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에게만은 바다보다 깊은 애정을 보여주는 아이 미보(노넨 레나).
미보의 하루는 물고기를 관찰하고, 그림을 그리는 일상으로 가득하다.
물고기에 집착하는 미보가 아빠는 걱정이다.
하지만 미보의 특별한 재능을 엄마는 응원한다.
미보의 물고기에 대한 지식은 점점 전문적으로 변해간다.
하지만 미보의 방대한 지식은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본 최초로 투구게 번식에 성공해 일자리를 얻지만,
사람과의 소통과 교감이 필수인 사회생활은 미보에게
물고기와의 교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미보를 통해 변화되었던 친구, 지인들의 도움으로
미보는 꿈을 향해 다시 한발 한발을 내딛는다.
영화는 그런 미보의 발걸음을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본다.
일상의 담담함 속에 담긴 엉뚱함이나 깨알 같은 유머, 재치를 드러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였던 오키타 슈이치 감독(Shuichi Okita)이 신작 <더 피쉬 테일>로 돌아왔다. 일본의 저명한 해양생물학자 사카나 군(본명 미야자와 마사유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못말리는 물고기 사랑을 일편단심으로 보여주는 미보를 바라보면 슬그머니 입꼬리가 올라간다. 하지만 세상과 쉽게 타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오키타 슈이치 감독은 단편 <냄비와 친구>로 마토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첫 장편 <이 멋진 세상>(2006)이 호평을 받았고, 이어 국내에도 그의 이름을 알린 <남극의 쉐프>(2009)로 상업적인 성공은 물론, 후지모토 신인상, 신도가네토상 금상을 수상했다.
이후 도쿄국제영화제 특별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딱따구리와 비>(2012)로 보다 성숙해진 감성과 전 세대를 아우르는 감동을 선사했다. 여기에 감독 특유의 유머를 가미해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다. <더 피쉬 테일>로 제20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국제경쟁부분에 초청받아 내한한 오키타 슈이치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더 피쉬 테일>로 제20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 초청받으셨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영화가 일본의 유명한 해양생물학자를 모델로 하고 있어요. 하지만 일본 외 나라에서는 그분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합니다. 특히 한국은 일본과 가까운 이웃인데, 어떤 반응을 보일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말씀하신 대로 <더 피쉬 테일>은 저명한 해양생물학자 사카나 군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사카나 군은 일본 예능도 많이 출연하며 알려졌는데, 취재를 하다 보니 어린 시절 따돌림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밝은 모습 이면에 그런 면이 있었다니 충격이었죠. 감독님께서는 사카나 군의 책을 어떻게 접하게 되셨는지, 또 영화화하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실제로 사카나 군은 탤런트로도 유명해요. 일본 방송계에서도 인기가 많은 분이죠. 그런데 책을 그대로 영화로 옮기면 재미없을 것 같더라고요. 다큐멘터리와 다를 바가 없으니까요(웃음). 그래서 기본적으로 사카나 군의 캐릭터를 빌리되 영화에서는 창작한 부분이 더 많죠. 성별을 애매하게 만든다던가요. 실제와는 다르게 좀 거리감을 뒀으니, 그걸 보고 일본 관객들은 많이 놀랐다고 하더라고요. 다만 물고기를 좋아한다는 점, 그리고 그 생각으로 인생을 개척해나가는 모습을 이번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로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영화에 사카나 군이 직접 출연을 하죠. 엔딩크레딧을 보니 각본에도 참여했더라고요.
맞아요. 영화 초반에 잠깐 나오죠. 어린 시절의 미보(논)가 동네에서 만나는 이상한 물고기 모자를 쓴 그분이 맞습니다(웃음). 사카나 군이 각본에 참여한 건 아니지만, 엔딩크레딧에 이름이 여러 번 나와요. 원작자로, 출연 배우로, 영화 음악을 담당한 색소폰 연주자로도요. 아, 그리고 영화에 나오는 물고기에 대한 ‘어류 감수’도 했네요(웃음).
미보의 모델이 되었던 사카나 군이 <더 피쉬 테일> 완성본을 보고 뭐라고 하던가요?
사카나 군은 감정을 거의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는 스타일이에요. 완성본으로 시사회를 했는데, 끝나자마자 벌떡 일어나서 너무 좋다며 박수를 치는 겁니다(웃음). 옆사람들에게도 영화 너무 좋지 않냐고 물으면서요. 그래서 영화가 끝났는데도 관객들이 극장 밖으로 나가지 못하기도 했죠(웃음). 그만큼 마음에 들었던 거 같아요. 그 모습을 찍어둔 영상이 있는데 말이죠(웃음).
