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올해 여름은 맑은 하늘을 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다. 쏟아지는 비로 집콕하며 여름 휴가만 기다리고 있을 이들을 위해 OTT에서 즐길 수 있는 예능을 소개한다. 흔히들 TV나 미디어를 바보상자라고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은 이상하게 보면 볼수록 몸이 건강해진다? 몸무게를 조절하는 프로그램부터, 운동 방법을 친절하게 설명하는 리얼리티 쇼까지, 이들 작품을 보며 건강을 지키고 운동에 취미를 붙여보는 것은 어떨까?
제로섬게임 – 유지어터란 가능한가?
<제로섬게임>은 시작하자마자 등장하는 돈으로 시선을 끈다. 참여자들도 <오징어 게임>을 언급하며 벌써부터 치열한 서바이벌을 예고한다. <제로섬게임>은 몸무게 관련 예능하면 흔히 떠올리는, 과체중의 사람들이 환골탈태해 호감형의 외모가 되어 마지막을 장식하는 그런 프로그램이 아니다. 유투버, 가수, 개그맨 등의 직업을 가진 참가자들은 호화로운 찜질방에 갇혀 몸무게를 유지해야 한다. 몸무게의 총합만이 밝혀지며 무게가 늘거나 빠져도 상금이 차감된다. 하루에 다섯 번이나 체중을 재지만, 본인도 자신의 몸무게를 알지 못한다. 몸무게 차이가 가장 적은 참가자는 일명 ‘유지어터’가 되고 개인 혜택이 주어진다.
국내 최초 몸무게 심리 서바이벌이라는 호칭답게 참가자들은 첫 화부터 서로를 의심한다. 편집의 힘이 더해졌는지 알 수 없지만, 한 명이 비호감으로 몰리며 탈락의 위험이 커진다. <제로섬게임>은 <워크맨>, <네고왕>의 성공으로 빛나는 고동완PD의 첫 OTT 예능이다. 그는 ‘심리 게임은 대부분 어두운 분위기가 많은데, 예능 분위기를 극대화하려고 했다’고 인터뷰를 통해 말했다. 그러나 그의 인터뷰와는 다르게 작중에는 연합 팀을 만들고자 하는 살벌한 분위기가 감돈다. 참가자들은 서로 염탐하고 눈치싸움을 하며 탈락하지 않으려 발버둥친다.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사람들은 많다. 가장 어려운 것은 유지를 하는 것이다. 아직 완결이 나지 않은 <제로섬게임>에서도 출연자가 유지어터가 되지 못해 스트레스 받는 장면이 등장한다. 꼭 살을 빼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도 된다. 운동으로 건강함만 유지한다면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그 단순하고도 많은 사람이 잊고 있는 깨달음을 흥미롭게 건넨다. (티빙)
빼고파 – 이대로만 하면 건강한 다이어트를 할 수 있어
<빼고파>는 다이어트 이후 10년이라는 세월을 건강하게 유지한 김신영을 주축으로, 2006년부터 쉬지 않고 배우활동을 해온 하재숙, 스파르타 안무 선생님으로 유명한 배윤정, 유튜브로 인기를 끈 미르 누나 고은아, 브레이브 걸스의 꼬북좌 유정 등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한다. 다이어트를 위해 모인 이들은 가방에 든 소품을 공개하며 간식을 나눠 먹기도 하는 친근한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잘못된 다이어트때문에 곤란하고 힘들었던 순간에 대해 솔직히 털어놔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건강에 문제가 생긴 출연진들은 다이어트를 위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다이어트 반장이 된 김신영은 오랫동안 팬들에게 질문 받아왔던 다이어트 노하우를 공개했다. 첫 번째는 너무 힘든 운동 하지 않기. 두 번째는 체중계로 측정하지 않기. 마지막은 맛없는 식단으로 먹지 않기다. 프로그램을 시청할수록 이 정도면 우리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함께 든다.
