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 미장센단편영화제를 비롯해 독립영화를 위한 영화제들이 제법 많아졌다. 그중에서도 작은 영화에 애정 어린 시선을 유지하고 있는 영화제를 꼽는다면, 단연 ‘들꽃영화상’(운영위원장 오동진, 집행위원장 달시 파켓)이 떠오른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들꽃영화상이 대대적인 변신을 예고했다. 그동안 분리 운영했던 영화제와 시상식을 통합한다. 명칭도 ‘제10회 들꽃영화제’로 통일했다. 기존에 다루지 않았던 해외 영화도 볼 수 있다. 해외 독립영화(5편)와 후보작(14편)을 포함한 19편을 상영할 예정이고 GV도 진행한다.
들꽃영화제는 5월 10일부터 24일까지 약 2주간 서울 상암동 영상자료원 영화관에서 진행한다. 국내 작품뿐 아니라 일본, 홍콩, 캄보디아, 태국 등 아시아권 독립영화 7편도 만날 수 있다. 10주년을 맞은 들꽃영화제는 올해 어떻게 내실을 다질까? 또 20주년을 위한 이정표는 어떻게 설정했을까? 달시 파켓 집행위원장을 만나 10주년을 맞이한 들꽃영화제의 변신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들꽃영화제 1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려요.
사실 처음 시작할 때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지 몰랐어요(웃음). 한국 독립영화계에서 어떤 반응이 있을지도 모르고 시작한 거죠. 그런데 다행히 반응도 좋았고요, 지원도 받게 되었죠. 10년까지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보람이 많은 일인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의미 있는 영화제가 10주년을 맞아 저도 정말 기쁩니다.
지난 10년간 들꽃영화제가 어떤 성과를 이뤘다고 자평하시나요?
음, 무엇보다는 요즘 이제 막 시작하는 신인 배우나 감독을 만날 때, 그분들이 가끔 제게 “언젠가 꼭 들꽃영화상을 받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분들이 생겼다는 점이 의미가 있는 지점이라고 봅니다. 또 이런 영화제, 시상식을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하는 이야기도 가끔 들어요. 그럴 때면, 음, 이건 약간 꿈과 관련된 이야기이기도 한데요. 영화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이 언젠가는 대종상이나 청룡영화상을 받는 꿈을 꿀 텐데요. 그래도 우리는 좀 더 가까운 곳에 있다는 점에서, 독립영화계에 발을 내딛는 배우, 감독들에게 그런 꿈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봐요.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10년 동안 다양한 영화인에게 상을 줄 수 있었는데, 그런 게 기분 좋은 일이죠. 꼭 언급해야 할 사람들도 많았는데, 다른 영화제에서는 언급 받지 못한 감독, 배우들을 우리가 주목하고, 시상하고 있다는 점이 들꽃영화제의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떠오르는 배우나 감독이 있을까요?
음, 너무 많은데 지금 딱 안재홍 배우가 떠오르네요. <리바운드>(감독 장항준, 2023)로 요즘 활약하고 있죠. 사실 안재홍 배우는 훨씬 전에 연기를 시작했어요. 안재홍 배우가 2014년에 우문기 감독의 <족구왕>에 출연했는데, 그 당시만 해도 사람들이 이 배우가 누구인지 잘 몰랐죠. 독립영화를 많이 보는 관객들이야 <족구왕>이 너무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했고요. 제2회 들꽃영화상에서 안재홍 배우에게 남우주연상을 시상했죠. 그 이후로 안재홍 배우가 드라마랑 영화에 많이 출연하더라고요. 그런 배우를 일찍 발견해서 상을 줄 수 있는 것이 기분 좋은 일이죠.
말이 10년이지 정말 긴 시간이잖아요. 힘들었던, 힘에 부쳤던 때가 참 많았을 거 같아요.