보통 각본과 감독을 겸하셨잖아요. 그런데 이번 영화 <더 피쉬 테일>은 원작이 있고, 실존 인물도 출연합니다. 영화로 옮기기 위해 시나리오로 만드셔야 했을 텐데, 각색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모두가 변하지만, 미보만은 변하지 않는 걸 주제로 잡고 갔습니다. 미보 주변의 어린아이들도 조금씩 변해가죠. 작은 부분이지만 미보의 가정환경도 변해갑니다. 좋게든 나쁘게든요. 그런데 미보만은 자신의 페이스대로 가요. 여기에 하나를 덧붙이자면, 미보가 열중하고 있다는 것, 그점이 바로 인생을 정한다는 것을 두 번째 주제로 잡았습니다. 이 두 가지 테마를 사카나 군이라는 유명인의 인생을 빌려서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영화 이야기를 해보죠. 저는 이걸 제일 먼저 여쭤보고 싶었어요. 미보는 아이 때부터 물고기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좋아하는 걸 먹는 데에 거부감이 없어요. 심지어 커서는 물고기를 잡은 그 자리에서 회를 떠서 친구들과 나눠 먹기도 하고요! 이런 독특한 캐릭터는 어떻게 탄생한 건가요?
실제로 사카나 군이 그렇대요(웃음). 물고기도 너무 좋아하지만, 물고기를 먹는 것도 너무 좋아하는 거죠. 그러니까 물고기와 관련된 거라면 모든 게 다 좋은 겁니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너무 재미있어서 그 설정을 그대로 영화에 넣은 겁니다. 영화 초반부에 미보가 문어 잡잖아요. 그걸 아빠가 바닥에 내리쳐서 기절시키고 구워먹는 장면도 그런 이유로 넣은 거예요. 재미있다고 생각해서요.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사카나 군의 자서전에 나오는 이야기가 있어요. 포스터에 뽀뽀하는 물고기 한 쌍이 있습니다. 말쥐치인데요. 사카나 군이 어릴 때 그 물고기가 너무 예뻐서 갖고 싶다고 했대요. 당연히 살아있는 물고기를 받을 줄 알았는데, 아 글쎄, 회를 쳐서 나와서 소리를 쳤다는 일화가 있더라고요(저도웃음).
미보는 정말 괴짜 같이 보여요. 그런데 미보만의 매력으로 불량배 친구들도 자신의 편으로 만들고요, 성인이 되어서는 친구들이 미보를 먼저 찾아오게 합니다. 하지만 미보의 처음이자 영원한 지지자는 아마도 엄마겠지요. 영화에서 명확하게 나오는 건 아니지만, 미보의 부모님이 이혼을 한 거 같기도 한데요, 어머니는 미보와 함께 살죠. 나이가 들어서도 물고기를 머리부터 먹는 미보를 조용히 따라하며 지지해주는 거죠. 다소 마초적인 성향의 아빠와 달리 또래 친구들과 조금 다른 미보를 늘 응원해주는 인물로 엄마를 설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미보의 부모님이 이혼한 설정은 맞아요. 그래도 미보가 이혼의 원인은 아니고요. 미보는 아마 엄마가 없었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겁니다. 저도 사카나 군과 비슷한 나이인데요, 예전에는 조금 이상한 아이들, 그러니까 말씀하신 것처럼 ‘괴짜’ 같은 아이들이 괴롭힘을 많이 당했어요. 미보 같은 아이들은 살기가 굉장히 힘들었다는 거죠. 물론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요. 미보의 엄마는 사나카 군의 자서전에서도 굉장히 밝은 분으로 나와요. 미보의 학교를 찾아가 선생님을 만나는 장면도 책에 나오죠. 그러니까 엄마가 없었다면 사카나 군이 없었을 거고요, 엄마가 없었다면 미보 역시 없었을 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영화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거 같은데요. 미보는 관계를 맺는 것에 크게 미련을 두지 않는 것처럼 보여요. 어찌 보면 소통이라는 걸 중요시하지 않는 거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궁금하더라고요. 엄마의 그런 애틋하고 절절한 마음을, 미보를 아픈 손가락처럼 느끼고 돌보는 마음을 미보가 과연 알고 있을까 하는 점이요.
그 지적이 아마 맞을 겁니다. 사카나 군이라기보다는 미보 쪽인 것 같아요. 말씀하신 대로 미보는 정말 물고기에만 관심이 있는 캐릭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영화에서 부모의 이혼이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은 것도 사실 미보의 시선에서 부모의 이혼은 관심사 밖의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던 거죠.
일본 최초로 투구게 번식에 성공할 정도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데, 직업인으로서 미보의 삶은 순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미보의 친구들은 미보의 격려 덕분에 불량배 생활을 청산한고 방송국 PD가 되기도 하는데 말이죠. 뭔가 현 교육 시스템의 문제로 느껴야 할지 환경 문제에 대한 환기로 봐야할지 참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질문은요, 감독님께서는 미보가 물고기를 사랑하는 방식과 현실의 우리가 물고기를 대하는 방식의 차이점이 어디에서 온다고 보시나요?
