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안의 작은 세상.’ 광고 문구가 현실이 되었다. 연락 수단에 그쳤던 휴대전화가 '스마트'해지면서 이제 카메라, 지갑, 게임기의 역할을 수행한다. 깜빡하고 집을 나섰다가 화들짝 놀라며 다시 가지러 간 적도 부지기수. 스마트폰은 문자 그대로 우리의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런 스마트폰이 목숨을 위협하는 덫이 된다면? 이번 주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타인의 손에 넘어간 스마트폰이 주인공의 목을 죄어 오면서 벌어지는 혼돈을 그린다. 스마트폰으로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더욱 간담이 서늘해지는 이야기다. 이외에 누아르 스릴러 <샤퍼>, 복고풍 SF 드라마 <헬로 투모로우!> 등이 공개된다.
샤퍼(Sharper)
스트리밍: 애플 TV+
공개일: 2/17(금) / 15세 관람가, 116분
출연: 줄리안 무어, 세바스찬 스탠, 저스티스 스미스, 브리아나 미들턴
#누아르 #스릴러 #의심 #로맨스
영화 <샤퍼>는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의 아슬아슬한 게임을 그린다. 제목 ‘샤퍼’는 속임수를 부리는 도박꾼을 지칭한다. 화려한 맨해튼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영화의 중심에는 맥스(세바스찬 스탠)와 매들린(줄리안 무어)이 있다. 아름답고 우아한 매들린과 사고뭉치 아들 맥스. 어딘가 이질적인 둘은 사실 가족이 아니라 2인조 사기단으로 억만장자 리차드 홉스(존 리스고)를 노린다. 매들린이 미인계로 리차드를 유혹하면 맥스가 조용히 사는 대가로 돈을 요구할 계획을 세웠다. 여기에 맥스에게 고용된 산드라와 리차드의 외아들 톰이 판을 키운다. 전과자인 산드라는 톰에게 접근해 연심을 사려 노력한다. 그러나 철저히 계산적으로 접근한 맥스, 매들린과 달리 산드라는 톰에게 사랑을 느끼면서 완벽히 설계된 게임에 변수를 만들어낸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엉켜 있는 이들의 과거가 벗겨질 때마다 놀라운 반전이 드러난다. 신사적이고 피해자로만 보였던 톰 역시 다크호스로 거듭난다. 방심하면 패배하는 게임처럼, <샤퍼> 역시 계속 집중해야 한다. 잠시 눈을 떼면 중요한 단서를 놓칠 테니 말이다. 2022년 각종 시상식을 휩쓴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제작사 A24와 애플 TV+가 제작했다.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더 크라운>의 연출진 중 한 명인 벤자민 카론 감독의 첫 장편 영화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Unlocked)
스트리밍: 넷플릭스
공개일: 2/17(금) / 15세 관람가, 117분
출연: 천우희, 임시완, 김희원
#스릴러 #긴장되는 #사이코패스 #소설원작 #신선한
평범한 회사원 나미(천우희)가 우연히 스마트폰을 분실한 후 일상을 위협받는 스릴러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현대인의 필수품이 되어버린 스마트폰을 분실한 순간, 나미의 삶은 그의 것이 아니었다. 준영(임시완)은 나미가 떨어뜨린 스마트폰을 주운 뒤 곧바로 나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 시작한다. 준영의 계략으로 인해 나미는 주변인들에게 오해를 사고 절친을 의심하면서 일상이 파괴되어 간다. 더욱 무서운 점은 준영이 나미를 파악하는 데는 고작 3일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 그러나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았는지, 준영은 더욱 대담하게 행동하면서 나미를 위기로 몰아넣는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배우 임시완은 악역이 천직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영화 <비상선언>에 이어 다시 한번 사이코패스 역을 맡은 임시완은 천연덕스러운 악역 연기를 선보인다. 왜 이러느냐는 피해자의 물음에 “네가 스마트폰을 잃어버렸으니까”라고 태연히 대답하는 그는 당연한 사실을 말하는 듯 보인다. 천우희 역시 천진하면서도 강단 있는 인물을 표현했다. 준영에게 휘둘리면서도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마지막으로 김희원은 준영을 쫓는 형사 역을 맡았는데, 대사가 많지 않음에도 배역이 겪는 심적 갈등을 잘 표현해냈다. 현실과 밀접한 설정과 배우들의 열연이 생생한 공포를 만들어내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쥐고 있는 스마트폰이 섬뜩하게 느껴질 것이다.
헬로 투모로우!(Hello Tomorrow!)
