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배우 김선아 인스타그램

최근 종영한 채널A 드라마 <가면의 여왕>으로 다시 화제의 중심에 오른 배우 김선아. 김선아는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대표되는 로맨틱 코미디부터 <붉은 달 푸른 해>, <품위있는 그녀> 등의 스릴러까지, 다채로운 장르에서 활약해왔다. 그만큼 김선아는 다양한 배역, 다양한 성격, 다양한 직업을 거쳐갔을 터. 그래서 정리해 봤다. 배우 김선아가 작품에서 거쳐간 직업들.


변호사, 검사, 형사, 그리고 비선실세

<가면의 여왕>에서 '도재이' 역을 맡은 김선아. 출처: <가면의 여왕> 홈페이지

김선아는 유난히도 전문직 여성을 많이 연기해왔다. 지난 13일 종영한 채널A 드라마 <가면의 여왕>에서도 그랬다. 김선아는 <가면의 여왕>에서 인권 변호사 ‘도재이’ 역을 맡았다. 김선아가 연기한 도재이는 정의로움과 교활함을 넘나드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도재이는 돈 없고 힘없는 여성들의 성폭력 사건을 도맡는 한편, 뒤에서는 비리 정치인의 ‘집사 변호사’를 하며 도시의 시장 자리를 요구한다.

<디 엠파이어: 법의 제국>에서 '한혜률' 역을 맡은 김선아. 출처: <디 엠파이어: 법의 제국> 홈페이지

<가면의 여왕>에서는 변호사였다면, <디 엠파이어: 법의 제국>에서는 검사를 맡았다. 2022년에 방영된 JTBC 드라마 <디 엠파이어: 법의 제국>은 그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법조계에서 벌어지는 스캔들을 다뤘다. 김선아는 이 드라마에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부장 ‘한혜률’ 역을 맡았다. 한혜률은 법률가 집안에서 태어난 이른바 ‘성골’ 법률가다. 한혜률은 이혼하며 아이의 성과 본을 자신의 것으로 바꿀 만큼, 욕망을 실현하고자 칼날을 번뜩이는 인물이다.

영화 <잠복근무> 스틸컷

변호사와 검사, 그 대척점 혹은 공조 관계에 있는 형사 역할도 빠질 수 없다. 김선아는 2015년 KBS2 드라마 <복면검사>에서는 서울강남경찰서 강력1팀장 엘리트 형사 ‘유민희’ 역을, 영화 <잠복근무>(2005)에서는 고등학교에 잠복한 강력계 형사 ‘천재인’ 역을 맡았다.

<시크릿 부티크>에서 '제니장' 역을 맡은 김선아. 출처: <시크릿 부티크> 홈페이지

반면, 법의 테두리 밖에서(?) 정재계를 주무르는 역할을 한 적도 있다. 2019년에 방영된 SBS 드라마 <시크릿 부티크>는 돈과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치정 스릴러다. 김선아는 극중 J부티크 대표인 ‘제니장’으로 분해, 정재계 인맥의 비선실세로 거듭나는 인물을 연기했다.


시장

<시티홀>에서 '신미래' 역을 맡은 김선아. 출처: <시티홀> 홈페이지

김선아는 시장까지 거머쥐었다. ‘웰메이드’라는 평을 받으며 많은 마니아를 낳은 SBS 드라마 <시티홀>(2009)은 김은숙 작가(지금은 <더 글로리>로 다시 전성기를 맞은)가 극본을 집필해 화제가 된 작품이다. <시티홀>에서 김선아가 맡은 ‘신미래’ 역은 ‘인주시’의 10급 공무원이었지만, 결국 인주시의 시장이 된 인물이다.

로맨틱 코미디와 정치를 결합한 이 독특한 드라마에서 김선아는 어김없이 본인이 가장 잘하는 것을 뽐낸다. 말랑말랑한 로맨스, 그리고 여성이 중심이 된 서사. 김선아가 맡는 이야기엔 실패가 없다.


