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U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에서 슈리를 전면에 내세우는 한편 새로운 블랙 팬서와 더불어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 '아이언하트'를 제시했다. 채드윅 보스만을 CG로 재현하지는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된 이래 다음 블랙 팬서 시리즈의 향방에 대한 질문도 루머도 많았으나, 그가 없는 지금은 빈자리를 채워줄 누군가가 필요해졌고 그게 슈리와 아이언하트가 된 셈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아이언하트'는 2대 아이언맨 격의 캐릭터이므로 MCU '아이언 맨' 토니 스타크가 유명을 달리한 지 오래인 현시점의 등장도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물론 아이언맨 역 배우이자 마블 스튜디오에서 중추였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자기 역할의 후계로 아이언하트가 등장했으면 좋겠다는 언급을 한 적도 있으니 예정된 수순이었을지도.


아이언맨에게 도둑질을? 아이언하트의 시작

아이언하트는 2016년에 연재된 아이언맨 코믹스 이슈인 「인빈시블 아이언 맨(The Invincible Iron Man)」에 처음 등장했다. 15살의 나이로 MIT에 입학했을 만큼 수재였던 리리 윌리엄스는 무려 5살 때 천재 판정을 받은 인물이다. 하지만 지능이 너무 높은 탓이었던지 친구는 한 명밖에 없었고, 13살의 나이에 이유를 알 수 없는 총격으로 인해 새아버지와 친구를 동시에 잃고 만다.

외로운 삶을 살면서도 장차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꾸준히 해 왔던 윌리엄스는 MIT 입학 이후 자기를 위한 슈트를 만들기로 했고, 토니 스타크의 아이언 맨 슈트 기술과 MIT의 부품 일부를 훔쳐(...) 자기 슈트를 만드는 데 결국 성공했다.

하지만 낌새를 눈치챈 MIT가 리리를 찾아왔고, 첫 슈트를 입고 그대로 탈출한 리리는 탈옥한 수감자들을 막아세웠고 슈트는 박살났지만 처음으로 히어로스러운 행동을 했다는 데 의미를 둔다. 이후 고향인 시카고로 돌아와 새로운 슈트를 만들기로 했고, 때마침 찾아온 토니 스타크로부터 지원을 받게 된다.

타노스에게 슈트를 분해당한 슬픈 기억이 있다

하지만 코믹스 원작 기준으로 2차 시빌 워가 발발한 상태였고 토니는 캡틴 마블과 싸우던 중 식물인간 상태가 되어 더 이상 리리의 멘토 역할을 해 주지 못하게 된다. 이때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과 마찬가지로 토니 스타크가 직접 만든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아이언하트'라는 이름으로 슈퍼히어로로서 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후 미즈 마블과 아마데우스 조 등 10대 히어로들이 주축이 된 팀인 챔피언스에서 활동하기도 했고, 기존의 아이언맨 슈트와 비슷하지만 컬러나 디자인이 업그레이드 된 새로운 슈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리리 윌리엄스, 2대 아이언맨 ‘아이언하트’

리리 윌리엄스는 새로운 아이언맨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데, 아이언맨이라는 캐릭터가 지금까지 마블 코믹스 원작에서 쌓아 온 히스토리에 비하면 상당히 늦게 등장한 2대다. 흑인 여성 캐릭터라는 점에서 디즈니가 현재 전 콘텐츠에 걸쳐 진행하고 있는 PC함의 기준에는 잘 들어맞는다고 할 수 있겠지만, 원작에서도 그리 인기가 높지 않았던 캐릭터인지라 우려가 앞서는 건 사실이다.

