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유람의 <모범택시2> 종영 인증샷 (사진 출처=스토리제이컴퍼니 공식 포스트)

4월 15일 <모범택시2>가 종영했다. 2021년 방영한 <모범택시>의 후속 시즌 <모범택시2>는 1편의 배우들이 다시 모이고, 특유의 시원시원한 전개까지 그대로 이어가 오랜만에 시청률 20%를 돌파 지상파 드라마의 저력을 보여줬다. 여러 캐릭터가 대활약하는 드라마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유독 정이 가고 마음에 남는 주역을 뽑자면, 배우 배유람이 연기한 '박주임' 박진언이 아닐까. 독기로 가득한 드라마에서 그와 '최주임' 최경구(장혁진) 조합은 드라마의 분위기를 환기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거기다 그 이상한 바가지머리마저 배유람은 찰떡처럼 소화했으니, 시청자들의 마음에 잔향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독립영화를 시작으로 상업영화, 드라마, 이제는 안 나오는 곳이 없는 배유람에 대한 TMI를 정리하여 소개한다.

박진언과 최경구, 일명 '주임즈'의 배우 배유람(왼쪽), 장혁진


안재홍과 <북촌방향> 콤비

<북촌방향>의 배유람과 안재홍(왼쪽에서 두번째, 네번째)

<북촌방향>의 안재홍과 배유람(왼쪽에서 두번째, 세번째)

배유람은 건국대학교 영화학과(현재 영상영화학과) 출신이다. 엄태구, 안재홍, 고경표, 이종석 등이 동문이다. 배유람과 안재홍은 05학번 동기라서 꽤 돈독한 사이. 심지어 건대 영화학과는 2004년에 신설했는데 두 사람은 05학번이라서 흔히 말하는 '학연'을 바랄 수도 없는 환경이었고, 곧바로 독립영화계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2009년 단편 영화 <구경>으로 영화계에 처음 얼굴을 비췄다.

당시 홍상수 감독이 건국대 영화학과 교수로 재직했는데, 그래서 그의 영화에서 건국대 학생들의 얼굴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건국대 근처에서 촬영한 장면도 많다). 배유람과 안재홍 역시 홍상수 감독의 영화 <북촌방향>에서 만날 수 있다. 두 사람은 영화감독이었던 성준과 술자리를 갖게 된 영화학도들로 출연했다. 배역 이름조차 '학생 1'(안재홍), '학생 2'(배유람)이니 사실상 현실 반영 캐릭터인 셈. 배유람과 안재홍은 입학 당시 서로를 보고 '쟤는 뭔데 저렇게 생겨서 배우를 하겠대?'라고 생각했다는데(!), 그렇게 마음이 통해서인지 가장 친한 친구 사이가 됐다고.


초면일 리 없는 300편의 얼굴

근 몇 년간 TV, 극장, 이런 영상매체와 연을 끊지 않았다면 배유람의 얼굴을 '초면'이라고 여기긴 어렵다. 그는 지금까지 300편에 가까운 작품에서 얼굴을 비췄으니까. 물론 그 300편 중 대부분은 독립영화, 단편영화이긴 하지만 그래도 상업영화와 드라마에서 자신만의 발자취를 찍는지도 벌써 몇 년 됐다. 이제는 그 300편 중 대표작만 뽑아도 결코 적지 않다.

<끝까지 간다>

<응답하라 1988> 류준열, 류혜영, 박보검과의 인증샷

그가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이름과 얼굴을 알린 시점은 2015년. 2014년, 의외의 완성도로 호평을 받은 <끝까지 간다>에서 이선균(고건수 역)에게 틱틱거리다가 볼때기 잡히는 의경으로 관객의 웃음을 끌어낸 배유람은 곧바로 드라마에서도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드라마 <프로듀사>의 류일용 PD와 <응답하라 1988>의 유대리를 맡으면서 신스틸러 역을 톡톡히 했다. 그리고 거기에 단역으로 출연한 <오 나의 귀신님>까지 흥행했고, 처음으로 매니지먼트와 계약해 소속사를 얻었으니 2015년이 '배유람 라이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년경찰>

