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사냥개들>에서 정의로운 복서 건우 역을 맡은 배우 우도환. 사진 제공=넷플릭스

사람 목숨보다 돈이 먼저인 사채업의 세계에 휘말린 두 청년이 거대한 악의 세력에 맞서 목숨 걸고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사냥개들>(감독 김주환)이 공개 3일 만에 2,797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단숨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 부문(비영어) 2위에 올라섰고, 한국뿐만 아니라 브라질, 프랑스, 멕시코를 비롯한 40개 국가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6월 14일 기준).

흥행의 여러 이유 중에 단연 먼저 손꼽히는 건 주연 건우 역할을 맡은 우도환 배우이다. 건우는 복싱대회 신인왕 타이틀을 거머쥘 만큼 복싱에 큰 재능을 가지고 있다. 주먹은 오직 복싱에만 쓰겠다는 일념을 가지고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적자만 거듭하는 작은 카페를 운영하던 어머니가 불법 사채꾼들의 사기에 휘말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을 떠안게 되자 가만히 두고 볼 수가 없다. 서민의 피를 빨아먹는 검은 세력에게 응징의 훅을 날릴 준비를 하는 건우는 친형제 같은 우진(이상이)의 도움으로 은퇴한 사채업계의 전설 최 사장(허준호)을 만나 본격적인 복수 계획을 세우며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다.

우도환의 얼굴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건 영화 <마스터>(감독 조의석, 2016)였다. 진 회장(이병헌)의 심복인 킬러 스냅백 역을 맡아 짧은 분량에도 눈에 띄는 존재감을 발휘했고, 이 영화로 그해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남자 신인상 후보에 올랐다. 이어 김주환 감독의 <사자>(2019)로 스크린 첫 주연을 맡아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는 악의 강력한 배후인 검은 주교 지신으로 변신, '섹시 빌런'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드라마 <나의 나라>(연출 김진원, JTBC, 2019)로 첫 사극 연기에 도전한 우도환은 아픔과 야심을 동시에 지닌 캐릭터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냈고, 김은숙 작가의 <더 킹: 영원의 군주>(연출 백상훈‧정지현, SBS, 2020)에서는 평행세계 속 1인 2역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사냥개들>에서 우직하고 순수한 청년 복서 건우 역을 맡은 우도환은 모든 액션씬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며 시청자들을 놀라게 한다. <사자>에 이어 <사냥개들>에도 우도환 배우를 캐스팅 한 김주환 감독은 “우도환은 지금 활동하는 그 나이대 남자 배우 중 가장 액션을 잘한다”며 최고의 캐스팅이라는 극찬을 남겼다. 강남의 한 카페에서 우도환 배우를 만나 <사냥개들>과 그의 연기에 대해 들어봤다.


<사냥개들> 포스터. 사진 제공=넷플릭스

<사냥개들>이 공개 후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축하드려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냥개들>은 릴리즈된 것만으로도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 작품인데요.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서 정말 감사합니다. 사건이 있어서 불편한 지점들을 느끼는 분들도 계실 텐데, 그럼에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잘 이겨냈고, 남은 일정들도 잘 이겨내는 게 숙제인 것 같아요. 사실 ‘2위해서 정말 좋아!’라고 환호성을 지를 마음이나, ‘우리는 세계 1위 할 거야!’라는 마음이 아예 안 들었거든요. 모두가 많이 힘들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몇 년에 걸쳐 노력했던 작품이 못 나올 수도 있었는데, 나온 것만으로도 다행이고, 감사하고, 또 좋아해주시니 참 많은 감정이 듭니다.

올해 가장 바쁜 배우 중 한 명이 아닌가 싶어요. 상반기에 <조선변호사>로, 최근에는 <사냥개들>로 시청자들을 만나셨으니까요.

두 드라마에서 서로 다른 캐릭터를 보여드렸어요. 그런데 둘 다 똑같이 힘들었습니다. 정말 너무 힘들었는데, 그래도 전역하자마자 열심히 지은 농사의 결과물을 한 번에 보여드릴 수 있어서 참 기분이 좋아요. 액션, 로맨스, 법정극, 사극 이 모든 걸 한 번에 보여드린 2023년 초라서 감사하죠.

<사냥개들> 스틸컷. 사진 제공=넷플릭스

<사냥개들>은 전역하고 첫 작품이죠. 정확히 촬영 기간이 어느 정도였나요?

