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보이 슬립스> 배우 최승윤. 사진 제공=판씨네마(주)

촌스러운 말이다. '보석 같은 배우'라는 표현. 하지만 그 구태의연한 수식어만큼, <라이스보이 슬립스> 속 최승윤의 연기를 표현하기 좋은 말도 없다. 보석이 빛이 들어오는 각도에 따라 매번 다르게 빛나듯, 소영을 연기하는 최승윤 또한 그런 모습이었으니까. 소영이 경험하는 다양한 감정을 폭넓게 소화하면서 '소영'이란 인물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순간은 보석처럼 다양하게 빛나는 광경이었으니까.

한국에서 캐나다로 이민 온 소영과 아들 동현의 이야기를 다룬 <라이스보이 슬립스>에서 소영을 맡은 최승윤은 데뷔작부터 주연으로 활약한다. 첫 주연작부터 캐나다와 한국을 경유하는 다소 복잡한 프로덕션을 소화한, 그러면서도 여운을 남기는 연기를 선보인 최승윤을 씨네플레이가 만나 대화를 나눴다.


<라이스보이 슬립스> 포스터

최승윤이 연기한 소영

처음 오디션을 받을 당시엔 간단한 시놉시스만 있었다고 들었어요. 구체적인 시나리오는 그 뒤에 받았는데, 오디션을 볼 때와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어느 쪽이 더 무겁게 느껴지셨나요.

저는 오히려 오디션 쪽이 더 무거웠던 거 같아요. 왜냐면 오디션을 볼 때 제일 어려운 장면들을 자료로 주셨거든요. 그래서 시나리오 전체를 봤을 때, 그래도 소영이 이렇게까지 이런 (힘든) 순간만 있는 건 아니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되게 불행한 인생을 산 여자는 맞지만요.

영화 초반에 도망가는 동현이를 잡아서 다시 학교로 보내고 소영도 차에 타서 눈물을 참잖아요. 그 장면이 소영을 보여주는 첫 장면인데 어떻게 보면 관객들한테는 되게 다양하게 읽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장면에서 어떤 마음으로 연기하셨는지요.

한국에서는 호적에도 못 올라갈 처지에 있던 동현이를 데리고, 자신과 그 아이를 위해서 캐나다라는 낯선 나라로 왔잖아요. 그리고 여기 캐나다에서 잘 길러서 드디어 학교에까지 보낸 첫 날인 거잖아요. 그때 어떤 감정들이 소영에게 올라왔던 게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아이 아빠 없이 캐나다에 와서 지금까지 시간을 보냈는데 드디어 학교에 가는, 뭔가 감동스러운 날이라고.

<라이스보이 슬립스> 비하인드 컷. 어린 동현을 연기한 황도현(왼쪽 사진), 10대 동현을 연기한 황이든과 최승윤.

영화의 주연이고, 같이 호흡 맞추는 배우들 중에서 가장 연장자에 속하시잖아요. 동현을 연기한 황도현, 황이든과는 어떤 식으로 호흡을 맞추셨나요?

감독님이 실제로 저희들끼리 시간을 보낼 수 있게 스케줄을 마련해 주셨어요. 그래서 저희가 같이 놀면서 관계를 쌓을 수 있었고…. 예를 들어서 어린 도현이랑은 놀이터에도 같이 놀러 가고 도현이가 마이클 조던이 누군지 모르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보여줄게” 이렇게 해서 같이 (마이클 조던이 출연한) <스페이스 잼>을 보면서 이 사람이 마이클 조던이야 하고 알려주고. 도현이가 너무 착하고 그림 그리는 것도 너무 좋아해요. 그래서 하루는 저한테 자기가 그린 만화책을 주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고마웠어요. 태경이, 그러니까 이든이는…. 사실 저도 아이를 안 낳아봤으니까 10대 남자아이에 대한 되게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이든을) 처음 만났을 때 너무 착한 거예요. 진짜 젠틀하고 정말 나이스하고, 한국 표현으로는 뭐랄까 약간 '멍뭉미'가 있다고 그러죠. 강아지처럼 졸졸졸 쫓아다니면서 그런 귀여운 면모도 있고. 그래서 되게 즐거웠어요. 한국 촬영 와서도 같이 시간을 많이 보낸 상태니까 시골에서 둘이 다니면서 개구리 잡는 것도 보여주고 너무 재밌었어요.

