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망작 <더 룸>, 밥 오덴커크가 다시 연기한다?
21세기, 혹은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망작 <더 룸>(2003)이 리메이크된다. <더 룸>은 토미 웨소가 각본, 연출, 주연을 맡은 미국의 독립 영화. 공개 당시부터 지금까지 컬트적인 인기를 모았는데, 그 이유는 '너무 못 만들었'기 때문. 토미 웨소 본인의 얼굴을 크게 박은 포스터부터 시종일관 종잡을 수 없는 스토리, 무엇보다 ('오 하이 마크'로 대표되는) 토미 웨소의 놀라운 연기가 아우러져 유명해졌다.
이런 망작을 리메이크한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데, 의외로 납득할 수 있는 이유였다. 자선활동이다. 이 리메이크는 진짜로 영화를 다시 만드는 게 아니고 자선 단체 '액팅 포 어 커즈'(Acting For a Cause)에서 진행하는 행사의 일환이다. 이 단체는 그린 스크린으로 이용해 고전 영화나 연극을 재현하는 방식의 작품을 제작, 이를 상영하며 모금 활동을 펼친다. 이번 리메이크에서 토미 웨소가 맡은 조니를 연기하는 배우는 '사울 굿맨'으로 유명한 밥 오덴커크. 밥 오덴커크는 그 자선활동을 함께하고자 <더 룸>의 조니 역을 수락했다. 원작에서 마크 역으로 출연한 그렉 세스테로는 이번에도 마크 역을 맡아 밥 오덴커크와 호흡을 맞춘다.
이번 리메이크는 인터넷으로 공개될 예정인데, 그래도 <더 룸> 분량 그대로 재현했다고 하니 밥 오덴커크의 팬이라면 한 번쯤 챙겨볼 만하다(원작의 악명 높은 스토리를 견딜 수 있다면). <더 룸>은 이전에도 <디재스터 아티스트>라는 영화에 소재로 쓰인 바 있다. <디재스터 아티스트>는 토미 웨소와 그의 동료 그렉 세스테로가 <더 룸>을 제작하는 과정을 담았다. 제임스 프랑코가 토미 웨소에 빙의한 수준으로 연기를 펼쳐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았다.
팀 버튼-제나 오르테가 재회? <비틀쥬스 2> 출연 루머
<웬즈데이> 팬들이여, 집결하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웬즈데이>에서 호흡을 맞춘 팀 버튼 감독과 제나 오르테가가 다시 만날 가능성이 점쳐졌다. 팀 버튼 감독의 출세작이자 비틀쥬스라는 희대의 캐릭터를 만든 <비틀쥬스>의 속편이다. <비틀쥬스>는 '인간 퇴치사' 비틀쥬스와 억울하게 죽은 메이랜드 부부 유령이 사는 집에 리디아 가족이 이사를 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팀 버튼 감독의 기괴하면서도 재치 있는 연출과 배우들의 캐릭터 연기가 돋보이는 코믹 호러.
<비틀쥬스 2>는 2016년부터 기획 단계에 있었으나 2022년 플랜B 엔터테인먼트가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논의만 되던 작품이었지만 <웬즈데이>로 팀 버튼 감독이 다시 재기하자 물살을 탄 듯하다. 지금까지 전해진 바로는 제나 오르테가는 전작의 리디아(위노나 라이더)의 딸로 출연하며 비틀쥬스로 신들린 연기를 보여준 마이클 키튼도 비틀쥬스 역으로 복귀한다. 위노나 라이더 또한 (한참 전이지만) 2015년 경에 출연한다고 밝힌 바 있으니 원작의 주역들이 다 모이는, 속편다운 속편이 탄생하는 셈. 다만 '출연 검토 중' 정도의 뉴스이고, 배급사 워너브러더스나 제나 오르테카 측에서 공식 발표가 없으니 아직은 축포를 터뜨리기보다 정확한 발표가 있길 기다려보자.
