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첫 주말.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임에도 불구, 영화의거리 일대는 주말을 맞아 영화제를 방문한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올해는 일반 예매가 오픈되자마자 매진된 상영작들이 줄을 이으며, '기차표는 구했지만 영화표는 못 구했다'라는 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기도. 그래서 이번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화제가 된 전주영화제 상영작들을 모아봤다.


한국경쟁 부문: <폭설>

<폭설> 스틸컷

배우 한소희의 첫 스크린 데뷔작으로 공개 전부터 뜨거운 화제에 오른 작품이다. <폭설>을 연출한 윤수익 감독은 <그로기 썸머>(2012)로 2013년,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 올랐다. <폭설>로 10년 만에 전주국제영화제를 다시 찾게 된 셈.

<폭설> 스틸컷

<폭설>은 강릉에 있는 한 예술고등학교 연극영화과 학생 두 명의 로맨스를 그려낸 영화다. 강릉과 서울을 오가며, 두 친구가 공유하는 감정은 우정을 넘어 사랑이 되었다. 영화에서 그려지는 동해 바다의 독특하고 묘한 분위기가 압권이다.

한편, 한국경쟁 부문은 총 3인의 심사위원이 심사한다. 심사위원은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 마이알렌 벨로키 베라사테귀, 평론가 손희정, 도쿄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이치야마 쇼조다.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 출품된 작품은 총 111편으로, 그중 11편을 영화제에서 상영한다.


불면의 밤 섹션: <펄>

<펄> 스틸컷. ⓒ Park Circus/Universal

전주국제영화제의 '불면의 밤' 섹션의 작품들은, 이름에서 느껴지듯 아주 늦은 저녁부터 영화를 상영한다. 작품의 장르 역시 늦은 밤에 보기 좋은 장르의 영화들, 스릴러와 호러, 추리 장르 스타일의 '후더닛'(who-dunnit)까지 여섯 편의 영화가 구비됐다.

<펄> 스틸컷. ⓒ Park Circus/Universal

그중 <펄>은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 뒤 많은 비평가들의 극찬을 낳은 작품이다. 영화 1918년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시골 마을을 벗어나 할리우드 뮤지컬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는 주인공 펄의 간절한 욕망과 집착을 그려냈다. 주연을 맡은 배우 미아 고스는 대본 작업을 하기도 했는데, 그의 광기 어린 연기가 훌륭하다.

<펄> 스틸컷. ⓒ Park Circus/Universal

'불면의 밤' 섹션 상영작답게, <펄>의 상영 시작 시간은 23시 59분 혹은 저녁 8시다.


시네마천국 섹션: <스크래퍼>

전주국제영화제의 '시네마천국' 섹션에서는 다양한 세대의 관객을 아우르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갖춘 아홉 편의 작품들이 소개된다. 연령을 불문하고 캐주얼하게 볼 수 있는 영화를 상영한다는 점이 특징.

<스크래퍼> 스틸컷

그중 샬롯 리건 감독의 <스크래퍼>는 올해 1월에 열린 선댄스영화제에서 월드시네마 극영화 부문 대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이 영화가 상영된다는 소식은 일찌감치 많은 씨네필들을 설레게 했다.

<스크래퍼> 스틸컷

<스크래퍼>는 엄마를 잃고 홀로 살아가는 12살 아이에게 어느 날, 스스로를 아빠라고 칭하는 사람이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성장담이다. 영화가 끝난 후,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상영관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는 후문. 연출을 맡은 샬롯 리건 감독은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인데, 덕분에 영화는 감각적이고 아름다운 화면을 자랑한다. 영화의 파스텔 톤 색감만큼이나 통통 튀고 기분 좋은 영화다.


한국단편경쟁 부문: <어떤 꿈>

한국단편경쟁 부문에서는 서로 다른 매력이 가득한 25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한국단편경쟁 부문 작품 대부분은 전주를 찾지 않은 사람들도, 온라인 플랫폼 '온피프엔'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

<어떤 꿈> 스틸컷

이와 감독의 <어떤 꿈>은 배우 한예리가 주연을 맡았다. 이와 감독의 전작 <시간의 흔적>(2021)은 2022년 39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언급으로 수상한 바 있다.

<어떤 꿈> 스틸컷

배우 한예리는 이 작품에서 어떤 꿈을 찾아 객실을 떠돌아다니는 호텔 직원으로 분했다. 한국 무용을 전공해 현재 무용 무대에도 꾸준히 오르고 있는 한예리는 본인의 재능을 살려 영화에서도 아름다운 춤을 뽐낸다. 몽롱한 꿈과 유려한 춤이 만나 묘한 매력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어떤 꿈> 스틸컷

한편, 한국단편경쟁 부문은 3인의 심사위원이 심사한다. 심사는 <두 개의 문> 이혁상 감독, <콜렉티브 모놀로그> 제시카 사라 린랜드 감독, <장르만 로맨스> 조은지 감독 겸 배우가 맡았다.


코리안시네마 섹션: <파미르>

<파미르> 스틸컷

제주 4.3 사건을 다룬 영화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2012) 등을 연출하며 제주도의 독립영화 시장의 활성화에 기여해온 오멸 감독. 세월호 사건을 은유한 <눈꺼풀>(2016)을 선보인 오멸 감독은 이번에 세월호 사건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 <파미르>로 전주국제영화제에 참석했다.

<파미르>는 치유될 수 없는 시간 속에서, 치열한 노력으로 생을 살아가는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파미르>는 '파미르', '죄인', '날벼락'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파미르'는 현장에서 구조된 학생 성철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이며, '죄인'은 참사에서 딸을 잃은 아버지의 방황을 담아냈으며, 그리고 '날벼락'은 세월호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소년의 여자친구와 어머니의 만남을 그려냈다.

<파미르> 스틸컷

<파미르>에는 이주승, 이주우, 장동윤 배우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배우들이 여럿 출연한다.


월드시네마 섹션: <도깨비불>

포르투갈 출신의 주앙 페드로 호드리게스 감독은 세계 각국의 영화제가 사랑하는 감독 중 한 명이다. 그의 장편 데뷔작 〈유령〉(2000)은 제57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이외에도 그의 여러 작품이 칸영화제, 베니스국제영화제, 로카르노국제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 베를린국제영화제 등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상영돼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도깨비불> 스틸컷

주앙 페드로 호드리게스는 현재 유럽에서 가장 강렬하고 독특한 영화 세계를 선보이는 감독이라는 칭호를 얻고 있다. 다만 그의 명성과는 별개로, 그가 연출한 대부분의 작품이 한국에서는 개봉하지 않아 많은 한국 팬들의 아쉬움을 산 바 있다.

<도깨비불> 스틸컷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그의 독특한 신작 <도깨비불>을 만나볼 수 있다. <도깨비불>은 게이 판타지 뮤지컬 영화다. 68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 유머러스하고도 코믹한 호드리게스 감독의 재치가 밀도 높게 담겨 있다.


글=전주 · 씨네플레이 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