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기존의 영화와 드라마를 리메이크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진다. K-콘텐츠의 대표작을 외국에서 리메이크하기도 하고, 해외 화제작을 국내에서 재해석하기도 한다. OTT가 전 세계에 보급되면서 이 같은 경향은 더욱 커가는 중이다. 한편으로는 원작이 얼마나 매력 있는 작품이길래 다시 한 번 만들어지는지 그 저력이 알고 싶다. 최근 리메이크 화제작 중 이들의 원작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프랑스 영화 <레스틀리스> 오리지널:
한국 영화 <끝까지 간다> - 나쁜 놈과 더 나쁜 놈의 극한 대결
<끝까지 간다>의 프랑스 리메이크 버전인 <레스틀리스>는 공개 직후 50여 개국에서 넷플릭스 영화 부문 스트리밍 1위로 바로 진입하는 쾌거를 이뤘다. 영화는 실수로 사람을 치고 어머니의 관 속에 시체를 숨긴 형사가 모든 걸 알고 있다며 협박하는 목격자와 대립하는 스릴러다. 줄거리만 잠깐 들어도 권선징악을 표방하는 여타 스릴러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리메이크된 <레스틀리스>는 원작에 충실하다. 이질감이 들지 않게 한국적인 색과 유머 코드를 빼고, 대신 원작보다 더 강한 무게감을 줬다. 결말도 적절하게 변형해, 원작을 알고 있는 분도 또 다를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듯하다.
한국영화 <끝까지 간다>는 개봉 전 여러 악재 속에 흥행이 불투명했지만, 먼저 본 관객들의 입소문에 힘입어3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성공을 거뒀다. 탄탄하고 신선한 스토리 탓에 <레스틀리스> 이전에 2017년 곽부성 주연의 중국 영화 <파국>으로 리메이크 되기도 했다. 극중 이선균, 조진웅의 연기 대결도 엄청난 몰입감을 자아냈다. 이 같은 열연에 힘입어 51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두 배우가 공동 영화부문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기도. (<레스틀리스> 넷플릭스 / <끝까지 간다>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U+모바일tv)
인도 영화 <다마카: 더 테러 라이브>의 오리지널:
한국 영화 <더 테러 라이브> - 생방송! 테러범과의 구강배틀
배우 하정우의 열연이 돋보인 영화 <더 테러 라이브>는 작년 11월 인도에서 <다마카: 더 테러 라이브> 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되었다. (‘다마카’는 우리나라 말로 ‘폭발’ 이라는 뜻이다.) 라디오 생방송 중 신원을 알 수 없는 이에게 협박 전화가 걸려오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로, 라디오 방송국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진행되면서, 이 설정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더 긴장하게 만든다.
리메이크작 역시 몰입도 높은 원작의 구성을 충실히 또 비슷하게 따라가고 있다. 굳이 두 영화의 다른 점을 꼽자면 바로 국장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원작에서 배우 이경영이 연기한 국장 캐릭터가 리메이크 된 작품에서는 여성 캐릭터로 바뀌었으며, 원작 속 국장이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캐릭터였다면, 인도 영화 속 국장은 처음부터 냉철하고 차가운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 원작보다 더 비중을 들인 주인공 부부의 로맨스, 오리지널과 다른 주제의식이 추가되어 리메이크만의 색깔을 더했다. (<다마카: 더 테러 라이브> 넷플릭스 / <더 테러 라이브>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SBS 금토드라마 <오늘의 웹툰>의 오리지널:
일본 드라마 <중쇄를 찍자> - 만화, 좋아합니다! 이번엔 거짓이 아니라구요!