전역일이 2022년 1월 5일이었어요. 저는 바로 다음 날인 6일부터 촬영에 들어갔죠. 촬영팀은 12월 중순부터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물론 제가 그 시기에 사회에 나와 있긴 했지만, 군인 신분이어서 합류할 수는 없었습니다.

휴가가 길었네요.

코로나19 때문에 첫 휴가만 갔어요. 1년 동안 밖으로 나와본 적이 없었죠. 그렇게 휴가가 쌓여서 12월에 긴 휴가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촬영은 8월 30일에 끝났어요. 9개월 만에 150회차를 찍은 거죠. 그래서 모든 스태프들과 배우들, 특히 상이형과는 가족이 될 수밖에 없었어요. 사실 여행도 가고 싶고 쉴 법도 했는데, 중심을 잡아준 원동력이 군대였던 거 같아요. 20대에 남들 다 가보는 해외여행도 안 가봤거든요. 그때 군대에 있을 때 김주환 감독님이 전역하면 뭐 할 거냐고 묻길래, ‘군대만 나가면 뼈를 다 갈아서 연기할 거’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감독님이 ‘와, 그 작품 되게 좋겠다’라고 하셨어요. 근데 그때는 <사냥개들> 이야기를 안 하셨고요(웃음). 모든 걸 다 쏟아부은 작품입니다.

<사냥개들> 스틸컷. 사진 제공=넷플릭스

정의로운 복서 건우 역할을 맡으셨습니다. 아주 착하고 열심히 살아요. 그런데 분노도 표출하기도 하고 또 연민을 느끼기도 하죠. 캐릭터 분석과 구축은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해요.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김주환 감독님이 생각한 건우는 훨씬 착한 캐릭터였어요. 저는 그 반의반 정도만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그 이상의 착한 캐릭터를 원했던 거죠. 그래서 대화 시간이 정말 많이 필요했죠. 만약 건우가 흑화한다거나, 중간에 삐딱선을 탄다면? 하는 생각도 해봤어요. 그게 일반적인 드라마의 문법이니까요. 그런데 우리는 건우 같은 사람이 있으면 주변이 바뀐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건우는 팬데믹 시대에 필요했던 인물이고 지금도 필요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냥개들>을 본 분들이라면 건우가 그렇게 착한 마음을 갖고 있으니 주변 인물들도 그런 마음이 생긴다는 걸 아실 거예요. 처음에 우진(이상이)도 그랬고요. 각자만의 이기적인 마음이 조금씩 있던 사람들에게서 그런 마음이 사라지고, 자신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이해하고 지키기 위해 변해가죠. 그게 우리가 <사냥개들>에서 말하고 싶던 주제 중 하나입니다.

<사냥개들>에서는 주변 인물들이 건우에게 동화된 건데, 우도환 배우도 동화된 거 같아요.

그렇죠. 저 역시 건우에게 동화된 게 맞아요. 촬영하면서 ‘좋은 마음이 좋은 마음을 낳는다’라는 생각을 잃지 않으려고 항상 노력했고요. 힘들지만, 싫은 소리는 절대 하지 않았어요. 사건이 있었지만 내가 힘들어하면 스태프들도 힘들어요. 건우도 힘들지만, 엄마를 위해서 운동하잖아요. 어찌 보면 제게 건우는 삶의 신념이나 가치관을 만들어준 배역입니다. 이렇게 살아야 내가 추구하는 배우라는 직업을 살 수 있구나 하는 마음이요.

<사냥개들> 스틸컷. 사진 제공=넷플릭스

그런데 건우는 너무 비현실적으로 착한 캐릭터에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그 심성이 변하지도 않고요. 처음 이런 역할을 접했을 때 존재 가능한 인물이라 생각하셨는지 좀 답답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으신지 궁금해요.

연기하면서 저도 답답한 점 많았죠. 어눌한 말투를 표현하는 건 정말 어려웠어요. 건우의 마음에 동화된 거지 말투까지 배우고 싶지는 않았거든요(웃음). 또 제가 무표정하게 있으면 절대 건우의 얼굴이 안 나와요. 마음도 착하게 먹어야 하거든요. 얼마 전에 화보를 찍었는데, 예전에 함께 작업한 포토그래퍼 분들이 ‘눈이 너무 착해졌다’라고 말하더라고요. 지금 사진 찍어야 하는데 좀 강렬하게 바꿔달라고요(웃음). <사냥개들>의 건우를 맡으면서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네요.

건우의 착함, 순수함을 드러내기 위해 연기한 포인트가 있다면요?

