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 작품이 폭로하고 있는 사이비 종교 집단의 교주와 몇몇 신봉자들이 저지른 반윤리적인 범죄 행위가 대중적 공분을 사고 있다. 공개와 동시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고, 방송가와 법조계, 연예계 등에 해당 단체와 관련된 인물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사회적인 마녀사냥으로까지 번질 분위기다. 다큐멘터리 자체의 선정성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과연 <나는 신이다>는 수많은 논란 속에서도 끝내 추악한 진실을 용감하게 드러낸 작품으로 기억될까, 혹은 저널리즘의 순기능을 오용한 사례로 기록될까. 이 다큐멘터리의 어떤 점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지 정리해봤다.
여과없이 등장한 사이비 교주의 실체
“50번은 싼 거 같아.”
총 8개 에피소드로 구성된 <나는 신이다>는 1화 오프닝에서부터 사이비 교주의 충격적인 두 얼굴의 실체를 폭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다큐가 다루는 사이비 종교 단체 교주는 모두 4명으로,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 정명석(1-3화), 오대양 사건의 장본인 박순자(4화), 아가동산의 김기순(5-6화),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7-8화)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과 해당 단체가 미디어에 노출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껏 그들을 다룬 어떤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다루지 않았거나 혹은 못했던 수위의 실제 음성과 영상 등이 작품에 삽입되어 시청자들에게 공개됐다.
현재 가장 논란의 중심에 선 에피소드는 성범죄자 정명석의 실체를 폭로하는 1-3화다. 해당 에피소드에서 등장하는 정명석의 음성과 그가 실행에 옮겼던 변태적인 행위들은 충격을 넘어 선정적이라고 느껴질 수밖에 없는 수준의 것들이다. 이는 자신의 실명을 공개하고 결정적 제보를 해준 JMS 피해자 메이플의 결정으로 인해 만천하에 공개될 수 있었다. 정명석은 이미 성범죄로 인해 10년여의 복역을 마친 후에 전자발찌를 차고서 피해자 메이플에게 추악한 짓을 저지른 것이다.
정명석의 실체를 드러내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일부 신도들이 전라의 모습으로 등장해 찍은 영상 소스를 모자이크 없이 다큐에 삽입한 점, 일부 여자 신도들과 홍콩 모처에서 밀회를 즐기는 정명석의 모습을 찍은 영상 등을 그대로 보여주어 시청자로 하여금 범죄현장을 자세히 유추할 수 있게 한 점 등은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요소다. 물론 이에 대해 제작진도 많은 고민이 있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나는 신이다>를 연출한 조성현 PD는 3월 10일 국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에 대해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의 피해가 얼마나 끔찍했는지, 계속해서 왜 이런 사건이 반복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해보면서 (이 작품은) 가장 사실적인 내용을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진실을 드러내는 것에 최우선 목적을 뒀음을 강조했다. 조성현 PD를 비롯한 제작진의 의도를 비웃기라도 하듯 현재 해당 단체에서는 정명석의 음성은 AI가 만들어낸 가짜 음성이며, 전라의 여성들이 등장하는 영상에 대해서는 비키니 차림을 모자이크로 조작한 영상이란 식으로 거짓 대응하고 있다고 한다.
제작진의 선한 의도가 있었다 하더라도 결국 무엇을 어디까지 보여줄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는 반드시 고민해야 할 문제다. 다큐멘터리는 분명히 저널리즘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장르이며 한국에서는 방송계와 영화계가 다양한 다큐멘터리 저널리즘의 흐름과 갈래를 만들어왔다. <나는 신이다>가 공중파 방송에서 할 수 없었던 과감한 시도를 하면서 다큐멘터리 저널리즘에 대한 새로운 문제가 촉발됐다.
