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에 데뷔해 이제 가요계의 큰 기둥으로 자리 잡은 아이유는 연기자로 변신해 최근 드라마 <나의 아저씨>(감독 김원석, tvn, 2018)에서 팍팍한 현실을 온몸으로 부딪히는 지안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어디 그뿐인가. <프로듀사>(연출 표민수 외, KBS, 2015), <호텔 델루나>(연출 오충환‧김정현, tvn, 2019),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연출 김규태, SBS, 2016) 등은 연기자 아이유의 숱한 팬을 양산시켰다.
그런 아이유가 영화계로 활동 영역을 확장했다.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자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2022)에서 베이비 박스에 아기를 두고 간 이유도, 돌아온 이유도 알 수 없는 엄마 소영으로 등장해 점차 내면의 성장을 이뤄가는 복합적인 인물을 깊이 있게 표현했다.
섬세한 연기력으로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해온 아이유가 이번에 천만 감독 이병헌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4월 26일 개봉하는 <드림>에서 열정리스 현실파 다큐 PD 소민으로 신선한 변신에 도전한 것. 홈리스 국가대표팀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PD 소민 역을 맡은 아이유는 최소한의 열정으로 최대 효율을 내보이는 사회생활 만렙 캐릭터를 찰떡같이 소화했다.
여기에 홈리스 풋볼 월드컵 국가대표팀 감독 홍대 역의 박서준과 한 치의 양보 없는 티키타카 케미부터 이병헌 감독 표 현실 공감을 유발하는 촌철살인 속사포 대사까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매력은 이미 언론배급시사회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10대에 혜성처럼 가요계에 등장해 어느덧 가요계를 지탱하는 큰 기둥이 되었고, 드라마에 이어 영화계까지 그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있는 아이유의 존재는 침체기를 겪고 있는 한국영화계에 단비가 될 수 있을까?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두 번째 영화 <드림>으로 관객을 만날 기대에 차 있는 아이유를 만났다.
<브로커> 이후 두 번째 영화입니다. <드림>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드림> 시나리오는 4년 전에 받았어요. 개봉으로 보면 두 번째 영화이지만, 사실 크랭크인은 <드림>이 먼저였죠. 코로나19가 터지고 중간에 쉬게 되면서 <브로커>를 찍었고, 마무리를 <드림>으로 한 거죠. 사실 이전에 드라마를 많이 했잖아요. 거기서 어둡고, 사연 많은 역할을 주로 했어요. 아, 이제는 사연 없는 역할을 하고 싶다라고 생각하던 차에 <드림> 시나리오가 들어온 거예요. 소민이는 정말 사연이 없어요. 전사도 없고요. 자기 입으로 열정 페이에 맞췄다는 전사만 있는 캐릭터죠. 그런 부분들이 아마 마음에 와닿았던 거 같아요. 아, 이런 캐릭터를 찾고 있었는데, 드디어 찾았다 라면서요. 촬영하면서 제가 더 밝아진 거 같기도 합니다.
‘열정리스’ 소민 캐릭터를 맡으면서 참고한 레퍼런스가 있나요?
크게 참고한 건 없었어요. 한 번도 시도해본 적 없는 캐릭터라 오히려 이끌렸죠. 저랑 닮은 듯 안 닮은 듯. 저도 데뷔를 10대에 하면서 사회생활을 일찍 겪었잖아요. 열정이 없어지는 소강상태를 경험해본 성인으로 보면, 소민은 아예 저한테 없는 모습은 아니었던 거 같아요. 그래도 가장 많이 참고한 캐릭터라고 한다면 아마도 이병헌 감독님이겠죠. 감독님께서 소민뿐만 아니라 캐릭터별로 대사 톤에 따라서 꼼꼼하고 세심하게 코치해주셨어요. 덕분에 감독님이 원하는 소민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했고요, 더불어 감독님 말투를 따라 하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그러니까 중간에 코로나19로 촬영이 중단되면서 재개까지 몇 년이 걸린 거죠. 스크린에서 몇 년 전 자신의 모습을 보니 낯설지는 않던가?
