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한 채널A 드라마 <가면의 여왕>으로 다시 화제의 중심에 오른 배우 김선아. 김선아는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대표되는 로맨틱 코미디부터 <붉은 달 푸른 해>, <품위있는 그녀> 등의 스릴러까지, 다채로운 장르에서 활약해왔다. 그만큼 김선아는 다양한 배역, 다양한 성격, 다양한 직업을 거쳐갔을 터. 그래서 정리해 봤다. 배우 김선아가 작품에서 거쳐간 직업들.
변호사, 검사, 형사, 그리고 비선실세
김선아는 유난히도 전문직 여성을 많이 연기해왔다. 지난 13일 종영한 채널A 드라마 <가면의 여왕>에서도 그랬다. 김선아는 <가면의 여왕>에서 인권 변호사 ‘도재이’ 역을 맡았다. 김선아가 연기한 도재이는 정의로움과 교활함을 넘나드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도재이는 돈 없고 힘없는 여성들의 성폭력 사건을 도맡는 한편, 뒤에서는 비리 정치인의 ‘집사 변호사’를 하며 도시의 시장 자리를 요구한다.
<가면의 여왕>에서는 변호사였다면, <디 엠파이어: 법의 제국>에서는 검사를 맡았다. 2022년에 방영된 JTBC 드라마 <디 엠파이어: 법의 제국>은 그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법조계에서 벌어지는 스캔들을 다뤘다. 김선아는 이 드라마에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부장 ‘한혜률’ 역을 맡았다. 한혜률은 법률가 집안에서 태어난 이른바 ‘성골’ 법률가다. 한혜률은 이혼하며 아이의 성과 본을 자신의 것으로 바꿀 만큼, 욕망을 실현하고자 칼날을 번뜩이는 인물이다.
변호사와 검사, 그 대척점 혹은 공조 관계에 있는 형사 역할도 빠질 수 없다. 김선아는 2015년 KBS2 드라마 <복면검사>에서는 서울강남경찰서 강력1팀장 엘리트 형사 ‘유민희’ 역을, 영화 <잠복근무>(2005)에서는 고등학교에 잠복한 강력계 형사 ‘천재인’ 역을 맡았다.
반면, 법의 테두리 밖에서(?) 정재계를 주무르는 역할을 한 적도 있다. 2019년에 방영된 SBS 드라마 <시크릿 부티크>는 돈과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치정 스릴러다. 김선아는 극중 J부티크 대표인 ‘제니장’으로 분해, 정재계 인맥의 비선실세로 거듭나는 인물을 연기했다.
시장
김선아는 시장까지 거머쥐었다. ‘웰메이드’라는 평을 받으며 많은 마니아를 낳은 SBS 드라마 <시티홀>(2009)은 김은숙 작가(지금은 <더 글로리>로 다시 전성기를 맞은)가 극본을 집필해 화제가 된 작품이다. <시티홀>에서 김선아가 맡은 ‘신미래’ 역은 ‘인주시’의 10급 공무원이었지만, 결국 인주시의 시장이 된 인물이다.
로맨틱 코미디와 정치를 결합한 이 독특한 드라마에서 김선아는 어김없이 본인이 가장 잘하는 것을 뽐낸다. 말랑말랑한 로맨스, 그리고 여성이 중심이 된 서사. 김선아가 맡는 이야기엔 실패가 없다.
구두 디자이너, 파티셰
예체능 계열의 직업도 빠질 수 없다. 2012년 MBC 드라마 <아이두 아이두>에서 김선아는 능력 있는 구두 디자이너 ‘황지안’ 역을 맡았다. 김선아의 대표작이자 첫 연기대상의 영예를 가져다준 작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는 맛있는 케이크를 만드는 파티셰를 연기했다. 이 작품 덕에, 한동안 '파티셰 붐'이 일기도 했다.
이 두 작품의 공통점이라면, 모두 연하남과의 로맨스가 담겨있다는 것. 그렇지만 사실 이 두 작품은 뻔한 클리셰가 범벅된 로맨틱 코미디로만 기억하기에는 아쉬운 드라마다. <아이두 아이두>의 황지안은 결혼을 하지 않아도 아이를 낳아 기르고자 하는 여성,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삼순은 평범하지만 주체적인 여성을 그려냈다. 물론, 2023년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다소 의아한 부분이 있는 작품이지만, 김선아가 연기한 캐릭터들이 남긴 족적은 의미가 깊다.
여행사 직원, 권고사직을 받은 40대 스튜어디스
보는 사람에 따라 평범하기도, 혹은 지루하기도 한 직업.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단히 화려한 직업을 갖지 않았을지언정 자기의 자리를 지키며 그럭저럭 살아간다. 김선아는 그런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며 공감을 자아내는 데에도 능하다. 2011년 방영된 SBS 드라마 <여인의 향기>에서 김선아는 라인투어라는 여행사의 직원 ‘이연재’ 역을 맡았다. 이연재는 시한부 선고를 받고 회사를 그만두는 인물이다. 극중 이연재는 죽기 전에 꼭 해봐야 할 일들의 목록을 작성하는데, 이로 인해 ‘버킷 리스트’ 만들기가 유행하게 되었다.
김선아가 다시 한번 연기대상을 거머쥔 작품 <키스 먼저 할까요?>는 2018년에 방영된 SBS 드라마로, ‘리얼 어른 멜로’를 표방했다. 김선아는 극중 40대 스튜어디스 ‘안순진’ 역을 맡아, 손무한(감우성)과의 중년 로맨스를 그려내 많은 호평을 받았다.
간병인
김선아의 연기력의 정점을 맞은 작품, 2017년 JTBC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 상류층과 불륜, 복수 등 흔한 ‘막장’ 드라마의 소재를 차용했지만, 이 드라마만큼은 막장이 아닌 명작으로 거듭났다. 김선아는 극중 상류사회 입성을 위해 간병인이 된 ‘박복자’ 역을 맡았으며, 단지 ‘악역’이라고만 지칭할 수 없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다. 한편, <품위있는 그녀>는 흔하지 않은 여-여 구도, 다양한 인간 군상 등을 보여주며 짜임새가 탄탄한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 외: 아동 상담가, 문화재청 직원, 백수 등
아동학대를 다룬 MBC 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2018)에서는 아동 상담가를, <밤이면 밤마다>(2008)에서는 문화재청 직원을, 영화 <위대한 유산>에서는 백수를 연기한 김선아. 좀처럼 겹치지 않는 직업들이지만, 김선아가 맡은 배역이 지닌 공통점이라고 하면 누군가를 보조하는 역할이 아닌, 스스로 서사를 만들어나가는 여성이라는 것. 차기작에서는 또 어떤 모습을 연기할지 기대가 되는 배우다.
씨네플레이 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