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비주얼리스트 애나 릴리 아미푸르 감독의 독특한 작품 세계와 매혹적인 미장센을 만날 수 있는 미스터리 펑키 스릴러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이 국내 관객을 찾아온다. 현대판 늑대인간 역에는 전종서 배우가 캐스팅되어 일찌감치 화제가 된 작품. 애나 릴리 아미푸르 감독은 <버닝>(감독 이창동, 2018)에 출연했던 스티븐 연 배우의 적극 추천으로 영화를 보고, 전종서 배우와 LA에서 시간을 보내며 ‘사랑에 빠졌다’고 고백했다.
애나 릴리 아미푸르 감독은 회화, 조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예술적 기반을 다졌고, 영화를 만들기 이전에는 LA에서 아트록 밴드의 베이스 연주자이자 보컬리스트로 활동하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해왔다. 그의 장편 데뷔작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2015)는 악의 도시 ‘Bad City’에서 살아가는 외로운 뱀파이어 소녀와 고독한 인간 소년 사이에서 피어나는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스파게티 웨스턴과 필름누아르, 호러 장르에 그래픽노블, 이란 뉴웨이브의 기운까지 담은 장르의 믹스 앤 매치로 영화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후 선보인 수키 워터하우스와 제이슨 모모아, 키아누 리브스, 짐 캐리가 출연한 두 번째 영화 <더 배드 배치> 역시 2016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뒤 독특하고 참신한 스타일로 평단을 사로잡으며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여기에 아카데미 작품상에 빛나는 <버드맨>과 브래드 피트, 로건 레먼, 샤이아 라보프 주연의 <퓨리> 등 화려한 경력을 가진 존 레셔 프로듀서가 제작에 참여해 눈길을 끈다. 또한 <유전>, <미드소마>, 그리고 <보 이즈 어프레이드>(Beau Is Afraid)까지 다수의 작품을 함께한 아리 애스터 사단의 촬영감독 파웰 포고젤스키가 합세해 의문의 존재이자 이방인인 ‘모나’(전종서)를 중심으로 한 개성 강한 캐릭터들을 화려하고도 독창적인 영상미로 담아냈다. 그뿐만 아니라 레드 핫 칠리 페퍼스, 존 레전드 등과 작업한 작곡가이자 뮤지션인 동시에 넷플릭스 드라마 <마르코 폴로>로 에미상 후보에 오른 음악감독 다니엘 루피가 음악을 맡아 EDM과 블루스, 하우스, 락 등 장르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사운드트랙으로 황홀한 음악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처럼 실력파 제작진들의 참여로 신뢰감을 더하는 영화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은 일찌감치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경쟁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것을 시작으로 BFI런던국제영화제, 취리히영화제, 로테르담국제영화제, 멜버른국제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제에 공식 초청되었다. 로튼토마토 프레시 인증마크를 획득해 탄탄한 완성도를 입증했으며, 국내에서도 부산국제영화제 오픈시네마 섹션에 초청되어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화제작으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단 두 작품만에 관객들에게 자신만의 색깔을 확실하게 각인시킨 애나 릴리 아미푸르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영화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은 붉은 달이 뜬 밤, 폐쇄병동을 도망친 의문의 존재 ‘모나’(전종서)가 낯선 도시에서 만난 이들과 완벽한 자유를 찾아 떠나는 미스터리 펑키 스릴러이다. 3월 22일 개봉을 앞두고 이메일로 애나 릴리 아미푸르 감독을 만났다.
또 한 편의 스타일리시하고 매혹적인 작품이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현지 반응은 어떤지, 또 한국 개봉을 앞두고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미국에서의 반응은 긍정적이고 관객들이 영화의 분위기를 잘 즐겨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한국 영화가 할리우드 영화들보다 훨씬 더 멋지고 영리하고 거칠다고(wild) 생각하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반응이 기대됩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합니다.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은 2019년 촬영을 마쳤다고 알고 있습니다. 개봉까지 4년이 걸린 셈인데, 그 기간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또 편집 등 후반작업을 거치며 영화가 초기 구상과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설명해주세요.
