 아직도 제작진은 마땅한 해답을 내리진 못한 듯하네요. 누구의 아이디어였쓰까.

<아폴로 13>

우주로 나간 지구인들의 화장실이 영화에 등장한 적 있습니다. 바로 <아폴로13>의 이 장면! 이 영화는 우주에 도착하자마자 비행사들이 소변보는 장면을 보여주더군요. 무중력 상태에서도 이뇨 작용은 활발합니다.

화장실 액션

<리쎌웨폰2>

오늘 리처드 도너 감독 영화 많이 나오네요. 역시 80년대 90년대 영화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감독이라 그런가봅니다. 투캅스 콤비 영화의 레전드, <리쎌웨폰2>에서는 박진감 넘치는 화장실 액션(?) 장면이 등장합니다.

하필 화장실 변기에서 아침에 볼 일을 보다가 지뢰처럼 설치된 폭탄에 걸려든 로저 형사(대니 글로버)의 수난사! 의리 있는 마틴 형사(멜 깁슨)가 곁에 있어주겠다고 지키는데 눈물이 찡, 하지는 않았고 대체 폭탄이 변기에 설치되어 있다가 터졌는데 어떻게 변기는 멀쩡했쓰까 의문이 남더군요. 감독님, 왜 그랬쓰까. 누가 그렇게 만들자고 제안했쓰까.

<트루라이즈>

화장실에서는 코미디나 공포만 벌어지는 게 아닙니다. 바로, 액션!도 일어나죠. 화끈한 화장실 액션은 한 시대를 풍미한, (그리고 2046년에는 대통령이 될지도 모르는?)아놀드 슈왈제네거의 <트루 라이즈>에 있습니다. 완전 초토화! 무고한 시민은 살려두는 마지막 쎈스까지! 두고 두고 회자되는 화장실 액션입니다. 이 화장실 장면은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터미네이터3>에서도 이어집니다.

<터미네이터3>

주로 화장실에서만 힘을 주는 터미네이터...

아주 아주 다 부숴버리는 화끈했던 장면입니다. 솔직히 액션 자체의 완성도는 조금 처지는 느낌이 있었죠? T-X(크리스티나 로건)의 매력이 아쉬웠기도 했습니다.

화장실 하면 역시
청춘!

<트레인스포팅>

아마도 영화 역사상 가장 매력적인(?) 화장실을 고르라면 단연 <트레인스포팅>입니다. 비유하자면, 주인공들의 인생은 화장실에서 시작해 화장실에서 끝나는 밑바닥 정키 인생들이죠. 그들에게 화장실은 묘하게 상징적인 공간입니다. 영화 제목과 연관 있는 지하철역보다 더 중요한 공간이 화장실임을 이 영화는 잘 알고 있죠.

그래서일까요? 곧 있으면 개봉하게 될 속편 <트레인스포팅2>의 티저 포스터 배경 역시 화장실입니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에든버러 어딘가의 화장실에서 잘 지내고 있으리라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비주얼! 그렇습니다. 랜튼 일당은 여전합니다.


이 밖에도 수많은 영화 속 화장실 장면이 있을 겁니다. 보긴 했지만 미처 기억이 나지 않아 못 적은 영화들도 많을 텐데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영화 속 화장실 장면, 추천해줄 만한 영화가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저도 꼭 챙겨보겠습니다. 혹시 식사 시간에 이 글을 봤다면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 다시 한 번 드리고 싶네요.

그래서 영화 속 화장실 장면에는 무슨 특별한 것이 있느냐고요? 우리가 재미있게 보고 기억하는 저 영화들의 목록입니다. 바로, 영화를 즐기는 우리만의 재미! 말이죠.


씨네플레이 에디터 가로등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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