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회 칸 영화제 메인 포스터. 까뜨린느 드뇌브의 얼굴이 돋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영화 축제가 시작되었다. 베를린 국제영화제, 베니스 국제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국제 영화제로 유명한 칸 영화제가 5월 16일부터 27일까지 12일간의 치열한 레이스를 시작했다. 작년 <슬픔의 삼각형>(2022)를 통해 2017년 <더 스퀘어>에 이어 생애 두 번째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거머쥔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이 경쟁 부문의 심사위원장을 맡았으며, 2021년 <티탄>을 통해 황금종려상을 받은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 <더 배트맨>(2022)의 리들러와 <파벨만스>(2022)의 버트 파벨만 역을 통해 생애 최고의 해를 보내고 있는 배우 폴 다노, 캡틴 마블 역으로 유명한 배우 브리 라슨 등 제76회 칸 영화제는 화려한 심사위원단을 자랑하고 있다.

작년 <슬픔의 삼각형>으로 2번째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루벤 외스틀룬드가 심사위원장을 맡는다.

경쟁 부문의 치열하고 피 튀기는 시상 레이스도 흥미롭지만, 영화제의 묘미는 다양하고 새로운 작품을 만나는 것에 있다. 영화계에서 굵직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는 거장들로부터, 세계 영화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이름들까지. 새롭게 디지털로 복원된 명작들로부터, 작년 우리 곁을 떠난 전설적인 감독에 대한 추모까지. 이번 칸 영화제는 최근 몇 년 간의 라인업을 비교해 볼 때 역대 최고의 라인업을 자랑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를 사랑하는 국내 관객이라면, 프랑스 칸에서 전해지는 새로운 영화들에 대한 소식을 듣고 싶어 안달이 날 것이다. 이번 기사는 지구 반대편에서 칸 영화제를 흥미롭게 관전할 수 있는 몇 가지 포인트를 제공하고자 한다.


경쟁보다 더 화려한 비경쟁 라인업!

마틴 스콜세지의 신작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린 거장들의 라인업으로 가득 채워진 이번 칸 영화제지만,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면 그보다 더 눈이 가는 비경쟁 작품들이 있다. 가장 큰 화제를 모으는 작품은 단연 마틴 스콜세지의 신작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이다. 스콜세지의 페르소나를 자처하는 할리우드 스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로버트 드 니로부터 <더 웨일>(2022)로 인간 승리의 아이콘이 된 브렌든 프레이저와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블루칩이 된 제시 플레먼스까지,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의 화려한 출연진과 매번 엄청난 영화를 만들어 내는 마틴 스콜세지의 조합은 수많은 영화광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제임스 그레이가 연출했던 <잃어버린 도시 Z>(2016)의 원작자로 유명한 소설가 데이비드 그랜의 「플라워 문」을 원작으로 한 이번 신작은 1920년대 오클라호마에서 석유 시추를 둘러싸고 아메리카 원주민이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며, FBI가 살인 사건의 전말을 수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6년 원작 소설의 판권을 디카프리오가 구입한 이후로 7년 만에 첫선을 보이는 이번 작품은 디카프리오와 제시 플레먼스가 최근 가장 공을 들여 연기한 작품이란 사실이 알려져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만큼 많은 관심을 받는 작품은 불세출의 걸작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신작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이다. 80세의 해리슨 포드가 여전히 인디아나 존스 역을 맡았으며, 이전까지 감독을 맡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아닌 <포드 V 페라리>(2019)와 <로건>(2017)의 감독으로 유명한 제임스 맨골드가 처음으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연출을 담당할 예정이다. 디즈니와 루카스필름은 이번 작품이 공식적으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라는 발표했다. 더불어 스필버그는 이 영화를 본 후 “인디아나 존스는 나만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라는 소감을 밝히며, 맨골드의 연출을 칭찬하기도 했다. 역사적인 시리즈의 마지막이자, 동시에 스필버그의 손을 떠난 시리즈의 향방을 두고 수많은 관객의 기대를 받고 있다.

