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 메인 예고편
배우 김명민의 신작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는 착한 영화입니다. 모범 경찰 출신이지만 이제는 돈만 좇는 브로커가 된 필재(김명민)가 억울한 사연을 가진 사형수로부터 편지를 받게 되면서 정의를 구현하는 이야기입니다. 코미디와 드라마가 고루 녹아 있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는 첫 영화 <소름> 이후 16년간 김명민이 보여준 연기 스펙트럼을 전부 아우르는 작품이라 할 만합니다. 그가 지금까지 선보인 연기의 굵직한 순간을 곱씹어보고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를 만난다면 한층 더 재미있는 감상이 될 것입니다.
파괴된 사나이
<소름>(2001)의 용현
김명민은 오랫동안 무명이었습니다. 여러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존재감은 미미했죠. 2000년대에 들어 상황은 바뀌었습니다. 드라마 <뜨거운 것이 좋아>, <아버지와 아들>에서 주연으로 활약한 데 이어, 이듬해 윤종찬 감독의 <소름>(2001)에서는 장진영과 함께 주인공으로 발탁됩니다.
<소름>의 용현은 가진 게 없는 사내입니다. 보기만 해도 귀기가 흐르는 미금아파트로 이사 온 그는 친구도 가족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 아파트에서 남편에게 매 맞는 선영(장진영)을 만납니다. 말 못할 과거를 품고 있는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의지하고 되고, 사랑에 빠집니다. 하지만 <소름>에 흔히 떠올리는 로맨스 같은 건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상처를 보듬으면서 가까워진 두 사람은 결국 그 상처로 인해 파국으로 향합니다. 그렇게 서서히 용현은 괴물 같은 면모를 드러냅니다.
흔히 <소름>은 장진영의 영화로 기억되긴 하지만, 김명민의 연기 역시 그녀에게 손색이 없을 만큼 대단합니다. 당시 20대였던 그의 에너지는 폭발적입니다. 가히 한국영화 사상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인 후반부 모텔 롱테이크의 파괴력은 김명민이 아니었다면 탄생하지 못했을 장면입니다.
<소름>(2001)의 용현
김명민은 오랫동안 무명이었습니다. 여러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존재감은 미미했죠. 2000년대에 들어 상황은 바뀌었습니다. 드라마 <뜨거운 것이 좋아>, <아버지와 아들>에서 주연으로 활약한 데 이어, 이듬해 윤종찬 감독의 <소름>(2001)에서는 장진영과 함께 주인공으로 발탁됩니다.
<소름>의 용현은 가진 게 없는 사내입니다. 보기만 해도 귀기가 흐르는 미금아파트로 이사 온 그는 친구도 가족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 아파트에서 남편에게 매 맞는 선영(장진영)을 만납니다. 말 못할 과거를 품고 있는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의지하고 되고, 사랑에 빠집니다. 하지만 <소름>에 흔히 떠올리는 로맨스 같은 건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상처를 보듬으면서 가까워진 두 사람은 결국 그 상처로 인해 파국으로 향합니다. 그렇게 서서히 용현은 괴물 같은 면모를 드러냅니다.
흔히 <소름>은 장진영의 영화로 기억되긴 하지만, 김명민의 연기 역시 그녀에게 손색이 없을 만큼 대단합니다. 당시 20대였던 그의 에너지는 폭발적입니다. 가히 한국영화 사상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인 후반부 모텔 롱테이크의 파괴력은 김명민이 아니었다면 탄생하지 못했을 장면입니다.
고통의 현현
<내 사랑 내 곁에>(2009)의 종우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2004)의 이순신, <하얀 거탑>(2007)의 장준혁, <베토벤 바이러스>(2008)의 강마에를 거치며 김명민은 자타공인 최고 배우의 반열에 오릅니다.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던 그가 차기작으로 선택한 영화가 바로 <내 사랑 내 곁에>였습니다.
영화에서 김명민은 루게릭병을 앓는 환자를 연기합니다. 원체 드라마틱한 연기에 능하다는 것이 익히 알려진 배우라 그 선택은 일견 당연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점점 물이 오르는 행보 중 정점까지 도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을 테니까요. 근육이 점점 줄어드는 루게릭병 환자 배역을 맡았기 때문에, 연기 잘하는 배우의 흔한 코스이기도 한 ‘극한의 체중조절’은 필수였죠. 무려 20kg를 감량해 만들어낸 앙상한 몰골이 대번에 배우의 고생을 드러냅니다.
