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맥 버전 포스터가 웅장하다

※ 스포의 범위는 수입사에서 공개한 예고편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결정적 스포는 없으며 관람 전 가이드에 가까운 글입니다.

캐릭터 소개

플래시, 그는 누구인가? DC코믹스에서 탄생한 슈퍼 히어로이긴 하나, 만화책 버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캐릭터의 연원을 설명하자면 지면이 모자란다. 플래시의 캐릭터인 배리 앨런(에즈라 밀러)은 DCEU(DC 확장 유니버스)에서는 바로 전 영화인 <저스티스 리그>(2017)에서 두각을 나타낸 캐릭터로서, 빛보다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슈퍼히어로라고 할 수 있다.

설정상으로 그의 속도는 빛의 13배라고 한다. 빛의 속도(초속 30만 km) 99.99%에 도달하면 스스로 엑스선이 되어 전 세계를 투과 관찰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미지는 드라파 <플래시>(2014~2023)의 플래시

그는 번개와 동시에 약물을 뒤집어쓰고 이러한 능력(스피드 포스)을 가지게 됐고, 너무나 빨리 움직이는 덕분에 주변의 사물은 아주 느려 보이게 함으로써 광속이란 속도감을 관객에게 체험시켜준다. 마블 영화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2014)에서 퀵 실버(에반 피터스)의 인상적인 주방씬을 떠올리면 될 것이다. 플래시의 빠른 동작을 보여주기 위해 번개같은 잔상이 남는 기법은 과거의 TV시리즈에서 자주 활용됐고, 초고속 카메라를 이용한 고속 프레임이 보여주는 슬로우 모션은 <플래시>(2023)에서 발군의 표현력을 보여준다. 그리고 너무 빨리 움직이는 바람에 열량의 소모가 높기 때문에 많이 먹음에도 불구하고 깡마른 몸을 하고 있으며, 공기와의 마찰 때문에 모든 옷은 타버리는 탓에 특수 제작된 수트를 입어야 한다.

퀵실버와 플래시 중 누가 더 빠르냐는 너드들 사이에서도 해묵은 논쟁이다.

이외에도 물리학의 초끈이론에 근거하여 물체의 진동수를 파악하여 체내 진동수를 동일하게 맞추는 개념을 이용하면 물체를 투과할 수 있다. 그리고 그의 핵심 능력인 스피드 포스는 이론상 무한정의 속도를 낼 수 있는데, 어떤 한계 속도를 넘어버리면 이 세계에서 사라진다. 그렇게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빛의 속도로 움직이면 이론상, 적어도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 이번 <플래시>에서는 그 능력을 십분 활용한다. 그는 그 능력을 이용하여, 엄마가 죽었던 어린 시절의 비극을 되돌리고자 한다.

신선들과 바둑을 두고 산을 내려오니 부모님이 나이가 들어있었다는 우리 조상들의 설화에서 이미 상대성 이론의 정체를 알고 있었던 것일까. 껄껄껄


복습하고 가야 할 영화가 있을까?

사실 윗 개념들도 알고 가지 않아도 감상이 가능하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설정의 공백을 허락할 정도로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과거의 설정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를 하자면, DCEU의 지난 작품인 <맨 오브 스틸>(2013)의 메인 줄기를 따라간다는 것 정도는 알 필요가 있다.

크립톤 행성의 슈퍼맨/클라크 켄트(헨리 카빌)는 몸에 행성의 모든 DNA 정보를 심은채 지구로 와서 자란다. 그 DNA를 쫓던 크립톤의 조드 장군(마이클 섀넌)은 슈퍼맨을 쫓아와서, 지구를 크립톤으로 만드는 테라포밍을 시전한다. 그리고 슈퍼맨은 그것에 대항하는 이야기다. 그런데 <플래시>의 세계에서도 헨리 카빌의 슈퍼맨이 등장하여 주인공을 도와줄까? 극장에서 직접 확인해보자.

