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부지는 상업 농업의 핵심이다

아보카도 한 개를 수확하기 위해서 70리터(18.49갤런)의 물이 필요하다고 한다. 아보카도만을 재배하는 전업 농장 주변 부지는 표층수가 부족하여 금세 토양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는 연구도 존재한다. 사실 단일 작물의 공장식 재배로 인한 토양의 질적 저하 문제는 비단 아보카도뿐만이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 대형마트와 소매상까지 도달하는 대부분의 작물은 단일 경작 농업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농업 방식처럼 저 밭에는 상추와 깻잎 그리고 배추를 심고, 반대편에는 당근과 감자 그리고 고구마를 심는 시대는 지나갔다. 차라리 동일한 면적으로 비싼 값이 팔리는 라임이나 아보카도 등 재배 대비 높은 수익을 자랑하는 작물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유리해졌다.

요리사 몰리는 자신만의 농장이 갖고 싶다

농업과 자연마저 산업화된 사회에서 다시 자연의 균형을 되찾는 농장을 만든다는 꿈을 꾸는 바보 같은 부부가 여기 있다. 24만 평 황무지를 대뜸 매입하고는 수십 종이 넘는 작물들과 다양한 가축들을 기르려고 한다. 사람들은 모두 그들의 선택을 터무니없다고 말한다. 마치 도시화된 사회에서 노아의 방주를 다시 만든다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으로 모두에게 비웃음을 샀던 영화 <에반 올마이티>(2007)가 떠오르는 광경. LA의 좁디좁은 아파트에서 방울토마토 몇 그루를 기른 것이 전부인 두 부부가 과연 넓은 평야를 풍성하게 만들 수 있을까? 게다가 자연에 어떤 해도 가하지 않은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말이다. 6월 14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위대한 작은 농장>은 맨땅에 헤딩하듯 무모한 시도를 하는 좌충우돌 DIY 농장 프로젝트를 시도하는 감독 부부 자신의 이야기를 다룬다!


유기견 토드로부터 시작된 대자연의 기적!

그들의 반려견 토드

자연 다큐멘터리 촬영 감독 존 체스터와 유기농 요리를 주로 만드는 요리사 몰리 체스터 부부는 LA 산타모니카의 좁은 아파트에서 그들만의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존 체스터는 200마리의 강아지를 방치하는 애니멀 호더에 관한 다큐멘터리 촬영 도중 유기견 토드를 만나게 된다. 대부분의 강아지는 안락사당할 수밖에 없었지만, 존의 애정 어린 손길로 토드는 부부와 함께 지내게 된다. 문제는 토드가 살기에 LA의 아파트는 지나치게 불편한 환경이었다는 점. 토드는 밤낮으로 울부짖기 시작했고, 분리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체스터 부부는 사랑하는 토드를 위해 아파트를 떠나 새로운 거처를 마련할 계획을 준비했고, 그 계획은 말도 안 되게 커져 버린다. 바로 24만 평의 황무지를 매입해 큰 농장을 만드는 것! 심지어 그들의 터무니없는 계획에 “최대한 다양하게 키워야 전체가 연결된다”라고 말하는 전통 농법의 대가 앨런 박사가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쉽지만은 않았던 농사

하지만 농사라고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운 방울토마토가 전부인 체스터 부부에게 거대한 농장을 운영하는 일은 버거웠다. 그들이 매입했던 토지는 오로지 라임 한 작물만 재배하느라 땅의 영양소가 모두 황폐해져 있었고, 극심한 가뭄, 코요테 무리와 새들의 습격, 쥐와 달팽이들의 훼방 등 농사를 방해하는 훼방꾼들은 도처에서 등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앨런 박사는 75종의 과일과 200종의 작물, 소, 양, 염소, 오리, 돼지, 닭 등 다양한 작물과 동물을 기를 것을 당부한다. 화학비료도 절대 안 되며, 코요테나 새를 죽일 수도 없으며, 제초제를 뿌리는 것도 절대 안 된다는 법칙도 세운다. 초짜 농부 부부에게는 도저히 버거운 과제들의 연속이었다.

