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조2: 인터내셔날> ‘잭’(다니엘 헤니)

<공조2> 새로운 인물 다니엘 헤니, 범람하는 아재 개그 속 갈 곳을 잃다

어제 본 <공조2:인터내셔날(이하 공조2)> 속 잭(다니엘 헤니)이 내뱉은 몇몇 대사들이 하루가 지나 고아 낸 사골국물처럼 점점 더 진하고 깊어지더니 오늘 아침 출근길 내내 머리에 맴돈다. '영화는 영화일 뿐, '팝콘무비'로의 역할은 다했다'라고 애써 평하기엔 <공조2>의 배우 다니엘 헤니 사용법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공조2>의 플롯은 간단하다. 짠내 나는 생계형 남한 형사 ‘강진태’(유해진), 비현실적인 외모의 엘리트 북한 형사 '림철령'(현빈), 그리고 FBI 소속 해외파 형사 '잭'(다니엘 헤니), 3인이 글로벌 범죄 조직 리더인 '장명준'(진선규)을 잡기 위해 공조하여 총격전부터 맨몸 싸움까지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강진태와 림철령의 포지션은 전편 <공조>에서 보여준 그것과 같기에, 삼각 공조의 한 축을 담당하는 새 인물, '잭'을 그려낸 다니엘 헤니에 시선이 먼저 간다. 고백하자면 나는 그의 오랜 팬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기대는 강력한 아재개그의 범람 속 웃음 포인트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동공이 흔들리는 사이, 이내 갈지자로 저 멀리, 아주 멀리 떠내려가 버렸다.

'다니엘 헤니 이렇게 쓰실 거면 저 주세요'.

잭은 남한 형사 '진태(유해진)'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너 뭐야? 호빗이야? 앤트맨이야' 라는 뜬금포를 날린다. 영화 속 대사에 외모 비하가 들어갔다고 '지적질'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 비하는 제일 고급 유머에요' 라는 드라마 속 대사도 있지 않았는가. 우리는 종종 나를 낮추고, 상대를 돌려깎아대며 웃기도 한다.

<극한직업>에서 치킨집 옆 건물 아줌마 신신애는 마봉팔(진선규)을 범죄자로 오인하며 '내 이럴 줄 알았어. 요상허게 생겨갖고'라는 비수를 날린다. 이에 마봉팔은 '아줌마! 나 그정돈 아니야!'라며 억울한 포효를 내지른다. 잘 쓰여진 대사들과 캐릭터들간의 촘촘한 합은 '요성허게 생겨갖고'라는 대사에 당위를 실어주며, 관객들은 마음 편하게 웃을 수 있다. 비하가 유머가 되는 순간이다.

'내 이럴 줄 알았어. 요상허게 생겨갖고.'는 애드리브였다. 진선규배우님 상처 많이 받았다고.

맥락도, 재미도, 임팩트도 없는 "너 호빗이야?"

미국인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태도와 직설적인 표현 방식을 고려해 넣은 장면이라는 감독의 인터뷰를 찾아보니 왜 이런 썰렁한 대사를 감독은 용인했는지 이해가 된다. 자신감과 무례함이 가진 간극으로 관객들은 어색함을 느꼈을 것이고. 첫 만남에 맥락 없이 '너, 호빗이야? (라고 쓰고 루저라 읽는다)'라고 묻는 것은 재미도, 감독이 의도했던 영화적 임팩트도 전달하지 못한다.

이 외에도 웃길 의도로 쓴 대사 같은데, 웃음이 나오지 않아 진땀 나는 순간이 몇몇 있었다. '나 빠른 82. 내가 형이지?', '러시아어는 여자 꼬실 때 사용하는 것과 욕밖에 모른다' 등 항마력 딸리는 아재개그, 유치한 남자들의 자존심 싸움과 소주를 통한 봉합은 ‘영화는 영화다!’를 외치며 백번 넘어간다 해도 '라떼는 말이야~'하고 강진태의 가족인 세 여성에 둘러싸여 러닝셔츠를 입고 자신의 화려했던 과거사를 이야기하는 다니엘 헤니에 이르렀을 때 나는 차라리 눈을 감았다.

공조2: 인터내셔'날'

<공조2>가 그려낸 인터내셔'날', 예상했지만 못내 아쉽다

인터내셔날이 '인터내셔널'이 아닌 이유가 있다. 조금 촌스럽더라도, 쉽고, 예측 가능한, 상업 오락영화를 만들겠다는 것이 애초 영화의 의도였고, 1990년대 코믹 액션 블록버스터 스타일로 정면 승부하겠다는 영화의 목적은 600만 관객의 선택으로 '초과' 달성 된 듯하다.

