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5일 디즈니+에서 ‘프레데터’의 정식 프리퀄인 영화 <프레이>가 공개되어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프레데터> 시리즈는 SF 영화의 유명 프랜차이즈로, 현재까지도 많은 작품이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1987년 개봉한 <프레데터>는 기존 SF 영화처럼 외계 생명체가 단순한 괴물로 묘사되지 않고, 뛰어난 기술력과 무기로 ‘프레데터'가 인간을 사냥한다는 창의적이고 독특한 콘셉트로 다가왔다.

덕분에 개봉 당시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흥행에도 성공, 무엇보다 프레데터의 캐릭터가 상당한 인기를 끌며 영화, 게임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했다. 하지만 대부분 작품들이 1편만한 완성도와 성공을 보여주지 못해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실망감만 안겨다 주었다 그런 가운데 <프레데터> IP를 가지고 있는 20세기 폭스가 디즈니에 인수되면서 30년 만에 시리즈의 원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즉 프리퀄의 형식인 디즈니+ 오리지널 영화 <프레이>로 부활했다. <프레이>는 <프레데터>의 부진을 뒤로하고 시리즈가 누렸던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프레이> 줄거리 - ‘먹이사슬에서 사냥감은 누가 될 것인가?’

<프레데터>의 프리퀄인 <프레이>는 1편으로부터 300여 년 전 북미 대륙의 원주민 코만치족과 프레데터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점. 왜 영화는 ‘미 북부 대평원, 1719년 9월’, 굳이 이 시기를 배경으로 영화를 제작하였을까?’

이 시기는 북미 대륙에 유럽인들이 들어오게 되면서 식민 지배를 위해 인디언을 탄압하고 충돌하던 시간이었다. 어쩌면 코만치 족에게는 자신들을 위협하는 유럽인들과 프레데터 모두 동일한 적이었을 것이다. 단순히 이 정도만 알아도 코만치 부족과 프레데터 이야기에 왜 뜬금없이 프랑스인들이 등장하는지, 영화 제목인 ‘Prey(사냥감)’가 가지는 의미가 중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영화의 시작은 용맹한 전사를 꿈꾸는 코만치 족의 소녀인 ‘나루’가 사냥 실력을 연마하고, 오빠와 함께 부족의 정찰 임무에 참여하는 등 뛰어난 관찰력과 강인한 의지로 전사로서 성장하는 과정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 이렇게 성장한 나루는 프레데터의 압도적인 힘과 무기에 맞서기 위해, 상대의 약점을 관찰하여 반짝이는 기지로 반격을 계획하게 된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주제는 포식자와 피식자로 대변되는 먹이사슬을 통해 처절함과 공포를 말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중요시한다. 사냥이 주 식량원인 코만치 족, 무기를 앞세워 원주민과 모피 사냥을 일삼는 유럽인, 지구의 생명체를 위협하는 프레데터. 이들은 먹이 사슬처럼 포식자이기도 하지만, 상대에 따라 피식자로 전락하기도 하며, 생존을 위해 서로 얽고 얽히는 처절한 전투에서 살아남기 위해 싸운다. 앞서 언급한 영화 제목 ‘프레이’(Prey)가 주는 중의적 의미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더욱 부각된다. 이 작품에서 사냥감은 과연 누구일까?

저, 나름 주인공입니다?

드디어 드러나는 외계 종족의 생얼 ‘프레데터’

아무래도 이 작품의 핵심 캐릭터엔 ‘프레데터’에 큰 이목이 쏠린다. 영화의 빌런이기도 한 프레데터의 모습은 전작과 동일하지만, 마스크의 아래턱이 노출되는 형태로 바뀌어, 얼굴을 가려도 흉측한 괴물의 모습을 감출 수 없다. 바뀐 것은 외모뿐이 아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새롭게 등장한 무기인 방패는 평상시에 접혀 있지만, 상황에 따라 날카롭게 펼쳐지기도 하며 무기로도 사용된다. 그동안 주로 어둠 속에 몸을 숨겼던 이전의 프레데터와 달리 밝은 곳에서도 등장해 그것의 자세한 모습을 보고 싶던 팬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킨다. 다만 ‘프레데터’가 사냥감을 공격하고, 분해하여 전리품을 챙기는 모습이 너무 잔인하기에, 시청 전에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할리우드의 새로운 변화, 문화적 다양성과 <프레이>

<프레이>를 감상하다 보면 영어, 불어 그리고 인디언 언어인 코만치어까지 들린다. 해외에서는 이 작품이 hulu를 통해 스트리밍 되었는데, 코만치어 더빙도 지원한다. 제작자와 주요 배우들 역시 인디언계 출신으로, 문화적 다양성을 위해 이런 결정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를 위해 ‘나루'역의 ‘앰버 미드썬더'는 매일 4시간씩 코만치 부족 언어를 공부했다고. 이외에도 그는 ‘나루'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프레이> 출연 배우들과 함께 4주짜리 부트 캠프에 참여하여 달리기, 활쏘기, 말타기 등 고강도 훈련을 받으며, 영화에 임했다고 한다. 실제 원주민 출신인 앰버는 해외 매체와 인터뷰에서 “아메리카 원주민 이야기가 대중에게 소개되어 기쁘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미국 영화계에 원주민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보여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프레이>를 연출한 댄 트라첸버그' 감독은 기존 시리즈에서 보여준 남성 중심의 먼치킨 캐릭터에서 탈피, 여성 주인공이 전사로 성장하여 ‘프레데터'에 대항하는 모습에 공을 들였다. 이를 통해 전작과 다른 의미 있는 모습과 재미를 자아내며 작품의 완성도를 더한다. 미 건국 전 북아메리카 대평원의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하는 아름다운 영상미 또한 <프레이>만의 매력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강함은 외적으로 보이는 걸로만 규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밝혔다.아울러, 코로나19로 제작이 지연되고, 디즈니 - 폭스의 합병 등으로 영화 수위에 대한 우려가 있음에도 처음 구상을 그대로 스크린에 재현해, 통쾌하고 스릴 넘치는 장면을 완성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형만한 아우 없고 전편만 한 속편 없다?’

<프레이> 왈: 있는데요?

이런 감독의 자신감처럼 <프레이>는 역대 프레데터 시리즈 중 가장 제대로 된 속편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주인공과 프레데터에 집중된 액션과 광활한 대륙을 배경으로 한 영상미가 잘 어우러진 웰메이드 오락영화라는 평가가 많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주인공 ‘나루' 캐릭터의 능력이 성장하지만, 초인적인 외계 종족과 대적하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고, 전반부에 흥미로웠던 전투씬이 후반으로 갈수록 아쉽다는 단점도 있다. 그럼에도 최근 제작된 <프레데터> 시리즈 중에서 가장 괜찮았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렇게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은 <프레이>는 후속작을 암시하며 다음 프로젝트를 준비할 듯 하다. 그동안 부진에 늪에 빠졌던 <프레데터> 세계관이 모처럼 부활의 기지개를 켰는데, 이 기세로 다음 작품 역시 놀라운 완성도와 재미로 팬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길 바란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보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