범죄의 순간을 그대로 재연하는 것이 옳은가
<나는 신이다>가 범죄 행위가 기록된 다양한 자료를 대중에 여과 없이 공개한 것에 대한 지적은 비단 정명석이 등장하는 1-3화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오대양 사건을 다룬 4화에서도 당시 집단 자살 현장 영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고 만민중앙교회의 MBC 점거사건이 등장하는 7-8화에서도 일부 신도들의 얼굴이 모자이크 없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실제 영상이나 자료를 활용할 수 없는 범죄현장은 재연배우를 써서 디테일하게 묘사한 점, 일부 광신도의 성기 절단 소식을 전하면서 야채가 절단되는 장면을 삽입한 점 등도 다큐멘터리에 대한 윤리적 재현 문제를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서도 조성현 PD는 기자들과의 간담회장에서 “저와 넷플릭스 사이에서도 (표현 수위를 두고) 이견이 있었다. 어디까지 보여주고 어디까지 (재연 장면을) 써야 할 것인가.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서 말이 아닌 그림을 통해서 보여주는 게 진실을 제대로 알려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성현 피디는 스스로 “넘으면 안 되는 선을 지켰다”고 분명하게 말하면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리는 게 우선 목적이었”음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렇다면 진실이 아무리 추악하다 할지라도 그것을 그대로 관객 혹은 시청자에게 반드시 보여줘야 하는 것일까.
사실을 전달하는 것과 진실을 드러내야 하는 것 사이에서 다큐멘터리 감독은 어떤 윤리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하는 것일까. 어렵고 중요한 질문을 던져볼 수밖에 없다.
피해자의 인권은 보장될 수 있는가
<나는 신이다>가 지금의 완성도와 화제성을 가질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내부의 상황을 고발하고 진실을 드러낸 탈퇴자들, 즉 피해자들의 증언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이 다큐멘터리 시리즈에는 4개 사이비 종교 단체와 관련해서 상당히 많은 피해자들이 발언을 하기 위해 등장한다. 얼굴을 드러낸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일부 피해자의 경우에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염려하게 할 정도의 발언과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제작진으로서 이를 무조건 공개하는 것이 옳은 것이가, 라는 질문도 던져볼 수 있는 문제다.
특히 논란이 되는 부분은 5화 ‘아가동산, 낙원을 찾아서’ 편에서 친자식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죄책감에 스스로의 뺨을 내려치는 어머니 피해자의 장면을 그대로 공개한 부분이다. 이에 대해 조성현 피디는 피해자의 행동을 저지하지 않고 화면에 담은 것에 대해 “어머니가 표현하는 감정마저도 (그녀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의 일환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넷플릭스와 함께 하면서 인터뷰 전후로 현장에서 피해자들을 위한 심리적 지원 상담 서비스가 진행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피해자들이 동의했다 할지라도 사실 고발의 목적이 있다 하더라도 이 작품이 현재 한국 사회 전반에 불러일으키고 있는 파급력을 생각해보면 제작진으로서 좀 더 신중한 선택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 대두됐다.
조성현PD “신도가 아닌 교주의 잘못, 마녀사냥으로 이어지면 안돼”
한국 사회 곳곳에서 여전히 포교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일부 사이비 교단 신도들의 움직임은 지금도 어디선가 이뤄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해당 집단에 들어가 믿음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신도들에게 죄를 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범법행위에 가담했는지의 여부도 가려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자칫 마녀사냥으로 번질 우려도 있다.
JMS의 실체를 파헤치는 데 일생을 바쳐온 김도형 교수는 최근 많은 언론과 접촉해 그동안 자신과 제작진이 함께 파헤쳐 온 JMS의 실체를 폭로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검찰을 대표하는 대검찰청 정문에 설치된 조형물을 만든 작가가 JMS 신도임을 폭로했고, KBS와의 인터뷰 생방송 도중 KBS 피디와 통역사 중에도 신도가 있음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 KBS가 진상조사에 나섰다. 각 언론사에서는 정명석의 과거 해외 도피를 담당했던 주요 인사가 체육계에 있음을 보도하거나 특정 아이돌의 부모가 해당 단체와 관련이 있음을 보도하고 있고, 각 대학 커뮤니티에서는 JMS 포교를 목적으로 설립된 동아리 색출 작업을 하고 있다. 조성현 PD도 이 같은 사회적인 움직임에 대해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한편, “마녀사냥으로 이어지면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강조했다.
수십 년간 뿌리 깊게 이어져온 사이비 종교 단체의 범죄가 2023년 현재에도 여전히 뿌리 뽑히지 못하는 이유는 대체 뭘까. 이제 다큐멘터리 PD를 비롯한 수많은 감독들이 폭로에 가까운 작품을 내놓은 다음 단계에서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나는 신이다>로 인해 다시금 떠오른 다큐멘터리의 윤리적 재현 문제, 저널리즘에 관한 문제 등을 앞으로 더욱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다. 물론 또 다른 피해자들이 등장하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 조사 및 사법적 처벌 등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김현수 영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