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열렸다. 흔히 골든글로브 수상은 그 다음달에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의 결과의 바로미터로 불린다. 2003년부터 2022년까지 지난 20년간 골든글로브와 오스카의 주요 부문 수상 결과가 얼마나 일치했나 살펴보면서, 이번 오스카 수상작을 점쳐 보도록 하자.


작품상

9/20

<더 파벨만스> / <이니셰린의 밴시>

작품상은 주요 부문 가운데 일치도가 단연 낮다. 반타작도 안 된다. 골든글로브가 '드라마'와 '뮤지컬 or 코미디' 두 부문에 작품상을 주는 걸 고려하면 타율은 더 크게 떨어지는 셈. 시상식에서 가장 큰 상인 만큼 '이변'이라는 이슈를 이끌어내기 용이한 것도 영향이 있을 터. 2004년부터 2007년까지는 연속 4년간 어긋났는데, 특히 2005년은 역대 최악의 오스카 작품상으로 손꼽히는 해다.

골든글로브가 <브로크백 마운틴>과 <앙코르>에 시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오스카는 골든글로브 후보에도 오르지 못한 태작 <크래쉬>에 작품상을 줬다. 2016년부터 작년까지는 짝수 해에만 결과가 달랐다. <1917>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손을 들어준 골든글로브 대신, 오스카는 <기생충>에 작품상을 준 게 2020년이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쉰들러 리스트> 이후 29년 만에 두 번째 작품상을 가져갈지, 5년 전 <쓰리 빌보드>로 고배를 마신 마틴 맥도나의 신작 <이니셰린의 밴시>가 수상할지, 모두 가능성은 팽팽하다.


여우주연상

18/20

<타르> 케이트 블란쳇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양자경

반면 여우주연상은 90%에 달한다. 골든글로브와 오스카의 선택이 단 두 해를 제외하고 같았는데, 공교롭게도 그게 딱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2021년 2022년이다. 재작년 골든글로브의 선택이 <빌리 할리데이>의 안드라 데이와 <퍼펙트 데이>의 로자먼드 파이크였다면, 오스카는 <노매드랜드>의 프랜시스 맥도먼드에게 세 번째 여우주연상을 안겨주고야 말았다.

작년 골든글로브는 <리카르도 가족으로 산다는 것>의 니콜 키드먼과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레이첼 지글러를 지목한 것과 달리, <타미 페이의 눈>에서 실존인물 타미 페이를 연기한 제시카 차스테인이 첫 오스카를 가져갔다. 대단한 이변이 없다면 오스카 역시 마찬가지로 <타르>의 케이트 블란쳇과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양자경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이다. 블란쳇이 <블루 재스민> 이후 9년 만에 두 번째 오스카를 가져가는 것도 좋지만, 양자경이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첫 아시아 배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더 크다.


남우주연상

17/20

<엘비스> 오스틴 버틀러

<이니셰린의 밴시> 콜린 패럴

남우주연상 역시 20년 중 17년이 일치했으니 확률이 높은 편이다. 게다가 그 17번 중 15번이 ('뮤지컬 or 코미디'가 아닌) '드라마' 부문의 수상자라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골든글로브와 일치하지 않았던 오스카 수상자는 2003년 <피아니스트>의 애드리언 브로디, 2009년 <밀크>의 숀 펜, 그리고 2021년 <더 파더>의 앤토니 홉킨스였다. 펜과 홉킨스는 두 번째 오스카였다. 올해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은 <엘비스>의 오스틴 버틀러와 <이니셰린의 밴시>의 콜린 패럴 모두 아직까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던 배우들이다.

오스카가 유독 실존인물을 연기한 배우에게 후하다는 점을 보자면 오스틴 버틀러인데, 커리어 사상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다는 평과 함께 이미 베니스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콜린 패럴의 가능성도 상당하다. 골든글로브에서 수상하지 못했지만 <더 웨일>의 브랜든 프레이저 역시 수상이 유력한 배우로 손꼽힌다.


감독상

12/20

골든글로브 감독상은 작품상과 주연상과 달리 '드라마'와 '뮤지컬 or 코미디' 두 분야로 나누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20년 중 12년으로, 주연상에 비해 일치도가 퍽 낮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은 연속으로 감독상 수상자가 빗나간 덕분에(?) <허트 로커>(2009)의 캐스린 비글로와 <킹스 스피치>(2010)의 톰 후퍼가 오스카 감독상을 받는 최고/최악의 수상 결과가 나기도 했다.

올해 골든글로브 감독상은 <죠스>로 데뷔하고 47년 만에 처음 자전적인 영화 <더 파벨만스>를 연출한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돌아갔다. 1993년 <쉰들러 리스트>와 1999년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이은 세 번째 수상. 스필버그는 <쉰들러 리스트>와 <라이언 일병 구하기>로 오스카 감독상을 받은 바 있는데, 올해 그가 세 번째 오스카 감독상 트로피를 가져갈 가능성도 적잖아 뵌다.


외국어영화상

9/20

<아르헨티나, 1985>

한국영화의 저변이 세계로 뻗어나가면서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의 외국어영화상도 충분히 기대할 만한 부문이 됐다. 외국어영화상 역시 골든글로브와 오스카의 선택이 많이 갈리는 부문이다. 작품상과 마찬가지로, 지난 20년 동안 9번만 일치했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는 단 한해만(2005년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씨 인사이드>)를 제외하고 계속 다른 결과를 냈다.

가장 최근에 달랐던 경우는 재작년. 골든글로브가 미국 영화 <미나리>를 대사가 한국어로 이루어졌다는 이유로 외국어영화상으로 분류하고 오스카는 포함시키지 않아 생긴 결과였다. 이번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은 1985년 아르헨티나 준타스 재판 실화를 소재로 한 정치역사물 <아르헨티나 1985>이 수상했는데, 일치도가 낮은 만큼, 해외에서 두루 호평 받은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의 오스카 수상에 대한 기대를 접어두긴 이르다.


각본상

12/20

<이니셰린의 밴시>

골든글로브가 시나리오 관련한 부문을 '각본상' 하나만 진행하는 것과 달리, 오스카는 '각본상'과 '각색상'을 나눈다. 2003년 이래 골든글로브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작품이, 오스카에서도 각색상을 받은 건 아론 소킨이 시나리오를 쓴 <소셜 네트워크>(2010)가 유일하고, 그 외엔 모두 각본상이었다.

올해 골든글로브 각본상 수상작은 작품상과 남우주연상까지 차지한 <이니셰린의 밴시>다. 아일랜드 내전 당시 (가상의) 섬마을 이니셰린에서 오랜 세월을 함께 한 두 친구가 갈등을 겪는 이야기인 <이니셰린의 밴시>는 외딴 섬이라는 한정적인 공간 아래서 개인간의 우정과 아일랜드의 역사를 녹여내는 극작가 출신의 감독 마틴 맥도나의 솜씨가 유감없이 드러난다는 찬사가 쏟아진 작품이다. 이변이 없다면 <이니셰린의 밴시>가 오스카 각본상까지 수상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