처음에는 출연자들의 체형에 대해 분석한다. 어디가 가장 문제인지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김신영의 부캐 응원 아저씨가 알려주는 운동은 쉬우면서 재미가 있다. 헬스장에서 몇 시간씩 땀나는 운동이 아닌 재미있는 운동으로 경쟁심이 붙으니 운동을 잘 하지 못하는 출연진도 쉽게 따라한다. 이대로만 하면 나도 충분히 다이어트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닭가슴살, 샐러드로 다이어트만을 위한 지겨운 식단이 아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레시피까지 알려준다. 웬만한 PT보다 이 프로그램만 따른다면 괜찮은 몸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웨이브)
공복자들 – 다이어트할 때 먹방을 보는 사람들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 배고픔을 참는 사람, 배고픈 걸 참을 수 없어 뭐라도 먹어야 하는 사람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큰 행복을 위해 굶는 것을 감내하는 것이 취지다. 굶방(?)이라는 신조어를 사용하면서, 24시간의 공복 뒤에는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보는 이는 물론, 출연자의 입맛도 당긴다. 특히 <맛있는 녀석들>의 김준현과 유민상이 프로그램의 주축으로 출연하니 먹방은 믿고 볼만하다. 3주간 파일럿으로 방송했던 <공복자들>은 2018년 12월 <일밤>의 2부 코너로 자리 잡았다. <무한도전>의 내공으로 다져진 노홍철과 격투기 선수 배명호, 에픽하이의 미쓰라 진 부부가 출연해 공복을 함께 견딘다.
간헐적 단식이란 것이 유행했다. 현대인들은 삼시세끼를 꼬박 챙겨 먹기 때문에 위장이 비어 있는 시간이 없다. 그래서 나온 것이 일일 일식, 16:8 단식이다. 일일 일식은 말 그대로 하루에 한끼를 푸짐하게, 먹고 싶은 것을 모두 먹는 것이고, 16:8은 16시간은 공복을 유지하고 8시간만 음식을 먹는 것을 말한다. 이는 모두 살인적인 다이어트를 위한 것이 아니다. 건강하게 살기 위해 위장에 잠시 휴식을 주자는 것이다. 심지어 단식을 하면 디톡스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공복자들>도 영양과잉, 당분과잉 시대에 우리 몸을 수리하고 잘못된 식생활을 바꾸는 것이 목표다. 물론 그 취지를 의미 있게 전하기 위해 예능의 재미도 놓치지 않는다. (웨이브)
오늘부터 운동뚱 – 태릉이 탐내는 인재의 탄생
<맛있는 녀석들>의 홍일점 김민경이 운동에 도전한다. 건강하게 오래 먹방을 하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지만, 의외로 너무 잘한다. 운동의 기본인 헬스부터 시작해 필라테스, 축구, 야구, 사격, 카 레이싱까지. 못하는 게 없는 김민경의 모습을 보며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오히려 그의 먹방보다 흥미롭다. 그동안 <맛있는 녀석들> 출연진의 건강을 걱정하는 댓글이 많았다. 출연진 네 명 모두 첫 화에 비해 더 살이 쪄 보였기 때문이다. 5주년이 된 <맛있는 녀석들>을 기념해 (혹은 걱정해서….) 양치승 트레이너와 운동을 시작하게 된 첫 주자가 바로 김민경이다. 원래 프로그램의 의도는 운동으로 지친 출연진들을 통해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인데, 김민경이 워낙 운동을 잘해 기획의도와는 조금 멀어졌지만 말이다. 아니, 오히려 그런 모습 때문에 어렵고 힘들게 느껴지는 운동과 스포츠가 더 가깝게 다가온 지도 모르겠다.
대부분 직장인들의 새해 목표는 거의 비슷할 것이다. “올해는 운동을 꾸준하게 하자!” 피로에 찌든 몸의 체력을 기르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모두 인지한다. 다만 또다시 헬스장에 기부만 하고 가지 않으며 어쩌지하는 걱정부터 먼저 든다. 이럴 때 <오늘부터 운동뚱>을 보고 용기를 내보는 건 어떨까? 이 프로그램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운동 방법과 꾸준히 체력을 기르는 출연진들을 보며 올해만큼은 ‘나도 할 수 있다!’고 자신감 있게 외쳐보자. (왓챠, 웨이브)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