이외에도 <저스티스 리그>(2017)에서 플래시와 함께 출연한 캐릭터인 원더 우면(갤 가돗), 아쿠아맨(제이슨 모모아)이라는 캐릭터가 있다는 것 정도만 알아두면 된다. 그리고 슈퍼맨과 더불어 DC 히어로의 양대 산맥인 배트맨/브루스 웨인(벤 에플렉)이 있다. 플래시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아주 약간의 과거를 바꾼다. 그랬더니 뭔가 변화가 일어난다. 심지어 과거로 갈 수 있다는 능력을 알게 되어 배트맨에게 상담했더니 말리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과거에 도착해 만난 배트맨은 플래시를 응원해줄까? 극장에서 직접 확인해보자.(2)

마지막으로 만나서 반가웠어요들


더 깊은 관람을 위해 준비하면 좋을 것들

배트맨 컨텐츠는 수없이 영상화됐다. 1966년의 첫 작품 이후 1989년에 팀 버튼 감독에 의해 영화화된 <배트맨>(1989)은 히어로 무비의 판도를 바꿔 놓았다. 2편까지 연출한 이후 조엘 슈마허 감독에 의해 두 편이 더 만들어지며 배트맨의 역할 또한 여러 배우들이 담당하게 된다. 이번 플래시에서는 초대 배트맨이었던 마이클 키튼이 출연한다. 이는 예고편에서도 드러난다. 이것은 마블의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2021)에서 ‘삼파이더맨’의 출연처럼 올드팬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한 요소인 것에 반해, 한편으론 비밀에 부쳐지지 않아 영화 마케팅 전략에서 다소 의아한 부분. 여튼 일흔이 넘는 나이에도 액션 투혼을 보여주는 그를 보면 존경심이 올라오니 <배트맨> 1편을 보고 간다면 좀 더 깊은 감상이 가능할 것이다.

배트맨 연대기. 로버트 패틴슨이 안 보이네.

극의 대사 중에, 평행우주의 사람들에게 과거로 온 배리가 시간 여행 영화인 <빽 투 더 퓨처>(1985)의 주연인 마이클 J. 폭스를 언급한다. 그런데 그 영화 제목을 들은 사람들은 주연이 에릭 스톨츠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어떻게 된 것일까? 영화 속에서처럼 에릭 스톨츠는 실제로도 <빽 투 더 퓨처>의 주인공으로 낙점되어 한 달간 촬영까지 했다가 하차했다(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은 에릭 스톨츠의 연기가 너무 무겁다고 판단했다). 뒤이어 촬영한 마이클 J. 폭스가 출연한 버전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빽 투 더 퓨처>인 것이다. 이는 시간대의 설정이 깨지며 발생하는 멀티 버스에 실제 현실 이야기까지 적용한 희한하고도 기발한 리얼리티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외에도 <탑건>(1986)의 주인공이 톰 크루즈가 아니라 마치 케빈 베이컨이 출연한 것 같은 설정도 나온다. 실제로 케빈 베이컨은 <자유의 댄스>(1984)라는 영화에 출연했는데, 그 영화의 원제인 'footlosse'가 언급되기도 한다.

외에도 'barbie'라는 단어에 90년대 팝그룹 aqua의 'barbir girl' 가사가 자동으로 나오기도 한다.


우리는 과거를 잊지만 과거는 우리를 잊지 않는다

모든 과거가 현재의 우리를 구성하는 요소다. 비록 불편하다고 해도 그것을 지워버릴 순 없다. <플래시>의 메시지이기도 한 이 문장은 예전 DCEU의 결과물들을 향한 변명이 아니라 일종의 결의처럼 느껴진다.

DC의 영화들은 처참했지만, 이번 유니버스의 마지막 작품에서 이렇게 빠른 작품이 가장 늦게 도착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비록 처참한 행보를 보여왔지만 멋진 마무리를 보여준 DC에 박수를 보내며, 이제 잭 스나이더가 아닌 제임스 건의 체제에서 더 좋은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프리랜서 막노동꾼 이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