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은 애니메이션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이 있었다.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가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초로 오스카 작품상에 노미네이트가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8~10 작품이 후보에 오르는 때가 아닌, 오직 다섯 작품만 선별해서 꼽았는데, 그 한 꼭지를 이 애니메이션이 차지했다.

그만큼 <미녀와 야수>는 세계 영화사 그리고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도 중요한 지점으로 평가받는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부진했던 80년대 말 <인어공주>가 쏘아 올린 부활의 신호탄을 <미녀와 야수>가 제대로 터트렸고, 이후 <알라딘> <라이온 킹> 등이 제작되는 원동력을 마련했다. 2017년엔 이 작품을 기반으로 한 디즈니 실사화 작품이 나와서 역시 원작 못지않게 흥행과 비평 모두 대 성공을 거뒀다. 디즈니+에서는 최근 이 작품의 30주년을 기념한 새로운 쇼를 론칭해 화제를 모았다.

1991년 공개 이후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현역 작품 못지않은 영향력과 재미, 그리고 진한 노스탤지어를 자아내는 중인 이 작품. 오늘 이 시간은 <미녀와 야수> 탄생 30주년을 기념해 이 작품의 변천사를 살펴보기로 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부활! <미녀와 야수> (1991)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동명 동화를 원작으로 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는 1991년 11월에 북미에서 개봉했다. 디즈니는 <인어공주>에 이어 <미녀와 야수>에서도 비슷한 방식을 선사한다. 익숙한 동화를 바탕으로 하고, 이야기의 대부분을 흥겹고 감미로운 뮤지컬로 풀어내는 것. 프롤로그가 끝난 뒤 봉쥬르로 시작하는 벨의 뮤지컬은 심각했던 영화의 분위기를 일순간 환기시키고 다시 한번 디즈니가 선사하는 판타지로 인도한다. 이후에도 '개스톤'(Gaston) ‘우리의 손님이 돼주세요'(Be Our Guest) 그리고 현재도 사랑받는 불멸의 주제곡 '미녀와 야수'(Beauty and the Beast)까지, 눈과 귀가 즐거운 순간이 계속된다.

여담으로 ‘미녀와 야수’(Beauty and the Beast) 무도회의 미장센과 분위기는 픽사가 큰 도움을 줬다고 한다. CG가 아직 정교하지 않던 그때, 오히려 이 같은 기술이 영화의 완성도에 흠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컸지만, 픽사는 셀 애니메이션과 CG의 아름다운 조화를 빚어내며 많은 이들의 가슴에 남을 명장면을 만들었다고. 이 덕분에 CG 애니메이션을 바라보는 업계의 태도도 달라졌고, 픽사는 이 같은 성취를 바탕으로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에 힘을 쏟는다(그리고 알다시피 픽사의 첫 장편은 <토이 스토리>이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미녀와 야수>가 있었기에 픽사의 전설이 시작될 수 있지 않았을까?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아름다운 비주얼, 지금도 즐겨듣는 뮤지컬도 물론 좋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감동받은 부분은 역시 로맨스다. <미녀와 야수>의 멜로 라인은 지금 시점으로 보면 조금 올드한 면이 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이 사랑의 가치를 더 숭고하고, 더 애절하게 만든다. 모든 것을 잃은 상대를 사랑의 마음으로 위로해주며 함께하는 것, 그 사랑 덕분에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고 회개하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점은 로맨스의 힘을 가장 보편적으로 보여주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다소 허황된 판타지처럼 보이지만 아직도 사랑을 힘을 믿는 많은 이들에게 이 작품이 인생 영화로 다가가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원작의 아름다운 비주얼을 완벽하게 재현한 <미녀와 야수> (2017)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1991년 극장가를 수놓았던 사랑의 고전은 현대 기술의 발전으로, 애니메이션을 넘어 생생한 실사로 부활한다. 2010년대 디즈니는 자사의 고전 애니메이션을 실사화로 만드는 프로젝트에 돌입하는데, 그 선봉에 레전드 <미녀와 야수>를 배치하기로 한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엠마 왓슨이 벨 역을 맡았고, 이완 맥그리거, 이안 맥컬런, 엠마 톰슨 등 베테랑 배우가 원작에서 깨알 같은 재미를 담당했던 캐릭터로 나와 흥을 더한다. 여기에 언제 들어도 가슴 벅찬 원작의 뮤지컬 명곡들을 완벽하게 부활시키며 라이브의 힘을 보여준다.

