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노상천(허성태)은 살아있을까? <미끼-파트2>(감독 김홍선)가 4월 7일 쿠팡플레이에서 공개된다. <미끼>는 유사 이래 최대 사기 사건의 범인이 사망한 지 8년 후, 그가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이를 둘러싼 비밀을 추적하는 범죄 스릴러.
파트1은 현재 시점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살인 사건과 과거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사기 사건 사이를 오가는 탄탄한 스토리, 예측 불허의 충격적 전개와 반전, 그리고 주조연 배우들의 빈틈없는 열연으로 시청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7일에 공개되는 파트2에서는 연쇄 살인 사건과 함께 수면 위로 떠오른 ‘그 놈’을 끝까지 쫓는 사람들과 서로 속고 속이는 이들 사이의 숨겨진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의문의 살인 사건과 8년 전 사기 사건 사이의 비밀을 파고드는 형사 ‘구도한’ 역의 장근석, 유사 이래 최대 사기 범죄자이자 역대급 빌런 ‘노상천’ 역의 허성태, 구도한과 함께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기자 ‘천나연’ 역의 이엘리야, 그리고 이성욱, 이승준, 박명훈, 오연아 등 명품 배우들이 출연해 호연을 펼치고 있다. 드라마 <보이스>, <손 더 guest>,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등을 성공시키면서, 장르물에 특화된 연출자로 꼽히고 있는 김홍선 감독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미끼-파트2>에 대해 들어봤다.
<미끼-파트1>을 본 관객들이 실화를 모티브로 한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물론 특정 사건들이 연상되실 겁니다. 제 기준은 사건에 근본적으로 접근하는 수사물을 만들고 싶은 거였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 일어난 많은 사건을 참고했어요. 그중에서도 미결 사건을 여러 건 봤죠. 조사하는 과정 중에 우리나라에 사기 사건이 너무 많다는 게 보이더라고요. 파트2에서는 사기에 관한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나올 겁니다.
사기 사건은 시기를 가리지 않고 계속해서 벌어지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시대가 변하고 상황은 바뀌었지만, 맥락은 똑같은 사건들이 계속 벌어지는 거 같아요. 요즘은 코인 사기까지 생겨나고 있죠. 최근에 본 한 방송에서 수사관이 한 사기 사건의 피해자만 20~30만 명이 되는 일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고 말하는 걸 들었어요. 왜 이런 거에 속지? 왜 다들 거기에 열광하지? 하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뭐 다 이유가 있겠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사기 사건들이 벌어지는 느낌입니다.
취재하시면서 피해자들도 만나봤나요?
여전히 존재하더라고요. 특정 사건뿐 아니라 여러 사기 사건에서 계속해서 피해자가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드라마를 만드는 연출가의 입장에서 제가 뭔가를 제시할 수는 없지만, 그런 부분들을 환기라도 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피해자들에게도 <미끼>가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미끼>를 본 분들은 좀 덜 속으시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고요(웃음).
<미끼-파트1>은 예측 불허의 전개와 탄탄한 스토리로 호평받았죠. 파트1에서 뿌려둔 수많은 떡밥들이 있는데, 파트2에서 다 회수가 될까요?
제 기준으로 다 회수되는 것 같아요. 원래 결과를 정해두고 찍은 작품이라서요. 제가 원래 계획을 세운 대로 잘 추진하는 편입니다(웃음).
떡밥 회수를 간절히 바라는 관객을 위해 파트2에서 관객들이 관심을 가지고 볼 부분이 있다면 힌트를 좀 주세요.
사실 파트2에서는 아무래도 이제 저희가 깔아놓은 미스터리에 관련된 떡밥도 회수해야겠지만, 기본적으로 이 일이 벌어지게 된 상황, 이유들이 조금씩 등장합니다. 그걸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거라고 말씀드릴게요.
사실 노상천이 죽었는지, 살았는지에만 관심이 집중되더라고요(웃음).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말로 답을 대신하겠습니다. “주인공은 살아 돌아와야 하고 악인은 반드시 죽어야 한다”는 말이죠. 저도 장르물을 만드는 연출가이지만, 사실 이것이 드라마의 기본 같아요. 저희가 드라마에서 정의를 세우고 뭐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고요, 인생,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는 거죠.
물론 드라마에는 안타고니스트(반동인물)도 있고 빌런도 있고 주인공도 있지만, 항상 회색 지대가 존재해요. 사람들이 살면서 어떤 상황에서는 이런 스탠스를 취하기도 하고, 또 마음은 이쪽인데 몸은 저쪽에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그런 인간적인 부분들을 충분히 담았습니다.
