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가 편애하는 감독들이 있다. 아르헨티나 감독 마리아노 지나스, 미국 감독 테드 펜트도 그중 하나다. 올해 국제경쟁 심사위원을 맡기도 한 마리아노 지나스는 272분의 장편 데뷔작 <기묘한 이야기들>(2008)과 13시간이 훌쩍 넘는 러닝타임의 대작 <라 플로르>(2018)로 소개됐고, 작년 <탱고가수 코르시니>(2021)에 이어 올해도 다큐멘터리 <클로린도 테스타>를 선보이며 전주를 찾았다. 테드 펜트는 2016년 국제경쟁 부문에 초청된 첫 장편 <쇼트 스테이>(2016)가 작품상을 수상한 데 이어 다음 작품 <고전주의 시대>(2018)가 상영됐고, 2021년 전주시네마프로젝트가 제작한 세 번째 장편 <아웃사이드 노이즈>를 완성했다. 올해 전주를 찾은 두 감독을 만났다.
마리아노 지나스는 아르헨티나의 저명한 가수 이그나시오 코르시니(Ignacio Corsini)에 대한 다큐멘터리 <탱고가수 코르시니>에 이어, 생전에 작가였던 아버지 훌리오 지나스와 그가 작품론을 쓴 건축가 클로린도 테스타를 경유하며 아르헨티나의 정치문화까지 파고드는 다큐멘터리 <클로린도 테스타>를 내놓았다. 유장한 서사로 압도하는 극영화 <기묘한 이야기들>과 <라 플로르>처럼 중심에서 살짝 눈을 돌려 작품에서 다루는 대상을 마음껏 확장하는 특유의 연출 스타일이 돋보인다.
당신의 영화를 보면 우선 거침없이 뻗어나가는 이야기에 매료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한 인터뷰에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이야기를 도입한다는 언급을 본 적이 있다.
스토리만 좋다, 스토리는 중요하지 않다, 영화를 딱 두 부류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둘 다 틀렸다고 본다. 이야기는 영화 전체의 한 부분일 뿐이고, 이야기를 통해서 집중하게 된다. 집중하면 그 영화가 보여준 다른 세계로 들어가겠지만, 진짜 중요한 건 영화가 끝나고 각자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그 잔상이다. 어떤 영화를 보고 파란 차를 기억한다고 치자면, 파란 차는 기억해도 이 파란 차가 왜 거기 있었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꿈 같은 경우, 우리가 꿈 안에서 이야기의 개연성이 견고하게 짜여져 있고 진짜 경험하는 것처럼 느껴져도 깨어나서 이 이야기를 말하다 보면 아주 빈약하지 않나. 꿈에서는 명확하게 보였던 것이 내가 기억하는 과정에서 퍼지는(diffuse) 게 영화 같다고 생각한다.
이번 다큐멘터리 <클로린도 테스타>는 어떤 이미지로부터 시작한 작품인가.
<라 플로르>에서는 어떤 여성들의 초상을 그렸다. 그때는 풍경을 보여줬다면, 이번엔 좀 더 작은 부분에 파고들고 싶었다. 개념주의를 굉장히 싫어한다. 사물이 중요하고, 책 역시 사물이다. 책 하면 보통 텍스트를 생각하는데, 나는 책에 대한 영화(지나스는 영화를 지칭하는 단어로 'film'이 아닌 'picture'를 썼다. 특히 'movie'를 정말 싫어한다고.)를 만들면서 그 책의 내용이 아니라 아버지의 글이 아름답게 담긴 책의 사물성에 집중했다. 영화를 보면 책을 펼쳐놓고 쭉 읽는다. 스페인어에 익숙한 사람은 그 글을 읽어내려가는 걸 큰 화면으로 보는 쾌감이 있을 텐데, 자막으로 보는 사람들은 그 느낌이 어떨지 궁금하다.
아버지가 살아계셨을 적 특히 인상 깊은 추억을 들려달라.
너무 많은 기억이 있으니 마지막 순간을 얘기하자면, 앰뷸런스에 실려가시면서 정신을 놓은 채로 끊임없이 "개X끼!"라고 욕을 해대셨다. 거의 10시간을 그러고서 잠들고는 깨어나지 못하셔서 결국 그게 마지막 말이 됐다. 돌이켜보면 그 굿바이는 굉장히 아름다웠다. “내 아들아...” 했으면 이상했을 거다. 그다음에 이 영화를 만든 것 보면 그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웃음) 어릴 때부터 아버지와 자주 말을 탔다. 계속 나에게 욕하고 있을 때 문득 아버지와 내가 말을 타고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마치 존 포드의 영화 <말 위의 두 사람>(Two Rode Together)처럼. 이 얘기는 여기서 처음 한다.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작업은 극영화를 만드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딱히 구분하지 않는다. 내 영화는 픽션에도 다큐멘터리적인 성격이 많다고 생각하고, 다큐멘터리를 더 만들고 싶은 게 사실이다. 거리를 두고 관찰하는 다큐멘터리를 하고 싶은데, 더 좋아한다고 더 잘한다는 건 아니니 픽션도 하고 있다.