일단 물고기를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사실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사카나 군이 연기한 이상한 물고기 모자 아저씨도 그래요. 어떻게 보면 미보의 성공하지 못한 모습일 수도 있고요. 실제로 사카나 군 역시 현실에서 굉장히 다양한 일들을 했어요. 성공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죠. 그런 어려움들을 영화 속에서도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고기를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미보에게 불량배 친구들이 많았잖아요. 그중 하나가 커서 스시집을 열어요. 그러니까 미보가 그 친구에게 영향을 준 것이고, 그 스시집에서 미보는 영향을 받게 됩니다. 자신에게 그 영향이 돌아오는 거죠. 인생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걸 테마로 끌고 가고 싶었어요.
물고기를 예를 들어서 좀 쉽게 부연하면요. 우리는 그냥 연어라고 통칭하는데, 사카나 군에게는 이 연어와 저 연어가 다른 겁니다. 정어리도 마찬가지고요. 문어도 그렇습니다. 저나 지금 질문하고 있는 기자분이 물고기를 보는 방식과 사카나 군이 물고기를 보는 방식이 그렇게 다른 거라고 생각해요. 종 전체가 아니라 한 마리 한 마리, 그렇게 세세한 점들을 본다는 점이 바로 미보가 우리와 다른 점 같습니다.
판타지적 요소가 담긴 결말 부분이 참 놀랍더라고요. 가족부터 시작해서 친구, 직장 동료까지, 물고기 외에는 누구에게도 소속감을 느껴보지 않았을 거 같은 미보가 결국 선택한 점이라는 데서요. 시나리오 작업부터 이런 결말을 생각하셨는지, 아니면 영화를 만들면서 여러 버전의 결말을 찍으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처음 시나리오 쓸 때부터 엔딩에서는 그런 이미지를 쓰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
영화가 꼭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요, <더 피쉬 테일>로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사실 저도 TV를 보면서 사카나 군을 정말 좋아했어요. 부러웠고요.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요. 저도 감독이고 영화를 좋아하잖아요. 그런데 누가 “영화 좋아하세요?”라고 물어보면 “완전 좋아해요!”라고 소리지를 수는 없잖아요. 부끄러우니까요. 그냥 겸손하게 “네, 좋아합니다” 정도로 답하죠. 이 정도 나이가 되면 그 수준으로 표현을 하거든요. 그런데 사카나 군은 그렇지 않아요. 어떻게 보면 나이가 들어도 사카나 군처럼 표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던 거죠. 한 가지 더요. 세상은 괴짜 같이 이상한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해요. 하지만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수용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2021) 관련 인터뷰에서 “내 모든 영화는 코미디를 지향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더 피쉬 테일> 역시 곳곳에 코미디적 요소가 들어있어 즐겁습니다. 저는 린다와 딸이 미보네 집에서 첫날 밤을 보낼 때 서먹서먹했던 침대 장면을 딱 두 컷으로 구성하신 부분에서 많이 웃었고요. 감독님에게 코미디란 어떤 의미인지, 또 영화에서 코미디를 구현해내기 위해 어떤 방식들을 주로 사용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으로 영화를 찍은 건 친구와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였어요. 그때 굉장히 즐겁게 웃으면서 영화를 만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자신의 마음속에 웃음이 없으면 즐겁지 않아요. 저는 영화를 만들면서 즐거워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영화에 그런 웃음 요소들이 반영되는 것 같습니다. 단지 밝은 것뿐 아니라 블랙코미디적 요소도 있어요. 웃음 안에 슬픔의 감정이 섞여 있는 영화를 만드려고 노력했습니다.
2019년에 이어 한국은 두 번째시라고요. 그때랑 지금, 한국의 인상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코로나19가 터지기 직전에 인천의 한 극장에 초청받은 적이 있어요. 그런데 1박이어서, 너무너무 짧았습니다(웃음). 그때 잠깐 서울 근교를 갔는데, 모든 것들이 카드로 결제되던 점이 좀 인상 깊었어요. 일본은 아직도 현금이 통용되니까요. 이번에는 폐막식까지 좀 길게 있으니까 한국을 잘 즐겨보도록 하겠습니다(웃음).
한국 영화 중 좋아하는 작품이나 감독이 있다면요.
아, 한국영화 정말 많이 보고 있는데 갑자기 제목 생각이 잘 안 나네요. 일단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2000)을 좋아해요.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도 재밌게 봤습니다. 난리를 피던 장례식 장면이 너무 재미있어서 기억에 남아 있어요. 그런 부분들은 제 영화와 좀 비슷한 부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많이 보고 있는데 지금 제목이 생각이 잘 안 나네요.
같이 작업하고 싶은 한국 배우가 있을까요?
<도깨비>(감독 이응복, tvN, 2016)의 김고은 배우입니다. 너무 귀엽습니다!
차기작은 뭐로 준비 중이신가요?
<0.5의 남자>라는 TV 드라마를 얼마 전 마쳤습니다(5월 28일부터 방영 중). 한국에서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지금은 영화 대본을 쓰고 있어요. 세대가 다른 세 명의 여자 이야기인데요, 이번에는 원작은 없고 제가 다 쓰는 겁니다.
윤상민 씨네플레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