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2일(현지시간),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진행됐다. 상업 영화의 본고장 LA에서 열리는 아카데미는 매해 많은 이슈를 만들며 영화인들과 관객들의 시선을 모았다. 올해는 특히 코로나19가 물러난 엔데믹 시대의 첫 발걸음이기에 예년보다 더 화려하게 열렸다. 올해 아카데미의 수상 결과를 간단하게 전하며, 최초나 최고의 기록들을 정리했다.


수상작, 수상자들

작품상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남우주연상 : <더 웨일> 브렌든 프레이저

여우주연상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양자경

남우조연상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키 호이 콴

여우조연상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제이미 리 커티스

감독상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더 다니엘스' 다니엘 콴·다니엘 쉐이너트

각본상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더 다니엘스' 다니엘 콴·다니엘 쉐이너트

각색상 : <우먼 토킹> 사라 폴리

촬영상 :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제임스 프렌드

편집상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폴 로저스

미술상 : <서부 전선 이상 없다> 크리스티안 M. 골드벡·에르네스틴 히퍼

의상상 :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루스 E. 카터

분장상 : <더 웨일> 애드리언 모롯·주디 친·앤마리 브래들리-샤론

음악상 : <서부 전선 이상 없다> 볼커 베텔만

주제가상 : <RRR: 라이즈 로어 리볼트> M.M. Keeravaani·Chandrabose

음향상 : <탑건: 매버릭> 마크 웨인가르텐·제임스 매더스·크리스 버든·마크 테일러

시각효과상 : <아바타: 물의 길> 조 레터리, 리차드 베네햄, 에릭 사인던, 다니엘 베렛

외국어영화상 :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에드워드 버거

장편애니메이션상 :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기예르모 델 토로·마크 구스타프슨

단편애니메이션상 : <더 보이, 더 몰, 더 폭스 앤 더 홀스> 피터 베인턴·찰리 매키시

단편영화상 : <언 아이리쉬 굿바이> 톰 버클리·로스 화이트

장편다큐멘터리상 : <나발니> 다니엘 로허

단편다큐멘터리상 : <더 앨리펀트 위스퍼러스> 카르티키 곤살베스


작품상-감독상-최우수 애니메이션상 수상한 최초의 감독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올해 아카데미는 최우수 장편 애니메이션상으로 시작됐다. 최우수 장편 애니메이션상은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듯)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에게 돌아갔다. 기예르모 델 토로는 스톱모션 장르에서 활동한 마크 구스타프슨(Mark Gustafson)과 함께 이번 영화를 공동 연출했다. 이 상을 수상함으로써 델 토로는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최우수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최초의 감독으로 이름을 남겼다. 그는 2018년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으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했다.


존 윌리엄스, 최고령 후보 등극

존 윌리엄스 (사진 출처=유니버설 공식 유튜브)

<죠스> <스타워즈> <인디아나 존스> <해리 포터> 등 수많은 명곡 메인 테마를 선보인 존 윌리엄스는 <파벨만스>로 이번 아카데미 음악상 후보에 올랐다. <파벨만스>가 총 53번째 노미네이트로, 활동 중인 영화인 중 최다 노미네이트 기록을 보유한 영화인이 됐다. 거기에 90세의 나이로 후보에 올라(현재 나이 91세) 최고령 노미네이트 타이틀도 획득했다. 이번 음악상이 <서부전선 이상없다> 볼커 베텔만에게 돌아가면서 수상은 실패했지만, 그가 얼마나 위대한 영화인인지는 두 가지 신기록만으로도 알 수 있다.

영화 인생을 함께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스티븐 스필버그(왼쪽)와 존 윌리엄스. (사진 출처=유니버설 공식 유튜브)


<블랙 팬서>의 아이텐티티 루스 E. 카터

루스 E. 카터 (사진 출처=마블 공식 유튜브)

올해의 이변이라면 의상상이 아니었을까. 올해 의상상의 유력 후보는 1920년대 할리우드를 그린 <바빌론>과 로큰롤 스타 엘비스 프레슬리의 전기 영화 <엘비스>였다. 두 영화 모두 화려한 패션을 과시하는 연예계를 배경으로 의상과 미술 등이 무척 빛났다. 하지만 상은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루스 E. 카터에게 돌아갔다. 그는 <블랙 팬서>로 의상상을 수상해 '아카데미 최초로 의상상을 수상한 흑인'라는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속편에서까지 의상상을 챙겨가며 그가 전통 의상을 얼마나 매력적으로 작품에 녹아내는지를 입증했다.


엔데믹 시대 활짝 연 두 편의 속편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로 올라 흥행과 비평 모두 성공한 <아바타: 물의 길>(왼쪽)과 <탑건: 매버릭>

10편의 작품상 후보 중 수상은 실패했지만 중요한 기록을 세운 영화 두 편이 있다. <아바타: 물의 길>과 <탑건: 매버릭>이다. 두 영화는 각각 <아바타> <탑건>의 속편이자 월드 와이드 흥행 10억 달러를 돌파한 흥행작이다. 아카데미 역사상 속편인 영화 두 편이 작품상 후보에 오른 것도 처음이고, 10억 달러를 돌파한 영화가 두 편 오른 것도 처음이다. 두 영화 모두 팬데믹으로 침체기였던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었으며, 그만큼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줬음을 작품상 후보 등록을 통해 보여줬다. 아쉽게도 수상은 실패했지만, (톰 크루즈와 제임스 카메론 같은) 영화계 슈퍼스타가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몸소 보여준 사례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7관왕 '에에올', 첫 후보 등록에 수상까지

양자경, 여우주연상 최초 동양인 수상자

오늘 지겹도록 들은 그 이름,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사실 이번 아카데미의 관전 포인트는 명확했다. "누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막을 것인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이하 <에에올>)는 공개 이후 극찬을 받으며 각종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었다. 사실상 이번 아카데미에서도 무슨 부문이든 수상은 확실했고, 그게 '어떤 상인지'가 중요할 정도였다. 후보 공개까지는 작품상 후보가 확실해 보였으나 영국 아카데미가 <서부전선 이상없다>에, 골든 글로브가 <파벨만스>와 <이니셰린의 밴시>에서 작품상을 주면서 작품상 수상은 다소 불투명해졌다.

(왼쪽부터) 양자경, 키 호이 콴, 제이미 리 커티스는 처음 후보로 오른 올해, 수상까지 성공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이번에도 '온 세상이 에에올'이었다. <에에올>은 남우조연상(키 호이 콴)을 시작으로 여우조연상(제이미 리 커티스), 각본상, 편집상 등을 받더니 감독상(다니엘 콴·다니엘 쉐이너트), 여우주연상(양자경)을 자연스럽게 가져갔다. 대망의 작품상도 이변 없이 <에에올>이 수상했다. 후보가 없는 남우주연상을 제외하면, 후보 등록된 주요 부문 모두 수상한 셈이다.

특히 연기상을 수상한 양자경, 키 호이 콴, 제이미 리 커티스는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것이 처음이다. 첫 후보 등록에 수상까지 성공한 것. 다른 영화지만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더 웨일> 브렌든 프레이저도 첫 후보에 수상까지 성공했다. 네 배우 모두 드라마틱한 배우 인생에 드라마틱한 수상 경력까지 더해져 많은 이들의 응원과 박수를 받고 있다. 에블린을 연기한 양자경은 올해 수상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최초의 동양인으로 기록됐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