세상을 떠난 두 명의 스타와 온도차
이번 주, 두 명의 스타가 세상을 떠났다. 각각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배우들이지만, 그 삶은 판이했기에 대중들의 반응은 상당한 온도차를 보였다.
먼저 이스라엘 배우 토폴이 3월 8일(현지시간), 87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몇 년 전부터 알츠하이머를 앓으며 조용히 노년의 삶을 보낸 토폴은 <지붕 위의 바이올린>에서 우유가공업자 테비에 역으로 유명하다. 그는 1971년 영화판 <지붕 위의 바이올린>뿐만 아니라 1967년부터 2009년까지 테비에 역으로 3,500여 회 이상 무대에 올랐다. 글자 그대로 테비에 역 그자체였던 투폴은 <제국의 종말>(플래쉬고든), <007 유어 아이스 온리> 등에 출연해 활약했다. 그의 사망 소식에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 이스라엘의 저명한 인사들과 배우들이 애도를 표하며 추모의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할리우드 배우 로버트 블레이크는 심장병으로 사망했다. 로버트 블레이크는 5살 때 배우로 데뷔, 아역 스타 시기를 지나 <냉혈한> <일렉트라 글라이드 인 블루> <대리 형사> 등에서 명연을 보여주며 커리어를 차근차근 쌓아갔다. 그리고 드라마 <바레타>에서 토니 바레타 역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진정한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2001년, 아내가 그의 차에 앉은 채 살해되면서 그는 용의자로 지목됐다. 4년간의 재판 끝에 무죄라는 판결을 받긴 했지만, 심증과 가십은 걷잡을 수 없이 번겨갔기에 블레이크는 1997년 영화 <로스트 하이웨이>를 마지막으로 연예계에서 은퇴이자 퇴출당했다(하필 <로스트 하이웨이>에서 아내를 살해한 남자로 등장했다). 그리고 2023년 3월 9일(현지시간), 심장병으로 사망했다. 그에게 붙은 '아내 살인마'라는 딱지는 (진위 여부를 떠나) 끝내 벗겨지지 않았고, 오랜 시간 활동한 대선배임에도 할리우드 유명 인사 누구도 선뜻 애도를 표하지 않고 있다.
양자경, 아카데미 영향 갈까? 규칙 위반 게시물 삭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 에블린 역으로 열연을 펼친 양자경은 95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그는 지난해부터 많은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면서 올해 여우주연상의 가장 강력한 수상 후보로 주목받았다. 그런데 의외의 변수가 등장했다. 자기 자신이었다. 양자경은 본인의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하나의 기사를 공유했다. 매거진 '보그'가 작성한 그 기사는 “백인 아닌 여우주연상 수상자가 나온 지 20년이 넘어, 2023년엔 바뀔까”(It’s Been Over Two Decades Since We’ve Had a Non-White Best Actress Winner. Will That Change in 2023?)라는 제목처럼 <몬스터 볼> 할리 베리 이후 20년이 넘도록 유색인종 배우가 여우주연상을 받지 못한 현실을 지적했다. 또한 양자경을 제외하고 가장 수상 가능성이 높은 케이트 블란쳇이 이미 2회 수상자임을 지적하는 내용도 포함돼있었다.
양자경이 이런 내용의 기사에 공감해 공유하는 것은 본인의 자유다. 본인과 케이트 블란쳇이 후보가 아니었다면 말이다. 아카데미는 회원들의 투표로 선정되는 시스템이기에 투표를 마감하기 전까지 상대 후보를 비방하거나 부정적인 발언은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양자경이 이 게시물을 공유한 시기는 투표 마감 전날로, 아카데미 규칙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양자경은 이후 게시물을 삭제했지만 그가 해당 기사를 공유한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목격했고 아카데미 또한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삭제 이후 지금까지 아카데미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니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직접적인 비방이 아닌, 타자의 의견을 공유한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양자경의 행동이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올지는 3월 13일(한국시간)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정확하게 드러날 듯하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