도현 배우 얘기하니까 저 포스터의 장면 있잖아요. 같이 동화책을 읽는. 그 장면에서 동화책을 읽으면서 머뭇거리는 장면들이 실제로 그런 건가요?

네, 이때 도현이가 아마 6살인가 학교 입학 전이었어요. 물론 이제 이거(동화책)는 대사니까 연습을 하긴 했어도 실제로 머뭇거리면서 읽은 거죠. 그래서 영화 보시면 제가 한 번은 아이 머리를 쓰다듬는 장면이 있어요. 도현이가 못 읽어서 약간 당황한 게 느껴져서 '괜찮아, 읽어' 하면서(웃음).

그 장면이 굉장히 따듯하다고 느꼈어요.

실제로 관계가 그렇게 만들어지니까요, 제가 '모성애를 표현해야 된다'라는 마음도 그런 의도도 없이 그냥 그 아이에 대한 애정이 자연스럽게 보이니까 엄마 역할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감독님하고는 영화에서 연출과 배우로도, 배우와 배우로도 같이 작업을 하신 셈이잖아요. 감독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촬영장에서 느낀 감독님의 장점은?

감독님의 장점은요, 배우로서 경험이 오래되셨기 때문에 배우가 정확히 뭘 원하시는지 잘 알고 계세요. 그래서 배우가 마음이 편안한 환경에서 연기를 할 수 있도록 되게 잘 만들어 주시거든요. 그게 가장 큰 장점이었어요. 그래서 감독으로서 '연기를 이렇게 해보세요' '저렇게 해보세요'라고 디렉션을 주는 것보다 배우가 그 연기가 나올 수 있게 그 상태를 만들어주세요. 그래서 연기자들이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억지스럽지 않게 연기가 가능했던 것 같아요.

<라이스보이 슬립스> 배우 최승윤. 사진 제공=판씨네마(주)

<라이스보이 슬립스>는 16mm 필름으로 촬영했잖아요. 그러면 현장에서 모니터링이 안될 텐데, 그런 부분이 불안하거나 하진 않았나요?

저는 장편 영화가 처음이니까 그런 습관이 아예 없었던 게 조금 도움이 됐던 것 같고요. 그리고 그런 표현이 있잖아요. “감독님 믿고 갈게요”, 이런 표현이요. 이래서 옛날에 이런 말 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가 자기가 한 것을 다 체크하면서 자기가 오케이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제3의 눈으로, 이 상황을 다 아는 사람의 눈으로 보고 결정을 내린 거를 '나는 몰라도 나는 당신을 신뢰하기 때문에 믿고 갑니다'라는 그런 거. 그 말 뜻을 이번에 처음 이해한 것 같아요.

영화에 롱테이크 장면이 많은 편인데, 배우로서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소영은 특히 감정적인 굴곡이나 대사량도 상대적으로 많은 편인데, 특별히 어려웠던 장면이 있을까요?

많죠(웃음). 많지만. 또 한편으로는 제가 무용을 했는데, 제가 무대 위에서 무용하는 거랑 되게 비슷한 맥락이었어요. 다시 무를 수 없는 그 상황을 책임지고 헤쳐나가야 되는. 그런 게 되게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많이 어려웠어요. 특히 소연이랑 동현이랑 아침에 밥 먹다가 싸우는 장면이 있어요. 그 씬 되게 길 거예요. 정확히 몇 분인지 기억 안 나는데, 특히 처음에 소영이가 자기 혼자 아들한테 하는 말이 되게 길어요. 사이먼에 대해서. 앞에 그 말을 실수 없이 잘 해도 뒤에서 조금이라도 말이 씹히거나 하면 그 테이크는 못 쓰는 걸 제가 알잖아요. 말을 잘하면 잘할수록 너무 긴장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긴장에 얘(동현)랑 싸우다 보니까 사람이 흥분하면 막 심장이 더 뛰잖아요. 그래서 음향 감독님이 테이크마다 제 마이크 위치를 바꾸시는 거예요. 그래서 '문제 있냐, 내가 마이크를 계속 치냐' 물었더니 “그게 아니라 내가 의사 선생님이 된 것 같다”고, 청진기 대고 있는 거처럼 제 심장 소리가 너무 크게 들어온다는 거예요(웃음). 그 정도로 긴장감을 가지고 이제 그 신을 하는 거죠. 영화에 제 심장 소리가 들려요. 감독님이 그걸 또 살리셨어요, 믹싱하면서.

