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 시리즈가 돌아왔다. <범죄도시>(2017)의 600만, <범죄도시2>의 1300만 관객 수에 뒤처지지 않는 흥행 파워를 보여주기 위해 마석도(마동석)의 굵디 굵은 전완근과 상부 승모근을 장착한 채 말이다. 개봉 2주 전에 공개된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2023)와 전 주에 개봉한 <인어공주>(2023)의 흥행이 생각보다 잘되지 않은 데다, 그다음 주엔 연휴가 있으며, 경쟁작이 될만한 작품은 2주 뒤에나 개봉한다. 흥행은 하늘이 내린다는 업계 격언을 떠올리자면 너무나 좋은 타이밍이 아닐 수 없다.
관습
<범죄도시> 시리즈는 3편까지 닿자 프랜차이즈화 되면서 패턴을 보이기 시작한다.
1편은 장첸(윤계상 분)과 무리들이 독사파에게 위협을 가하며 시작한다. 그리고 마석도가 칼을 들고 설치는 범죄자들을 가볍게 응징한다. 그리고 작은 빌런이라고도 할 수 있는 황사장(조재윤)의 존재를 부각하며 이야기를 다각화한다.
2편에서는 강해상(손석구)의 납치극으로 시작하여 마석도의 팀이 정신병원을 탈출한 용의자를 검거하는 장면으로 넘어간다. 그리고 피해자의 부모지만 결코 좋은 놈은 아닌 최춘백(남문철)이 더해진다.
3편 또한 메인 빌런인 주성철(이준혁)이 숨어든 경찰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오프닝으로 극을 연다. 그리고 이번엔 복싱 스타일의 마석도가 거리의 양아치들을 처리하고 나면, 일본의 리키(아오키 무네타카)까지 등장하여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범죄도시> 시리즈에서는 유머를 빼놓을 수 없다. 1편의 '진실의 방'과 2편의 '5:5 드립'이 있었다면, 이번엔 초롱이(고규필) 캐릭터가 있다. 일명 '문신 양아치'라는 밈으로 불리는 이들의 특징을 언더아머 티셔츠에 구찌 액세서리, 게다가 데칼코마니 스티커가 붙은 BMW 차량까지 동원하며 완벽하게 재연해냈다.
충족되는 요소들
마석도는 영장도 없이 의심되는 적진으로 혈혈단신 들어가 적법의 절차보다는 주먹으로 소통한다. 영화가 만들어낸 톤에 의해 진실의 방 같은 아이템은 웃음을 자아낸다. <범죄도시>의 유머 코드는 시리즈 3편에서도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
우리는 왜 이런 캐릭터에게 환호하는 것일까?
마석도는 시리즈의 탄생에서부터(사실은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 전체에서), 언제나 맨주먹으로 상대방을 깨부수는데, 이는 주인공을 응원하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극 중의 시민들을 관객에게 이입한다 치면, 등장하는 악당들은 죄 없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짓을 한다. 그리고 연장을 든 악당에게 대항하는 형사는 언제나 맨주먹이다. 비록 공권력이 끼칠 수 있는 구속력의 과오를 범할 수도 있지만, 속내를 알고 있는 관객들이 보기에는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게다가 마동석 배우의 바디 실루엣이면 굳이 그를 응원하지 않아도 승리를 거머쥘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가 악당에게 일격을 날린 다음 당황하며 "야, 숨 쉬어" 하는 대사에 함께 웃을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약간 더 확장해 보자. 3편에서는 칼과 총을 들고 설치는 일본과 본국의 악당을 상대로 오직 맨손으로 상대한다. 이것은 한중일의 국제 정세적 관계에서 한국만큼은 연장을 휘두르는 상대국에게 맞서 정당히 싸울 것이라는 국뽕적 암시를 넌지시 던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비록 절차는 건너뛰고 공권력을 행사하지만, 사건의 전말을 모두 알고 있는 우리, 즉 관객이 보기에는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일깨워주는 탄산 가득한 사이다의 맛이라고 하겠다.
빌런의 존재감을 비롯한 아쉬운 지점들
3편의 적대자로 등장하는 주성철은 시작부터 마약을 거래하는 딜러다. 그런데 그는 일본 범죄자와도 엮여 마석도뿐만 아니라 외국의 살수와도 겨뤄야 한다. 빌런끼리의 전투로 밀도가 올라가는 것 같지만, 관객들의 관람평에서는 생각보다 약한 빌런의 존재감이 자주 언급된다.
주성철이 장첸이나 강해상 보다 밀도 낮은 점유율을 보이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실제로 성철을 연기한 이준혁 배우는 앞의 두 빌런은 짐승 같은 악역이었던데 반해, 자신은 '본능을 앞세우기보다는 생각을 하는 부류'라고 했다. 이에 반해 해상과 장첸의 살인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뿐만이 아니라 목적 그 자체, 즉 살인을 즐기는 형태까지 보인다. 하지만 확실히 성철은 본능에 의거하기보다는 마약으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이성적인 상인인 것만 같아 보인다. 게다가 훨씬 잔악무도한 측면을 지닌 인물은 두 번째 악역에 속하는 리키라서 힘이 빠지는 측면이 있다.
마석도는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모두가 안다. 이것은 클라이맥스 결투 신이 제공하는 긴장감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뜻이 된다. 심지어 극 중에서 마석도가 가장 큰 위기를 맞이할 때도 관객은 코를 후비적하며 '뭐 극복하시겠죠~'라고 생각하며 되려 심드렁하게 되기도 한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제작진이 1년 만에 영화를 만들어 찍어내려면 이런 면을 해결하고 넘어가기는 쉽지 않다. 그렇게 해서 발생한 서사의 빈틈을 액션과 대사빨의 조합으로 넘어가려는 것은 3편 정도까지만 용인될 것 같다. 시리즈물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단기적인 흥미가 아니라 그 소구력을 극대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더 아쉬운 지점
<범죄도시3>의 개봉 첫날, 영화는 74만 관객(유료 시사회 제외)을 기록했다. <범죄도시3>은 2위를 기록한 영화와 상영횟수 차이가 10배가 넘는다. 이는 화끈한 액션 영화를 고대했으며, 그전에 극장에서 볼만한 콘텐츠가 없었다고 여긴 관객들을 향한 어떤 선물과도 같은 결과였다.
그런데 <범죄도시3> 첫날의 누적 관객 수를 보면 122만 명이 기록되어 있다. 원래는 5월 31일 수요일 개봉 예정이었으나, 그전에 석가탄신일 연휴인 27일에서 29일 동안 유료 시사회를 진행한 까닭이다. 이런 식의 변칙 상영을 통하여 약 48만 관객을 확보한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버는 것인데 뭐가 문제일까? 경쟁은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독과점에 대한 언급은 굳이 하지 않겠다.)
예정했던 일정한 날짜에 상영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그때에 상영하는 콘텐츠들의 파이를 뺏어가는 행위다. 아마 그전에 개봉한 작품들의 흥행 추이를 봤을 때 자신들이 헤비급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겠지만, 반칙을 저지른 것이다. 사필귀정을 이야기하는 창작물을 배급하는 방식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은 찝찝함을 제공한다.
한국에도 가볍지만 지속적인 영화 프랜차이즈가 있으면 좋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우리도 <007>이나 <미션 임파서블> 같은 시리즈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는 법은 없다.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에서 변주하며 능숙하게 범죄자를 때려잡는 모습뿐만이 아니라 정당하게 경쟁하여 진정 훈내를 풍기는 콘텐츠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프리랜서 막노동꾼 이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