첫 촬영을 스물여덟에 했어요. 그리고 중단되었다가 서른에 개봉을 하는 거죠. 제 눈에는 기점들이 다 보이더라고요. 볼살이 사라지는(웃음). 제가 남들보다 젖살이 많이 늦게 빠진 거 같더라고요. 살찌면 얼굴이 가장 먼저 쪄서 스트레스도 많았거든요. 다이어트도 그런 이유로 했었고요. 그런데 화면에서 보니 스물여덟부터 딱 사라지는 게 보였어요(웃음).
이병헌 감독의 전매특허인 ‘말맛’이 <드림>에도 녹아있습니다. 특히 영화 초반부에서 홍대(박서준)와 티키타카가 굉장히 재미있어요. 몰입감도 있었고요.
그날이 정말 폭염이었어요. 모니터 하는데 정말 눈이 더위를 먹은 것처럼 살짝 풀렸더라고요. 감독님이 원한 느낌처럼 약간 미친 사람 같이요(웃음). 그 장면을 찍을 때 어떻게 하면 완벽하게 오케이를 받을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어요. 그래서 5분만 시간을 달라고 요청드렸죠. 먼저 홍대가 오케이를 받았고, 그다음에 소민이 컷도 오케이가 났어요. 감독님이 그날 저한테 보여주신 것들이 그대로 구현된 걸 보면서 연출의 힘을 더 느꼈죠.
관객들에게야 ‘말맛’이 관전 포인트이지만, 그걸 연기해야 하는 배우의 입장에서는 정말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감독님이 보통 제 말하는 속도의 1.5배 정도 빠른 스피드를 요구했어요. 촬영 현장에서 감독님이 소민이 목소리를 이 정도로 해주면 좋겠다고 먼저 보여주시는데, 그게 너무 마음에 드는 거예요. 아, 나도 이렇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서 감독님의 말투를 따라 하려고 노력했어요. 말씀드렸다시피 이병헌 감독님 디렉팅이 정말 세세해요. 웃는데, 아주 미친 사람처럼 웃고 있는데, 눈은 웃지 않고 입만 웃고 있으면 좋겠다라든지 그런 방식으로요.
소민의 캐릭터가 처음에는 ‘열정리스’ PD였는데, 점점 더 열정이 넘치는 사람으로 바뀌어요.
초반부에서 소민이는 가식적이고 마음 열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든 꼬셔서 프로젝트를 성사시켜야 하잖아요. 말재주와 사회인의 모습, 가면을 쓰는 모습이 있고요, 중반 넘어가면서부터는 노숙자분들에게 마음을 열게 되면서 변화하는데요. 사실 저는 소민을 열정이 많은 사람으로 받아들였어요.
자신의 열정을 세상에 알아주지 않으니까 방어기제처럼 ‘열정 없어요, 돈 벌려고 하는 거예요’라고 일부러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러다가 홈리스월드컵이 딱 그런 계기가 된 거죠. 그때부터 자신을 드러내기도 하고요. 그래서 초반, 후반 말투가 달라진 거예요. 초반에는 딱 떨어지는 사회인의 영혼 없고 친절한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감독님도 말씀하셨고요. 그래서 중반부터는 진짜 목소리와 얼굴이 드러나는 걸로, 점차 변해가는 걸로 감독님과 이야기를 했죠.
이른바 ‘이병헌 사단’과 함께 촬영했잖아요. 힘든 점은 없었나요?
맞아요, 저 말고는 다들 호흡을 맞춰본 배우들이 많잖아요.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느낌이 있었는데, 저만 못 따라가는 건 아닌가 해서 초반에 조금 힘들었어요. 게다가 저는 홍대랑 같이 나오는 씬이 많다 보니까요. 다른 선배 배우들은 이미 축구를 같이 하면서 친해지기도 해서 부지런히 따라가려고 노력했죠.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신 건가요?
제 성격상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에요. 그런데 <드림>은 최단기간에 사람들과 친해진 영화 같습니다. 사실 제 노력보다는 선배 배우들께서 마음을 열고 저를 대해주셨어요. 작은 것도 기억하셨다가 먹을 것도 챙겨주신다든지, 쉬는 시간에 게임도 많이 했어요. 물병 던지기 게임을 제일 많이 했고요, 야외 촬영에서 갑자기 비가 내리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생기잖아요. 초성게임, 눈치게임 뭐 많이 했죠. 꼴찌하는 사람이 커피를 사거나 딱밤도 맞았어요. 딱밤을 맞더라도 소리 내지 않으면 넘어가고요(웃음).