새로운 생명은 언제나 탄생한다

하지만 자연은 늘 그렇듯 순환하며 새로운 답을 제시하고 만다. 8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두 부부가 겪은 수많은 난관은 의외로 그들의 농장 안에서 해결되었다. 코요테가 닭을 잡아먹고 만다는 문제는, 목축견들의 견제로 오히려 코요테들이 땅을 헤집어 놓는 쥐를 잡아먹는 결과를 낳았다. 나무들의 잎을 모조리 갉아먹는 달팽이들의 등장은 오히려 연못에서 한가롭게 보내던 오리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었다. 그 외에도 진드기와 가뭄의 문제들도 대자연의 순리대로 새로운 생태계의 법칙 아래 문제없이 해결된다. 사실 ‘애프리콧 레인 농장’의 모든 시간은 자연의 균형을 회복하는 일이었다. 생물학적 다양성의 증가로 인해 겪는 내홍들은 금세 또 다른 종들의 방문으로 균형을 이루게 되었다. 그들의 농장은 어느새 생명과 죽음이 끊임없이 순환하는 소우주가 되었다.


베테랑 감독 존 체스터가 포착한 놀라운 자연의 신비

존 체스터가 세밀하게 포착한 생명의 잉태

영화의 감독이자 동시에 ‘애프리콧 레인 농장’의 주인인 존 체스터는 25년 차 베테랑 촬영 감독이다. 주로 디스커버리 계열의 동물 전문 방송국 애니멀 플래닛과 영국 민영 방송사 ITV 채널의 야생동물 시리즈를 촬영했던 그는 <위대한 작은 농장>을 통해 토론토국제영화제, 선댄스 영화제 등 세계 각지의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게 된다. 그저 자신들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았을 뿐이지만, 유수의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찬사를 받는다. <위대한 작은 농장>의 이야기와 자연의 신비가 가장 큰 매력으로 작용했겠지만, 그의 농장에서 직접 담은 자연의 모습들도 엄청난 경이를 자아내게 만든다.

곤충의 자그마한 몸짓부터, 처음으로 맞이한 암퇘지 엠마의 출산 장면, 부엉이가 쥐를 포획하는 장면까지. 존 체스터의 카메라는 생명의 탄생부터 삶 그리고 죽음까지 아우르는 일련의 순간을 세심하게 포착한다. 24만 평이나 되는 거대한 대지를 드론 카메라로 촬영하기도 하고, 무당벌레가 간신히 줄기를 오르는 장면을 담아내기도 한다. 시간의 변천사와 자연의 크기를 모두 아우르면서 대자연이 지닌 정교한 섭리를 카메라로 풀어내는 데 성공한다. 세밀함과 위대함을 모두 담은 <위대한 작은 농장>의 이야기에는 존 체스터의 촬영 역시 빠지지 않고 언급해야 할 부분이다.


돌아온 위대한 작은 농장!

이번에 극장에서 개봉하게 될 <위대한 작은 농장>은 사실 2018년에 제작된 다큐멘터리다. 2010년에 처음 농장을 시작해서 8년간 고군분투한 두 부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영화를 본 뒤 그들의 현재가 궁금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관객들을 위해 존 체스터는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함께 협업하여 속편 <위대한 작은 농장: 돌아오다>를 작년에 제작하였다. 8년간의 농장 프로젝트를 담은 본편과 달리 이번 편에서는 반가운 동물들의 근황과 두 부부 사이에 태어난 아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한 번에 17마리를 출산했던 암퇘지 엠마의 모습부터, 어미를 잃고 두려워했던 아기 양 모의 근황, 그리고 장성하여 이젠 농장의 일을 능숙하게 도울 수 있는 부부의 아들의 모습까지.

목축견 카야와 로지!

생명과 죽음, 자연의 선순환적인 모습이 돋보였던 농장은 코로나의 위기를 잘 견디고 여전히 대자연의 신비를 만끽하고 있다. 물론 애정이 깃든 동물들의 죽음을 목도하는 슬픔과 노쇠해진 가축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고통도 곁들어 있지만, 여전히 ‘애프리콧 레인 농장’의 삶은 활기로 가득하다. 목축견 카야와 로지는 물론이고 새로운 목축견 역시 그들의 농장의 일원이 되고 있다. <위대한 작은 농장>을 본 뒤에도 이들의 삶이 궁금하다면 그들의 웹사이트를 방문하거나 속편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그들이 일궈낸 자연 친화적인 농장의 근황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씨네플레이 최현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