추천하는 영화를 모은 리스트를 봤다. 대부분 모던 시네마 이전의 고전들이더라. 수많은 걸작들 사이에서도 특히 <뱀파이어>(Les Vampires)를 비롯한 루이 푀이야드의 작품들을 꼽은 게 인상적이었다. 그걸 보니 당신 영화의 뿌리는 푀이야드가 아닌가 싶었다.
안 그래도 <뱀파이어>의 일부로 새로운 픽션 영화를 작업 중이다. 앞서 말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이야기'를 푀이야드 영화가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뱀파이어>를 보면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는 중요치 않고 그 안에서 강렬하게 구성됐던 이미지가 인과관계는 흐려지며 머리에 남게 하는 영화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무성영화가 유성영화로 대체된 걸 이해할 수 없다. 소리가 나는 영화에선 절대 느낄 수 없는 감각이 있다.
<라 플로르>의 프로듀서였던 라우라 시타렐라가 연출한 <트렌케 라우켄>을 이번 영화제를 통해 보고 정말 짜릿했다. 당신도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라우라 시타렐라 역시 내가 속한 그룹 '엘 팜페로 씨네'(El Pampero Cine)의 일원이라 영화에 대해 같은 지향점을 갖고 있다. 아내인 라우라 파레데스가 주연 배우고 당시 아들이 6개월이어서 촬영 중에 아이 돌보고 차로 이동해서 물건 사다주는 역할 정도였다. 그렇게 완성본에 가까운 5시간 분량이 만들어졌는데, 그걸 본 후 완전히 새롭게 구성해야겠다고 판단했고, 다시 구상하는 과정부터 좀 더 깊숙이 관여했다.
라우라 파라데스는 당신의 전작 <라 플로르>에서도 절대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배우로서 그의 저력은 무엇인가?
연극도 하고 있지만 무대보다 영화에서 빛을 발한다. <라 플로르> 초반에 뭘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자신을 풀어 놓으라고 했더니 바로 그걸 캐치하고 카메라와 한 몸처럼 움직였다. 어떤 디렉션을 주지 않더라도 카메라 앞에 서면 자연스럽게 자신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아는, 천상 영화배우(cinema actress)다.
극장용 영화보다 OTT 드라마가 영상 문화의 주류가 되어가는 분위기다. 장대하면서 단단한 서사가 돋보이는 전작들을 떠올려 보면, OTT 시리즈를 만들면 당신의 능력이 제대로 발휘될 것 같은데.
최근의 현상이라 이게 어떻게 지속될지 모르겠다. 갑자기 끝나버릴 수도 있고. TV를 똑같은 이야기나 반복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로선 OTT는 어떤 현상일 뿐이지 그 플랫폼이 다루는 콘텐츠 자체엔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좋다 싫다를 떠나 현재 내가 하는 작업과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시네마와 TV가 완전히 구분되던 시대와 달리 어떻게 돌아갈 것인가 대해서는 궁금하긴 하다.
언제 봐도 감흥을 안겨주는 서사는 무엇인가? 영화든 문학이든 다 좋다.
그림도 내러티브라고 생각한다. 마네(Édouard Manet)의 그림은 아무리 봐도 지겹지가 않다. 굉장한 이야기꾼이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의 지원을 통해 제작된 테드 펜트의 세 번째 장편 <아웃사이드 노이즈>는 무엇을 해야 할지 정하지 못한 채 불면증에 시달리는 다니엘라와 석사 학위를 마쳐가는 미아가 독일의 베를린과 오스트리아의 빈을 오가며 시간을 보내는 과정을 담았다. 이렇다 할 사건 없이 느릿느릿 흘러가는 일상을 16mm 필름으로 섬세하게 포착하는 펜트의 남다른 재능이 유감없이 드러난다. 2021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이후, 올해 '전주시네마프로젝트: 프로듀서로의 영화제' 섹션을 통해 다시 한번 상영됐다.
2017년, 뉴욕에서 베를린으로 근거지를 옮겼다.