빅토르 에리세의 31년 만의 장편 신작 <클로즈 유어 아이즈>

이외에도 스페인의 거장이자 과작하는 감독으로 소문난 빅토르 에리세의 31년 만의 장편 신작 <클로즈 유어 아이즈>가 최초 공개될 예정이다. <벌집의 정령>(1973), <남쪽>(1983), <햇빛 속의 모과나무>(1992) 단 세 편의 장편만으로 거장의 반열에 오른 그가 복귀한다는 소식에 칸으로 향하는 티켓을 끊은 관객들이 상당하다고. 이외에도 <도원경>(2014)으로 전 세계 시네필들에게 주목받는 아르헨티나의 감독 리산드로 알론소의 10년 만의 신작 <유레카>와 기타노 다케시의 신작 <쿠비>, 그리고 언제나 유쾌하고 과장된 이미지를 자랑하는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신작 <힙너틱>도 많은 주목을 받는 작품이다. 경쟁 부문에도 출품했지만 특별 상영에도 이름을 올린 독일 ‘뉴 저먼 시네마’의 기수 빔 벤더스의 <안셀름>과 중국 다큐멘터리의 거장 왕빙의 <맨 인 블랙> 역시 눈여겨볼 작품 중 하나다.


아듀 고다르, 안녕 복원작들!

장 뤽 고다르의 미완작 <FILM ANNONCE DU FILM QUI N’EXISTERA JAMAIS : “DRÔLES DE GUERRES”>

지난 2022년 9월 91세의 나이로 우리 곁을 떠난 천재, 장 뤽 고다르에 대한 추모 프로그램이 ‘칸 클래식’ 부문에 포함될 예정이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사랑과 경멸>(1963)과 고다르를 추모하며 만든 다큐멘터리 <고다르 바이 고다르>(Godard par Godard)가 상영작 안에 포함되어 있지만, 가장 중요한 소식은 그의 미완작인 <Drôles de Guerres>의 20분 분량의 트레일러를 상영한다는 점이다. 언제나 영화 형식의 해체와 혁명의 선두주자에 섰던 장 뤽 고다르였기에, 미완의 작품인 <Drôles de Guerres> 역시 그의 급진적인 세계를 따라갔다고 한다. 미완작을 그대로 발표하는 것이 아닌, 영화 이미지의 일부만을 관람할 수 있게 트레일러로 제작한 칸의 판단은 언제나 완벽주의를 고집했던 고다르에 대한 마지막 예의를 지키는 것처럼 보인다. 참고로 20분짜리 트레일러의 제목이 <FILM ANNONCE DU FILM QUI N’EXISTERA JAMAIS : “DRÔLES DE GUERRES”>으로 ‘절대 존재하지 않을 영화를 예고하는 영화:DRÔLES DE GUERRES’라는 뜻이다.

영화 <델마와 루이스> 역시 4K로 최초 복원된다.

고다르에 대한 추모전 외에도 ‘칸 클래식’ 부문은 매년 프랑스의 국립영화영상센터인 CNC의 지원을 받아 4K 복원에 성공한 고전 작품을 최초 공개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올해 ‘칸 클래식’ 부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단연 리들리 스콧 감독의 <델마와 루이스>(1991)의 4K 복원판 공개다. 두 여성의 버디무비이자, 탁월한 여성 영화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델마와 루이스>의 복원판은 칸 공개 이후 전 세계 극장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알프레드 히치콕의 정신분석학적 접근이 돋보이는 명작 <스펠바운드>(1945), 고다르와 함께 누벨바그를 이끌었던 자크 리베트의 <미치광이 같은 사랑>(1969), 김지운이 사랑한 감독 클로드 소테의 <빅 리스크>(1960), 검열에 잘려 나갔던 부분을 복구한 <칼리굴라 - 얼티밋 컷>(1980) 등이 이번 칸 클래식 부문에서 복원되어 최초 공개된다.


숨겨진 작품을 찾는 재미! 칸 비공식 섹션

홍상수의 신작 <우리의 하루>

영화제가 벌어지는 주 상영관에서 조금 더 멀리 나가면, 감독 주간과 국제비평가 주간으로 초청된 칸 비공식 섹션 상영작들을 만나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신인 감독의 이름이 주를 이루지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보다 급진적이고 흥미로운 작품을 만나기 쉽다는 뜻이다.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이터널 선샤인>(2004)을 통해 국내에 팬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미셸 공드리의 신작 <해답의 책>(Le Livre des solutions)이다. 이외에도 영화 공장장으로 소문난 홍상수 감독의 신작 <우리의 하루> 역시 폐막작으로 선정되었다.

마누엘 드 올리베이라의 명작 <아브라함의 계곡> 또한 상영 예정이다

이외에도 포르투갈 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인 마누엘 드 올리베이라의 1993년 작품 <아브라함의 계곡>을 특별상영하며, 전주국제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자주 방문했던 극강의 비주얼리스트 베르트랑 만디코 감독의 <코난>(2023) 역시 감독 주간을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이선균과 정유미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유재선 감독의 스릴러 <잠> 또한 하반기 국내 개봉 전, 칸에서 최초 공개를 앞두고 있다.


씨네플레이 최현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