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애플렉이 기억하는 <저스티스 리그>(feat. 배트맨 연출)
최근 출연작 <에어> 개봉을 앞둔 벤 애플렉이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여러 의미로) 전환점을 만든 <저스티스 리그>에 대해 입을 열었다. 벤 애플렉은 <맨 오브 스틸>로 시작한 DCEU(DC 확장 유니버스)에서 배트맨을 맡았다. 2016년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2017년 <저스티스 리그>를 비롯해 그는 DCEU의 브루스 웨인/배트맨을 연기했다. 최근 개봉을 앞둔 DCEU 최후의 작품 <플래시>에서 배트맨으로서 막을 내릴 예정으로 알려졌다.
그는 잭 스나이더가 연출하다가 하차하고 조스 웨던이 마무리 지은 <저스티스 리그>를 회상하며 “이런 일은 다시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상한 일이 많은 할리우드에서도 자신이 겪은 최악의 일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당시 조스웨던이 “여러분을 구하기 위해 60일간 재촬영을 할 거다. 지금까지 촬영한 것도 다 쓸 거다. 내게는 비밀 레시피가 있다”고 설명했지만 실상은 '비밀 레시피' 따윈 없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재촬영으로 영화를 완성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기에 그는 과음을 하기 시작했다(실제로 벤 애플렉은 <저스티스 리그> 개봉 후 알코올 중독 치료 과정을 밟았다). 그는 당시 자신 주변에 가족이 없고, 자신이 원하는 삶이 아니라는 사실에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저스티스 리그>는 2021년 잭 스나이더와 HBO맥스가 준비한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로 재평가 받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자 워너브러더스는 (잭 스나이더 팬들의 집요한 요청대로) '<저스티스 리그> 잭 스나이더판'을 진행시켰다. 잭 스나이더는 기존 촬영본을 활용했으나 딱 한 시퀀스만 새로 촬영했는데, 바로 자신의 집 뒤뜰에서 찍었다. 그 장면이 다크사이드가 승리한 미래를 담은 (자레드 레토 조커가 나오는)'나이트메어신'이었다. 4시간에 달하는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는 <저스티스 리그>와 달리 호평을 받았고 벤 애플렉의 말처럼 “출연작 중 IMDb 점수가 가장 높"은 인기작으로 등극했다.
최근 DC스튜디오가 제임스 건과 피터 샤프란을 중심으로 세계관 전면 리셋을 발표하면서, 벤 애플렉이 배트맨 영화 연출을 맡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졌다. <저스티스 리그> 이후 나올 배트맨 단독 영화를 그가 연출·주연할 예정이었기 때문. 그러나 벤 애플렉은 “제임스 건은 좋은 사람이고,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할 사람”이라면서도 “단지 나는 그들이 하려는 것에 맞춰 연출하고 싶지 않다. 흥미가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폴 토마스 앤더슨, 신작 영화의 '미친 캐스팅'
2022년 <리코리쉬 피자>를 선보인 폴 토마스 앤더슨이 새로운 작품에 착수한다. 현재 제목이나 내용도 알려지지 않은 그의 신작은 캐스팅만으로 엄청난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7월부터 촬영에 들어갈 이번 신작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레지나 홀, 레이첼 테일러, 호아킨 피닉스, 비고 모텐슨이 출연한다. 폴 토마스 앤더슨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아직 한 번도 함께 작업한 적이 없는 조합이기에 어떤 시너지를 낼지 궁금증을 자아낸다(두 사람은 <부기 나이트>에서 만날 뻔했으나 <타이타닉> 일정으로 무산된 바 있다).
디카프리오를 제외하고도 쟁쟁한 배우들의 이름이 눈에 띈다. 현재 리들리 스콧의 <나폴레옹> 공개를 앞둔 호아킨 피닉스, 영원한 '아라곤' 비고 모텐슨, 코미디 장르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레지나 홀, 한때 떠오르는 신예였으나 지금은 다소 애매한 레이첼 테일러까지. 이번 신작이 '범죄 영화'로 알려진 만큼 폴 토마스 앤더슨이 이 배우들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 분명 주목할 만한다. 현재까지 배우, 제작사 측에서 공식 발표하진 않은 상황이지만, 부정적인 반응이 없는 것으로 보아 거의 확정인 것으로 보인다. 토마스 핀천의 소설 「바인랜드」 영화화라는 루머가 있으나 영화 평론가 제프리 스나이더가 말하길 '범죄 영화'라고 한다. 과연 어떤 영화가 나올지, 폴 토마스 앤더슨이 이번에는 아카데미를 흔들 수 있을지 궁금하다.
미국 방송 시스템 바뀔까, 시청자들 시즌제 결말만 기다려
흔히 '시즌제'로 귀결되는 미국 드라마 시장에 큰 변화가 올지 모르겠다. 미국 드라마 시장은 가장 먼저 드라마의 컨셉을 명확히 보여주는 '파일럿' 제작 후 시즌 1을 방영하는, 혹은 시즌 1을 제작하고 방영 후 반응을 보고 후속 시즌을 제작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 같은 드라마 시즌제는 미국 방송계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시스템인데, 최근 연이은 후속 시즌 취소에 미국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고 한다.
시장 조사 업체 '유고브'(YouGov)에 따르면 현재 미국 시청자들 중 1/4은 OTT 오리지널 드라마의 피날레를 기다린다고 한다. 그중 27%는 결말을 맺지 못한 채 드라마가 종용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24%는 클리프행어(극적인 순간에 끝내는 방식) 후 다음 시즌까지 기다리는 것이 싫다는 이유였다. 이 피날레를 기다려서 본다는 시청자의 48%는 한 번에 몰아보는 것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즉 다음 시즌이나 다음 화를 기다리는 것보다 차라리 완결 난 드라마를 한 번에 몰아보는 것을 선호하는 시청자가 확실히 늘었다는 것.
이같이 드라마가 완결 나는 것을 기다리는 이유는 OTT 플랫폼의 오리지널 시리즈가 시청률 저조로 조기 종영, 혹은 차기 시즌 제작을 취소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서일 것이다. 넷플릭스는 <OA> <빨간머리 앤> <워리어 넌> <아이 엠 낫 오케이> 등을 조기 종영한 바 있다.
SF 영화 <가타카>, 드라마 리메이크 물망
SF 걸작으로 손꼽히는 영화 <가타카>가 드라마 리메이크 대열에 올랐다. 이번 드라마는 파라마운트 미디어의 방송국 '쇼타임'의 콘텐츠로 제작될 예정이다. <가타카>는 유전자 조작으로 원하는 인재를 만들 수 있는 세상에서 제롬(주드 로)의 신분을 빌린 빈센트가 살인사건 용의선상에 오르며 일어나는 일을 그린다. 열망만은 누구 못지않으나 '유전자' 때문에 우주비행사가 될 수 없는 처지의 빈센트와 누구보다 유능한 인재였으나 하반신 부상 후 회의적으로 사는 제롬의 대비를 통해 인간의 선택과 의지를 조명한다. 아직 제작 발표도 이른, 논의 단계이나 <홈랜드>의 쇼러너(드라마 총괄 제작자) 알렉스 갠사와 하워드 고든이 제작자로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