구두 디자이너, 파티셰

(좌) <아이두 아이두>에서 '황지안' 역을 맡은 김선아, (우)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김삼순' 역을 맡은 김선아. 출처: <아이두 아이두>, <내 이름은 김삼순> 홈페이지

예체능 계열의 직업도 빠질 수 없다. 2012년 MBC 드라마 <아이두 아이두>에서 김선아는 능력 있는 구두 디자이너 ‘황지안’ 역을 맡았다. 김선아의 대표작이자 첫 연기대상의 영예를 가져다준 작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는 맛있는 케이크를 만드는 파티셰를 연기했다. 이 작품 덕에, 한동안 '파티셰 붐'이 일기도 했다.

이 두 작품의 공통점이라면, 모두 연하남과의 로맨스가 담겨있다는 것. 그렇지만 사실 이 두 작품은 뻔한 클리셰가 범벅된 로맨틱 코미디로만 기억하기에는 아쉬운 드라마다. <아이두 아이두>의 황지안은 결혼을 하지 않아도 아이를 낳아 기르고자 하는 여성,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삼순은 평범하지만 주체적인 여성을 그려냈다. 물론, 2023년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다소 의아한 부분이 있는 작품이지만, 김선아가 연기한 캐릭터들이 남긴 족적은 의미가 깊다.


여행사 직원, 권고사직을 받은 40대 스튜어디스

<여인의 향기>

보는 사람에 따라 평범하기도, 혹은 지루하기도 한 직업.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단히 화려한 직업을 갖지 않았을지언정 자기의 자리를 지키며 그럭저럭 살아간다. 김선아는 그런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며 공감을 자아내는 데에도 능하다. 2011년 방영된 SBS 드라마 <여인의 향기>에서 김선아는 라인투어라는 여행사의 직원 ‘이연재’ 역을 맡았다. 이연재는 시한부 선고를 받고 회사를 그만두는 인물이다. 극중 이연재는 죽기 전에 꼭 해봐야 할 일들의 목록을 작성하는데, 이로 인해 ‘버킷 리스트’ 만들기가 유행하게 되었다.

<키스 먼저 할까요?>에서 '안순진' 역을 맡은 김선아. 출처: <키스 먼저 할까요?> 홈페이지

김선아가 다시 한번 연기대상을 거머쥔 작품 <키스 먼저 할까요?>는 2018년에 방영된 SBS 드라마로, ‘리얼 어른 멜로’를 표방했다. 김선아는 극중 40대 스튜어디스 ‘안순진’ 역을 맡아, 손무한(감우성)과의 중년 로맨스를 그려내 많은 호평을 받았다.


간병인

<품위있는 그녀> 속 '박복자' 역을 맡은 김선아. 출처: <품위있는 그녀> 홈페이지

김선아의 연기력의 정점을 맞은 작품, 2017년 JTBC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 상류층과 불륜, 복수 등 흔한 ‘막장’ 드라마의 소재를 차용했지만, 이 드라마만큼은 막장이 아닌 명작으로 거듭났다. 김선아는 극중 상류사회 입성을 위해 간병인이 된 ‘박복자’ 역을 맡았으며, 단지 ‘악역’이라고만 지칭할 수 없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다. 한편, <품위있는 그녀>는 흔하지 않은 여-여 구도, 다양한 인간 군상 등을 보여주며 짜임새가 탄탄한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 외: 아동 상담가, 문화재청 직원, 백수 등

<붉은 달 푸른 해>에서 '차우경' 역을 맡은 김선아. 출처: <붉은 달 푸른 해> 홈페이지

아동학대를 다룬 MBC 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2018)에서는 아동 상담가를, <밤이면 밤마다>(2008)에서는 문화재청 직원을, 영화 <위대한 유산>에서는 백수를 연기한 김선아. 좀처럼 겹치지 않는 직업들이지만, 김선아가 맡은 배역이 지닌 공통점이라고 하면 누군가를 보조하는 역할이 아닌, 스스로 서사를 만들어나가는 여성이라는 것. 차기작에서는 또 어떤 모습을 연기할지 기대가 되는 배우다.


씨네플레이 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