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킹>

권력형 비리의 종합 선물세트 같은 영화 <더 킹>이 묘하게 현실과 겹치는 부분이 많군요. <더 킹>은 대한민국 권력의 핵심인 검사의 비리를 이야기하는 영화인데요. 그래서 우리나라 영화에 나왔던 나쁜 검사들을 찾아봤습니다.


<소수의견>
홍재덕

지옥 같은 강제철거 현장. 열여섯살 철거민과 진압중이던 경찰의 사망사건이 벌어집니다. 아들을 잃은 박재호(이경영)는 경찰을 죽인 범인으로 체포되고 말지요. 경찰은 박재호의 아들이 용역깡패에 의해 죽었다고 발표하지만, 박재호는 아들이 경찰의 손에 죽어서 반격한 것이라며 정당방위를 주장합니다. 검찰은 서둘러 이 사건을 덮으려고 하는데, 그 선두에 홍재덕 검사가 있습니다.

안경 너머로 사람을 노려보는 표정이 이보다 기분 나쁜 배우가 있을까요. 국민밉상 김의성이 이 역할을 맡았습니다. 사부작 사부작 가자는 검사장의 한마디에, 진실에는 관심 없고 수사기록을 윤진원(윤계상) 변호사 측에 공개하지 않는 등의 법적 수작으로 진실을 은폐하기 바쁘죠. 결국, 홍재덕 검사는 이 사건으로 옷을 벗게 되지만 대형로펌에 변호사로 취직해 윤진원에게 두꺼운 명함을 자랑합니다.


<부당거래>
주양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알아요. 사진만 봐도 이 대사가 자동재생될 것 같네요. 검사 주양(류승범)은 정재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장인어른의 든든한 후원을 믿고 자신의 욕망을 위해 권력을 휘두르는 파렴치한입니다. 스폰서인 태영건설 김회장의 청탁을 받아 세무조사를 피하게 해주지만, 김회장이 조금이라도 심기를 건드리면 태영 센타를 까드려야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 아시겄어?라고 불같이 화내며, 갑을관계를 분명히 하지요. 여러 사람이 죽어나가는 그 난리법석 속에서 주양은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지만, 곧 장인의 비호를 받고 건재합니다. 현실에서 많이 본 장면 같아서 입이 쓰군요.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조범석

웬일인지 공무원을 자주 연기하는 곽도원입니다.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에서는 조폭들을 때려잡는 조범석 검사를 연기했었지요. 범죄자들을 가차 없이 다루는 정의의 사도이기도 하지만, 죽도를 휘두르면서 가학적인 즐거움을 찾는 변태 같기도 했지요. 조범석 검사는 인맥을 이용해 수사를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최익현(최민식)과 최형배(하정우) 일당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애씁니다.

그러나 영화의 종반부엔 장관과 최익현이 야합하는 자리에 합석하면서 변절할 것을 암시하지요. 평생 권력의 주변부에 기생하며 살아온 최익현(최민식)이 아들을 끝내 법조인으로 키우는 것을 보면, 이 더러운 연결고리가 쉽게 끊길 것 같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치외법권>

여기서도 권력의 비리를 눈감아 주는 것은 검사로 묘사됩니다. 20대 여성이 실종되는 사건이 연속으로 벌어지자, 경찰은 프로파일러 정진(임창정)과 경찰대 수석 졸업생 유민(최다니엘)을 팀으로 묶어 사건을 수사합니다. 그러나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두 형사는 마약범으로 몰려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지요. 그들을 취조하는 검사는 이미 해당 종교에 매수되어 있었습니다. 작품성이나 흥행으로 검증받은 작품은 아니지만, 사이비 종교가 개입된 권력형 비리라는 점에서 현실과 닮은 점이 많습니다.


<변호인>

<변호인>은 부산에서 독서모임을 하던 대학생들을 간첩으로 몰아 잡아들인 부림사건을 바탕으로 해 인간적인 변호사 송우석(송강호)이 학생들을 변호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영화에서도 국가 권력을 상징하는 부산중부경찰서의 차동영을 곽도원이 연기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차동영을 비호하는 강검사(조민기)가 등장하죠. 강검사는 E. H. Carr역사란 무엇인가를 공산주의자를 양성하는 불온서적이라고 하는 등 억지주장을 펼칩니다. 실제 부림사건의 검사였던 모 국회의원은 <변호인> 개봉 이후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씨네플레이 객원 에디터 오욕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