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테이크 하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시나요?
샤이닝’ 속, 자전거 탄 대니의 뒷모습을 따라가던 장면? ‘올드보이의 장도리씬?

롱테이크편집 없이 쇼트가 길게 진행되는 촬영 기법이란 사전적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어떤 영화의 롱테이크 씬이 좋더라, 지루하더라 말은 많고, 많이 들어보았지만 사전적 의미 이상으로는 잘 와 닿지 않는 단어, 롱테이크. 카메라가 고정된 채 이어지는 롱테이크는 투박하고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동선을 따라 움직이는 롱테이크를 보다 보면 알 수 없는 긴장감에 두손을 꼭 모으고 스크린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롱테이크라도 다 같은 롱테이크가 아니다!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롱테이크의 포인트들을 소개합니다~


'롱테이크' 하면, '엠마뉴엘 루베즈키'

엠마뉴엘 루베즈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 아닌가요? 맞습니다. 최근 3년 연속 오스카 촬영상을 휩쓴 촬영감독인데요.(능력자! 짝짝짝!) 2014년에는 그래비티’, 2015년에는 버드맨’, 2016년에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위 세 영화의 공통점은? 선명하게 남는 롱테이크가 존재한단 점이죠.

2013년 최고의 화제작,그래비티 오프닝은 12분에 달하는 롱테이크입니다. 무중력의 평온할 것만 같았던 우주. 갑자기 긴박한 음악이 흐르기 시작하고 예측할 수 없는 장면이 나열되며 관객들은 손에 땀을 쥐게 되는데요. '그래비티'의 오프닝은 초반부터 관객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평가 받으며 최고의 롱테이크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합니다.

롱테이크, 하면 제 87회 오스카에서 4개의 상을 휩쓴 버드맨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버드맨'은 거의 하나의 컷으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영화죠.
'버드맨'에서는 주로 인물의 뒷모습을 쫒습니다. 누구는 지루하다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 장면들에는 분명 긴장감 있는 리듬이 존재합니다. 잊혀진 배우 리건 톰슨’을 중심으로, 영화는 그가 처해진 현실 혹은 그의 상상을 한꺼번에 불러내는데요. 번갈아가며 등장하는 다른 차원의 것들이 한 장면 안에 담기면서, '리건 톰슨'이라는 하나의 복합적인 인간상이 완성됩니다. 롱테이크는 영화의 주요 소재인 '연극'을 보다 더 사실적으로 묘사해내는데요. 관객 또한 스크린이 아닌 무대를 보는 것처럼 배우들의 연기에 더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롱테이크를 선보입니다. 고정된 앵글로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오랜 시간 담아낸 장면들은 생태계의 웅장함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관객들을 압도시키는, 이 영화만의 매력 포인트인데요. 반면 역동적인 카메라 워킹을 사용한 롱테이크 추격 씬은 거대한 자연 앞의 미약한 인간에게 초점을 맞춰, 긴장감을 이끌어내며 관객들의 허리를 바로 세우게 합니다. 


러닝타임 전부가 롱테이크? 히치콕의 '로프'

스릴러의 거장, 히치콕의 로프 롱테이크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이야기되는 작품입니다. ‘로프’의 러닝타임 80분이 전부 롱테이크로만 이루어졌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당시는 카메라 기술이 발달되지 않아, 35mm 필름 한통에 10분 정도의 분량이 나왔다고 합니다. ‘로프는 연속 촬영한 필름들을 이어 완성된 작품입니다.

로프에서 히치콕은 디제시스적 시간의 효과를 잘 이용합니다. '디제시스적 시간'이란 영화 속에서 흐르는 시간을 말하는데요. 예를 들어, ‘500일의 썸머의 디제시스적 시간은 약 500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비디제시스적 시간은 영화의 바깥에서 관객이 경험하는 시간입니다. 영화 전체를 롱테이크 기법으로 촬영한 로프는 디제시스적 시간과 비디제시스적 시간이 같습니다. 관객들은 80분 간 영화 속 인물들과 같은 시간을 경험하며 프레임 속 상황에 더 몰입할 수 있죠.


재미있는 롱테이크를 보고 싶다면? '폴 토마스 앤더슨'

롱테이크 기법하면 빠지지 않는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입니다.
는 스테디캠을 이용한 역동적인 롱테이크로 유명하죠.

부기 나이트 오프닝 또한, 롱테이크 기법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유명한 장면입니다. 인물의 동선을 따라가는 카메라 워킹이 돋보이는 장면인데요. 하나의 쇼트 안에서 영화의 주요 인물들은 물론, 이들의 상황과 영화의 배경이 되는 주요 공간, 그 분위기까지 소개해냅니다. 클럽의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 즉 실외에서 실내로 이동하는 롱테이크 기법은 이전의 영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방식이기에 더 의미가 있다고 하네요.

매그놀리아 방송국 씬 또한, 폴 토마스 앤더슨의 롱테이크 중 베스트로 꼽힙니다. 한 공간 안에서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앵글, 그 속에서 각 인물들의 색다른 분위기를 한번에 볼 수 있는 재미가 있죠. 바로 옆에서 보는 듯, 생생한 현장감과 매끄러운 카메라 워킹에서 느껴지는 리듬감은 덤입니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은 주로 인간의 불안정하고 나약한 내면에 주목해 개성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는데요. 편집 없이 날 것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감독의 세계가 롱테이크의 매력과 같은 맥락을 지니고 있는 것 같기도 하네요! 



씨네플레이 에디터 코헤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