커피 많이 사셨어요?
제가 좀 게임에 승부욕이 장난이 아닌 편이라서요(웃음). 한 번도 커피를 산 적이 없네요. 제가 너무 승부욕이 세서 게임은 잘 안 하려고 하는데, 선배 배우들이 제 캐릭터를 눈치챈 거 같더라고요. 들킨 김에 더 열심히 게임에 참여했죠.
함께 연기한 박서준 배우와 호흡이 너무 좋던데요.
나중에 또 한 번 작업해보고 싶어요. 호흡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어서요. 제가 박서준 배우에게 시너지를 받기도 했어요. 너무 센스가 좋은 거 같더라고요. 센스와 순발력, 재치…. 정말 매 씬에서 놀랐어요. 저도 그렇게 하고 싶다는 부러움도 느낀 거 같고요. 저보다 분량도 훨씬 많고 액션씬도 있고, 축구 장면도 소화해야 하는데, 모든 씬을 너무너무 매력적으로 클리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촬영 전에 박서준 배우 작품들을 봤는데요, <드림> 이후로도 박서준이라는 배우가 나오는 작품은 꼭 찾아보지 않을까 싶어요.
만약 다음에 또 작품을 같이 한다면 어떤 역할로 만나고 싶으세요?
<드림> 초반에 소민과 홍대가 서로 투닥거리는 장면이 너무 재미있어서 그런지, 다음에 작품에서 또 만난다면 또 싸우고 싶어요. 그런 게 잘 맞는 거 같아요(웃음). 서로 얄미워하고, 분해하는 리액션들이 너무 잘 맞아떨어진 거 같아요. 이번에는 그런 분량이 아주 많지는 않았으니까, 다음에 다시 만난다면 많이 싸우면 좋겠습니다(웃음).
촬영하다 연기 외적으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나요?
정말 날씨가 저희한테는 제일 힘들었던 거 같아요. 우기여서 갑자기 비가 내리는 바람에 촬영이 중단된 적도 많거든요. 배우들이 눈이 풀리고, 열도 나고요. 물론 저는 관찰자 입장이라 아니었지만, 선배 배우들이 힘드셨죠. 부상을 입기도 했고요. 특히 헝가리에서는 해가 너무 세서 피부에 화상을 입은 배우들도 계세요. 그런데도 땀을 흘리면서 뛰어야 했던 거죠.
<드림>은 축구를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축구 배워보고 싶단 생각은 안 드셨나요?
체력을 열심히 키우려고 여러 운동을 하는데요. <드림> 촬영하면서 보니 구기종목은 특성상 쉽지 않겠더라고요. 공은 내 몸의 일부가 아니니까요. 심지어 움직이고 굴러가는 공을 내 맘대로 다룬다는 건 정말 어렵다는 걸 알게 되었죠. 선배 배우들이 다치고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안 다루는 역할이어서 다행이다 싶기도 하면서 너무 죄송스럽기도 했고요.
그래서 축구의 매력 발견했나요(웃음)?
매력보다는 뭐, 저도 가끔 축구 경기를 봅니다.
어디 팬이세요?
월드컵이요(웃음). 대한민국 팬입니다. 영화에 홍대 어머니 대사에도 있어요. 자조적으로 이야기하는 대사인데요. 공 하나 뺏으려고 뛰어다니다 한 골 넣었다고 그렇게 좋아하냐고요. 그냥 정글 가라고요. 근데 진짜 그렇잖아요. 공 하나 두고 싸우다가 골 넣으면 우는 매력이 있잖아요. 그런 매력이 저희 영화에도 있지 않나 싶어요.
이병헌 감독은 ‘루저’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죠. 아이유 씨에게도 열정이 사그러든 시기가 있었나 궁금해요.
길진 않았어요. 일이 재미있으니까 아무리 슬럼프가 길어도 결국은 일을 찾게 되고, 일만큼 저를 피가 돌게 하는 게 없기 때문인 거 같아요. 물론 슬픔, 슬럼프, 번아웃이 간간이 있긴 했지만 길지는 않았던 거 같습니다. 20대 초반에 갑자기 무대가 무섭고, 무대에 서면 마음이 불안했던 적이 있었고요, 스물여덟에 <드림>을 찍을 무렵에도 약간의 무력감 같은 게 있었는데 금방 괜찮아졌어요.
