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초치기 전문 골든 라즈베리의 올해 수상 결과
이른바 '최악의 영화 시상식'이라고 불리며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전날 결과를 발표하는 골든 라즈베리가 올해도 수상을 마쳤다. 올해는 누가 봐도 유력한 후보들 사이에서 의외의 수상자가 발생하는 이변 아닌 이변이 함께 했다.
먼저 대망의 작품상. <블론드>(앤드류 도미닉), <모비우스>(다니엘 에스피노사), <피노키오>(로버트 저메키스), <굿 모닝>(모드 선, 머신 건 켈리), <킹스 도터>(숀 맥나마라) 다섯 작품이 후보로 올랐다. 당연히 '이츠 모빈 타임'(It's Morbin' Time)이라는 영화에도 없는 명대사를 탄생시킨 <모비우스>가 유력했다. 하지만 상은 <블론드>에게 돌아갔다. 마릴린 먼로의 전기 영화로 기대를 모았던 <블론드>는 원작 조이스 캐럴 오츠의 동명 소설에 맞춰 다소 자극적이고 사실과 다른 이야기로 채워져 비난을 받았다. 생전 가십으로 고생한 마릴린 먼로를 다루면서 자극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춰 불만을 샀고, 감독이 이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하면서 더욱 비난받았다. 결국 그런 여러 가지 이유로 최악의 작품상 주인공으로 낙점됐다. 더불어 최악의 각본상도 <블론드>가 수상했다.
최악의 남우주연상은 (역시나) '모비우스' 자레드 레토가 받았다. 물론 그의 연기가 정말 심각한 건 아니었지만, 그의 거듭된 히어로영화 실패를 놀리는 목적이지 않을까 싶다. 골든 라즈베리야 커리어가 있는 배우일수록 상대적 저평가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자레드 레토 외엔 톰 행크스(<피노키오>), 머신 건 켈리(<굿 모닝>), 피트 데이비슨(<마마듀크>), 실베스터 스텔론(<사마리탄>)이 후보였다.
올해 여우주연상은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 본인들이 시상했다. 그만큼 최악이 없었다는 건가...? 그게 아니고, 골든 라즈베리는 <파이어스타터> 라이언 키에라 암스트롱을 올해 여우주연상 후보에 등록했다. 아직 12살로 한참 창창한 배우 라이언 키에라 암스트롱을 최악의 여우주연상 후보로 등록한 것에 많은 사람들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고, 일부 사람들은 골든 라즈베리 공동 설립자의 SNS로 직접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골든 라즈베리는 의견을 수용해 라이언 키에라 암스트롱을 후보에서 내렸다. 그리고 당일, 이 상을 자신들에게 수여하면서 섣부른 실수를 한 것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덕분에 남은 4명의 후보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다이안 키튼 (<맥 & 리타>), 카야 스코델라리오(<킹스 도터>), 알리시아 실버스톤(<더 리퀸>)은 한숨 돌렸을 것 같다.
남우조연상은 <엘비스>의 톰 행크스가, 여우조연상은 <모비우스>의 아드리아 아르호나가 수상했다. 최악의 속편/리메이크/프리퀄 부문은 <피노키오>가 가져갔다(골든 라즈베리는 깨알같이 '기예르모 꺼 말고!'라고 덧붙였다). 최악의 감독은 <굿 모닝>의 머신 건 켈리와 모드 선이 받았다.
그레이스 반 디엔 “불순한 성관계 제안받아 배우 활동 중단”
배우 겸 인터넷 방송 스트리머 그레이스 반 디엔이 최근 여러 영화를 제안받았으나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레이스 반 디엔은 2015년부터 활동하다가 2022년 <기묘한 이야기> 시즌 4에서 크리시 커닝햄으로 출연해 눈도장을 찍은 배우. 이제 막 배우로 활로를 열기 좋은 시기에 그가 영화 출연을 줄줄이 거절하고 스트리머로 활동하기 시작한 건 “마지막에 진행한 프로젝트에서 좋은 않은 경험을 했”기 때문이라고.
그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한 영화 촬영장에서 프로듀서에게 성관계를 제안받았다. 심지어 그 프로듀서는 '자신과 자는 소녀들과 함께' 하자며 쓰리섬을 요구했다. 반 디엔은 제안을 거절했지만 같은 촬영장의 동료, 그것도 상사가 이런 제안을 한 것에 충격을 받아 펑펑 울었다. 그는 “'스트리밍 활동이 어떻게 정신 건강에 좋냐'고 하는데 집에서 비디오게임을 하고 상사에게 성관계 제안을 안 받으니까 (좋다)”고 당시의 그것이 트라우마가 됐음을 내비쳤다.
스트리밍 방송 중 그렇게 말했지만, 그는 배우 활동을 완전히 접을 계획은 아닌 듯하다. 해당 발언을 한 방송 이후 SNS에 함께 일할 프로젝트와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며 배우로 은퇴한 것은 아니라고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해당 사건 직후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했고, 방송 중 그 사건을 언급함으로써 어느 정도 털어내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현재 자신이 제작, 연출, 주연을 맡은 단편 <몬스터스 앤 뮤즈스>(Monsters and Muses) 홍보와 여러 행사에 참여해 팬들을 만나고 있다.
멈춰있던 윌 스미스 차기작들 시동건다
아카데미 시즌이 되자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일어난 '윌 스미스의 크리스 록 폭행 사건'이 다시금 수면 위에 올랐다. 최근 크리스 록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크리스 록: 선택적 분노>에서 윌 스미스의 폭행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았으니, 이번에는 윌 스미스의 차례인가보다. 윌 스미스는 그동안 연예계 활동을 중단한 상태로 지냈다. 그 당시 아카데미에서 '남우주연상 수상자'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동시에 '폭행 가해자'라는 불명예도 함께 얻었으니까.
이번에 들린 소식은 윌 스미스의 차기작이 재가동한다는 것이다. 윌 스미스는 지난해 아카데미 즈음, 차기작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패스트 앤 루스>(Fast and Loose)와 <나쁜 녀석들 4>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건이 터졌고, 넷플릭스와 소니 픽처스 모두 해당 작품에 대한 개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난 지금, 윌 스미스는 자신의 SNS로 마틴 로렌스와 만나는 영상을 게시해 <나쁜 녀석들 4>가 재개되는 것을 밝혔다. 그리고 넷플릭스 측도 <패스트 앤 루스> 개발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나쁜 녀석들 4>는 1995년 <나쁜 녀석들>의 세 번째 속편으로, 마이크 로리와 마커스 버넷 형사 콤비의 활약상을 그린다. 각각 캐릭터를 맡은 윌 스미스와 마틴 로렌스가 이번에도 함께 한다. 3편 <나쁜 녀석들: 포에버>를 연출한 아딜 엘아르비, 빌랄 팔라 감독이 복귀할 예정이다. <패스트 앤 루스> 역시 액션물인데, 기억을 잃고 간신히 조직원들과 재회한 범죄 조직의 우두머리 존 라일리의 이야기다. 존 라일리는 기억을 찾기 위해 자신의 행적을 추적하던 중, 자신이 두 개의 인생을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두 작품 모두 촬영에 돌입한 것은 아니라 직접 만나기까진 시간이 좀 필요하다. 과연 그때까지 윌 스미스의 이미지는 어떻게 될지, 두 작품이 역전의 발판이 될지 궁금하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