이같은 극한의 변화를 화제를 모으기 위한 전략이라고만 치부하기에는 <내 사랑 내 곁에>의 장점이 너무 많습니다. 김명민은 병자의 육체적인 고통을 완벽하게 보여줌은 물론이고, 병간호를 하는 아내 지수(하지원)에게 미안해하며 망가져가는 자신의 몸을 원망하는 마음까지 표현합니다. 다소 신파조로 흐른 영화 자체에 대한 평은 갈렸지만, 노력이 완연한 김명민의 연기에는 호평이 쏟아졌습니다. 이 작품으로 김명민은 대종상과 청룡영화상 모두 남우주연상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합니다.
<내 사랑 내 곁에>(2009)의 종우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2004)의 이순신, <하얀 거탑>(2007)의 장준혁, <베토벤 바이러스>(2008)의 강마에를 거치며 김명민은 자타공인 최고 배우의 반열에 오릅니다.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던 그가 차기작으로 선택한 영화가 바로 <내 사랑 내 곁에>였습니다.
영화에서 김명민은 루게릭병을 앓는 환자를 연기합니다. 원체 드라마틱한 연기에 능하다는 것이 익히 알려진 배우라 그 선택은 일견 당연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점점 물이 오르는 행보 중 정점까지 도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을 테니까요. 근육이 점점 줄어드는 루게릭병 환자 배역을 맡았기 때문에, 연기 잘하는 배우의 흔한 코스이기도 한 ‘극한의 체중조절’은 필수였죠. 무려 20kg를 감량해 만들어낸 앙상한 몰골이 대번에 배우의 고생을 드러냅니다.
이같은 극한의 변화를 화제를 모으기 위한 전략이라고만 치부하기에는 <내 사랑 내 곁에>의 장점이 너무 많습니다. 김명민은 병자의 육체적인 고통을 완벽하게 보여줌은 물론이고, 병간호를 하는 아내 지수(하지원)에게 미안해하며 망가져가는 자신의 몸을 원망하는 마음까지 표현합니다. 다소 신파조로 흐른 영화 자체에 대한 평은 갈렸지만, 노력이 완연한 김명민의 연기에는 호평이 쏟아졌습니다. 이 작품으로 김명민은 대종상과 청룡영화상 모두 남우주연상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합니다.
성공적인 변신
코미디<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2010),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2015)의 김민
진지한 배우. 김명민 하면 먼저 떠올리게 되는 이미지입니다. 작품 하나하나에 들이는 공도 공이지만, 그가 연기한 캐릭터들은 도통 웃는 모습을 보기 어려운 사람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제목부터 강렬한 <파괴된 사나이>(2010)에 이어 선택한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은 그런 고정관념을 일거에 무너트린 작품입니다. <달려라 울엄마>(2003) <올드 미스 다이어리>(2004) 등 푸근한 유머가 가득한 드라마를 만들어온 김석윤 감독의 영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은 김명민이 연기 변신을 꾀하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을 갖췄습니다. 겉으로는 코미디를 표방하되, 거기서 멈추지 않고 잔잔한 감동까지 ‘적절히’ 안겨주죠. 뾰족하게 가다듬은 콧수염과 놀랄 때 빼고는 시종 게슴츠레한 눈, 명탐정 김민은 보란 듯 코믹한 이미지를 자랑합니다. 사건을 해결할 때 뿜어져 나오는 사려깊은 면모도 빼놓을 수 없어요.
코미디를 능숙하게 소화할 수 있는 배우야말로 정말 고수라고 했던가요? 김명민은 생애 첫 코미디로 능히 자신의 폭넓은 연기 폭을 증명해냅니다. 슬랩스틱과 만담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영화 속 콤비 오달수와의 케미가 특히 쏠쏠하죠. 대중 역시 김명민의 변신에 손을 들어줬습니다. 480만 명을 동원, 그해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4위를 기록한 영화는 이름값에 비해 흥행 성적은 아쉬웠던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높은 흥행 성적을 남겼습니다. 이와 같은 성공에 힘입어 속편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도 제작됐고, 이 작품 역시 준수한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코미디<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2010),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2015)의 김민
진지한 배우. 김명민 하면 먼저 떠올리게 되는 이미지입니다. 작품 하나하나에 들이는 공도 공이지만, 그가 연기한 캐릭터들은 도통 웃는 모습을 보기 어려운 사람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제목부터 강렬한 <파괴된 사나이>(2010)에 이어 선택한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은 그런 고정관념을 일거에 무너트린 작품입니다. <달려라 울엄마>(2003) <올드 미스 다이어리>(2004) 등 푸근한 유머가 가득한 드라마를 만들어온 김석윤 감독의 영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은 김명민이 연기 변신을 꾀하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을 갖췄습니다. 겉으로는 코미디를 표방하되, 거기서 멈추지 않고 잔잔한 감동까지 ‘적절히’ 안겨주죠. 뾰족하게 가다듬은 콧수염과 놀랄 때 빼고는 시종 게슴츠레한 눈, 명탐정 김민은 보란 듯 코믹한 이미지를 자랑합니다. 사건을 해결할 때 뿜어져 나오는 사려깊은 면모도 빼놓을 수 없어요.