슬럼프 대처는 어떻게 하나요?
요즘은 슬럼프라는 단어와는 좀 거리가 먼 상황이죠. 일 욕심도 많고, 해야 할 일이 많아 그럴 수도 있지만요. 지금은 제 세포 하나하나가 체계화되어 있는 느낌이 들어요. 컨디션 관리도 걱정보다는 꽤 잘 되는 거 같아요. 음, 그래도 일기를 쓰는 게 도움이 됩니다. 저는 연습생 때부터 쓴 일기를 다 모아뒀어요. 이번에 겪는 슬럼프가 내 첫 슬럼프는 아니니까 그걸 무찌르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예전 일기를 들춰보면서 이거 봐, 그때 상황이 더 안 좋았는데, 바로 좋아졌네 하면서 극복해낸 전례가 있다고 보는 거죠.
<드림> 촬영하면서도 일기를 썼겠네요.
완성편집본을 본 날 “내 걱정보다 스스로 마음에 들게 잘 담긴 것 같다”라고 썼어요. 오히려 작품을 보고 나니 안심이 좀 되었다고 할까요? 감독님이 디렉팅했던 과정이 생각나면서 진짜 감독님 머릿속에 빼곡하게 계획이 다 있었구나, 말 듣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도 했죠(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아쉬운 부분 있다면요?
완성본을 본 상황에서 다시 찍을 수 있다면, 훨씬 더 잘 까불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해요. 감독님이 영화 촬영 초반에 정해준 톤이 있었어요. 이 이상으로 올라가지도, 이 이하로 내려가지도 말 것이라는 톤을 너무 생각하느라 조금 정형화되게 찍혔다고 할까요?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훨씬 더 까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침반 같은 말, 좌우명이 있나요?
20대까지는 항상 ‘나는 행운아’라는 생각을 하고 살았어요. 뭐가 되었든 행운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죠. 요즘은 좌우명을 갖고 산다기보다는 그냥 ‘오늘 하루 일을 다 못하면 넌 아무것도 못한다‘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습니다.
연기한 지 오래되었는데 영화는 <브로커>로 작년에 데뷔하셨어요. 영평상 신인배우상도 받았고, 칸 영화제에 초대도 받았죠. 드라마와 달리 영화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일단 드라마와 영화는 아무래도 그날 하루하루에 찍는 씬 수가 달라요. 요즘 드라마는 달라졌지만요. 사전제작이나 OTT가 생기면서요. 그래도 드라마는 한 시간씩 열여섯 개를 만들어야 하니, 그 시간의 분량과 씬 자체의 차이가 가장 커요. 하루에 좀 많이 찍는 편이고, 영화는 하루에 한 씬도 못 찍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게 가장 다른 점 같아요. 스피디함? 영화는 드라마 현장보다는 좀 더 여유 있게 찍는 것 같습니다.
<브로커>, <드림> 이후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올 거 같아요. 영화 선택의 기준이 있다면요.
영화 선택 기준이 딱 이거다 하고 있지는 않아요. 시나리오를 보고 아, 내가 할 수 있겠다. 내가 하는 게 설득력이 있게 표현될 수 있게다 싶은 캐릭터가 중요한 거 같아요. 제가 전혀 모르겠는, 이해할 수 없는 유형의 사람도 있으니까, 그런 캐릭터라면 선뜻 고르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병헌 감독과 첫 작품을 하셨어요. 어땠나요?
워낙 말맛으로 유명한 분이시고, 대사에 이병헌 감독의 ‘워터마크’가 찍힌 느낌이었는데요. 보니까 그 느낌 그대로더라고요. 유쾌하고 쿨하고 시니컬하세요. 진짜 영화 작품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유난히 제가 그런 작품에만 참여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브로커>도 그렇고 <드림>도 그렇고요, 감독님 실제 모습이 그 작품에 그대로 녹아있는 거 같아요.
<드림>과 <브로커>는 극과 극에 있는 영화잖아요.
현장 분위기가 정말 달랐어요. <드림>은 영화 자체 분위기처럼 현장도 시끌벅적했죠. <브로커>는 도란도란하고 차분한 현장이었고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은 최대한 배우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풀어주는 스타일이세요. 테이크를 여러 번 가도, 다른 연기가 담겨도 되는 스타일이죠. 이병헌 감독님은 머릿속에 청사진이 이미 빽빽하게 찬 채로 현장에 오세요. 감독의 디렉팅과 그림에 최대한 의지해야 오케이가 나죠.
