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마블, 케빈 파이기의 큰 그림은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유행과 피로감 사이 그 어딘가.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꾸준히 들었다. 기존 캐릭터가 하차하고 새로 합류하는 캐릭터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작품이 난무했고, 그로 인해 피로감과 진입 장벽이 높아졌다는 반응을 꾸준히 받았다.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줄곧 흥행 성적을 거두긴 했으나 확실히 대박이라 할 수 있는 과거 작품들의 성적에 비하면 전체적으로 '의리' 있는 관객들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높았다.

영화뿐만 아니라 야심차게 시작한 드라마 시리즈도 상황은 비슷했다. 마블 스튜디오가 소속한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독점 스트리밍 플랫폼 '디즈니+'가 론칭한 후, 마블 스튜디오 또한 다양한 시리즈를 디즈니+로 공개하며 힘을 실었다. <완다비전> <팔콘과 윈터 솔져> <로키> <호크아이> 같은 기존 캐릭터 주연 시리즈부터 <문나이트> <미즈 마블> <변호사 쉬헐크> 등 신규 캐릭터를 소개하는 시리즈까지. 이렇게 모회사 OTT를 물심양면 지원하는 상황에서 마블이 공개한 시리즈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디즈니+ 구독자 수 또한 하락세를 거듭했다. 대중 또한 마블 드라마에 대한 기대를 놓아버렸단 의미였다.

케빈 파이기

결국 마블 스튜디오의 사장이자 MCU의 '큰 그림'을 그리는 총괄 제작자로 유명한 케빈 파이기가 결단을 내렸다. 케빈 파이기는 2월 14일 공개된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와의 인터뷰에서 “디즈니+의 마블 시리즈 공개 속도를 바꿀 것이다”라고 밝혔다. 인터뷰어가 “각 시리즈 간의 공개를 여유 있게 한다는 것인지, 한 해에 더 적은 시리즈를 낸다는 것인지”에 대해 묻자 그는 “내 생각으로는 둘 다”라고 답했다.

마블은 <시크릿 인베이젼> <에코> <아이언하트> <애거사: 코븐 오브 카오스> <데어데블: 본 어게인> <로키> 시즌 2 등의 시리즈를 제작, 공개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더 할리우드 리포터'는 한 소식통에 의하면 <시크릿 인베이젼>과 <로키> 시즌 2를 제외하면 나머지 시리즈는 2023년 공개를 취소하고 내년으로 미룰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MCU 핵심 스토리와 맞닿은 두 편의 시리즈만 공개를 확정하며 영화 작품에 무게를 둔다는 뜻이다.

마블의 페이즈 5 구성. 이중 드라마 대다수는 '타노스'됐다.

현재 마블은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이하 <앤트맨3>)를 개봉했다. <앤트맨3>는 개봉 첫 주, 한국 관객 86만 명을 동원했다. 북미 현지에선 1억 달러를 돌파하며 시리즈 사상 최고의 오프닝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로튼 토마토의 로튼 지수가 47%, IMDb 점수가 6.6점으로 낮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 성적 부진에 쇄신을 감수한 MCU가 이런 결단을 기점으로 판 뒤집기에 성공할지, 차기작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가 이 기세를 뒤집을 수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다.


투슬리스가 실사로? <드래곤 길들이기> 실사화 예정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 시리즈

드림웍스의 대표 히트작 <드래곤 길들이기>가 실사화된다. '버라이어티'의 보도에 따르면 기존 애니메이션 삼부작을 연출한 딘 데블로이스(1편은 크리스 샌더스와 공동 연출)가 연출을 맡고 <라라랜드> <드라이브> <크루엘라> 등을 제작한 마크 플랫이 제작을 맡는다고 한다. 공식 발표는 아니어서 출연진이나 기타 세부적인 상항은 미지수다.

<드래곤 길들이기>는 동명의 동화를 원작으로 드래곤이 존재하는 세계를 그린다. 드래곤을 사냥해야 인정받는 바이킹 사회. 부족의 인정을 받고 싶은 족장의 아들이자 소심한 바이킹 소년 히컵(제이 바루첼)이 얼떨결에 나이트 퓨리라는 위험한 드래곤을 잡는다. 그러나 이내 드래곤에게 동정심이 생겨 드래곤의 부상을 치료해주고 투슬리스라고 이름을 붙여준다. 투슬리스 또한 히컵을 적대시하다가 점차 그에게 마음을 연다. 바이킹과 드래곤을 통해 관객에게 자연과의 균형을 강조한 이 영화는 호평과 흥행 모두 잡았고, 3편까지 제작돼 도합 16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외에 TV 시리즈, 테마파크 어트랙션까지 제작돼 유니버설 픽처스와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효자 시리즈로 자리매김했다.


내 경력 끝 아니면 새로운 길, 리암 니슨이 보장하는 이 영화

리암 니슨(왼쪽), 레슬리 닐슨

<테이큰> 시리즈를 통해 백전노장으로 거듭난 리암 니슨이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다. 그건 바로 <총알탄 사나이> 리부트. 할리우드 코미디 배우 레슬리 닐슨의 대표작 <총알탄 사나이>는 LA 경찰 프랭크 드레빈이 각종 위험한 사건을 해결하는 좌충우돌 코미디 영화. 슬랩스틱 코미디와 말장난을 바탕으로 레슬리 닐슨의 천연덕스러운 연기가 코미디를 배가하는 영화로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다. 90년대엔 찰리 쉰이 출연한 '못말리는 OO' 시리즈와 함께 할리우드 코미디 양대 산맥으로 여겨졌다. <총알탄 사나이>는 1988년부터 1994년까지 총 세 편이 제작됐다.

리암 니슨은 이 영화 리부트에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2022년 10월부터 캐스팅을 논의했고, 2023년 1월에 주인공으로 출연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올해 안에 영화를 촬영한다고 밝히며 현재 집필 중인 각본이 정말 재밌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원작처럼 개그의 연속이라고 언급하며 이 영화가 커리어의 끝이거나 새로운 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지한 이미지의 리암 니슨이 <총알탄 사나이> 리부트를 맡는다, 의아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레슬리 닐슨 역시 훤칠한 외모와 진지한 캐릭터로 이름을 날린 배우다. 그러다 1980년 <에어플레인!>에 출연하면서 뒤늦게 코믹 연기에 일가견이 있음을 증명했다. 이 영화에서 만난 'ZAZ사단' 데이빗 주커, 제리 주커, 짐 에이브람스와 다시 한번 합심한 영화가 <총알탄 사나이>. 즉 지금까지 진지하고 묵직한 연기를 펼친 리암 니슨이 <총알탄 사나이> 리부트를 욕심내는 건 레슬리 닐슨의 행적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총알탄 사나이>(1988) 포스터

레슬리 닐슨은 <에어플레인!>을 시작으로 <총알탄 사나이> <스파이 하드> <롱 폴리 어큐즈드> <무서운 영화 3> 등 코믹 패러디 영화에 꾸준히 출연했다. 백발의 진지해 보이는 노신사가 논리에 안 맞는 언행을 하는데, 나름대로는 무척 진지하게 하는 것이 레슬리 닐슨식 코미디의 백미. 레슬리 닐슨은 이후 2010년 11월 28일, 폐렴에 의한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