사실 이 질문드린 것도 그 장면 때문이긴 해요(웃음). 그 순간들이 보는 입장에서도 되게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이든이도 그 장면에서 너무 잘 해서요. 보시면… 또 보세요(웃음). 이든이 저한테 소리를 확 질러요. 이전에 몇 번 테이크를 갔는데, 이때 이든이가 소리를 크게 질러서 저도 놀란 거예요. 그래서 소영이가 순간 목이 굵어져요. 제가 정말 놀라서 목이 확 굵어지는 게 보이더라고요, 뒷모습인데도. 그게 정말 재밌더라고요.

영화 준비하실 때 언어가 걱정이 되셨을 거 같은데, 실제로도 영어를 잘 하시는 편이신가요?

그냥 먹고 살 만큼 합니다(웃음). 굶어 죽지 않을 만큼만 하는데요. 제가 짧게 독일에서 해외 생활한 경험도 있고요, 그때 생활 영어를 배웠던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 다 학교에서 영어 배우잖아요. 그래서 그 학교에서 배운 영어로 해외에서 생활 영어를 한 경험이 있고, 또 제가 이제 무용수로 활동할 때 유럽에 있는 해외 프로덕션이랑 몇 번 작업했던 경험이 있고요.

유튜브 채널 '72초TV', 'dyxz'의 <두여자> 시리즈

무용 전공이시지만, 이 영화 이전에 웹꽁트라고 하죠. 그런 걸 하셨잖아요. 그때는 그런 장르도 거의 없던 시절인데.

없었죠.

그런 걸 하시고 또 다큐멘터리 작업도 하시고. 이렇게 영상 작업 쪽에 점점 관심을 갖게 된 어떤 계기가 있을까요?

제가 관심을 가졌다기보다요, 뭔가 계속 초대가 있었어요. 사실 그 '72초TV' 찍은 것도, 도루묵 감독(진경환)이 원래 공연을 하던 사람이었어요. 저희가 어떤 기획에서 같이 공연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러다 도루묵 감독은 '아, 공연해선 돈을 못 번다'(웃음) 그래서 프로덕션 회사를 꾸려서 그 시리즈를 만든 거예요. 하루는 '이런 걸 준비 중인데 출연해줄 수 있냐' (그러길래) '못한다, 난 말해본 적이 없다. 잘할 자신이 없다' 그랬는데 평소대로 얘기하면 된다 하더라고요. 그런 초대를 받아서 제가 참여하게 됐고 그게 예상치 못하게 시리즈가 오래갔었죠. 다큐멘터리도 제가 뭔가 도전하고 이번에 해봐야겠다 계획을 짜고 했다기보다 무용 공연을 몇 년간 제작하고 발표했는데 당시에 제가 느끼는 공허함이 있었어요. 내가 이렇게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하는데 관객 규모나 반응도 제가 기대하는 것만큼 커지지가 않고. 무용은 또 하고 나면 없어지잖아요. 그런 게 되게 좀 허무하더라고요 그래서 미술 작품처럼 딱 그리고 나면 남는 어떤 작품을, 내 곁에 영원히 남길 수 있는 거를 이번에 만들고 싶다 해서 그 다큐멘터리를 찍게 된 거죠. 사실 공연 만들려고 받은 돈으로 영화를 찍어서 영화를 찍었어요(웃음).

무용처럼 무대에 올라오는 작품들은 그런 딜레마가 있죠.

그게 무용이란 매체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한 것 같아요.

김남석, 최승윤 연출의 영화 <아이 바이 유 바이 에브리바디>

유튜브 채널 'dxyz'의 '최승윤 배우 만들기 프로젝트'

그 뒤로 최승윤 배우 만들기 프로젝트라는 장기 프로젝트를 하셨었는데 이제는 진짜 배우가 되셨잖아요.