다른 영화제들도 마찬가지일 거로 생각하는데요, 매년 예산을 확보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죠. 다행히 여기까지 왔지만요. 그래도 가장 힘들었던 때는 역시 팬데믹이었습니다. 들꽃영화제가 다른 영화제랑 다른 것이요, 시상식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누가 상을 받을지 먼저 발표하지 않거든요. 시상식에 온 사람이 받을지 안 받을지 몰라요. 그러니 받을 때 기쁨이 더 크고요. 그래서 수상자들의 멘트들이 재밌었어요. 들꽃영화제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도 있을 정도로 그런 분위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코로나19로 그게 힘들어진 거죠.
다른 영화제들이 일정을 취소하거나 온라인 행사로 변경해 진행할 때, 우리는 그러면 안 될 것 같다는 고민을 치열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팬데믹 기간에도 오프라인으로 영화제를 계속 열었죠. 들꽃영화제는 매년 열린다는 것, 그 약속을 지킨 고민의 결과였습니다. 팬데믹 시기에 관객들의 영화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영화제가 아니었나 싶네요.
10주년을 맞아 분리 운영하던 영화상과 영화제를 통합하셨습니다.
맞아요. 변화가 좀 있죠. 해외 작품을 소개하는 것도 올해가 처음이고요. 일단 5편의 해외 영화로 시작하지만, 차차 늘려갈 거예요. 올해 10회를 기점으로 국제영화제로의 변신, 도약을 준비하는 거죠. 향후 5년간 해외 신작 상영을 꾸준히 늘려서 매년 50편의 작품까지 상영하는 게 목표입니다.
신설한 해외영화 부문의 영화 선정 기준이 궁금해요.
유명한 작품도 있고 완전히 새로운 영화도 있어요. 우리 영화제 이름이 ‘들꽃’이잖아요. 혼자 힘으로 생겨나고 자라나는 느낌이 있죠. 물도 주면서 키우는 화려한 장미랑 비교하면 들꽃은 알아서 생기고 굉장히 다양하죠. 그런 영화들을 주로 소개하려고 합니다. 해외 작품도 그런 우리 영화제의 성격에 맞는 작품을 몇 개 골랐어요.
향후 상도 주실 건가요?
물론 그러고 싶죠. 고민이에요. 늘 예산이 문제죠. 초청도 해야 하고요. <1975 킬링 필드, 푸난>으로 내한하는 홍콩의 드니 도 감독은 한국 관객에게 영화를 꼭 소개하고 싶다고 해서, 자비로 영화제에 참여할 정도로 열정을 보여주셨어요. 그런 점이 감사하죠.
상영작 이야기를 좀 들어볼게요. 개막작은 어떤 작품인가요?
개막작은 요즘 <리바운드>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장항준 감독의 <오픈 더 도어>입니다. <리바운드>와는 결이 다른 영화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고요, 국내에서는 이번이 두 번째로 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장항준 감독이 직접 와서 영화 소개도 할 계획이니 놓치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올해 프로그램 소개를 해주세요.
한국영화도 있고 해외영화도 있어요. 국내 작품뿐 아니라 일본과 홍콩, 캄보디아, 태국 등 아시아권의 독립영화 7편도 상영합니다. 다카하시 반메이 감독의 <새벽까지 버스 정류장에서>, 유국서(Kok Rui Lau) 감독의 <더 서니사이드 오브 더 스트리트>, 그리고 말씀드린 드니 도 감독의 <1975 킬링 필드, 푸난> 등이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에요.
부문별로 질문을 드릴게요. 한국 영화 먼저 소개해주세요.