코로나19로 모든 게 지연되어서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이 무척 괴로웠습니다. 팬데믹이 막 시작했을 때 저는 편집을 거의 끝낸 상태였어요. 그래서 락다운 상태에서 사운드와 색감을 다듬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리고 무작정 기다려야만 했어요. 마치 영화 초반에 ‘모나’가 방 안에 갇혀 있는 것처럼요. 삶이 예술을 모방하고 있다고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자유로워지고 싶었어요. 시간을 견디면서 제가 느꼈던 점은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영화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보통 영화 촬영을 끝내고 나면 정신적으로 지쳐서 영화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요. 하지만 락다운 기간 동안 그 질문에 대해 어떻게 답해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렇게 작품을 분석할 수 있었던 게 흥미로웠어요. 특히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은 근본적으로 자유에 관한 이야기라서 더욱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본격적으로 영화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은 어디서 어떻게 출발한 영화인가요? 또 제목은 어떻게 지으신 건가요?
‘모나리자’라는 주인공은 수 세기 동안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져온 그 유명한 그림처럼 영원한 미스터리를 상징합니다. 모나는 제 마음속의 뮤즈이자 이상적인 여성상입니다. 결코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여성말이죠. 그녀는 모든 요소를 갖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 가지로 분류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강력하고 통제할 수 없죠. 끊임없이 호기심을 가지고요. 저는 이런 유형의 히어로를 보고 싶었고 이런 유형의 히어로가 등장하는 이야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통해서 새로운 시각으로 현실을 바라볼 수 있었죠.
‘블러드 문’은 늑대인간 신화에서 착안한 아이디어입니다. 달로부터 힘이 충전되고 연결된다는 점에서 늑대인간과 비슷하다고 생각했고, 여성들의 월경 주기를 떠올리면서 그들의 신비하게도 육체적으로 달과 연결되는 지점을 떠올렸습니다. 매달 일어나는 육체의 생성과 소멸의 주기에는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저는 그것이 여성들이 갖는 힘의 원천이자 그들 스스로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달이 힘을 가져다준다는 아이디어를 가져와서 새로운 무언가로 만든 게 바로 이 모나리자, 현대판 늑대인간입니다.
영화 캐릭터들이 모두 독특합니다. 먼저 모나리자 이야기를 해보죠. 전사가 없어요, 10살에 정신병원에 입소 후 12년을 갇혀 지냈다는 정보가 전부입니다. 이전에 탈출을 시도한 적도 없는 거 같아요. 영화는 그런 모나리자가 탈출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죠. 모나리자는 어떤 사람인가요?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은 모나리자에 대한 수수께끼를 없애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말할 수 있는 건 그녀는 아웃사이더라는 점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왔고,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이 사회에 적응할 수 없었습니다. 북한에서 왔다는 점은 매우 강렬한 배경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 거예요.
저는 북한이 가진 미스터리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없는 사회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되었고 그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이 소녀가 그곳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에 매료되었습니다. 만약 속편이 나온다면 모나가 어디서 왔고 어떻게 미국까지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자세한 배경 스토리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전종서 배우에게는 모나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미국에 왔는지 알 수 있도록 배경 스토리를 알려줬어요. 하지만 모든 일이 모나가 너무 어렸을 때 일어났고 그 힘을 통제할 수 없었기 때문에 모나는 ‘정신분열증’으로 판정받고 시설에 수용되어 약물을 투여받았습니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적응력이 빠릅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 사회가 모나를 이해하거나 통제할 수 없었고 그 때문에 사회 속에서 설 자리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어렸을 때 제대로 된 어린 시절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성인이 된 모나는 세상을 경험하면서 그 허기를 채우기 위해 길을 나서게 됩니다.
모나리자가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설정, 뉴올리언스라는 특수한 지역에 대한 착안은 처음부터 구상하셨던 건가요?
