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신작 <모아나>가 1월 12일 개봉했습니다.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가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도 좋지만,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상징과도 같은 음악도 매력에 크게 한몫을 하고 있는데요. <모아나> 개봉을 기념하면서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아름답게 수놓은 음악들 10개를 뽑아봤습니다.


피노키오

Pinocchio, 1940

"When You Wish upon a Star"

by Cliff Edwards

<피노키오>는 디즈니 초기 걸작으로 알려진 <판타지아>(1940)보다 9개월 먼저 공개된 작품입니다. 피노키오라는 캐릭터 자체는 익숙해도 1940년에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라면 괜히 좀 낯설게 보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노래 "When You Wish upon a Star"는 듣자마자 아~ 하는 탄성이 터져나올 듯합니다. 디즈니 로고가 뜰 때 흐르는 그 멜로디가 바로 이 곡의 것이거든요. 오프닝 크레딧과 함께 깔리는 이 곡은, 사랑스러운 귀뚜라미 지미 크리켓의 목소리를 연기한 클리프 에드워즈의 넉넉한 목소리와 그 주변을 감싸는 코러스들로 단 2분 만에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피노키오>는 당시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과 오리지널 스코어상을 받았고, "When You Wish upon a Star"는 일본과 북유럽 국가들에서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노래가 됐죠.


인어공주

The Little Mermaid, 1989

"Under the Sea"

by Samuel E. Wright

<인어공주>는 90년대를 화려하게 수놓을 디즈니 애니메이션 황금기의 신호탄 같은 작품입니다. 이야기, 이미지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지만, 최고의 공은 아마 음악을 맡은 앨런 멘켄에게 돌아야 할 것입니다. 인간이 되고픈 아리엘의 마음이 담긴 'Part Of Your World', 아리엘에게 키스할지 갈팡질팡 하는 에릭을 부추기며 세바스찬이 부르는 발라드 'Kiss the Girl' 등 <인어공주>에는 수많은 명곡들이 즐비하지만, 아무래도 가장 인상 깊은 건 'Under the Sea'가 아닐까 합니다. 'Kiss the Girl'과 마찬가지로, 재간둥이 가재 세바스찬 역의 새뮤얼 E. 라이트가 부른 이 노래는, 에릭을 사랑하는 아리엘이 바다를 떠나지 못하도록 설득하는 장면에서 쓰였죠. 초반부터 경쾌하게 터지는 마림바 소리가 바다의 신비한 이미지를 수식합니다. 너무 합이 잘 맞는 나머지, 이제는 바닷속 풍경만 보면 마림바 소리가 울리는 것만 같죠. 라이트의 장난스러운 음성과 다양한 소리들은 바다의 온갖 동물들이 노래, 연주한다는 설정과 철썩같이 들어맞습니다. 'Under the Sea'는 함께 후보에 오른 'Part of Your World'와 'Kiss the Girl'을 제치고 오스카 주제가상의 주인공이 됐죠.


미녀와 야수

Beauty and the Beast, 1991

"Beauty and the Beast"

by Angela Lansbury / Celine Dion & Peabo Bryson

<미녀와 야수>의 OST에서 가장 귀에 선명하게 박히는 존재는, 포츠 부인(주전자) 역의 안젤라 란스베리입니다. 궁전의 집기들이 부르는 노래 'Be Our Guest'와 더불어 메인 테마곡 'Beauty and the Beast'까지 그녀의 목소리가 돋보입니다.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 <미녀와 야수>에 합류한 그녀는, 자신의 나이든 목소리 때문에 노래를 녹음할지 망설였다고 하는데요. 우려와는 달리 그녀는 단 한번의 테이크로 완벽하게 <미녀와 야수>가 표방하는 사랑의 무궁무진한 가치를 고스란히 전달했습니다.셀린 디온과 피보 브라이슨이 듀엣으로 부른 팝 버전 역시 OST에서 싱글 컷 되어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알라딘