음, 일단 <파로호>(감독 임상수, 2022)라는 영화가 있어요. 작품 분위기는 스릴러 같은데 스토리가 완전 달라요.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할까요? 엔딩도 정말 예측의 범위를 벗어나서 정말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여러 부문에서 후보에 오른 작품입니다. 신수원 감독의 <오마주>도 추천해요. 이정은 배우가 주연한 작년 개봉작이죠. 1960년대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을 정말 강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더불어 영화하는 사람들의 일상은 어떤지, 힘들지만 그래도 가끔 의미 있는 일도 하면서 사는 그 밸런스를 잘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성적표의 김민영>(감독 이재은‧임지선, 2022)이란 작품도 있어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됐고 개봉했어요. 저는 자막 번역을 많이 하는 편이라, 대사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생각도 많이 하는데요, 이 영화는 대사가 너무 훌륭합니다. 캐릭터도 독특해요. 아마 이 영화를 보면 20년 전 <고양이를 부탁해>(감독 정재은, 2001)가 생각날지도 몰라요.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작품인 거 같은데 너무 잘 만들어서 많은 분들이 보면 좋겠습니다. 독립영화는 어렵다는 편견마저 벗어나는, 정말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이에요.
마지막으로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감독 박재범, 2023)을 추천해요. 요즘은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도 많잖아요. 이 작품은 스톱 모션이에요. 한국에서는 스톱 모션 장편 작품이 참 드물어요. 너무 힘든 작업이니까요. 그런데 이 영화는 너무 귀엽고, 굉장히 따뜻한 영화에요. 물론 이미지도 훌륭하고요. 집에서 OTT나 IPTV로 볼 수도 있겠지만, 들꽃영화제에 오셔서 큰 스크린으로 보신다면 특별한 경험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해외영화도 소개해주신다면요.
<나나>(감독 카밀라 안디니, 2022)라는 인도네시아 작품이 있어요. 작년에 개봉했는데, 사실 많은 사람들이 보지는 않았더라고요. 영화나 음악이 왕가위 감독의 영화와 비슷한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다시 한번 극장에서 상영할 기회를 주고 싶었던 작품입니다. 비하인드로 카밀라 안디니 감독의 네 번째 장편인데, 사실 안디니 감독은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감독의 딸입니다. 이 작품을 보면 이제 아빠보다 더 잘한다고 느껴져요. 이 작품으로 베를린영화제 여우조연상을 받았을 정도거든요. 저 역시 정말 재미있게 봐서 꼭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하나 더 추천하면 <플랜 75>(감독 하야카와 치에, 2022)라는 일본 영화입니다. 칸 영화제에 초청도 받았는데요, <나나>처럼 유능하고 젊은 여성 감독이 만든 작품입니다. 약간 SF적인 분위기를 풍기지만, 생각이 많아지게 만드는 영화에요. 특히 미래에 대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특별한 영화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부문별 후보작들도 정해졌죠?
예심 결과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감독 김세인, 2022), <불도저에 탄 소녀>(감독 박이웅, 2022), <오마주>(감독 신수원, 2022), <다음 소희>(감독 정주리, 2023) 등이 극영화 감독상 후보에 올랐으며, <모어>(감독 이일하, 2022), <수프와 이데올로기>(감독 양영희, 2022),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감독 김오안‧브리지트 부이오, 2022) 등이 다큐멘터리 감독상 후보에 올랐어요. 이를 포함해 극영화 및 다큐멘터리 총 15개 부문에 대해 시상합니다.
특별히 눈여겨봐야 할 이벤트나 영화, 감독이 있다면요?
일단 개막식이 정말 재밌을 거 같아서, 많은 분들이 오면 좋겠어요. 또 GV가 정말 많습니다. 독립영화를 많이 보는 관객이면 영화를 본 후 직접 감독, 배우의 말을 극장에서 들을 수 있는 분위기일 겁니다. 큰 영화제와 비교하면 아무래도 좀 더 편한 분위기이니까요. 끝나고 같이 맥주도 한잔할 수 있고요. 한국 독립영화를 잘 모르는 관객이라도 굉장히 좋은 작품을 발견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거 같아요.
말씀만 들어도 꼭 가야겠다는 의욕이 생기네요.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요. 독립영화를 위한 영화제가 많잖아요. 서울독립영화제도 있고 미쟝센단편영화제도 있고요. 들꽃영화제만의 차별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들꽃영화제는 이미 개봉한 영화를 재발견해요. 물론 그 영화들에 대해 알고 있는 관객도 있겠지만, 우리는 뒤돌아보는 거죠. 굉장히 잘 만들었던 영화라면 잊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그런 역할을 하는 거 같아요. 시상도 그렇게 하려고 했고요. 앞으로도 그런 역할에는 변함이 없을 겁니다.