스트리밍: 애플 TV+
공개일: 2/17(금) / 12세 관람가, 10부작
출연: 빌리 크루덥, 하니파 우드, 행크 아자리아
#SF #복고풍 #기이한 #미스터리
행복해지고 싶다고요? 그럼 달에 별장을 마련하세요. 애플 TV+ 드라마 <헬로 투모로우!>는 카리스마 넘치는 영업 사원 잭 빌링스(빌리 크루덥)가 달 위의 주택을 판매하는 이야기다. 우선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생활 양식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작품의 시간적 배경은 로봇이 우편물을 배달하고 음료를 서빙하는 근미래다. 이쯤 되면 홀로그램 같은 고도화된 기술이 등장할 법하지만 의외로 <헬로 투모로우!> 속 삶은 과거에 머무른다. 사람들은 여전히 라디오를 듣고 스포츠를 관람하며 현금으로 물건값을 지불한다. 여기에 클래식 차, 재즈 바, 복고풍 의상 등이 포근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러나 걱정 거리 하나 없어 보이는 마을에 숨겨진 비밀이 드러나면서 낙관적인 분위기는 반전된다. <헬로 투모로우!>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파고든다. 미국에 이어 달마저 기회의 땅으로 만들려는 주인공 일행을 통해 인간의 열망, 그리고 진실과 거짓을 논한다. <빅 피쉬> <미션 임파서블 3> <재키> 등으로 친숙한 빌리 크루덥이 잭 빌링스를 연기했다. 앞서 그는 애플 TV+ <더 모닝 쇼>로 에미상 남우조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전작의 좋은 기운이 <헬로 투모로우!>에도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드라마는 매회 30분이며 넷플릭스 <빌어먹을 세상 따위> <아이 엠 낫 오케이>의 크리에이터 조너선 엔트위슬이 1화를 연출했다.
동감(Ditto)
스트리밍: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공개일: 2/17(금) / 12세 관람가, 114분
출연: 여진구, 조이현, 김혜윤, 나인우
#따뜻한 #청춘 #로맨스 #세기말
1999년을 살아가는 대학생 용(여진구)과 2022년을 살아가는 대학생 무늬(조이현)가 무전기로 소통하며 특별한 우정을 쌓아가는 영화 <동감>. 한국 판타지 멜로 영화의 대표작인 <동감>(2000)의 리메이크 작품이다. 1999년, 용은 친구에게 무전기를 빌린다. 2022년, 무늬는 인터뷰 과제를 위해 오래된 무전기를 작동시킨다. 그 순간 용과 무늬는 시간을 뛰어넘어 서로에게 연결되고, 기적 같은 첫 만남은 진솔한 대화를 거치며 특별한 관계로 발전한다.
<동감>은 두 시간대를 오가는 만큼, 시대별 문화를 반영한 디테일이 매력이다. 일례로 영화에는 90년대 유행어인 ‘방가방가’ ‘하이루’와 2000년대 유행어인 ‘헐’ ‘이불킥’이 등장한다. 용과 무늬가 서로의 유행어를 이해하지 못해 발생하는 소통 오류는 깨알 같은 웃음 포인트다. 여기에 요즘 가수들의 목소리로 재탄생한 90년대 명곡이 작품의 매력을 한층 끌어올린다. ‘고백’ ‘편지’ ‘늘 지금처럼’이 그 시절을 기억하는 관객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명곡은 시대를 초월한다는 법. <동감>의 OST는 젊은 관객에게도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사랑이라 말해요(Call It Love)
스트리밍: 디즈니+
공개일: 2/22(수)
출연: 김영광, 이성경, 성준, 안희연, 김예원
#복수 #악연 #감성적인 #로맨스
디즈니+ 드라마 <사랑이라 말해요>는 복수에 호기롭게 뛰어든 여자 우주(이성경)와 복수의 대상이 된 남자 동진(김영과), 만나지 말았어야 할 두 남녀가 그리는 감성 로맨스다. 우주의 삶이 불행하게 된 시초에는 바람난 아빠가 있지만, 비참하게 만든 사람은 따로 있다. 아빠가 가족을 버리게 만든 그 여자가 우주네 가족이 살던 집을 팔아 아들의 회사에 투자한 것이다. 그래서 우주는 그 아들에게 복수를 결심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자신이 느꼈던 만큼의 절망감을 선사하자고.
앙심을 품고 동진에게 접근한 우주는 이내 그의 상처를 알게 된다. 체념한 동진과 연민을 느끼는 우주. 마음이 굳게 닫힌 두 남녀가 서로를 보듬어주는 이 드라마는 사랑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이야기를 담고 있다. 따뜻한 설렘 가득한 <사랑이라 말해요>를 보고 다가오는 봄을 미리 느껴보자. 연출은 드라마 <며느라기>의 이광영 감독이 맡았다. 그는 전작에서 K-고부관계를 현실적으로 묘사해 대중의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냈다. 과연 그가 악연으로 얽힌 두 남녀의 사랑을 설득력 있게 그려낼지 관심이 쏠린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