Aladdin, 1992

"A Whole New World"

by Brad Kane & Lea Salonga

앨런 멘켄의 음악이 지닌 힘은, 스크린에 펼쳐지는 이미지가 주는 감동을 극대화시켜준다는 점입니다. 극장 문을 나선 후에도 노래의 짤막한 멜로디만 듣고도 그 장면과 그 안에 서린 감정이 고스란히 펼쳐지는 것 같죠. <알라딘> 속 'A Whole New World'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알라딘과 재스민이 양탄자를 타고 나누는 세레나데가 한밤에 세계를 횡단하는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죠. 브래드 케인의 파트에 이어, 레아 살롱가의 청아한 목소리가 "a whole new world~" 하고 들어올 때 밀려드는 소름, 영화를 봤다면 다들 느껴보셨을 겁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을 세상이 그냥 지나쳤을 리 없죠. 대항마였던 <보디가드>(1992)를 꺾고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에서 주제가상을, 94년 그래미에서 '올해의 노래'를 수상했습니다.


라이온 킹

The Lion King, 1994

"Circle of Life"

by Carmen Twillie & Lebo M. / Elton John

<라이온 킹>의 사운드트랙엔 두 거장의 이름이 눈에 띕니다. 한스 짐머와 엘튼 존이 그 주인공입니다.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등을 거쳐 한창 물이 오른 디즈니의 야심작인 만큼, 한스 짐머는 오리지널 스코어를, 엘튼 존은 '노래'를 각자 분담해 만들었습니다. 음악이 범상치 않을 거란 건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알게 됩니다. 엘튼 존이 작곡한 'Circle of Life'가 포문을 열기 때문입니다. 아프리카 주문 같은 레보 M.의 외침이 이목을 끌고, 화면에서 대자연에서 벗하며 살아가는 동물들의 일상들과 함께, 카르멘 트와일리의 단단한 목소리가 얹어지면서 노래의 스케일은 점차 커지기 시작합니다. 트와일리의 보컬, 주문처럼 맴도는 코러스, 둔탁하게 리듬을 이끄는 타악기 소리가 어우러지는 가운데, 라피키가 심바를 저 하늘을 향해 들어올리면서 노래는 정점을 향해가죠. 'Circle of Life'는 물론 엘튼 존이 부른 아름다운 발라드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두 곡 중 어떤 곡을 선택할지 정말 고민 많이 했습니다) 등 명곡들로 가득한 <라이온 킹> 사운드트랙은, 역사 상 가장 많이 팔린 애니메이션 OST로 기록됐죠. <라이온 킹>은 영화로 보나 음악으로 보나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정점입니다.


포카혼타스

Pocahontas, 1995

"Colors of the Wind"

by Judy Kuhn / Vanessa Williams

또 다시 앨런 멘켄입니다. 엘튼 존과 한스 짐머의 <라이온 킹> 다음, 그는 <포카혼타스>로 돌아와 디즈니의 마술사로서 기량을 유감 없이 뽐냅니다. 이 시기 디즈니 OST와 마찬가지로, <포카혼타스>에도 많은 노래들이 있지만, 역시 그 정수는 'Colors of the Wind'라는 데엔 이견이 없을 듯합니다. 거의 처음으로 유색 인종이 단독 주인공으로서 활약하는 작품인 만큼, '다양성'을 존중하는 가치에 대한 노랫말이 아주 인상적인 곡입니다. 멘켄이 만든 다른 노래들보다 더욱 긴박한 리듬을 자랑하는 이 곡은, 두 주인공 포카혼타스와 존이 대자연을 누비며 목격하는 풍경들이 화려하게 펼쳐집니다. 포카혼타스의 목소리 연기는 아이린 베다드가 맡았지만, 이 노래는 주디 쿤이 불렀습니다. 오리지널만큼이나 바네사 윌리엄스의 팝 버전도 크게 히트 했습니다. 그리고... 말 안 해도 이젠 아시겠죠? 아카데미 주제가상 탔습니다.