뉴올리언스라는 도시도 하나의 캐릭터입니다. 저는 이곳과 사랑에 빠졌고 이곳에서 영화를 찍고 싶었는데 마침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이 딱 알맞은 영화였습니다. ‘모나’는 사회가 바라볼 때 미친 사람으로 보이는 캐릭터인데 뉴올리언스는 모나보다 더 미친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질문이 떠올랐죠, 정말로 미친 건 누구일까요? 모나? 아니면 이 세상? 이 질문은 제가 했던 모든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영화를 통해 끊임없이 세상과 사회 시스템, 통제와 소비의 정치를 탐구하고 그리고 그것들이 어떻게 사람들을 특정 방식으로만 살도록 강요하는지 살펴봅니다. 저 역시 항상 시스템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고요.
모나리자는 성인의 외형을 가지고 있지만, 정신은 아이 같아요. 세상을 선과 악이라는 거창한 이분법으로 구분하기보다는,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하는 것 같고요. 퍼즈(에드 스크레인)를 만나고, 보니(케이트 허드슨)를 만나고, 찰리(크레이그 로빈슨)를 만나는 과정에서 차츰 선악에 대한 자기만의 기준을 확립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배워나가는 거라고 할까요? 그런 의미에서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은 로드무비를 넘어 성장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성장영화도 되고, 로드무비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모나를 위한 로드무비이자 찰리를 위한 성장 영화라고 할 수 있죠. 말하자면, 이 이야기를 통해서 많은 변화를 겪게 되고 성인 남자가 되어 가는 사람은 바로 찰리라고 할 수 있어요. 그는 자신이 믿는 바를 위해 앞장서고 진정한 친구를 찾기도 했어요.
하지만 앞서 제가 말했듯이, 저의 영화 속에서 세상 그 자체는 안타고니스트(Antagonist, 반동인물)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좋은 의도를 가졌든 나쁜 의도를 가졌든 그 모든 게 환경의 산물이라고 봅니다. 각각의 캐릭터에는 선과 악이 모두 존재하고 너무나 순수한 모나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들을 바라보고 판단하도록 만듭니다. 어쩌면 퍼즈 안에는 악은 없을지도 몰라요. 그는 부처님 같은 사람이니까요.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모나리자 역에 전종서를 캐스팅하려고 염두에 두셨나요? 전종서 배우를 알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또 전종서 배우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캐스팅 비하인드 스토리도요.
제가 스티븐 연과 함께 TV쇼를 찍고 있을 때 그가 <버닝>에 대해 이야기해줬어요. 전종서라는 배우를 한번 살펴보라고요. 그 영화를 통해 종서를 처음 만났고 그녀를 보는 순간 모나리자를 보는 것 같았어요. 그 영화에서 그녀의 연기는 정말 강렬하고 최면에 걸린 것 같았어요. 설명하기 힘들 정도였어요. 신비롭고 매혹적인 카리스마를 갖고 있고요. 또 맹렬한 힘도 지니고 있어요.
저는 종서가 영어를 얼마나 구사하는지 보고 싶어서 연락을 취했어요. 근데 그녀가 햄버거를 먹는 장면이 테이프에 찍혀 있더라고요. 그때 이미 종서가 이 영화를 찍었으면 좋겠다고 확신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LA에 와서 일주일 간 저랑 함께 지내는 동안 저는 한 명의 예술가이자 인간으로서 종서와 사랑에 빠지고 말았어요. 제 차를 타고 다니면서 함께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었는데 마치 종서가 모나리자를 연기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전종서는 정말 놀라운 사람입니다. 배우로서 종서는 직관을 갖고 있고 그 너머를 바라보는 마법도 부릴 줄 알죠. 종서와 함께 한 이 작품은 지금까지 제가 해왔던 그 어떤 작업보다 만족스러웠어요.
