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명색이 트럼프인데, 좋아하는 영화들이 너무 얌전한 것 아냐? 싶던 중 <죽음의 승부>가 눈에 들어온다. 액션의 말초적인 재미를 극대화시켰던, 80년대 말 90년대 초를 대표하는 액션스타 장 끌로드 반담의 출세작이다. 미국 군인 프랭크가 탈영을 감행해 동양무술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홍콩으로 향한다는 이야기로, 제목처럼 피 튀기는 육탄전을 내세운 영화다. <뉴요커>의 필자가 1997년 쓴 칼럼에 의하면, 트럼프는 이 영화를 "믿을 수 없을 만큼 환상적"이라고 강력히 권했다고 한다. 반담의 희번덕거리는 표정에서 연단에 선 트럼프의 얼굴이 겹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