그리고 그 기운은 2017년에 이어지는데, 박기준(박서준)과 강희열(강하늘)의 경찰학교 동기 재호로 출연한 <청년경찰>이다. 그전에도 상업영화에 출연했었지만, 작품이 흥행하지 못하거나 단역에 가까운 비중으로 주목받지 못했다면 <청년경찰>은 (<끝까지 간다>에서처럼) 능청스러운 연기로 배우 배유람의 진가를 내다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자신감은 한가득이지만 늘 기준과 희열에게 당하는, 얄밉지만 나쁘지 않은 재호는 <청년경찰> 초반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킨다. 드라마 <군주 - 가면의 주인>에서 세자 이선(유승호)의 충신 박무하를 맡아 40부작의 긴 호흡에서도 활약하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배유람이란 이름을 기억하게 됐다.

<엑시트>

<찬실이는 복도 많지>

그 뒤로도 배유람은 꾸준히 다작을 소화하며 인상적인 존재감을 남겨왔다. 아슬아슬하게 천만 대열에 들진 못했지만, 2019년 흥행 광풍을 보여준 <엑시트>에선 백수 용남(조정석)을 신나게 놀리는 사촌 용민으로 정말 꿀밤 한 대 먹이고 싶은 '미운 친척'의 전형을 보여주고, 보석 같은 2020년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선 이찬실(강말금)의 곁에서 순둥이 매력 가득한 김영으로 이전과는 또 다른 차분함을 보여줬다. 2021년 드라마 <D.P.>에선 한호철(구교환)의 동기이자 수도방위사령부 헌병단 김규 상병으로 극중 잊을 수 없는(초코파이!!!) 모멘트를 선사하며 '밉지 않은 밉상'의 끝을 보여준다.

<D.P.>


이제 진짜 TMI를 모아모아 덧붙인다. 배유람의 꿈은 스포츠기자였다. 하지만 고등학생 1학년 때, 학업에만 치중하는 학교 분위기에 고민이 많아졌고, 같은 반 복학생 형이 다니는 연기학원을 따라갔다가 연기에 빠졌다. 그는 그날 밤까지 연기하는 순간을 계속 떠올렸고, 결국 부모님을 졸라 연기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끝까지 간다>

<끝까지 간다>에서 배유람의 의경 연기가 유독 톡톡 튀었던 건, 그 자신이 의경 출신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때의 경험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2020년에 진행한 인터뷰에서 배유람은 이 장면이 배우 생활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고도 언급했다.

서로 '저렇게 생겨서 왜 배우를 하겠대?'라고 생각했다는 배유람과 안재홍은 친해진 후에 “차라리 좀 더 못생겼어야 했는데”라고 자조적인 농담을 주고받았단다. 아예 확 잘생기거나, 아예 확 못생겼어야 좋은데 애매한 얼굴이라서 마음에 걸렸다고.

현장토크쇼 TAXI 방송 캡처

2018년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그는 홍구(고창석)의 고등학생 시절로 출연했다. 당시 그는 32살이어서 걱정이 됐는데, 주변에서 위화감이 없다고 다독여줬다고 한다. 원작 일본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스무 살 때 봤는데, 리메이크 영화에 출연하게 되면서 “배우라는 직업이 참 할 만 하구나” 느꼈다.

<욘더> 촬영 현장의 배유람 (사진 출처=스토리제이컴퍼니 공식 포스트)

배유람의 이름은 순 한글이다. 보통 '유람선'할 때 쓰는 유람(遊覽, 돌아다니며 구경함)이 아니다. 그는 “연기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내가 하는 연기는 누구나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연기한다고 한다. 더불어 배우라는 직업은 “일희일비하지 않고 인내해야 하는 직업”이란 생각도 한다고.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