퍼즈(에드 스크레인), 보니(케이트 허드슨), 찰리(크레이그 로빈슨) 같은 캐릭터들은 어떻게 설정하셨는지 궁금해요. 각 캐릭터들이 의미하는 것들은 무엇인지도요. 우선 퍼즈에 대해서 여쭙겠습니다. 처음 퍼즈는 과자에 맥주를 사주며 키스를 요구하는, 우연히 만난 여자를 한번 어떻게 해보려는 사람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결정적으로 모나리자의 탈출을 돕죠. 운명적인 만남이라고 기뻐하면서, 진심으로 모나리자의 해방을 돕습니다. 무언가 종교적인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퍼즈는 어떤 사람인가요?
퍼즈가 어떤 면에선 숨어있는 부처 같은 사람이라는 말에 동의합니다. 그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진심을 다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너무 이상적인 사람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위험하거나 범죄자처럼 보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를 무시하거나 피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퍼즈가 이토록 놀라운 사람이라는 것을 결코 알지 못하겠죠. 부처님을 그리워만 하는 거예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사람들을 겉모습으로 섣불리 판단하고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죠. 그렇게 하면 많은 것을 놓치고 살아가게 됩니다. 그 아래에 있는 진실을 놓치게 돼요. 모나의 장점은 두려움에 이끌려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모나는 길에서 만난 위험해 보이는 사람들을 향해 다가가서 그들을 탐구할 수 있습니다. 현실 세계에서는 밤에 혼자 집으로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여성들의 삶이죠. 그래서 저는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자유롭게 갈 수 있는 캐릭터를 보는 것이 즐거웠던 것 같아요.
보니는 미혼모입니다. 스트립 댄서로 일하죠. 아들을 부양해야 하니까요. 모나리자를 만나서 쉽게 돈을 벌긴 하지만, 그렇게 악한 캐릭터로 느껴지지 않아요. 감독님은 보니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나요?
보니는 놀라운 사람이에요. 생존자이고 마치 상어 같은 인물이죠. 보니는 사기꾼이면서 세상 물정에 밝은, 강인한 싱글맘입니다. 그녀는 공격당하는 순간에도 사과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인물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보니가 상황을 자기 식대로 이용한다고 비난하지만, 저는 그녀가 그렇게 유달리 잔인한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여느 CEO나 성공한 사업가들이 가질 만한 건강한 수준의 이기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녀가 스트리퍼 댄서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녀를 혹독하게 판단하곤 하죠. 저는 영화 말미에 스트리퍼가 어떤 식으로든 변해야 하는 슬픈 이야기를 담은 영화들을 보는 게 지겨워졌어요. 힘든 직업이고 어려운 일이지만 보니는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가고 있어요. 그리고 보니는 스스로에게 미안함을 느끼지 않고 그 일을 해나가죠. 그런 점에서 보니는 저에게 영웅 같아요.
영화에서 음악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더라고요. 전체적인 영화 분위기에도 일조하는데, 가사를 유심히 들어보면 마치 모나리자에게 하는 말처럼 느껴집니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또 하나의 화자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인지 모나리자는 선악에 대한 구분, 세상을 배워 나가는 것보다 음악, 이미지 등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것에 더 관심을 가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음악으로 어떤 효과를 주려고 하셨는지 궁금해요.
음악은 돛을 움직이는 바람 같아요. 음악이 없으면 배는 어느 곳으로도 나아가지 못합니다. 저는 시나리오 속에도 음악에 대한 내용을 넣고, 촬영할 때에도 음악을 틀고, 영화를 만드는 처음부터 끝까지의 과정에서 음악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요.
영화를 보고 나면 한 사람(여자)의 성장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자유를 찾아가는 여정으로도 읽히고요. 감독님이 궁극적으로 이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 대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예술은 사람마다 개인적이고 각자 다른 방식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하나의 궁극적인 메시지가 있다고 확신할 수 없어요. 마치 모나리자(그림)처럼요. 그걸 보고 사람들은 해답을 얻기보다는 그 그림에 대해 질문을 더 많이 던지죠. 하지만 ‘아는 것을 잊어라(Forget what you know – 포춘쿠키 메시지)’가 핵심 아이디어라고는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문장은 많은 것을 의미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어요. 오래된 신념에 갇혀 있으면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없습니다. 새로운 것을 볼 수도 없고요. 그러니 자신을 가두는 감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우리 모두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잊어버려야만 합니다.