눈빛과 걸음걸이? 그런 생각도 많이 듭니다. 서 있을 때 포즈에서도 절대 건들건들한 모습이 있지 않아야 하고요. 또 누군가의 말을 귀담아듣는 얼굴 표정도 있죠. 리액션이 중요한 배역이었어요. 건우의 정말 미묘하게 긴 호흡이나, 급하지 않은 태도들도 표현하려고 애썼죠. 또 우진이가 뭐라고 하면 항상 놀라는 리액션도 많이 생각했어요. 보통 사람이라면 우진이 뭐라고 이야기하면 대충 반응할 텐데, 건우는 늘 놀라거든요.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나중에는 편해졌어요. 제 안에 건우가 있다는 걸 김주환 감독님이 알고 시나리오를 쓴 거라 고마웠죠. 또 많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할 수 있는 용기도 생겼습니다. 복싱 액션도 그래요. 우리나라에서 해보지 않았던 걸 해보자 라는 용기들을 내서 해본 거 같아. 처음부터 끝까지 리얼 복싱 느낌 나게요. 김주환 감독님 아니었으면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거 같아요.

<사냥개들> 허준호 스틸컷. 사진 제공=넷플릭스

최 사장(허준호)에게 도움을 받고 감사하다는 말조차 못하고 눈물을 뚝뚝 흘리던 모습이 인상 깊더라고요. 그 장면 연기할 때는 어떠셨어요?

건우는 힘든 시기를 참 많이 겪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표현을 못 했을 뿐인 거죠. 표현하는 순간 엄마가 무너지기 때문에요. 대본이 너무 잘 되어 있었어요. 건우 입장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은 적도 없고, 도움을 청해본 적도 없으니, 이런 걸 받아도 되는가가 가장 크게 다가왔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최 사장님이 지금 내게 이렇게까지 해주시는 게 맞는 건지, 나는 은혜를 갚는 것뿐인데 이렇게 과분한 걸 주시는지(울컥). 지금 생각해도 너무 슬프네요. 약간 그런 감정이었던 거 같아요. 너무 처음 받아보는 호의였고요. 나중에 홍 이사(최시원)가 금을 줄 때도 선뜻 받지 못하는 것처럼요.

이상이 배우와 호흡이 정말 좋더라고요.

상이 형이 액션이 처음입니다. 첫 복싱 경기에서 글러브라도 툭 쳐야 하는데, 사람이 너무 착해서 때리지를 못하더라고요(웃음). 사람을 해치는 느낌이 너무 어렵다고 말하는 걸 보고, 아 이 형 정말 착하구나 하는 걸 첫 만남부터 느꼈어요. 건우와 우진이 첫 경기 후 밥 먹으면서 친해진 것처럼, 현실 속의 저도 상이 형을 보자마자 좋은 사람인 걸 느낀 거죠. 거의 없는 쉬는 날에도 같이 만나서 놀았어요. 제가 했던 케미 중 최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서로 단백질바 나눠먹는 사이랄까요?(웃음)

누아르 장르 장인인 박성웅 배우와 처음 만나셨는데 어떠셨나요?

처음에는 진짜 무서웠어요(웃음). 그런데 나중에는 촬영장 오시기를 기다렸죠. 함께 수다를 떠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요. 마지막 액션 장면 찍을 때도, 사실 너무 액션을 잘 하시거든요. 액션을 잘 한다는 건 상대 배우를 다치지 않게 해주는 건데요. 연기도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 잘하는 연기인 것처럼, 액션도 상대의 안전을 먼저 신경써주고, ‘나 이렇게 할 거야’라고 말씀하신 거에서 벗어나지 않게, 약속한 대로 해주시니 거기서도 또 많이 배웠습니다.

<사냥개들> 박성웅 스틸컷. 사진 제공=넷플릭스

작품을 한 번 더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나요?

정말, 너무 해보고 싶어요. 선한 역과 악한 역으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둘이서 같이 뭔가 하는 역할이나, 아니면 친동생 역할도 너무 해보고 싶어요. 장난치는 역할도요. 박성웅 선배님을 약 올려보고 싶기도 하거든요. 그러면 진짜 케미가 나올 거 같아서요(웃음).

최 사장 역의 허준호 배우는 우도환 배우에게 뭐라고 하시던가요?

지금 허준호 선배님은 미국에 계세요. <사냥개들>이 릴리즈 되고 문자가 왔어요. ‘너무 잘했어’ 이 한마디였습니다. 그런데 그 한마디에 후배들이 누구보다 잘 되었으면 좋겠고, 또 열심히 하는 후배들이 많으면 좋겠다는 그 마음이 느껴지더라고요.