그거 너무 웃기죠? 다들 리얼리티 쇼가 진짜 리얼리티가 됐다고(웃음).

이제 본인에게 또 다른 장기 프로젝트를 붙인다면?

지금 제 인생에요? 잘 먹고 잘 살다가 잘 죽는 게 장기 프로젝트죠.

이번 영화가 이민자의 입장이긴 하지만, 도심에서 시골로 가면서 자기 정체성을 깨닫는다는 구도는 사람들이 한 번쯤 겪는 일이잖아요. 그런 경험이 있으실까요? 완전히 다른 환경에 가서 나에 대해서 다시 깨닫게 되는.

제가 발레 전공을 했는데 대학 졸업할 때쯤 돼서 느꼈어요. 나는 발레리나는 못 될 것 같은데?(웃음) 국립발레단 오디션도 보러 갔는데, 그때도 발레리나 못할 것 같은데 이 생각이 자꾸 드는 거죠. 그래서 아버지한테 '아버지가 원하시는 고등학교 대학교 제가 갔다. 다 졸업했으니 1년만 제가 놀겠다. 근데 이왕 노는 거 큰 물에서 놀겠다' 말해서 독일에 1년 동안 가서 산 적이 있어요. 그때가 처음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서 혼자 살아본 경험이었어요. 더군다나 해외였으니까 주변에 아는 사람도 없고 부모님도 안 계시고. 그래서 그때 처음으로 내가 '뭘 좋아하지, 내가 뭘 원하지' 그런 거에 대해서 스스로 질문하고 스스로 답을 찾으려고 되게 노력했던 시간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때 경험이 지금까지 저한테 되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아요.

혹시 요즘 많이 유행을 하는데, MBTI로 혹시 해보셨나요?

해봤죠. 아 이런 거 묻지 마세요(웃음). 제 MBTI가 뭔지는 알아요. 뭔지 아는데 이게 무슨 뜻인지는 잘 몰라요. 왜냐하면 친구들이 해보라고 그래서 그냥 해봤는데 저는 워낙 관심이 없어서. 이게 할 때마다 바뀐대요, 근데 저는 두 번 다 INTJ가 나왔어요.

주변에선 어떤 반응이었어요?

제가 이거에 대해서 별로 얘기를 안 하니까 주변에 대해서도 이걸 얘기 잘 안 하는 것 같아요. 사람을 보고 느끼고 대화하면서 알게 되는 거보다 뭔가를 거쳐서 계속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이 저한테는 어색한 방법인 거 같아요.

영화 제목에 맞춰서 질문을 하나 드리자면, '라이스'보이잖아요. 볶음밥과 비빔밥 중 어느 게 더 좋으신가요?

비빔밥. 볶음밥은 많이 먹으면 느끼한데 비빔밥은 많이 먹어도 안 느끼해요(웃음).

<라이스보이 슬립스> 배우 최승윤. 사진 제공=판씨네마(주)

한국 장면에서 소영이 유독 더 고된 모습으로 보이는데, 이게 분장을 더 진하게 해서 의도한 건지 궁금하더라고요. 감독님이 어떤 얘기를 해줬는지도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감독님은 그런 식의 디렉션을 한 번도 주신 적 없어요. 배우의 모든 선택을 믿고 배우가 편하게 할 수 있게 환경만 잘 만들어주세요. 메이크업도 사실, 필름은 플레이백이 없잖아요. 감독님이 보는 조그만 화면이 있긴 한데, 그런 디테일까지는 안 보여요. 이 프레임 안에 구도가 어떻다 정도만 보이지, 디테일은 안 보여요. 아마 감독님도 인화하기 전까지 모르셨을 거예요. 분장을 더 진하게 하기도 했지만요. 메이크업 아티스트랑 얘기했을 때 아무래도 시간이 더 조금 흐른 뒤니까 조금 더 진하게 하자 (했죠). 제가 연기할 때도 몸을 다르게 썼던 거 같긴 해요. 등을 빳빳하게 한다든지, 눈을 더 천천히 깜빡인다든지 그런 식으로.

한국 장면에선 이용녀, 최종률, 강인성 배우들과 합을 맞췄는데 어떻게 준비를 하셨나요?