이번 실사는 단순히 원작 애니메이션을 100% 재현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기존 스토리를 좀 더 현대적으로 각색했으며, 무엇보다 원작에는 없던 노래도 여러 등장한다. 예를 들어 다시 마을로 돌아가는 벨을 보고 자신도 몰랐던 사랑의 감정을 깨닫는 야수의 노래 ‘Evermore’ 등 원작에서 몰랐던 이야기를 더 풀어내는 식으로 나온다.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2017년 <미녀와 야수>는 대체적으로 원작 애니메이션을 향한 존중의 의미와 현대적인 코드, 실사화의 기술이 잘 결합되었다는 평가다. ‘너무 원작과 똑같다’, ‘원작의 감성을 잘 담아내지 못한다’는 비판적인 이견도 있지만, 애니메이션의 황홀하고 아름다운 비주얼을 어색함 없이 실사로 구현한 부분은 정말 훌륭했다. 물론 이런 효과도 원작의 힘에 기댄 측면이 있지만 말이다.


전설은 영원하다 <미녀와 야수: 30주년>

이미지: 디즈니+

최근 디즈니+에 등장한 <미녀와 야수: 30주년>은 엄밀히 말하면 영화나 애니메이션은 아니다. 일종의 뮤지컬 쇼 같은 개념의 프로그램인데, 작품 탄생 30주년을 기념해 여러 배우들과 제작진들이 <미녀와 야수>의 명장면을 실사 뮤지컬로 구현한다. 극의 중간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리타 모레노가 이 작품이 걸어온 길과 비하인드를 친절하게 설명하면서 다시 한번 전설의 위엄을 느끼게 한다.

뮤지컬 쇼로 나오긴 하지만, 원작처럼 같은 캐스팅이 존재한다. 주인공 벨 역은 미국의 유명 가수 H.E.R이 맡았다. 원작의 팬이라서 그럴까? 시종일관 들뜬 모습으로 역할을 소화하며 자시의 매력을 멋지게 발산한다. 마지막 엔딩에 일렉 기타를 치며 주제곡을 부르는 모습은, “이 작품이 등장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시대를 뛰어넘는 열기가 있구나” 느끼게 할 정도다.

이미지: 디즈니+

TV 쇼 같은 개념이라 원작과 실사화를 뛰어넘는 특별한 구석은 거의 없다. 이 작품을 사랑해준 팬들을 위한 서비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원작에는 없었던 요소도 눈에 보인다. 예를 들어 마법의 장미가 떨어지는 모습을 무용가의 몸짓으로 표현하는 부분은 꽤 인상 깊다. 극중 뮤지컬 씬들을 하나씩 클리어하며 뿌듯함을 느끼는 배우의 모습도 기분을 좋게 한다. 이 작품을 보면 애니메이션이나, 실사화보다 뮤지컬 공연을 보고 싶다는 느낌이 더 커진다.


이렇게 <미녀와 야수>의 변천사를 크게 세 작품으로 살펴봤다. 오랫동안 사랑받았으며, 다른 포맷으로 나올 때마다 빅 히트를 치기에 이 작품의 생명력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미 실사화 성공 이후 <미녀와 야수> 속편과 스핀오프에 대한 논의가 많았고, 게스톤과 르푸를 중심으로 한 프리퀄 <리틀 타운>이 곧 디즈니+에서도 공개될 예정이다. 현재 같은 인기라면 다가올 40주년에도 깜짝 놀랄 프로젝트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된다. “아주 오래된 옛날 이야기~”라고 작품은 겸손하게 말하지만, <미녀와 야수>의 아름다운 마법은 현재진행형이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홍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