SBS 금토 드라마 <오늘의 웹툰>의 원작, <중쇄를 찍자>는 만화가를 관리하는 편집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주인공은 전 유도 국가 대표 선수 출신으로, 대형 출판사에 취직한 후, 만화 잡지를 팔기 위해 동료들과 함께 고군분투하며 성장한다. 제목의 ‘중쇄’란 중판, 즉 더 늘려 인쇄한다는 의미로 ‘중쇄’를 찍어낸다 함은 책을 많이 판매한다는 의미가 된다. 자연스럽게 출판사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은 중쇄를 찍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 드라마는 제목 그대로 자신이 맡은 일을 향해 열과 성을 다하는 건강한 드라마다. 주인공의 긍정적인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매력포인트로 작용하여 일본은 물론 대한민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원작과 달리 리메이크작인 <오늘의 웹툰>은 현 시대 상을 반영하여 주인공이 ‘책’을 판매하는 출판사가 아닌 ‘웹툰’을 담당하는 IT회사에 취직한다. 하지만 재창작 된 요소는 그뿐. 원작의 담백한 서사 속에 빚어지는 감동포인트를 한국화하는 데 실패한 탓일까? 현재 시청률은 저조한 상황이며, 원작에 비해 큰 호평을 얻지 못하고 있다. (<오늘의 웹툰> 웨이브 / <중쇄를 찍자>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일본 드라마 <롯폰기 클라쓰>의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 이태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청춘들의 ‘힙’한 성장통
2022년 8월 3일부터 방영된 일드 <롯폰기 클라쓰>는 국내에서 대히트한 <이태원 클라쓰>를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사연 많은 청춘들의 복수와 성공을 그린 드라마로, 일본 넷플릭스에서 52주 최고 순위 1위를 기록하며 일본 현지에서도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리메이크작 <롯폰기 클라쓰>는 혹평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롯폰기의 색이 없다. 그냥 클라쓰가 아니냐?” 라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롯폰기 클라쓰>가 원작에 비해 아쉬운 이유는 주인공의 헤어스타일 마저 따라할 만큼 개성 없는 리메이크, 로컬라이징 실패, 배우들의 미숙한 연기력, 원작에 비해 한참 부족한 연출력 등이 원인으로 대두된다. 다행히 회가 거듭될수록 극이 안정화되면서 시청률도 점점 높게 나오고 있는 중이다.
한편 동명 웹툰을 극화한 <이태원 클라쓰>는 박서준의 인생 연기와 김다미와 좋은 케미로 방영 당시 많은 청춘들의 공감을 샀다. 극적인 재미와 함께 청년들에게 절대 무너지지 말라는 따뜻한 메시지까지 전했다. 더불어 작품의 몰입감을 높이는 연출과 듣고만 있어도 신나는 OST, 빌런과의 긴장감 넘치는 대립 등 다시 봐도 흥미진진하다. (<롯폰기 클라쓰> 티빙 / <이태원 클라쓰> 넷플릭스, 티빙)
한국판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의 오리지널:
스페인판 <종이의 집> - 돈이 아니라 아예 조폐국을 터는 클라쓰~
넷플릭스 TV 비 영어 부문 역대 전세계 2위를 차지한 시리즈물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은 지난 6월 한국판으로 리메이크 되었다. 이 작품은 ‘교수’ 라고 불리는 리더가 8명의 범죄자들을 불러 모아 스페인 조폐국을 습격하여 돈을 훔치는 이야기를 담아낸 스릴러 극이다. 다양한 캐릭터들의 매력과 스릴 넘치는 액션, 두뇌 싸움 등의 장면으로 하여금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리메이크 된 한국판 <종이의집: 공동경제구역>은 상당히 많은 로컬 라이징을 시도했다. 분단 국가의 특수성을 살려 통일 직전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하며, <종이의 집> 도둑들의 마스코트라 할 수 있는 가면을 하회탈로 바꿨다. 연출을 맡은 김홍선 감독은 “전체적인 이야기와 구성은 원작에서 가져오면서 배경이나 캐릭터는 한국만의 버전으로 가야겠다”고 한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원작에 못 미치는 이야기 구조, 흔한 범죄 오락 영화의 클리셰들을 그저 답습하는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큰 화제성에 못 미치는 점수를 받았다. (<종이의 집> 리메이크, 오리지널 모두 넷플릭스 서비스 중)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