영화를 만들기 위함도 있지만, 무엇보다 변화를 가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다른 곳으로 가야 할 필요를 느꼈다. 적을 옮기는 건 수년에 걸쳐 진행됐다. 독일어를 이미 배우며 여러 곳들을 살펴보던 와중에 오스트리아 빈에서 몇 개월 동안 지냈고, 거기서 다니엘라와 미아를 알게 돼 이들과 같이 영화를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몇 달 뒤 베를린을 방문하게 됐고 사랑에 빠졌다. 초반 10분에 나오는 아파트는 2017년 처음 베를린에 갔을 때 내가 지냈던 곳이다. 처음엔 두 달 정도만 베를린에 있으려고 했는데 1년짜리 비자라 계속 머물렀고, 다시 뉴욕으로 돌아가 우울한 시간을 보내고선, 결국 베를린으로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지난 5년 새 빈도 자주 방문했다. 말하자면 두 도시 사이를 오간 건데, 베를린에서 뭔가 잘 안 풀리면 빈에 가고 빈에서도 좀 불편하고 다시 베를린으로 오는 식으로, 아무래도 난 정치 없이 떠돌아다닐 만한 두 개의 도시 정도가 필요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영화 속 다니엘라가 나를 연기하고 있는 셈이다.
뉴욕과 베를린, 그리고 빈은 각각 어떻게 다른가?
사실 베를린은 뉴욕과 비슷한 면이 많다. 일단 공간이 크고, 문화적으로도 별별 일들이 일어나고, 다양성이 많은 도시다. 그에 비해 빈은 작지만 조용하고 깨끗하다. 사람들이 서로 다 알고 지내서 배타적인 면도 있다. 무엇보다 뉴욕에서는 다들 밤새도록 깨어 있는데, 빈은 일찍 자러 간다.
전작 <쇼트 스테이>와 <고전주의 시대>의 주인공은 남자였다. 이번 작품 역시 당신의 개인적인 감정에서 출발했지만, 주요 캐릭터는 여자들이다.
다니엘라랑 미아를 만나면서 영화를 만들어볼 수 있겠다고 직관적으로 판단했다. <고전주의 시대>에 에블린이라는 여자가 등장하는데, 에블린이 매우 매력적이어서 그런 캐릭터로 더 많이 작업해야겠다는 생각을 이미 하고 있었다. <고전주의 시대>와 <아웃사이드 노이즈>의 연결 지점이 에블린이라는 캐릭터의 나머지 반쪽이라고 봐도 좋겠다. 영화 제작 과정에서 캐스팅이야말로 가장 어려우면서도 결정적인 부분이다. 그들을 직접 만나서 어떤 느낌을 주는지 확인하는 게 너무나 중요하다. 배우가 영화의 모든 걸 결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스크린에 이미지로 등장하는 건 그들이고, 카메라 뒤에 있는 내 모습은 볼 수 없으니까.
다니엘라 잘너, 미아 셀만이라서 가능한 것은 무엇인가?
처음에는 이 작품의 주제를 명확히 생각하지 않았다. 두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언급된 것들, 다니엘라의 경우 불면증, 미아의 경우 석사학위를 준비한다는 것, 이걸 듣고 내가 이입했고 이야기나 행위로 풀어내기에 괜찮다고 판단해 캐릭터의 바탕이 됐다. 이전 두 영화와 같이 놓고 보면 <아웃사이드 노이즈>는 내가 인식한 것보다 자전적인 요소가 더 큰 것 같다. 평소 자기 분석을 안 하는 편이었는데 이젠 그런 걸 인식해보려고 한다.
영화로 만들기 위해 두 사람의 ‘실제’ 특징을 다르게 반영한 것도 있나?
상당히 많다. 예산이 없어 의상은 배우들이 자기 옷을 직접 입었지만, 미아와 다니엘라가 사는 곳도 실제 그들의 집이 아니어서 새롭게 장식해야 했다. 다니엘라가 자기 성격에 대해서 말하는 부분은 원래 미아에게 실제로 일어난 일이고, 미아가 빈에 석사를 하러 가는 이유도 지어낸 거다.
두 사람의 우정을 그리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영화를 보는데, 초반에 다니엘라와 미아를 투숏으로 찍지 않으려는 의지가 보여서 언제 둘을 자연스럽게 투숏으로 놓나 유심히 봤다. 출판사를 운영하는 신경질적인 남자와 집에 있을 때가 처음이고, 그 이후부터 그들은 자연스럽게 투숏으로 잡힌다. 그리고 당신이 직접 연기한 테드가 등장했을 때 (나중에 합류하는 나타샤까지) 세 여자가 돌연 어색해진다. 두 남자로 인해 서로 가까워지고, 어색해진다는 게 좀 의미심장했다.
