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시네마, CGV, 메가박스. 가 볼 만한 영화관은 전부 가 봤다. 어디 특별한 곳 없을까?

있다!

그렇습니다, 우리에겐 자동차 극장이 있습니다. 예전 드라마에서나 가끔 봤던, 요즘은 드라마에도 잘 나오지 않는 그곳. 사실 저도 자동차 극장이 아직 존재하는 줄 몰랐는데요. 그래서 더 신기하고 재밌었던 첫 자동차 극장 체험기를 전해드립니다!


현재 전국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자동차 극장은 20~30곳 정도. 하지만 서울에는 두 군데밖에 없습니다. 남산 & 잠실! 차 1대 기준으로 잠실은 평일/주말 20,000원, 남산은 평일 20,000원/주말 24,000원입니다. 체험하러 간 날은 토요일.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비게이션에 ‘잠실 자동차 극장’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출발!

얼마간 달리다 보니 눈앞에 탄천 주차장이 나타났습니다. 극장 입구로 가는 팻말을 따라 들어가면, 쪼만한 컨테이너 박스로 된 매표소가 나와요. 그리고 그 안에 다소곳이 앉아 계셨던 착한 미소지기 아저씨. 자동차 극장에서는 일반 영화관처럼 많은 영화를 상영하지 않아요. 보통 1~3편 정도. 제가 간 날 상영하고 있는 영화는 두 편이었습니다.

천년만년 된 영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
“티켓 버리지 마세요”

영화를 골라 결제를 하면 미소지기 아저씨가 영수증 같은 티켓을 주십니다. 위쪽에 보면 주파수가 나와 있죠. 이 영수증 같은 티켓은 절대 버리시면 안 돼요. 나갈 때 이 티켓을 제출해야 주차비가 무료거든요. 안 그럼 주차비 폭탄각. BAAM!!

왼쪽은 1관. 오른쪽은 1관과 조금 떨어진 곳의 2관.
“라이트를 꺼주세요”

극장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나면, 다른 차들의 영화관람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꼭 라이트는 꺼주세요. 제 앞에 있던 차는 라이트가 고장났는지 당최 꺼지질 않아서, 일하시던 직원분이 신문지와 노란 테이프를 들고 바람처럼 달려와 라이트를 막아주셨다는. 그리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브레이크등 때문에 뒤차에 방해가 될 수 있으니, 관람 중에는 밟지 않도록 조심해주세요. 참, SUV는 뒷자리에서 보는 센스! 어렸을 때 학교에서도 키 작은 친구는 맨 앞, 키 큰 친구는 맨 뒤, 이렇게 서는 거 아시죠? (요즘은 안 그런가..)

조금 옆으로 가보면 매점도 있습니다. 매표소처럼 귀여운 빨간 컨테이너 박스. 각종 팝콘과 과자, 음료수, 핫바 등을 팔고 있습니다. 종류가 그다지 많지는 않아요. 다양한 먹을거리를 원한다면 잠실역 근처에 있는 홈플러스나 롯데마트에서 따로 사가는 게 좋을 듯. 어차피 내 차에서 먹는 거니까, 다른 사람 눈치 볼 필요 없이!

그리고.. 두둥! 매점 뒤편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혼자서는 절대 못 가는 화장실이 나옵니다. 남자 화장실은 불이 켜지는데, 여자 화장실은 고장 났는지 불이 안 켜지는 것.. (한 여자가 울며불며 화장실을 다녀왔다는 슬픈 전설이 있어...☆) 화장실 가실 분들은 랜턴이나 핸드폰 손전등 꼭 가져가시길!

해가 지고, 시간이 되면 영화가 시작합니다. 아까 그 티켓에 나와 있던 주파수로 맞추면, 치지지직- 영화 소리가 나와요! 싱기방기.

고백하자면 전 평소 영화를 조금 시끄럽게 보는 편입니다. 영화를 보다가도 “쟤가 방금 뭐랬어?” “갑자기 왜 저러는 거야?” “뭐지, 나 잘 이해가 안 돼.” 하고 옆 사람에게 말을 걸기 일쑤고, 놀라기도 잘 놀라서 무서운 장면, 싸우는 장면할 것 없이 일단 사운드가 크면 지레 소리를 지르곤 합니다. 본격 극장 민폐녀. (feat. 이런 사람은 영화관 가면 안 돼요.)

이런 저에게 자동차 극장은 옆 사람 눈치 안 보고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는 최상의 공간이었습니다. 다만 스크린을 바로 보는 게 아니라 차 앞 유리를 통해 봐야 하다 보니 조금 흐리게 보이기도 했지만, 영화 내용에 지장을 주는 정도는 아니라 괜찮았습니다.

“시동은 켜두세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시동은 켜 두는 것이 좋아요. 일단 라디오를 통해 소리를 들어야 하기 때문이죠. 시동을 끄고 라디오만 들을 수 있지만, 그렇게 하면 배터리가 방전될 수 있습니다. 굳이 시동을 끄고 영화를 보고 싶다, 배터리 방전도 싫다, 하시는 분? 매표소의 미소지기 아저씨에게 얘기하면 유선 스피커를 가져다주시기도 한다니 참고하시길!

시동을 켜두어야 하는 이유 두 번째! 요즘 참 덥죠. 밖에 가만히 있어도 땀이 찔찔 나는데, 이 더운 날 밀폐된 공간에 2시간 동안 갇혀있다고... 상상만 해도 끔찍한 것! 그러니 에어컨을 켜야 합니다, 여러분. 그러려면 시동을 켜야겠죠. 저도 처음엔 기름값이 걱정돼서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다 열어놨었습니다. 그런데 문을 열어놓으니, 다리 위로 다른 차들이 지나가는 소리부터 바깥 소음까지 모든 것이 아주 그냥 생생히 들리는 게 아니겠어요?! 영화에 집중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문을 닫고 에어컨을 켰죠. 찾아보니 2시간 동안 에어컨을 가동했을 때 기름값은 차종과 연비에 따라 상이할 수 있지만 대략 2천~5천 원 정도 든다고 합니다.(확실하지 않음. 아시는 분 댓글 부탁!) 그래서 결국 2시간 동안 에어컨을 켰다 껐다,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 했다는 두 번째 슬픈 전설...☆


첫 자동차 극장 체험기는 여기까지입니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오래된 것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순간이었다고나 할까요. 일반 극장이 아닌 새로운 곳에서의 영화관람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도 좋겠지만, 아이나 애완동물을 데리고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특히 추천합니다. 자, 그럼 이제 핸드폰을 꺼내 차 있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려볼까요. 

“주말에 영화 보러 갈래? 자동차 극장으로!”

글·사진 씨네플레이 에디터 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