2016년 당시부터 아이언맨의 하차와 아이언하트의 등장은 이래저래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는 했지만, MCU만 놓고 본다면 아이언맨이 생전에 애정을 가지고 도움을 주었던 쪽은 사실상 톰 홀랜드가 연기한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였고 토니 스타크의 도움으로 만든 새로운 수트를 입고 시빌 워에 참전한 것 역시 스파이더맨이었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장면

때문에 「인빈시블 아이언 맨」 이슈에서 아이언하트가 갖고 있던 기원 히스토리는 MCU의 스파이더맨이 세계관에 자리를 잡고, 아이언맨의 유지를 이어 4페이즈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진정한 성장을 거치게 하는 방법론으로 이미 사용된 셈이다. 때문에 아이언하트를 등장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채택된 것이 '흑인' 그리고 '여성'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슈리와의 연계 그리고 슈리가 전면에 등장하는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를 통해서라고 하면 제법 일리가 있어 보인다.


슈리의 조력자?

예고편에서 반갑게 인사하는 두 사람(뒷모습이 슈리, 오렌지색 의상이 아이언하트)

'아이언하트' 리리 윌리엄스는 공개된 예고편에서도 모습을 드러냈고, 슈리와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니 둘 사이에는 모종의 친분이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아마도 이공계 두뇌파라는 공통점이 둘의 관계를 진전시키는 데 일조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루머에 지나지 않지만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시나리오는 네이머의 침공으로 와칸다 전역이 전쟁터가 되고 블랙 팬서의 존재가 간절해지면서 슈리가 새로운 블랙 팬서로 거듭나지만, 스스로 왕위에 오르는 대신 음바쿠에게 왕위를 제안하고 자신의 연구를 계속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시점에서 아이언하트는 영화 속 큰 줄기를 담당한다기보다는 슈리의 조력자격 캐릭터로 등장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실상 아이언하트는 '아이언맨' 역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아이언맨의 하차 이후 아이언하트가 등장했으면 좋겠다는 언급 이후 빠르게 제작이 확정된 바 있으며, 디즈니 플러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아이언하트>로 총 6부작 분량이 내년 이맘때 공개될 예정에 있다.

솔로 무비가 아닌 팀업이나 다른 영화에 먼저 얼굴을 비추고 이후 시리즈를 이어가는 형태의 첫 등장은 MCU에서 늘 있었던 일이니 새로울 건 없지만(블랙 위도우, 스파이더맨, 블랙 팬서 등도 그랬듯) 아이언하트가 와칸다와 어떤 연관을 갖게 될지도 미지수의 영역이다. 원작에서는 크게 관련이 없어서 MCU 오리지널 설정이 주축이 될 가능성이 높다.


'2대 아이언맨'이 아닌 아이언맨과 완전히 무관한 캐릭터

‘인빈시블 아이언 맨’

어떤 시리즈건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계속해서 시작과 동일한 완성도와 퀄리티를 제시하는 건 어렵다. 그리고 초대 아이언맨이자, MCU가 글로벌 거대 프랜차이즈로 성장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토니 스타크였던 만큼 팬들은 새로운 아이언맨 캐릭터보다는 회상 영상으로라도(...) 토니의 모습을 다시 보고 싶어 할 것이다.

거기에 멀티버스 개념이 제시되어 시리즈 전체에 자리 잡은 이상 토니 스타크가 아주 등장하지 못하리라는 법도 없으므로 굳이 아이언맨을 교체했어야 하느냐는 의문도 있기는 하다. 캡틴 아메리카도 같은 시점에 은퇴를 하기는 했지만 그는 캡틴 이전에 스티브 로저스라는 한 인간으로서의 행복을 택했고, 토니는 페퍼와 결혼해 아이를 낳고 이제 막 행복해지려는 순간에 희생해야 했으니 더더욱 안타까움이 있는 탓이다.

일각에서는 어불성설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으나 어쨌든 MCU는 다음 페이즈로 나아가고 있다. 거기에는 이제 원년 라인업이었던 초대 어벤져스는 일견 상징적인 존재로서만 남아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시리즈가 10년이 넘었고, 배우들도 나이가 드는 만큼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언맨과 깊은 관련이 있었던 캐릭터인 아이언하트가 아이언맨과의 연관이 전혀 없는 상태로 등장하는 것에는 어쩐지 미묘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프리랜서 에디터 희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