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부모가 금쪽이와의 치열한 전쟁을 진행 중이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육아는 세대를 초월한 평생의 과제다. 미디어에서는 <아빠 어디 가>,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아빠들의 육아를 친근하게 다룬다. 능숙한 엄마와 달리 서툰 아빠의 행동이 웃음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워킹맘, 육아 대디 또한 많아지는 데다 육아란 원래 부부가 함께 하는 것이다. 엄마만의 몫이 결코 아니다. 아빠들의 육아가 웃음으로만 끝나지 않기 위해, 치열한 육아에 도전하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OTT 작품들을 살펴본다. 이제 막 눈을 뜬 갓난아기부터 철부지 아이들, 커리어 우먼이 된 딸까지. 이들은 아빠와 삼촌의 이름으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다. 완벽한 육아 마스터를 꿈꾼다면 아래 7편의 작품을 감상해 보자.
엉클 - 나의 구원자, 나의 슈퍼맨, 나의 삼촌 이야기
얼떨결에 초등학생 조카를 떠맡은 쓰레기 루저 뮤지션 삼촌의 코믹 유쾌 성장 생존기를 그린 wavve(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로, BBC의 원작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정글 같은 괴상한 나라에서 수준 미달로 분류된 준혁은 미련도, 의미도, 희망도 없이 뮤지션의 꿈을 포기하려 한다. 그 순간, 12세 조카 지후를 만나며 난데없이 육아의 세계에 던져진다. 지후는 불균형한 어른들 틈에서 자라난 눈치 백단 어른이로,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은 것이 유일한 꿈이다. 불량 삼촌 준혁은 아이를 통해 희망을 발견하며 구원자이자 슈퍼맨으로 거듭나고, 두 사람은 서로의 울타리가 되어준다. 마음이 먼저 자라버린 아이와 몸이 먼저 자라버린 어른의 관계를 따뜻하고, 착하게 그려낸다. 25년 만에 첫 주연을 맡은 오정세가 호연을 보여주며, TV조선에서 방영한 드라마 중 역대 3위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현재 웨이브에서 서비스 중이다.
아빠의 바이올린 - 사랑스러운 조카와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
갑작스럽게 아빠를 잃고 고아가 된 소녀와 성공한 바이올린 연주자 삼촌이 음악을 통해 교감을 나누는 과정을 그린 터키 영화이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이다. 성공한 삼촌은 형과 함께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냈었고, 안타까운 이유로 형제는 32년간 헤어져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형이 떠난 이후 남겨진 어린 조카를 돌보며, 상처로 남아 있던 형에 대한 기억을 치유한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상처를 보듬어주는 작은 아이를 흐뭇하게 바라보게 된다. 웅장하고 정열적인 오케스트라 연주 장면 또한 관전 포인트이다. 사랑스러운 조카와의 교감과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이 어우러지며, 시니컬한 어른들을 순식간에 조카 바보로 만들어 버린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서비스 중이다.
아빠가 되는 중 - 낯설고 서툰 육아의 세계
아내를 잃고 홀로 아이를 키우게 된 싱글대디 맷의 생존 육아를 그린 영화로, 한 남자의 회고록을 각색한 실화 바탕의 작품이다. 맷은 슬픔과 싸우는 동시에 우는 딸에게 자장가를 불러주고, 분유를 먹이고, 쉴 새 없이 기저귀를 갈아야 한다. 일상의 치열한 육아를 통해 부모가 느끼는 성취감을 경험한다. 맷의 주변인들은 그가 혼자 아이를 키울 수 없을 것이라며 의심했지만, 그는 보란 듯이 멋진 아빠가 되어간다. 낯설고 서툰 육아이지만, 그 모든 손길에는 부모의 사랑이 담겨 있다. 엄마의 빈자리까지 채우려는 아빠의 분투가 뭉클하고, 보편적기에 더욱 마음을 이끈다. 코미디로 익숙한 케빈 하트의 진지한 연기를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서비스 중이다.
남자 카피라이터, 육아 휴직을 받다 - 유쾌하고 유익한 육아 드라마
아내의 임신으로 육아 휴직을 받게 된 카피라이터 남편이 6개월 동안 현실 육아를 경험하는 이야기로, 동명의 에세이를 각색한 일본 드라마이다. 제도는 존재하지만 실행은 어려웠던 육아 휴직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 주는 작품이다. 워킹맘, 육아 대디, 육아 휴직이라는 현실적인 요소들을 녹여내 많은 부부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육아 계획은 치밀하게 세워도 무너지고, 출산의 과정은 고생스러운 것들 투성이다. 육아 휴직 기간을 휴식기라며 쉽게 생각했던 남편은 점차 육아의 고됨과 아내의 노고를 깨닫게 된다. 좋은 남편이자 좋은 아빠가 되어가는 과정을 유쾌하고 유익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현재 웨이브, 티빙, 왓챠에서 서비스 중이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부성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
6년간 키운 아들이 자신의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남자가 친자의 가족들을 만난 후, 자신과 아들의 관계를 되돌아본다. <원더풀 라이프>, <어느 가족>, <브로커> 등을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으로, 아버지와 자식, 혈연과 시간에 대한 고민으로 만들어졌다. 우리는 부모의 헌신과 희생, 사랑이 당연하다고 배웠지만, 뒤늦게 모성과 부성은 본능이 아니라는 사실도 배웠다. 그 지점에서 어느 영화보다 부성을 깊이 있게 고찰했다고 느껴진다. 풍요롭지만 사무적인 아버지와 무능하지만 따뜻한 아버지가 대비되고,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들 또한 대비된다. 아버지에 대한 콤플렉스가 남아 있으며 자존심이 강한 주인공은 자신과 다른 친자의 가족에게 당혹스러움과 불편함을 느낀다. 하지만 좋은 부모가 되는 일에 정답은 없고, 어떤 물은 피보다 진하기도 하다. 아버지로 불리기만 하던 남자는 스스로 부성을 배우고 깨달으며, 그렇게 진정한 아버지가 되어간다. 현재 왓챠, U+모바일tv에서 서비스 중이다.
토니 에드만 - 인생 코치로 변한 괴짜 아버지
인생의 재미를 잃어버린 커리어 우먼 딸과 인생 코치로 변한 괴짜 아버지의 관계를 그린 작품이다. 노년의 아버지는 제2의 자아 ‘토니 에드만’을 만들어내고 각종 기괴한 장난으로 딸의 일상을 뒤집어 놓는다. 딸은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을뿐더러, 누가 안 본다면 내다 버리고 싶어 한다. 주로 딸의 시선을 따라가는 작품이지만, 아버지의 시선에 집중하면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도 한다. 끝나지 않은 노년의 육아를 엿볼 수 있다. 부모가 되는 과정에는 기저귀를 갈아주고, 말을 가르치고, 학교를 보내는 것보다 더욱 거대한 미션이 있다. 좋은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고, 인생의 기쁨을 공유하고, 결국은 삶의 의미를 알려줘야 한다. 아버지로서 혹은 인생의 선배로서 딸에게 다가가는 토니 에드만의 모습이 쓸쓸하지만 뭉클하다. 현재 U+모바일tv에서 서비스 중이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