최근 종영한 <카지노>(감독 강윤성)의 경우 악인이지만 차무식(최민식)을 응원하는 이들이 많았죠. 노상천 역시 응원하는 관객이 많은 것 같아요. 연출가로서 선과 악에 대한 기준을 어떻게 잡고 접근했는지 궁금합니다. 또 권선징악적 결말을 응원하는 관객과, 매력 있는 악역을 응원하는 관객의 기대에 대한 균형은 어떻게 잡으려고 했는지도 궁금해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선악 기준을 제가 정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또 매력적인 악역 캐릭터를 위해서 가는 부분도 조금은 지양하고 싶고요. 그래서 촬영 현장에서 허성태 배우에게 늘 이렇게 말했어요. “너는 나쁜 놈이야. 그걸 절대 잊지 말자”라고요.
그렇게 주의하고 고민하면서 한 것 중 하나가 <미끼>가 잘못해서 노상천의 연대기가 되어버리면 안 된다는 것이었어요. 노상천을 응원하면 안 되는 거였죠. 사실 관객이 악역을 응원하게 만드는 건 쉬워요. 오히려 그 반대가 어렵죠. 노상천은 워낙 다채로운 이야기를 가진 캐릭터잖아요. 거기에 허성태 배우가 연기를 잘하면 잘할수록 매력적으로 보일 테니까요.
다만, 최소한의 틀은 지키려고 노력한 겁니다. 그게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었어요. 노상천이 응원을 받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죠. 물론 대중적으로 가려면 그게 나을 수도 있지만, 처음 <미끼>를 기획한 의의가 있잖아요. <미끼-파트1>을 보면 판결문이 나와요. 거기에 나오는 내용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맞느냐고 묻는 장면이 있죠. 이 사건이나 판결들, 그런 모든 것에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있는지 없는지를 따져보자는 것이 <미끼> 기획의 시작이었습니다. 그걸 맞춰보려고 한 거죠.
파트2에서 가장 공을 들여 연출한 부분이 있다면요?
9화, 10화에 걸쳐서 진행되는 장면이 있어요. 좁은 룸 안에 중요한 인물들이 다 모이는 장면입니다. 그때 자기들의 입장에 따라 위치를 바꿔가면서 꽤 긴 대사를 주고받는데요. 그게 참 잘 나온 장면 같아요. 그 장면을 통해서 인물이 바뀌어 가는 것들을 볼 수 있으니까요. 유의해서 보시면 재미있을 겁니다.
촬영이 가장 어려웠던 씬은 무엇이었나요?
촬영 난이도로 치면 아무래도 사고 장면이라든지 자동차 액션이 가장 어렵죠. 사실 울릉도보다는 태백에서 찍을 때가 더 어려웠고요. 산에 경사가 꽤 있는 편이라 접근성이 엄청 떨어졌거든요. 배우도, 스태프들도 다 걸어서 올라가서 촬영해야 했어요. 점심을 먹으려고 내려왔다가, 촬영하러 다시 올라가야 했으니(웃음). 그게 좀 힘들었지 나머지는 별로 힘든 게 없었습니다.
이제 배우 이야기를 해볼게요. 희대의 사기꾼 노상천 역에 최근 가장 핫한 배우인 허성태를 캐스팅 1순위로 정했다고 들었습니다. 왜 허성태 배우였나요? 결과에는 만족하시나요?
대본을 전달했을 때 허성태 배우가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감독 백승룡, 2022)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대본을 본 허성태 배우가 ‘재미있고 하고 싶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일정을 조율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미끼-파트1>은 시간대별로 이야기가 진행되어요. 초반에는 구도한 역의 장근석 배우 분량이 많았죠. 허성태 배우와는 잘 안 부딪혔고요. 그래서 초반에 장근석 배우 씬을 찍으면서 기다렸습니다. 결과물에 대해서 제 기준에서는 만족합니다.
허성태 배우의 씬 중 특별히 기억에 나는 장면이 있다면요?
허 배우가 과거에서 좀 허술했던 부분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저는 굉장히 좋더라고요. 물론 그 이후에 변하면서 허성태 배우 본인도 달라졌지만요. 사실 어떻게 보면 익히 봐왔던 배우의 모습을 벗어나서 과거의 노상천에서는 의외의 모습을 많이 보여준 거 같아요. 그런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걸 보면서 스펙트럼이 참 넓은 배우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관객들이 구도한 역할을 장근석 배우가 맡았다고 할 때 ‘뜻밖의 캐스팅’이라고 생각했을 거 같아요.
저도 장근석 배우는 <미끼>로 처음 만났습니다. 대본을 전달했는데 ‘너무 괜찮다’라고 말해서 제가 오히려 의외였어요. 장근석 배우가 지금까지 해왔던 배역이나 이미지들이 있으니까요. 첫 미팅에서 확실하게 느꼈어요. 장근석 배우가 제가 원하는 구도한 역할을 해낼 수 있겠다는걸요. 사실 배우를 만나봐야 과연 그 캐릭터에 맞는지 알 수 있거든요. 장근석 배우를 본 순간 구도한 같았어요. 평상시 장근석 배우의 캐릭터 안에 구도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잘 할 거라 생각했죠. 캐스팅이란 게 원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운, 시기도 맞아야 해요. 특히 저 같은 감독은 원하는 배우에게 컨택해서 기다려야죠. 유명한 감독님들이야 원하는 배우와 하시겠지만, 저는 늘 대본을 건네고 기다립니다(웃음).