그러면 들꽃영화제가 가치를 두는 영화는 어떤 영화인가요?
요즘 한국 영화계를 보면 박스오피스 성적이 잘 나와야 가치 있는 영화라고 여기는 분위기인 거 같습니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박스오피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실패한 영화로 보는 분위기인 거 같아요. 사실 독립영화계 안에서도 어느 정도 그런 분위기는 있죠.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그런 분위기에 반대에요. 영화를 잘 만들었다면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끔 해외 영화제 다녀온 감독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다른 나라에서는 영화 잘 만들고 영화제 초청받고 하면 프라이드 갖는 편인데, 한국에서는 박스오피스까지 잘 되어야 프라이드를 가질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유독 한국이 심한 거 같아요.
독립영화를 무조건 좋은 영화라고 인정하자는 게 아니에요. 독립영화의 스펙트럼은 굉장히 넓고 다양해요. 저널적인 영화도 있고 굉장히 실험적인 영화도 있죠. 리얼한 영화도 있고 상상력이 풍부한 영화도 있고 그렇게 다양해요. 그중에 어떤 걸 꼭 찾아내자는 것이 아니라, 좀 신선하다거나 하고 싶은 메시지나 하고 싶은 목표를 잘 완성한 영화를 다양하게 소개하고 싶다는 거죠.
10주년을 맞아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설정하셨나요? 한국의 선댄스가 되는 걸까요?
선댄스는 굉장히 큰 영화제라 좀 그렇죠(웃음). 그래도 미국 안에서는 선댄스가 확실히 독립영화의 베이스랄까요? 미국의 새로운 독립영화나 트렌드, 중요한 작품을 다 소개하는 영화제로 확실히 자리매김했잖아요. 들꽃영화제의 목표도 사실 좀 비슷한 거 같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부산국제영화제나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새로운 독립영화들을 처음으로 소개하겠죠. 들꽃영화제는 한국 독립영화를 위한 행사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동시에 아시아 독립영화와 더 연대해서 교류하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시아권 독립영화의 연대라니!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궁금해지네요.
물론 전주국제영화제나 부산국제영화제가 그런 역할을 잘 하고 있죠. 그래도 한국 감독, 영화인들과 동남아 감독 간에 더 많은 교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아시아영화를 좀 더 볼 수 있는 기회를 들꽃영화제가 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인 거죠.
제가 부산아시아영화학교에서 강의를 하는데요. 아시아권 다양한 나라에서 학생들이 와요. 다들 우수한 학생이고 경험도 많아요. 그런데 학생들과 이야기하면 항상 아쉬움이 남습니다. 상업영화는 CJ나 롯데 같은 대기업에서 제작도, 배급도 하죠. 극장도 운영하고요. 그런데 독립영화 같은 경우는 물론 국제 합작이 있긴 하지만 그렇게 많지는 않았거든요.
확실히 가능성은 있는 거 같아요. 지금은 한국이 아시아 영화의 리더 역할을 하고 있잖아요. 부산국제영화제도 있고, 부산아시아영화학교도 있으니까요. 한국 흥행 감독과 동남아 감독이 만나면 커뮤니티가 생기겠죠. 그런 역할을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한국 독립영화계가 따로 노는 느낌이 아직은 있거든요. 들꽃 영화제가 이런 면에서 더 교류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지금까지 하던 역할 그러니까 규모는 좀 작아도 편한 분위기에서 열심히 영화 만든 감독들이 영화제에서 서로 축하하면서 힘주는 장을 만드는 역할은 물론 계속하면서요.
달시 파켓 집행위원장님은 정말 한국 영화, 그중에도 독립영화에 큰 애정을 갖고 계신 게 느껴집니다.