일단 형식적으로 그런 부분을 알아봐줘서 고맙다. 단편 만들던 시절부터 같이 일한 촬영감독 세이지 아이나슨(Sage Einarsen)이 일정이 안돼서 베를린 촬영 분량은 제니 루 지글(Jenny Lou Ziegel)과 찍었다. 처음 같이 일하는 거라 첫날은 다양한 샷으로 찍어봤는데 아무래도 원했던 게 아니어서 다시 찍고 지금의 결과가 나오게 됐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초반에 찍은 걸 보면 연기도 아직 덜 풀려 있고, 이야기 상에서도 오랫동안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난 거라 서로 약간의 거리감도 있어서 그게 반영됐을 거다. 4년이 지나서 다시 생각해보니 그걸 좀 더 명확하게 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 처음 등장하는 남자는 빈에 있는 나타샤한테 가방을 가져다줘야 하는데 고약한 사람이라 말도 안 통하는 상황을 위해 만들어졌다. 두 번째 남자는 어떤 파티를 가든지 그런 성가신 남자가 하나 정도는 있게 마련이고, 나 역시 그런 남자였던 적이 있는 것 같아서, 그런 캐릭터가 있어야 한다고 봤다.
제목이 '아웃사이드 노이즈'인 만큼 사운드에 집중하게 된다. 영화 속 사운드는 모두 촬영 현장의 소리인가?
거의 다 로케이션 현장에서 녹음된 사운드다. 영화에 대개 삽입하는 정도의 앰비언스(현장음)도 많이 넣지 않았다. 영화를 틀 때 사운드 퀄리티가 안 맞을 때가 종종 있는데 이번 상영관(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인서트 숏은 평소 찍어두었던 걸 편집 과정에서 배치한 건가? 이 신들 사이에 넣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찍었나?
영화를 위해서 따로 촬영했다. 배우들과 촬영하는 부분을 모두 마치고, 베를린과 빈 촬영 마지막 날 촬영감독과 음향감독과 같이 거리에 나가서 찍었다.
처음부터 줄곧 16mm 필름 촬영을 고집하고 있다. <아웃사이드 노이즈>에서 필름의 효용이 특히 잘 드러난 대목이 있다면.
빈에서 아침식사를 하는 장면에서 빛이 어두워지고 밝아지면서 필름의 질감 변화가 잘 드러난다. 세 사람이 카우치에 같이 누워 있을 때 석양이 지면서 렌즈에 어떤 빛이 반사되고 공기 중에 떠 있는 입자가 제대로 보인다.
나 역시 후자의 신에서 광선이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걸 보고 감탄했다. 햇빛의 시간을 정확히 계산하고 찍은 건가?
그 아파트는 오전 9시에 촬영을 시작해서 오후 6시까지는 마치는 일정으로 빌렸다. 해가 지는 장면은 내용상으로도 하루의 후반부의 시점이라 해가 낮아질 때까지 기다렸다. 9월에 촬영한 거라 그리 늦은 시각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됐다.
<쇼트 스테이>는 61분, <고전주의 시대>는 62분, <아웃사이드 노이즈>는 다시 61분이다. 60분대에 간당간당히 맞추는 이유가 있나.
왜 자꾸 그렇게 되는지 모르겠다. 아마 더 길게 만들 재간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아웃사이드 노이즈>는 첫 편집본에서 80분 길이였는데,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덜어내다보니 또 61분이 됐다.
레퍼런스들이 많이 등장한다. 책은 물론이고 회화 작품도 직접적으로 언급된다. 전부 당신의 취향인가?
모두 내가 생각한 건 아니다. 배우들이 말해준 것도 많다. 관객에게 설명한다기보다 그저 요즘에 이런 걸 보고 있다고 얘기하는 것처럼 하고 싶었다. 그래서 배우들한테 다양한 아이디어를 받았다. 잉에보르크 바흐만(오스트리아의 작가)은 다니엘라가 언급했고, 그림은 나타샤가 알려준 것이다. 리허설할 때 대본에다가 특정 작품을 써놓으면 배우들이 이건 좀 별로인 거 같다 하고 무엇이 좋은지 의견을 모아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GV에서 예산을 아끼기 위해서라도 한두 테이크 만에 찍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찍은 장면이 있다면.
영화마다 스무 테이크를 찍고도 쓰지 못하는 경우가 한두 개 쇼트 정도는 있었다. <아웃사이드 노이즈>는 파티 장면이 그랬다. 네다섯 개 쇼트를 찍어봤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때 빌렸던 아파트가 방마다 디자인이 다르고 색깔도 예쁘지 않았고, 엑스트라로 온 이들도 한 파티에 모일 법한 사람들이 아니어서, 그 공간들을 한데 붙였을 때 일관되게 보이지 않았다. 결국 두 쇼트 정도만 쓰게 됐다. 배우들도 유독 피곤해 하던 날이었다.
베를린으로 적을 옮긴 후, 영화에 대한 견해가 달라지기도 했나?
영화 자체에 대한 의견이라기보다 영화를 만드는 방식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다. 예전엔 하나의 아이디어만 집중해서 진행했다면 지금은 여러 가지 프로젝트들을 동시에 느리게 진행하고 있다. 단편 3개와 장편 1개를 작업 중이다.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