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말맛’을 잘 살려내는 이병헌 감독이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활약 중이다. 코미디 영화 <과속스캔들>, <써니>의 각색을 시작으로 수다블록버스터 드라마 <멜로가 체질>, 하드보일드 드라마 <최종병기 앨리스>, 오피스 시트콤 <유니콘> 등에 참여해왔다. 최근에는 박서준, 아이유 주연의 스포츠 영화 <드림>이 오랜 제작 기간 끝에 드디어 관객과 만나고 있다. 이 영화도 그의 전매특허인 유머와 드립들이 잘 살아있다는 평가다. 모두 재치 넘치는 대사들과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특징인 작품들이다. 누구나 편하게 웃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자, 배우들에게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감독’으로 꼽히는 이병헌 감독의 유쾌한 작품들을 만나보자.
<힘내세요, 병헌씨> (2012)
영화감독 준비생 이병헌의 파란만장 데뷔 작전과 상위 1% 영화인도 다 겪은 리얼 충무로 스토리를 현실적으로 그려낸 페이크 다큐멘터리 <힘내세요, 병헌씨>.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가, 이병헌! 그의 첫 영화 준비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기로 한 방송국은 병헌 씨를 밀착 취재한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병헌 씨는 게으름과 나태함의 표본이었다. 이것은 감독 자신의 자조적인 이야기이며, <힘내세요, 병헌씨>는 이병헌 감독의 진심이 가득 담긴 데뷔작이다. 그러나 감독의 자의식에 매몰되지 않았고,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그의 작품 속에서 ‘공감’은 무엇보다 중요한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현실 코미디를 선보이는 감독의 재기발랄함이 묻어 있는 <힘내세요, 병헌씨>는 제38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하였고, 이병헌 감독은 성공적으로 감독 데뷔를 마쳤다. 이병헌 감독이 이병헌 역을 맡긴 홍완표 배우는 신작 <드림>에서도 함께 했다.
<스물> (2014)
인생의 가장 부끄러운 순간을 함께 한 스무 살 동갑내기 세 친구의 이야기를 그린 자체발광 코미디 <스물>은 이병헌 감독의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뭐든지 다 해도 되는 나이, 스무 살이 되었지만 사랑도 인생도 당최 쉬운 게 하나 없다는, 웃기지만 슬픈 우리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잉여의 삶을 지향하는 캐릭터 ‘치호’(김우빈)는 20대 초반 잉여 백수로 지내던 감독 자신의 모습을 반영했고, 생활력 강한 재수생 ‘동우’(이준호)와 술만 마시면 돌변하는 새내기 대학생 ‘경재’(강하늘) 또한 자신의 병맛 넘치는 친구들의 이미지를 반영했다고 한다. 세 배우들의 혈기왕성한 에너지와 ‘말맛’ 나는 촌철살인 대사들이 쉬지 않고 펼쳐진다. ‘스무 살’이라는 나이가 가장 재미있었다는 이병헌 감독은 어설픈 성인으로서 첫 발을 내딛는 나이인 ‘스무 살’을 소재로, 그들이 겪는 선택과 시행착오를 통해 유쾌하게 공감할 수 있는, 오랜 친구 같은 영화를 만들어냈다.
<바람 바람 바람> (2018)
<스물>이 덜 자란 청춘의 성장담이었다면 <바람 바람 바람>은 끝도 없이 사랑받고 싶은 철부지 어른들의 이야기이다. <바람 바람 바람>은 사랑을 해도, 결혼을 해도 외로운 어른들을 위한 코미디 영화로, 체코 영화 <희망에 빠진 남자들>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20년 경력을 자랑하는 ‘바람’의 전설 ‘석근’(이성민)과 뒤늦게 '바람'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 매제 ‘봉수’(신하균), SNS와 사랑에 빠진 '봉수'의 아내 ‘미영’(송지효),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제니’(이엘)가 4인 4색 매력을 선보이며, 어른들만이 할 수 있는 능글맞은 대사를 완벽히 소화한다. 유쾌한 웃음은 물론, 어른의 외로움과 책임감 등 여러 가지 감정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만든다.
<극한직업> (2019)
해체 위기의 마약반 5인방이 범죄조직 소탕을 위해 위장 창업한 ‘마약치킨’이 일약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게 되며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위장 창업기, <극한직업>. ‘형사들의 치킨집 위장 창업’이라니, 지금까지 이런 수사는 없었다! 웃음과 액션, 수사에 서민들의 애환까지 버라이어티하게 담아낸 <극한직업>은 단연 이병헌 감독의 대표작이다. 참신하고 기발한 설정을 바탕으로 한 <극한직업>은 1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당시 극장가를 강타했고, 역대 한국 박스오피스 관객 수 2위와 역대 한국 박스오피스 매출액 1위를 기록하였다. 무엇보다 캐릭터 플레이와 케미스트리, 밸런스가 중요했던 이 작품에서 류승룡,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은 전무후무한 역대급 팀워크를 보여줬다. 영화 속에서 닭을 잡고, 썰고, 튀기고, 버무리는 동시에 달리고, 구르고, 매달리고, 추격하고, 목숨까지 걸면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극한직업’이라는 제목의 의미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이를 인정받아 춘사영화제, 청룡영화상 등 다수의 시상식에서 인기상, 감독상, 주연상, 신인상 등을 휩쓸기도 했다. 영화의 흥행과 맞물려 '지금까지 이런 치킨은 없었다', '왜 이렇게 장사가 잘 되는데!' 같은 대사들이 많은 패러디를 양산했다.
<드림> (2023)
부족한 것 투성이인 ‘드림팀’에게 찾아온 생애 단 한 번의 기회를 그린 코미디 영화 <드림>은 2010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홈리스 월드컵’에 첫 출전한 한국 선수단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다. 선수 생활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은 쏘울리스 축구 선수 홍대(박서준)와 열정리스 현실파 PD 소민(아이유), 운동이라고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특별한(?!) 홈리스 국가대표들이 무려 월드컵 출전에 도전하는 이야기이다. <더 마블스>에 합류해 기대를 모으고 있는 박서준과 <브로커>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아이유를 중심으로 환장의 팀워크가 영화 전체를 압도한다. 웃음에 집중한 전반부를 지나면 그동안 쌓은 인물들의 유대를 토대로 감동을 선사한다.
이외에도 공개 예정인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다. 먼저 연출과 극본을 맡은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을 통해서는 류승룡, 안재홍이 이병헌 감독과 재회한다. <닭강정>은 어느 날 닭강정으로 변한 딸을 되찾기 위한 아빠와 그녀를 짝사랑하는 남자의 고군분투를 담은 코믹 미스터리 추적극으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각본을 맡은 코미디 영화 <달짝지근해>는 2023년 개봉할 예정이다. 중독적인 맛을 개발해온 천재적인 제과회사 연구원 치호가 무엇이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대출심사 회사 콜센터 직원 일영을 만나게 되면서 달짝지근한 변화를 겪게 되는 이야기 <달짝지근해>는 유해진, 김희선, 차인표, 진선규 등이 호흡을 맞춘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