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은 나를 괴롭힌 사람에게 통쾌한 복수 한 방 날리는 상상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행동에 옮기기에 무리가 있기에 상상에 그쳐서 아쉽지만(?), 대신 OTT 작품 속 주인공들이 대신 복수를 하며 통쾌한 대리만족을 선사할 예정이다. 30도를 웃도는 더위를 날려버릴 차가운 복수를, 드라마에서부터 다큐멘터리까지 장르와 테마별로 살펴보자.

블랙의 신부 – 너, 부숴버릴 거야!

<블랙의 신부>

대한민국은 유일하게 결혼정보회사라는 것이 있는 국가다. 결혼정보회사는 결혼을 희망하는 남녀를 학벌, 외모, 집안 등의 척도로 등급을 나눈다. 이를 소재로 한 <블랙의 신부>는 상류층 결혼정보회사에 들어간 주인공이 최고 등급의 신부가 되어 복수를 하기 위한 여정을 그린다. 강남 중산층으로 살던 혜승은 외도하던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하자,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상류층 결혼정보회사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남편과 외도하고 그를 죽음으로 몬 유희를 만나 복수의 칼을 간다.

독특한 소재로 관심을 끈 8부작 <블랙의 신부>는 15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다. 김희선이 그의 필모그래피 최초로 OTT 오리지널 시리즈 주연을 맡아 많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작품은 결혼에 있어 사랑이 아닌 조건이 우선시되는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모든 인물은 ‘렉스’라는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해 자신에게 득이 되는 결혼 상대를 찾고자 하는데, 상류사회로 진출하기 위해 인생 역전을 꿈꾸는 이들의 모습은 결혼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한 번 생각하도록 만든다. (넷플릭스)

결혼작사 이혼작곡 – 불륜과 복수 사이

<결혼작사 이혼작곡>

결혼이란 대체 무엇일까? 결혼이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나 평생을 함께하기 위한 만남이라고 생각했다면, 이 작품은 그 생각을 산산조각 낸다.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재미만큼은 믿고 보는 보증수표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다. 시청률에 관해서는 한 번도 실패해본 적 없는 작가답게 이 드라마 역시 끝을 향해갈수록 시청률이 고공행진을 한다. 작 중의 세 커플은 결혼을 했지만 위기를 맞는다. 불륜으로 인해 시즌이 거듭될수록 파국으로 치닫는 스토리는 시청자의 흥미를 끌 수밖에 없다.

<결혼작사 이혼작곡>을 추천한 지인은 막장 드라마의 매력은 욕하면서도 보게 되는 자극적인 맛이라고 했다. 동시에 결혼에 대한 회의를 말한다. 대다수의 캐릭터가 불륜에 가담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시댁마저 아들의 불륜을 두둔하며 아이가 없기 때문에 남편이 불륜을 한 것이라고 하니 환장할(?) 노릇이다. 그럼에도 <결혼작사 이혼작곡>을 시청하는 이유는 드라마가 꽤나 현실적인 모습을 품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다른 복수극처럼 인생을 걸 정도로 파국을 향해가진 않지만, 가장 큰 복수는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지 않던가? 주인공들이 결국 자신의 행복을 찾아 불륜을 저지른 상대에게 복수가 성공할지, 아닐지 결말을 추측하며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넷플릭스)

리벤지 – 웃는 얼굴 뒤에 숨겨진 또 다른 모습

<리벤지>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했던가? <리벤지>는 한 여자의 복수에 의한, 복수를 향한, 복수를 위한 드라마이다. 에밀리는 가족의 복수를 위해 어릴 적 기억이 남아있는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곳에서 아버지에게 누명을 씌우고 일군 회사를 강탈해간 그레이슨 가족을 만난다. 아버지와 이별 이후 소년원과 정신병원을 전전한 에밀리의 변신은 놀랍기만 하다. 어찌 이리 우아한 상속자의 모습을 연기할 수 있는지!

에밀리는 가명까지 사용하며 자신과 아버지를 나락에 빠뜨린 이들에게 복수하고자 한다. 아버지와 불륜 관계였으며 그를 수렁에 빠뜨린 빅토리아는 에밀리를 계속해서 경계한다. (에밀리가 그의 딸인 것은 모르지만, 본능적인 감각일까?) 상류층의 파티에서 여유로운 척 웃으며 서로를 경계하는 이들의 모습은 물위에선 우아하나 물 속의 물갈퀴를 열심히 저어야만 움직일 수 있는 백조와도 같다. 에밀리의 인생을 건 복수가 성공했는지는 드라마로 확인하시길 바란다. 그의 복수는 시즌 4까지 계속되니까! (디즈니플러스)

이브 – 내 전부를 걸 만큼 복수가 가치 있을까?

<이브>

가족을 망가뜨린 재벌에게 복수하기 위해 13년이란 세월을 준비해온 주인공 라엘. <이브>에서 주인공 라엘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복수의 대상인 재벌 윤겸은 포세이돈, 그의 아내는 헤라 그리고 라엘을 사랑하는 은평을 오르페우스로 묘사하고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아는 이라면 자연스레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는 요소다. 헤라의 아내는 제우스이고 아프로디테의 남편은 대장장이 헤파이스토스가 아닌가? 게다가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를 따라 저승으로 향한다.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신화에 비춰보면 더욱 궁금해진다.

<이브>를 보며 생각하게 되는 것은 과연 한 사람의 인생을 모두 바칠 정도로 복수가 중요할까 라는 것이다. 용서는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라는 말이 있다. 용서를 했다면 라엘은 조금 더 편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매 장면마다 처절한 복수심으로 극의 분위기를 지배하는 서예지의 연기는 깊은 인상을 남긴다. (티빙)

인터넷에서 가장 증오하는 남자 – 사필귀정! 인과응보!

<인터넷에서 가장 증오하는 남자>

N번방이 한국의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지 2년이 지났다. 이 사건의 주범인 조주빈과 문형욱은 각각 박사와 갓갓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며 피해자들을 협박해 성 착취 동영상을 찍어 텔레그램을 통해 판매했다. 그들은 작년 각각 42년형, 34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중이다. Isanyoneup.com이라는 사이트를 운영한 헌터 무어에 관한 <인터넷에서 가장 증오하는 남자>는 N번방 사건이 생각나는 다큐멘터리다. 사이트는 익명으로 받은 전 애인의 수위 높은 사진으로 운영된다. 처음에는 유흥 업소의 정보를 공유하던 곳이 범죄의 온상으로 변화하자 헌터는 막대한 수익을 거둔다.

다큐멘터리는 딸의 나체 사진을 발견한 어머니가 온라인 운동으로 사이트의 폐쇄를 위한 노력에 초점을 맞춘다. 샬롯 로스는 헌터를 잡기 위해 2년동안 증거를 수집한다. 이 사이트가 악독한 점은 사진과 사진 속 인물의 이름과 주소와 같은 개인정보까지 기재하기 때문이다. 헌터는 피해자의 요청에도 사진을 삭제하지 않았고 스스로를 professional life ruiner(인생 망치는 전문가)라고 불렀다. 본인을 악마라고 칭한 조주빈이 떠오르지 않는가? 결과적으로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이들은 모두 법의 심판을 받았다. 피해자들이 합심한 결과다. ‘사필귀정’ ‘인과응보’란 어떤 일이든 바르게 돌아가고 행한 대로 대가를 받는다는 뜻이다. <인터넷에서 가장 증오하는 남자>는 이 두 사자성어와 가장 맞닿으며 끝을 맺는다. (넷플릭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