이엘리야 배우는 어떻게 캐스팅한 건가요?
캐스팅 라인업에 올라온 배우 중 한 명이었어요. 이엘리야 배우 역시 장근석 배우처럼 기존의 이미지가 있었어요. 그래서 과연 제가 원하는 장르물에 맞을까 싶었는데, 만나보니 딱 알겠더라고요. 미팅에서 이엘리야 배우가 보여줬던 모습,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져서 아, 역할에 맞겠구나라는 생각이 든 거죠.
배우들이 다 울릉도 장면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중요한 장면이 있죠(웃음). 자세히 말씀드리기는 좀 그렇고, 배우들이 울릉도 왔다 갔다 한 것이 재밌어서 그런 이야기를 하나 봅니다. 사실 울릉도 들어가기까지 정말 힘들었어요. 겨울에 배가 안 뜨는 경우도 많고, 날씨도 맞추기가 어려웠어요. 저희도 세 번 시도만에 겨우 입도했거든요.
이제 감독님 이야기를 여쭤볼게요. <보이스> <손 더 guest>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등을 연출하며 ‘장르물의 대가’라는 평을 받으시죠. 장르물의 어떤 점이 감독님께 매력 있게 다가오나요?
저도 멜로 대본을 받아보기도 해요(웃음). 다양한 대본들을 보죠. 그런데 시장에서 저를 필요로 하는 쪽이 장르물인 거 같아요. 사실 제 개인 성향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추리소설, 액션, 미스터리 류의 작품을 많이 봅니다. 로맨틱 코미디는 찾아서 보는 편이 아니고요. 그게 아마 성향인 거겠죠.
최근 본 작품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정유정 작가를 너무 좋아해서, 소설은 다 읽었죠. 최근에 본 영화 중에는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감독 드니 빌뇌브, 2015)가 가장 좋았어요.
연출가의 꿈은 언제부터 꾸신 건가요?
대학 입학하고 군대 가기 전이었어요.
조금 늦은 편이네요.
그렇죠. 심지여 연극영화과를 나온 것도 아니고 국어국문학과 전공이었어요. 군대 가기 전에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를 봤는데요, 그때 느낌이 ‘와, 이런 걸 만드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인 걸까?’였어요. 예전에는 성룡이 나오는 홍콩 영화를 주로 봤었는데, 그 영화를 보고 완전히 달라진 거죠. 거기서부터 시작했던 거 같아요. 이런 걸 만들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하겠구나, 그렇게 영화에 빠지게 된 거죠.
그럼 영화 공부는 제대하고 본격적으로 하신 건가요?
책을 많이 봤어요. 영화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봤을 ‘영화의 이해’(루이스 자네티 저)부터 읽었죠. 지금도 후배들한테 그런 이야기를 해요. 이런 책 세 권만 읽으면 연출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요. 감독이 특별한 직업도 아니고, 어찌 보면 어느 정도의 시간과 경험이 축적되어서 인정받으면 시작될 수 있으니까요. 저도 그렇게 밥벌이를 하고 있고요. 그런 과정을 거친 것 같습니다.
예능 PD를 하시다가 드라마 연출가가 되셨어요. 적응하기 힘들지는 않았나요?
제 성격이 주변 신경을 안 쓰는 스타일이에요. 누가 뭐라 하든 말든,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가 제일 중요하니까요. 지금도 저는 운이 좋았다고 이야기해요. 하고 싶다고 해서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하기 싫다고 해서 안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어쨌든 여기까지 온 걸 돌아보면 운이 참 좋은 거 같습니다. 대신 노력은 했던 거 같아요. 하고 싶은 것이 있으니, 혼자 공부도 하고 준비를 한 거죠. 영화판 출신이 아니라서 아웃사이더인데, 여기에 오려고 노력은 좀 한 거죠. 그래도 진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꾸준히 작품을 하고 계세요. 비결이 있을까요?
운이 좋았던 거 같아요. 저는 사실은 기획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지금도 몇 작품이 돌고 있고요. 때가 맞아가는 거 같습니다. 저는 한 작품 끝나고 새로운 작품을 생각하지 않거든요. 지금 <미끼> 하면서도 다음 작품까지 기획해요.
이런 작품 하나는 꼭 찍어보고 싶은 게 있을까요?
너무 많죠(웃음). 장르물을 계속해왔으니까 좀 더 대중적인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사람들이 좀 더 기억해주는 작품이라고 할까요? 마지막까지 감동이 있는 장르물이 될 텐데요. 아까 말씀드린 <블레이드 러너>나 <시카리오> 같은 영화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알 수는 없지만, 장르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아는 명작을 하나 남기고 싶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미끼-파트3>도 계획하고 있나요?
모르겠습니다(웃음).
모르겠다는 건 열려 있다는 말씀이죠?
우선 파트2가 잘 되어야 다음 것도 가능하겠죠(웃음).
윤상민 씨네플레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