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제목값 했다. 드라마 <일타 스캔들>이 시청률 13%를 돌파하며 사랑받고 있다. <일타 스캔들>은 1등 스타강사 최치열(정경호)과 반찬가게 사장 남행선(전도연)의 로맨스와 살인사건(!)의 미스터리를 그린다. '구멍 없는 출연진'이란 평가를 받을 만큼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하나 특히 오랜만에 멜로에 복귀한 전도연의 존재감이 가장 시선을 끈다. 지금은 '칸의 여왕'이라 불리나 과거 '멜로의 여왕'이었던 왕의 귀환, 전도연의 멜로 계보를 소개한다.
<접속>
드라마 <종합병원> <사랑은 블루> <젊은이의 양지> 등을 지나 주연급 배우로 자리 잡은 전도연의 스크린 데뷔작이자 첫 주연작. 90년대 말, PC통신으로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라디오 프로그램PD 동현(한석규)과 홈쇼핑 쇼호스트 수현(전도연)의 관계를 그린다. 멜로 영화로 구분하긴 하나 'PC통신'이란 소재가 암시하듯 서로 뜨겁게 불타오르는 사랑보다는 익명의 상대에게 내면을 털어놓으며 점차 치유하는 관계에 가깝다. 사랑의 단면을 그린다기보다 현대인의 외로움을 감각적으로 전한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그간 젊고 소녀 같은 이미지가 강했던 전도연이 좀 더 어른스러운 이미지로 탈바꿈한 영화. 흥행에 성공하고 당시 삽입곡 'A Lover's concerto'가 유행하는 등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약속>
전도연의 다음 영화도 멜로로 이어졌다. 격정적인 사랑과는 거리가 있던 <접속>과 달리 <약속>은 두 주인공의 절절한 사랑이 돋보이는 '찐' 멜로였다. 우연히 만나 서로 없이는 살 수 없게 된 조폭 상두(박신양)와 의사 희주(전도연)의 사랑 이야기. 클라이맥스에서 상두의 대사 “네 죄가 뭐냐고 묻는다면”이 많은 코미디언들의 성대모사 레퍼토리가 되기도. 지금은 '전도연의 뜨거운 사랑 영화' 하면 <너는 내 운명>이 떠오르지만, 이전엔 <약속>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내 마음의 풍금>
전도연의 화려한 필모그래피 때문일까, 조금은 과소평가받는 듯한 영화 <내 마음의 풍금>. 이병헌, 전도연, 이미연이란 화려한 주연 배우들이 뭉쳐 산속 마을 소녀가 품은 첫사랑의 감성을 자극한다. 전도연은 새로 부임한 선생님 수하(이병헌)를 짝사랑하는 홍연을 연기한다. 여타 출연작에서 볼 수 없는 꾀죄죄한 모습이지만 수하를 바라보며 함박웃음을 짓는 순진무구한 얼굴이 보는 사람까지 무방비 상태로 만든다. 강원도의 사계절과 만난 풋풋한 사랑 이야기는 누구든 한 번쯤 겪는 첫사랑의 열병을 아름답게 돌아보도록 만들었다.
<별을 쏘다>
2002년에 방영한 드라마 <별을 쏘다>는 "성태야~ 구성태!"라는 성대모사 열풍을 일으켰다. 전도연은 난독증 환자이자 배우 성태(조인성)의 매니저를 자처한 소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친구 도훈(이서진)에게 배신당하고 실의에 빠진 오빠를 대신해 성태의 문제에 맞서는 모습과 성태의 연기력 향상을 위해 '우쭈쭈'하는 모습을 보면 시청자도 성태마냥 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풋풋한 모습의 조인성과 쾌활하고 에너제틱한 전도연의 시너지는 지금 다시 봐도 무척 매력적이다.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별을 쏘다>로 상큼한 에너지를 발산한 전도연이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이하 <스캔들>)로 다시 이미지를 전복한다. 소설 「위험한 관계」를 조선시대로 옮긴 <스캔들>은 양반집 여인과 그의 사촌 바람둥이가 미망인을 유혹할 수 있는지 내기를 벌이는 내용으로, 교양 있는 사람들의 뒤틀린 이면을 묘사한다. 전도연은 조씨부인(이미숙)의 사주로 조원(배용준)의 유혹을 받는 숙부인 정씨를 연기했다. 배우 인생 최초의 사극 도전이었음에도 정숙하고 고전적인 연인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스타 이상의 배우 전도연을 다시금 각인시켰다.
<인어공주>
<내 마음의 풍금>과 비슷한 계열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 <인어공주>. 갑자기 집을 나간 아빠(김봉근)를 찾아 딸 나영(전도연)은 엄마(고두심)와 함께 엄마의 고향 섬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젊은 시절의 엄마와 만난다. 고두심과 전도연이 조연순의 현재과 과거를 각각 연기한다. 즉 전도연의 1인 2역(김나영/조연순)과 고두심/전도연의 2인 1역(조연순)이 공존한다. 단순한 사랑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내가 몰랐던 우리 부모님의 사랑과 과거를 이해하는 전개가 호평을 받았다. 하나의 인물을 공유한 고두심과 전도연이 자주 언급되긴 하나 박해일 특유의 선한 분위기도 무척 압도적인 영화.
<너는 내 운명>
<너는 내 운명>은 순박한 시골 총각 김석중(황정민)과 다방 레지 은하(전도연)의 둘도 없는 사랑 이야기. 사랑, 두 글자 외에 구태여 설명이 필요 없는 두 인물의 절절한 사연과 두 배우의 열연이 관객들의 눈물을 쏙 뺀다. 전도연은 자신만 바라보는 인생의 반쪽을 만난 행복부터 과거 때문에 사랑하는 남자를 떠나야 하는 비련까지 자신의 얼굴에 새겨 넣었다. 황정민은 이후 시상식에서 "너와 연기하게 된 건 내게 기적 같은 일이었어"라는 말로 전도연을 극찬했다. 전도연 또한 이 영화로 국내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독식하다시피 휩쓸었다.
<프라하의 연인>
전도연이 '멜로의 여왕'이란 호칭을 받은 여정의 클라이맥스라면 <프라하의 연인>을 뽑을 수 있다. <프라하의 연인>은 김은숙 작가가 집필한, 유럽 도시 배경의 드라마라는 점에서 히트작 <파리의 연인>과 비슷한 점을 공유하는 연작. 형사 최상현(김주혁)과 그의 연인이었던 강혜주(윤세아), 외교관 윤재희(전도연)와 그의 연인이었던 지영우(김민준) 네 사람의 체코에서 시작해 서울까지 얽히고 설키는 관계를 담았다. 극중 유능한 외교관이자 정치인 가문의 딸 윤재희를 연기하면서 체코어, 일본어 대사까지 소화한 전도연은 그해 SBS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당시 시청률 30%를 돌파했었는데, 전작 <파리의 연인>(최고 시청률 57%)에 비교당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았다. 그래도 악연처럼 만나 우여곡절 끝에 사랑에 빠지는 로맨틱 코미디와 (여주인공의 지위가 남주인공보다 높은)역신데렐라 스토리를 흥미롭게 엮어 지금도 그리워하는 팬들이 있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