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제45대 미국 대통령 공식 취임

지난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가 취임식을 갖고 미국 45대 대통령이 됐다. 그는 취임사 중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빌런 베인이 연설 중에 했던 말 "Give it back to you. The people"을 언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트럼프가 세계를 고담시처럼 만들고 싶은 건 아닐까?"와 "트럼프는 어쩌면 영화광이 아닐까?" 두 가지 생각이 맴돌았다. 그래서 조사해봤다. 트럼프가 좋아하는 영화가 무엇인지. 그리고 내친 김에, 90년대 즈음 '셀럽놀이'에 한창 골몰했던 트럼프가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했던 흔적들도 같이 찾아봤다. 


트럼프가 사랑하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Gone With The Wind, 1939)

트럼프 역시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명작으로 선택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좋아한다. 영화는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남북전쟁과 재건 시대의 로맨스를 그린다. 트럼프는 영화를 두고 "우리(미국)의 발전에 있어 중추적이었던 우리나라 역사 속 시간과 결합된 사랑 이야기"라고 말했다.


<시민 케인>
(Citizen Kane, 1941)

'영화감독, 영화평론가가 선정한 최고의 영화'로 늘 랭크되는 <시민 케인> 역시 리스트에 포함됐다. 미디어 사업으로 부자가 되었지만 말년엔 쓸쓸하게 죽은 찰스 케인의 삶을 따라가는 영화다. 트럼프는 다큐멘터리 감독 에롤 모리스와의 인터뷰 중에 주인공 케인이 "부(富)를 가졌기 때문에 부가 전부는 아니라고 여겨, 결국 행복을 쟁취하진 못했"고 이를 반면교사 삼고 싶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석양의 무법자>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1966)

트럼프에게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스파게티웨스턴 <석양의 무법자>는 "단점이 없는 영화"다. "캐릭터가 아주 잘 만들어졌고, 수십 년간 해왔던 비즈니스의 사례들을 떠올리게 한다"고. 보수주의자로 유명한 이스트우드는 대선 전에 공화당 전당대회에 등장해 클린턴보다는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대부>
(The Godfather, 1972)

만인의 클래식 <대부>도 마찬가지. "이야기는 눈을 뗄 수가 없고, 캐릭터는 완벽하게 조직되고 연출됐다"고 치켜세웠다. 영화 속 가족에 있어서 그들의 비즈니스와 역사가 매우 흥미롭다고 덧붙였다.


<죽음의 승부>
(Bloodsport, 1988)

그래도 명색이 트럼프인데, 좋아하는 영화들이 너무 얌전한 것 아냐? 싶던 중 <죽음의 승부>가 눈에 들어온다. 액션의 말초적인 재미를 극대화시켰던, 80년대 말 90년대 초를 대표하는 액션스타 장 끌로드 반담의 출세작이다. 미국 군인 프랭크가 탈영을 감행해 동양무술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홍콩으로 향한다는 이야기로, 제목처럼 피 튀기는 육탄전을 내세운 영화다. <뉴요커>의 필자가 1997년 쓴 칼럼에 의하면, 트럼프는 이 영화를 "믿을 수 없을 만큼 환상적"이라고 강력히 권했다고 한다. 반담의 희번덕거리는 표정에서 연단에 선 트럼프의 얼굴이 겹쳐 보인다.

왠지 이 장면이 떠오르는 영화다

<좋은 친구들>
(Goodfellas, 1990)

트럼프는 1990년 개봉된 마틴 스콜세지의 걸작 <좋은 친구들>의 "훌륭한 캐스팅과 끝내주는 연출"을 높이 샀다. "(영화 속) '비즈니스'와 그것이 다뤄지는 방식이 인상적"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트럼프는 과연 헨리(레이 리오타), 지미(로버트 드 니로), 토미(조 페시) 세 인물 가운데 누구에게 이입했을까?추잡한 깡패짓으로 점철된 비즈니스가 어떤 면에서 인상 깊었는지도 궁금해진다.


트럼프의 카메오 출연작

<귀신은 사랑 못해>
(Ghosts Can't Do It, 1989)

트럼프는 첫 영화 출연작 <귀신은 사랑 못해>를 통해 남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그 시상식이 그해 최악의 영화들을 위한 '골든 라즈베리'라는 것이 함정. 영화는 처참하게 망했고, '트럼프가 상 받은 영화'로 회자되고 있다.


<나 홀로 집에 2>
(Home Alone 2: Lost In New York, 1992)

<나 홀로 집에 2>는 트럼프의 출연작 중 가장 유명하다. 케빈(매컬리 컬킨)이 뉴욕 플라자 호텔을 헤매던 중 트럼프에게 길 안내를 받는 장면에 등장한다. 유일하게 트럼프가 특유의 비호감 표정을 짓지 않는 영화이기도 하다. (클로즈업이 없어서 그럴지도) 당시 트럼프는 플라자 호텔의 소유주였다. 90년대 즈음 해서 트럼프가 미디어를 홍보 수단으로 삼는 전략을 썼다는 점을 떠올려보자.


<꾸러기 클럽>
(The Little Rascals, 1994)

미국에서는 꽤 이름이 알려진 어린이영화 <꾸러기 클럽>에서도 트럼프가 등장한다. 부잣집 아들인 왈도가 전화로 자동차레이스에서 이겼다고 말하는 신에서다. 그는 "넌 돈으로 살 수 있는 최고의 아들이야"라고 대답한다. 음...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르는 말이다.


<에디>
(Eddie, 1996)

리무진 택시 운전사 에디(우피 골드버그)가 얼결에 평소 좋아하던 농구팀 뉴욕 닉스의 코치가 되면서 벌어지는 과정을 그린 <에디>. 트럼프는 잘나가는 에디에 대해 "그녀를 고용하는 건 원래 내 아이디어"라고 인터뷰한다.


<미스터 커티>
(The Associate, 1996)

<미스터 커티>는 우피 골드버그가 분한 주인공을 통해, 성공했지만 '흑인'이자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회에서 온갖 차별에 부딪히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에서 트럼프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흑인여성이 자기보다 먼저 앉는 걸 보고 개탄한다.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서슴 없이 드러내온 그이기에 적역인 캐스팅이랄까.


<쥬랜더>
(Zoolander, 2001)

온갖 스타들의 카메오 출연으로 정평난 <쥬랜더>에 트럼프 역시 가세했다. 이번엔 (2005년 아내가 된) 멜라니아 트럼프도 옆에 있다. "쥬랜더가 없었다면 현재의 남자 모델계는 없었을 것"이라고 쥬랜더를 치켜세운다.


<투 윅스 노티스>
(Two Weeks Notice, 2002)

로맨틱코미디 <투 윅스 노티스>에서도 그를 찾을 수 있다. 부동산 재벌 조지(휴 그랜트)가 환경문제 변호사 루시(산드라 블록)와 사이가 틀어지자 칵테일 파티장에서 조지에게 "루시가 결국 널 버렸다며?"라고 치근거린다. 드물게 보타이를 맨 트럼프를 볼 수 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