코미디를 능숙하게 소화할 수 있는 배우야말로 정말 고수라고 했던가요? 김명민은 생애 첫 코미디로 능히 자신의 폭넓은 연기 폭을 증명해냅니다. 슬랩스틱과 만담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영화 속 콤비 오달수와의 케미가 특히 쏠쏠하죠. 대중 역시 김명민의 변신에 손을 들어줬습니다. 480만 명을 동원, 그해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4위를 기록한 영화는 이름값에 비해 흥행 성적은 아쉬웠던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높은 흥행 성적을 남겼습니다. 이와 같은 성공에 힘입어 속편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도 제작됐고, 이 작품 역시 준수한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절제를 찾다
<페이스 메이커>(2012)의 만호
<페이스 메이커>의 만호는 마라토너입니다. 하지만 42.195km를 달리지 않습니다. 주력 마라토너를 위해 30km만 뛰어야 하는 페이스 메이커이기 때문이죠. 영화 <페이스 메이커>는 평생 남에게 가려진 삶을 살았던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마라톤과 불치병 모두 인간이 느끼는 고통을 시험하기 때문일까요, 만호는 어쩐지 <내 사랑 내 곁에>의 종우와 닮아 보입니다. 하관변형으로 인해 도드라지는 치아, 구부정한 자세 등 범상치 않은 외모 역시 기시감에 한몫 합니다. 작품을 위해 모든 걸 바쳐 ‘연기 구도자’로 불리는 김명민은 척추가 휜 주만호 캐릭터의 디테일을 한껏 살려 연기했습니다.
만호가 고난을 딛고 성공을 쟁취해나간다는 감동적인 서사에 불구하고 <페이스 메이커>의 김명민은 ‘예상외로’ 정적입니다. 보통 김명민에게서 과잉을 발견하기 십상이었다면 <페이스 메이커>는 김명민의 절제를 소개합니다. 늘 해오던 대로 편히 갈 수 있는 이점을 포기하고 낯선 영역에 도전하며 조성한 긴장 덕분에 이야기 자체의 통속성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었죠. 영화 속 만호처럼, 김명민 역시 멈추지 않았습니다. 2012년 1월 개봉한 <페이스 메이커> 이후 그는 그 해 영화 <연가시>와 <간첩>, 드라마 <드라마와 제왕>까지 네 작품을 내리 발표하는 괴력을 보여줬습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부장
<페이스 메이커>(2012)의 만호
<페이스 메이커>의 만호는 마라토너입니다. 하지만 42.195km를 달리지 않습니다. 주력 마라토너를 위해 30km만 뛰어야 하는 페이스 메이커이기 때문이죠. 영화 <페이스 메이커>는 평생 남에게 가려진 삶을 살았던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마라톤과 불치병 모두 인간이 느끼는 고통을 시험하기 때문일까요, 만호는 어쩐지 <내 사랑 내 곁에>의 종우와 닮아 보입니다. 하관변형으로 인해 도드라지는 치아, 구부정한 자세 등 범상치 않은 외모 역시 기시감에 한몫 합니다. 작품을 위해 모든 걸 바쳐 ‘연기 구도자’로 불리는 김명민은 척추가 휜 주만호 캐릭터의 디테일을 한껏 살려 연기했습니다.
만호가 고난을 딛고 성공을 쟁취해나간다는 감동적인 서사에 불구하고 <페이스 메이커>의 김명민은 ‘예상외로’ 정적입니다. 보통 김명민에게서 과잉을 발견하기 십상이었다면 <페이스 메이커>는 김명민의 절제를 소개합니다. 늘 해오던 대로 편히 갈 수 있는 이점을 포기하고 낯선 영역에 도전하며 조성한 긴장 덕분에 이야기 자체의 통속성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었죠. 영화 속 만호처럼, 김명민 역시 멈추지 않았습니다. 2012년 1월 개봉한 <페이스 메이커> 이후 그는 그 해 영화 <연가시>와 <간첩>, 드라마 <드라마와 제왕>까지 네 작품을 내리 발표하는 괴력을 보여줬습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