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배급사의 핵심 영화들, 이른바 '빅 4'가 개봉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시간을 넘나들고 비행기가 360도 뱅글뱅글 돌고, 수많은 배들이 격돌하는 올해의 여름 영화들. 여름 시장을 노리는 대작들은 대체로 그렇지만, 올해는 특히 시각효과(VFX)와 특수효과(SFX)가 도드라지는 작품이 많았다. 올해 여름 시장에 관객을 만난 영화들을 비롯해 한국 영화계에 시각효과와 특수효과를 꽉 잡고 있는 회사들을 정리해봤다.


M83 & SPMC

<한산: 용의 출현>

바다에 배를 띄워 촬영한 전작 <명량>과 달리 <한산: 용의 출현>은 통제 가능한 스튜디오 촬영을 선택했다.

<한산: 용의 출현>

M83 스튜디오는 2020년 설립된 신생 VFX 기업이다. 고작 2년 밖에 안된 회사가 <한산: 용의 출현> 같은 큰 영화에? 싶을 수 있는데, 회사만 신생이지 핵심 인력들은 모두 베테랑이기에 가능한 것. 대표 인력이라 할 수 있는 정성진 이사는 1999년부터 VFX에 종사하며 <괴물> <국가대표> <미스터 고> <승리호> 등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했다. 이번 <한산: 용의 출현>에서도 슈퍼바이저로 참여했다. M83은 해외 촬영 없이 해외를 표현한 드라마 <빈센조>와 우주 활극 SF 영화 <승리호>의 VFX에 참여해 호평을 받았다. 앞서 말한 정성진 슈퍼바이저와 자주 공동 작업하는 정철민 슈퍼바이저가 근무하는 SPMC라는 형제 회사를 두고 있다.


덱스터 스튜디오

<외계+인 1부>

<외계+인 1부> 홍보 영상 갈무리

영화 잘 몰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그 이름, 덱스터. VFX 회사로 유명한 덱스터 스튜디오는 현재 콘텐츠 기획이나 제작까지 담당하고 있다. 까놓고 말해 VFX 계의 대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데, 올해는 <외계+인 1부>의 VFX를 담당했다(규모가 큰 회사답게 <비상선언>과 <헌트> VFX에도 참여하긴 했다). <외계+인>은 고려 시대와 현대의 이야기를 교차하는 구성으로 지금까지 한국 영화의 VFX를 거의 총집합한 수준으로 VFX 비중이 높다. 덱스터 스튜디오는 VFX 기술력이 좋은 것은 물론이고 이전에 <신과함께> 2부작으로 이미 2부작 영화에 참여했었기 때문에 <외계+인> 2부작 VFX에 적격이었던 것. 영화의 성패, 호불호와 별개로 <외계+인 1부>의 VFX 수준은 높다고 평가받았다. 특히 현대 세계에서 그린 외계인들의 싸움이나 디스토피아적 도시의 풍경이 인상적이다.

2부작 동시 제작, 다량의 VFX. 덱스터 스튜디오는 <신과함께> 2부작에서 이미 경험한 바 있다.


데몰리션

<비상선언>

<비상선언> 촬영 현장

<비상선언> 홍보 영상 갈무리

<비상선언>은 비행의 궤적을 그리는 VFX, 그리고 비행기의 운행에 따라 급변하는 기내를 묘사한 SFX 모두눈에 띈다. 이중 기체 세트와 짐벌에 관한 SFX 비화가 대외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영화의 배경 KE501호는 보잉707 기체를 사용했다. 세트는 미국에서 들여와 국내에 설치하는 데 성공했지만, 극중 기체가 흔들리고 뒤집히는 장면이 문제였다. 이 장면을 찍기 위해 해외 업체를 알아보던 중 코로나19로 팬데믹이 발생했고, 제작진은 국내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SFX에서 가장 전방위로 활동하는 업체 데몰리션과 함께 했다. 데몰리션은 기체가 흔들리는 정도에 맞춰 3축, 6축, 회전 짐벌을 사용해 혼란스러운 비행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여기에 촬영감독이나 배우가 와이어를 달고 장면을 담았으니 그 현실감만큼은 관객들이 모두 인정할 퀄리티였다.


포스 크리에이티브

<헤어질 결심>

요즘 N차 관람이 유행인 영화 중 <헤어질 결심>은 알게 모르게 VFX가 굉장히 많이 쓰였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이포가 안개가 그득한 곳인데다 극중 비가 오고 눈이 흩날리고 바다의 파도가 거세게 몰아치는 등 기후적 요소가 많아 VFX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것. 동영상 플랫폼으로 VFX 작업 영상이 올라왔었으나 상영이 장기화돼서인지 지금은 내려간 상황. 하지만 <헤어질 결심>을 사랑하는 누리꾼들이 중요 장면을 캡처로 남기긴 했다. 이전에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박쥐> <아가씨> 등 박찬욱 감독과 꾸준히 호흡을 맞춰왔다. 이외에도 <암살> <베테랑> <아수라> <강철비> <더 킹> 등 다양한 작품의 VFX를 참여했다.


웨스트월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위트홈>(왼쪽), <고요의 바다> 홍보 영상 갈무리

영화관에 걸린 '빅 4' 중 하나는 아니지만, 화제성이라면 거기에 비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법조인을 그린 드라마지만, 우영우가 고래를 열광적으로 좋아해서 극중 고래가 자주 등장하곤 한다. 이 드라마의 VFX를 맡은 회사는 웨스트월드. 2018년 설립된 회사지만, 앞서 소개한 M83 스튜디오처럼 업계에서 오래 일한 베테랑들이 근무 중인 회사라고 한다. <스위트홈>, <지금 우리 학교는>, <서복> 등에 참여했다. 이번 여름 '빅 4'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현재 <영웅>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보고타> <밀수> 등 앞으로의 기대작 다수에서 웨스트 월드의 손길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VA 모팩

<지옥> VA 모팩의 영상 갈무리

VA 모팩은 콘텐츠 제작 기업 VA코퍼레이션 산하의 VFX 전문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모기업이 콘텐츠 전반을 다루기 때문인지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인수되기 전에도 1995년부터 약 300여 편에 참여했고, 그만큼 잔뼈가 굵어 지금도 굵직한 작품의 VFX에 일조하고 있다. 최근엔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백두산> <하이에나> <지옥>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등에 참여했다. 현재는 LED 스크린에 영사한 영상을 배경으로 촬영하는, 이전 크로마키 촬영을 더 발전시킨 가상 스튜디오를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미드 <만달로리안>에서 성공적으로 활용하면서 점점 보급화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국내에도 많이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아이디어

디지털 아이디어 영상 중 <엑시트> 부분 갈무리

디지털 아이디어 영상 중 <백두산> 부분 갈무리

올해 드라마 열심히 챙겨 본 시청자라면 디지털 아이디어의 결과물을 하나쯤 봤을 것이다. <인사이더> <안나> <해피니스> <안나라수마나라>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그리드>에 디지털 아이디어의 이름이 올라갔다. 여기에 <늑대사냥> <거미집> <엑시던트> <치얼업> 등 2022년 남은 기간 동안에도 디지털 아이디어의 열일은 계속될 예정. 한국 영화계가 VFX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던 1998년에 설립돼 지금까지 최소 450여 편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