뮬란

Mulan, 1998

"Reflection"

by Lea Salonga / Christina Aguilera

자신의 정체성에 혼돈을 느끼는 뮬란의 심경을 그린 'Reflection'. 알라딘의 재스민을 연기했던 레아 살롱가가 다시 한번 걸출한 노래를 선보였는데요.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당시에는 완전 신인이었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였습니다.<미녀와 야수> 때부터 관습처럼 자리잡은 '팝 버전'을 부른 아길레라는 곧장 거대 레이블 RCA와 계약을 맺고, 이듬해 싱글 3곡을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리는 솔로 앨범을 발표해 무려 2천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는 빅스타가 됩니다. 홍콩에서는 코코 리, 한국에서는 박정현이 부른 버전들이 OST에 수록되기도 했죠.


타잔

Tarzan, 1999

"Strangers Like Me"

by Phil Collins

<타잔>의 사운드트랙은 에디터 '개취'로 선정했습니다. 바로 가수 필 콜린스가 음악을 맡았기 때문입니다. 멘켄이 디즈니를 비운 자리에 들어온 콜린스는 전에 선보이지 않았던 소리를 활용합니다. 적극적으로 배치된 전자음은 정글을 자유롭게 누비는 타잔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대변했습니다. 'Son of Man'과 함께 <타잔>의 명곡으로 손꼽히는 'Strangers Like Me'는 영화 속에서 가장 박진감 넘치는 곡이죠. 아무래도 타잔과 벗하며 사는 정글의 생명체들을 쭈욱 보여주는 이미지들과 어우러져 멘켄의 우아한 음악과는 결이 다른 디즈니의 명 사운드트랙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라푼젤

Tangled, 2010

"I See the Light"

by Mandy Moore & Zachary Levi

<타잔>과 함께 90년대를 마무리한 디즈니는 이후 10년 간 긴 침체기에 빠집니다. 화려했던 90년대가 무색할 만큼 기억에 남을 만한 작품이 없었죠. 그런 침체기를 깨부순 게 바로 2010년 <라푼젤>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라푼젤>의 음악을 바로 앨런 멘켄이 맡았다는 사실입니다. 마치 멘켄이 없는 디즈니는 완전할 수 없다는 걸 증명하는 것 같았죠. 굳세고 자립적인 우리의 주인공 라푼젤 역은 이미 가수와 영화배우로 널리 알려진 맨디 무어였습니다. 연기와 노래 모두 되는 무어는 라푼젤의 감정이 하나하나 배어 있는 노래를 능수능란하게 소화했죠. 'I See the Light'는 명실공히 <라푼젤> 사운드트랙을 대표하는 곡입니다. 배경을 한가득 채운 불빛 아래서 맨디 무어와 재커리 레비가 만들어가는 세레나데는 '한폭의 그림' 같았죠.


겨울왕국

Frozen, 2013

"Let It Go"

by Idina Menzel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레리꼬.. 아니, 'Let It Go'입니다. <라푼젤>을 기점으로 서서히 움츠렸던 기세를 펴던 디즈니는 <겨울왕국>의 대박으로 단숨에 왕좌의 여유를 되찾았습니다. 애나와 엘사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도 좋지만, 무엇보다 엘사 역의 이디나 멘젤이 부른 'Let It Go' 한 곡의 힘이 정말 어마어마했죠. 북미뿐만 아니라 전세계 모든 국가의 박스오피스를 휩쓸었기 때문에, 이 노래는 수많은 국가에서 리메이크 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뮤지컬 배우 박혜나와 시스타의 효린이 '다 잊어' 라는 번역으로 불렀죠. 에디터 개인적으로는 일본의 마츠 타카코가 한 버전을 참 좋아합니다. 독자 분들은 다들 들어보시길!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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