혹시 속편을 찍을 계획이신가요? 구상하고 있는 이야기가 있는지, 실제로 진행 중인지도 궁 금합니다.
그러고 싶어요! 이미 생각도 해봤죠. 비행기를 타고 떠난 모나가 한밤중에 디트로이트에 도착하는 거죠. 여러분도 알다시피 디트로이트는 하우스 음악의 발상지 중 하나죠(웃음)!
한국 관객에게 감독님은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영화에서는 ‘변형된’ 늑대인간을 차용하셨고요. 뱀파이어, 늑대인간 같은 판타지적 요소에 끌리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한국 관객들이 그 영화를 좋아한다니 너무 기쁘네요! 언젠가 꼭 한국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판타지적 요소는 제가 영화라는 예술에 빠지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초자연적인 동화를 통해 두려움과 갈망을 해소하곤 했거든요. 영화는 마치 꿈과 같아서 그 꿈속으로 들어가면 현실과는 반대로 말이 되지 않는 이상하고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어요. 우리는 매일 현실 세계를 충분히 경험하고 있으니 저는 그 너머의 마법을 찾고 싶었어요.
이란계 잉글랜드 태생이시죠. 미국인이시고요.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어렸을 때부터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셨을 것 같아요. 이런 자전적 요소들이 뱀파이어 소녀나 모나리자처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자유를 찾아 계속 세상을 탐구하는 주인공에게 투영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당연하죠. 어렸을 때 미국에서 자란 저는 갈색 피부에 남들과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이란계 아이였기 때문에 저에게 ‘맞는’ 곳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그 덕분에 나만의 세계를 자유롭게 만들 수는 있었죠. 이야기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다른 우주를 상상하곤 했어요.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요. 그리고 ‘소속감’이라는 감정이 사회 시스템의 함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이런 모든 느낌들이 제 작품에 흐르고 있다고 생각해요. 자유를 향한 끝없는 갈증까지도요.
자유는 여러 가지를 의미할 수 있지만 자유를 정의하려면 시스템을 거부해야만 합니다. 제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과 제가 믿는 바는 “아웃사이더가 된다는 것은 진정한 독립”이라는 것입니다. 집단적인 사고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에 자신만의 규칙을 만들 수 있고 외모와 옷차림 등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어요. 저는 그런 집단적인 사고가 인류에게는 독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인간들이 가질 수 있는 진정한 힘은 우리는 각자 개인이며 모두가 독특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섣불리 분류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제가 매력을 느끼는 이유도 그렇기 때문입니다.
한국 영화 중 관심 있게 본 영화가 있나요?
너무너무 많아요. 최근에 저는 <사이보그지만 괜찮아>(감독 박찬욱, 2006)라는 영화를 봤는데 너무 좋았어요. 연출이 무척 경쾌하고 ‘곤조’(gonzo)가 있고 남자 주인공으로 출연한 비가 카리스마가 있으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이었어요.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더라고요.
좋아하는 한국 감독, 배우가 있다면요?
모든 한국 배우, 감독들과 함께 일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영화를 볼 한국 관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란인과 한국인 사이에는 가족관계, 음식, 유머감각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면에서도 비슷한 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또 한국 영화는 항상 스토리텔링을 영리하고 대담하게 풀어나가는데 이건 한국 관객들이 영리하고 대담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영화가 여러분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많은 기대를 하고 있어요. 저는 한국에 가서 마치 ‘모나’처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보고, 먹고, 마시고 모든 것에 흠뻑 빠져보고 싶어요!
윤상민 씨네플레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