선배님들은 워낙 프로시니까 호흡을 맞출 것도 없었죠. 저희가 일반적으로 영화 찍는 것처럼 찍지 않았잖아요. 마스터 찍고, 클로즈업 찍고, 이런 식이 아니라 진짜 연극하는 것처럼 했으니까요. 처음 만날 때, 동선 같은 것만 조금 리허설을 했는데, 사실 그런 거는 선배님들이 더 익숙하신 거잖아요. 연극 쪽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니까. 그래서 되게 수월하게 진행됐어요.

<라이스보이 슬립스> 비하인드 컷

배우로서 홍보 스케줄을 소화한다는 게 이번이 처음이시잖아요. 이번 작품이 장편 데뷔작이니까. 이런 과정이 어떠세요?

매일 오락가락해요(웃음). 너무 피곤하고 이런 관심들이 좀 부담스럽다가도요, 또 어느 날은 '이거 너무 기분 좋은 일 아냐?' 싶고. 생각해보세요. 연애 처음 할 때도 그렇잖아요. (상대방이) 막 다 궁금하잖아요.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궁금하고 물어본다는 게 너무 기분 좋은 거예요. 이 상태가 계속 오락가락해요.

이 영화에서 좋아하는 대사를 뽑자면?

좋아한다기보다 이 대사가 정말 소영이를 잘 보여주는 대사다라고 생각한 건, 병원 신에서 의사한테 다시 되묻잖아요. “그러면 제가 어떻게 하면 되나요” 하고. 보통 예상 가능한 어떤 반응이 아니잖아요. 소영이는 차분하게 '나한테 또 이런 불행이 생겼구나. 오케이, 그럼 내가 이 문제를 또 해결하려면 내가 어떻게 해야 되지'라고 다시 해결책을 찾는 그 모습이 '이 여자 진짜 용감하다, 진짜 씩씩하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본인의 인생영화가 있을까요? 특별히 좋아하는 작품이나 많이 본 작품이요.

너무 많은데…! 인생영화라기보다 많이 본 영화로 얘기하면요, <비브르 사 비>를 좀 많이 봤고요. 지금 생각하니까 <비브르 사 비>에 나오는 안나 카리나의 캐릭터랑 소영이랑 비슷한 부분이 있는 거 같네요. 둘 다 주변에서 도와주지 않는 환경인데도 독립적으로 살려고 했는데, 결과는 많이 다르지만…. 이런 질문 어려워요(웃음). 두 번 이상 본 것 중엔 한석규, 심은하의 <8월의 크리스마스>나….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도 너무 재밌게 봐서 좋아하고요. 아, <그녀에게>를 찾아봤던 기억이 나요. 그 영화에 피나 바우쉬의 무용 장면이 나온다고 해서요, 그때는 유튜브나 이런 게 없으니까 그 무용 장면을 보려고 영화를 찾아봤었어요.

<비브르 사 비>(왼쪽), <8월의 크리스마스>

<그녀에게>의 무용 장면.

혹시 앞으로 하고 싶은 장르나 하고 싶은 작품이 있을까요?

저는 계획을 세우는 편은 아니지만, 저에게 시트콤 코미디 제안이 오면 참 좋겠다(웃음) 생각합니다. 시트콤 개그 너무 좋아하는데, 이번 영화가 굉장히 진지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본인이 생각하는 영화의 명장면을 관객들에게 소개 부탁드려요.

영화가 소영이 중심으로 이루어져서 소영이와 연기에 대해 관심도, 말씀도 많이 해주세요.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든이 연기한 10대 소년의 모습이 정말 좋아요. 그 감정을 분출하는 것보다 그걸 삼키고 섬세한 10대의 여린 마음을 표현하는 게 더 힘들 거라고 생각해요. 제 아들내미가 그걸 정말 잘 해줘서 이 영화가 더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두 번째는 이 영화를 한 번 말고 두 번 세 번 봐주세요(웃음). 이유가 있어요! 카메라가 상황을 판단 없이 보여줘요. 카메라가 의도 없이 상황을 훑기 때문에 저도 여러 번 볼 때마다 새로운 게 보이더라고요. 카메라가 한 가지만 보게끔 유도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친구분들이랑 한번 보시고 가족들이랑 한번 보시고 그렇게 많이 찾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