연기자로서 어떤 방식을 더 선호하세요?
촬영할 때는 연기자에게 열어줄 때 더 자유로우니 쉽게 오케이가 나죠. 대신에 결과물에 대한 불안감이 크고요. 반면에 <드림>에서는 감독님의 만족스러운 오케이를 받아야 하니 그 과정이 좀 어려웠어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영화 초반에 감독님이 설정한 톤을 찾아가는 과정이 조금 어려웠거든요. 그래도 오케이가 난 모든 컷들은 감독님 계획대로 이뤄지는 현장이어서 결과물에 대한 걱정이 훨씬 적었습니다.
연기자 아이유가 아니라 가수로서, 음악할 때는 거의 감독의 위치에 있잖아요. 어떤 스타일이세요?
가수 활동을 할 때는 제게 주도권이 있어서 스태프들에게 요청을 많이 하고 질문도 받는 입장이죠. 연기 현장에서는 그 반대이고요. 음악할 때는 음, 아무래도 이병헌 감독님 스타일인 거 같아요(웃음). 저도 좀 계획을 많이 세우는 편이거든요.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제 생각을 좀 요구하는 편이에요. 결과물이 제가 원하는 대로 나올 때까지 좀 쪼는(?) 편이죠(웃음).
음악할 때 아이유는 오케이가 잘 안 나는 감독으로 보면 될까요(웃음)?
하아, 저는 사람 따라 다른 거 같긴 한데, 아무튼 방목형은 아니라고 말씀드릴게요(웃음).
노래하는 아이유, 연기하는 아이유. 부담이나 스트레스는 없나요?
부담감이라기보다는 책임감에 가까운 거 같아요. 만약 부담이라고 한다면 그 부담을 조금 즐기는 편인 거 같고요. 외부적 시선을 둔다고 해도요, 저는 스스로 부담이 있을 때 능률이 더 나오는 편인 것 같아요. 너무 마음이 편하고 아무도 내게 제한을 두는 게 없는 상황보다는, 데드라인이 있을 때 결과물도 빨리 나와요. 그런 부담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거 같아요. 특히 30대에 접어들고서는 계획하지 않고 정말 만나지는 대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그렇게 지내면서 얻는 게 정말 많더라고요. 20대에 못 보고 지나친 것도 있다고 생각하는 중이어서, 지금은 굳이 하루하루를 통제하려고 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영화 <드림>이 추구하는 ‘드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코로나19 상황과 직면하면서 제작 과정이 길어졌고요, 찍다가 배우들도 다른 작품에 들어갔어요. 저도 <브로커>를 했듯이요. 그렇게 ‘헤쳐 모여!’ 하면서 완성해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끝까지 간 거라, 개봉한 것 자체가 우리의 ‘드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또 이렇게 어렵게 어렵게 만들어서 찬 한 골이라 한 분의 관객이라도 더 많이 봐주셨으면 하는 것이 제작에 참여한 모든 분의 ‘드림’이 아닐까 싶습니다.
연기자 아이유의 ‘드림’은요?
사실 요즘은 큰 목표가 없어요. 하루하루 주어진 스케줄을 잘 마치는 것?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힘들어요. 드라마 촬영을 하고 있는데요, 하루에 예정된 씬을 끝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더라고요. 환경 때문에도 그렇고요, 그날 예정되었던 씬들 다 마치고 집에 딱 들어갔을 때, 그 자체가 하루하루의 ‘골(goal)’, 목표인 거 같아요. 어느 것도 소홀하지 않고 하나하나 다 또박또박 해내는 것이 목표죠.
지금도 계속 드라마 촬영을 하고 있어요. <드림> 홍보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고, 앨범 작업도 하고 있죠. 한순간도 쉴 수 있는 순간이 사실 없어요. 그런데 이런 것이 제가 가장 좋아하는 타이밍이에요. 오히려 이럴 때가 몸도 덜 아픈 거 같고, 좀 더 정신 차리고 있는 거 같고요. 세포 하나하나가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느낌이라서 오히려 좋습니다.
윤상민 씨네플레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