영화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내가 직접 경험할 수 없는 걸 영화를 통해 대리 경험할 수 있다는 거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느껴볼 수도 있고요. 여기에 독립영화의 층위로 들어가면 굉장히 다양한 경험, 사회가 있어요. 밝은 것도 있고, 어두운 것도 있죠. 생각하게 만드는 것도 있고요. 저는 미국 사람이잖아요. 한국까지 오긴 했어도 개인적 경험이 제한적입니다. 한국 독립영화를 통해서 경험한 것들이 정말 많아요. 그래서 한국영화를 통해서도 많이 배웠고, 한국 독립영화를 통해서는 저와 한국이 좀 더 가깝게 되는 과정을 겪은 것 같네요.
이건 혹시나 여쭤보는 건데요, 벌써 10년이 지났으니까 말이죠. 중간에 좀 큰 영화제로 옮기고 싶은 생각은 없으셨나요(웃음)?
콜이 없었어요(웃음). 저는 운이 좋게 한국에 와서 영화 일을 하게 됐습니다. 기자도 했고, 번역도 엄청나게 하고 있고요, 강의도 하죠. 다양한 일을 하고 있어요. 글쎄요. 어떻게 보면 갈 수 있는 길은 열 개가 넘는 거 같아요. 그런데도 들꽃영화제 같은 시상식 하나 정도는 꼭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제가 시작했으니까 책임감도 분명히 있고요.
오동진 운영위원장과의 동행이 벌써 10년째죠. 1회부터 함께 하셨으니까요. 처음엔 이렇게 오래 할 거라 예상하셨어요?
사실 처음에는 저 혼자 하려고 했어요(웃음). 다른 곳에서 요청이야 많이 있었죠. 그래도 저는 행사를 만드는 경험도 없었고, 사람을 모으는 능력도 부족하잖아요. 그때 오동진 운영위원장이 도움을 많이 줬죠. 오동진 운영위원장이 아니었다면 굉장히 작은 행사가 되었을 겁니다. 오 운영위원장 덕분에 제대로 된 시상식도 개최하게 된 거죠. 조금씩 스폰서도 찾아줬고요.
‘오-달 동맹’은 제20회 들꽃영화제에서도 볼 수 있을까요?
20주년이라고요(웃음)!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어요. 오동진 운영위원장과 저는 장점이 다른 거 같아요. 지금까지는 우리의 장점이 서로 잘 맞았던 것 같아요. 혼자 하는 것보다 둘이 해서 더 많은 걸 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힘이 닿는다면, 앞으로도 계속 함께 하지 않을까요(웃음).
다시 영화제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웃음). 제일 중요한 거죠. 제10회 들꽃영화제는 언제, 어디서 열리나요? 시상식 일정도 알려주세요.
5월 10일부터 24일까지 약 2주간 서울 상암동 영상자료원 KOFA 2관에서 진행합니다. 시상식은 5월 24일입니다. 안국동 은덕문화원에서 합니다. 장소가 아주 크지 않아서 참여하시려면 서두르셔야 할 거예요.
기존 들꽃영화제는 폐막식 이후 매우 '화기애애한' 뒤풀이가 있었죠. 올해는 어디서 모이나요?
맞아요. 올해도 그런 자리가 분명 있을 겁니다. 장소는 미정이나 폐막식 끝나고 안국동 어디선가 열 계획입니다. 꼭 와야만 알 수 있는 정보입니다. 많이 와주세요(웃음)!
마지막으로 들꽃영화제에 올 관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보통 영화를 고를 때 주변 사람들이 추천하는 영화 또는 언론에서 많이 언급된 영화를 선택하죠. 그런데 사실 그렇지 않아요. 사람들이 잘 안 보는 영화를 좀 더 찾아서 깊이 있게 알아보면, 굉장히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거든요. 영화를 보는 재미도 있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면 배울 수 있는 것도 많거든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 섬세하게 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 작품들도 많고요. 그러니 독립영화에 관심을 갖고 제10회 들꽃영화제에 오셔서 그런 영화들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면, 저로서는 정말 감사할 것 같습니다.
윤상민 씨네플레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