영화관을 찾기 전부터 비현실적인 외모와 전능한 능력을 지닌 무뚝뚝한 북한 형사와 그와는 정반대인 짠내 나는 생계형 남한 형사가 벌이는 좌충우돌 브로맨스, 전형적 '버디캅' 무비임을 알고 있었지 않았냐고, 절대악에 맞서 멋진 싸움판을 곁들이며 웃어보자는 영화를 두고 심각한 것도 병이다라고 나를 다독여 본다.

하지만 ‘인터내셔날'이라는 부제를 달고 다니엘 헤니를 삼각공조의 한 축으로 끼워 넣었을 때는 나름의 구상이라는 것이 있었을텐데, 잘생긴 '검은머리 외국인'의 90년대식 고정관념에서 단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듯한 캐릭터 설정은 다니엘 헤니를 엮음으로서 영화가 인터내셔'널'하게 조금 더 진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봉합하고 쉬운 길을 선택한 것 같아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공조2> 다니엘 헤니

<공조2> 다니엘 헤니 포함 현빈, 유해진, 장영남 등 배우들의 합만은 최고!

허술하게 얼기설기 쌓아 놓은 스토리와 클리셰로 가득 찬 전개 속에도 관객 시선을 붙들어 매는 것은 역시 배우다. 17년 전 2005년,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비주얼 쇼크 안겨주며 해성처럼 등장한 다니엘 헤니. 영화 속 다니엘 헤니는 여전히 빛난다. <공조2>에서 FBI 조끼 안에 겹쳐 입은 흰색 와이셔츠 차림은 <크리미널 마인드> 속 ' 맷 시몬스'를 떠올리게 하고, 세월이 묻어나 웃을 때 자연스레 지는 눈주름은 앞으로 그가 연기할 더 깊어질 인물들을 고대하게 만든다.

다니엘 헤니 뿐만이 아니다. <공조> 그리고 <사랑의 불시착>으로 이어진 북한인 역할을 훌륭히 소화한 현빈은 이제 국적이 헷갈릴 정도고, 단 한번도 어설프게 웃기려 하지 않은, 관객을 눈속임하지 않은 연기로 부동의 신뢰를 구축한 명불허전 유해진의 연기는 말하자면 입만 아프다. 엉뚱하고 뻔뻔한 매력 내뿜으며 포스터의 한 면을 차지할 정도로 늘어난 비중을 훌륭히 소화해 낸 임윤아, 늘어난 집 평수만큼 챙길것 많아 길어진 생활인의 잔소리도 장영남이 하면 밉지 않다. 5년 만에 폭풍성장하여 돌아온 배우 박민하에 이르면 진태(유해진)의 가족을 중심으로 구축된 공고한 <공조>의 세계관은 벌써 <공조3>를 기대하게 만든다.

다니엘 헤니+강아지=반칙

<공조2>의 선택은 옳았지만, <공조3>는 '팝콘무비'라는 게으른 프레임 내던져야

2022년 벡델데이 행사에서 <헤어질 결심><아가씨>등을 쓴 정서경 작가는 충무로에 작가가 없어진 현실을 지적하며 그 결과를 꼬집는다. '작가의 실종' 속 비슷 비슷한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범람하고 결과적으로 영화의 다양성은 저해됐다는 것. 드라마 제작자들이 '어떤 이야기가 하고 싶냐'라고 작가에게 묻는 것처럼 영화계도 작가에게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냐고 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관점의 영화는 나오기 힘들 것이며, 다양성과 참신함 없는 영화를 관객은 종국에 외면할 것이다.

도전적이고 새롭기보다는 안정적이고 익숙한 길을 택한 2022년의 <공조2>의 선택은 옳았다. 하지만 만약 다시 5년 뒤, <공조3>이 나온다면, 그것은 하품 나올 클리셰를 적절히 잘 이용한 영리한 작품이어야 할 것이다. 독창적인 연출, 개연성있는 서사 그리고 분명한 메시지가 추가된다면 익숙한 것도 관객들은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지금처럼 '추석 영화', '팝콘무비'라는 게으른 프레임 안에 포섭돼 낡고 틀에 박힌 비유를 계속해서는 관객은 ‘먹어봤자 내가 아는 그 맛’이라며 다이어트를 선언해 버릴지도 모른다.


문화기획자 하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