<사냥개들> 스틸컷. 사진 제공=넷플릭스

<사냥개들>을 통해서 선배 배우들에게 많은 걸 배우셨네요.

후배들에게 이렇게 힘을 주시는구나 하는 걸 많이 배웠죠. ‘잘한다, 잘한다’, ‘나도 너무 많이 배운다’ 이런 말씀들을 해주셨어요. 특히 박성웅 선배는 촬영이 끝나고 ‘나를 너무 많이 뒤돌아보게 해줘서 고맙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이렇게 열정이 있던 순간이 있었다고, 자신에게 열정의 불씨를 지펴준 거 같아 선배로서 되게 많이 고맙다고요. 그 말로 그냥 다 보상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선배들 보시기에도 제가 정말 열심히 했구나 싶어서요. 그렇게 후배들을 다독여 주셔서 정말 감사했고요.

7~8화에서 김민재 배우가 깜짝 등장해서 놀랐습니다(웃음)

원래 없던 캐릭터에요. 사건 이후 시나리오를 다시 쓰다 보니까 비는 캐릭터가 있는 거예요. 김주환 감독님이 목소리만 나와도 알 수 있는 배우면 좋겠다셨는데, 김민재 배우 목소리는 누가 들어도 흔하지 않은 목소리잖아요? 연락했죠. ‘해줘라’라고 말했어요. ‘해주면 좋겠다’도 아니고요(웃음). ‘너밖에 없는 거 같아’라고 얘기하면서 날짜 비는 날 몇 개를 달라고 했어요. 김민재 배우가 엄청 바쁠 때였는데, ‘무페이’로 와줬습니다(웃음).

<사냥개들> 스틸컷. 사진 제공=넷플릭스

안 여쭤볼 수는 없어서요. 현주 역의 김새론 배우가 사건으로 중도하차하면서, 7-8화를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야 했는데, 어떠셨어요?

너무 결과론적으로 말씀드리는 거 같긴 한데요. 만약 그런 일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있었으니 이랬을 거다 라고 말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만약 그 사건이 없었는데 7, 8화가 재미없다라고 하면 할 말이 없고, 또 바뀌었기 때문에 7, 8화가 튄다라고 하면 또 그렇죠. 그래서 음(고민), 아쉽다는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겠네요.

7, 8화 내용이 완전히 바뀐 건가요?

큰 틀이 바뀐 건 아니에요. 액션 시퀀스들이 좀 바뀌게 되었어요. 원래 대본에서도 시간 점프가 되는 설정은 있었거든요. 그동안 열심히 운동을 했고요. 또 결과론적으로 말씀드릴 수밖에 없는데, 그래도 또 아쉽다고 말하면 안 될 것 같네요. 어쩔 수 없지만,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난 것뿐이고, 그걸 헤쳐나가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한 것뿐이니까요.

사건 이후 김주환 감독은 대본을 쓰러 바로 제주도로 갔다고 하더라고요. 한 달이라는 휴지기가 생겼는데 불안감은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회피한다고 되는 상황은 절대 아니었어요. 김주환 감독님이 제주도에 가면서 대본 다시 써서 한 달 뒤에 올 테니, 그동안 상이 형이랑 운동 좀 하고 있으라고 하더라고요. 상이 형한테는 엄청난 복근을 원했고, 저한테는 엄청 커진 몸을 원했어요. 각자가 다시 업그레이드하는 시간이었어요. <사냥개들>의 건우와 우진처럼 저희도 진짜 한 달을 트레이닝 하면서 버텼던 거 같아요. 우리를 위해서, 작품을 위해서 꼭 필요한 시간이라고 세뇌하면서요.

<사냥개들> 스틸컷. 사진 제공=넷플릭스

하루에 네 끼를 먹으며 10kg를 증량했다고요. 김주환 감독이 원하는 몸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일어나면 매일 도시락을 쌌어요. 엄마가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은 따로 사니까(웃음). 닭가슴살, 단호박, 고구마, 샐러드, 살 안 찌는 소스 등등. <사냥개들> 촬영장에는 대본이 아니라 도시락 가방을 들고 다녔죠(웃음). 건우가 대사가 별로 없기도 했거든요.

그리고 차에는 매트, 아령, 폼롤러를 잔뜩 싣고 다녔어요. 제가 운동할 때 다 같이 운동하고 그랬죠. 사실 촬영 합류하기 전에는 액션 스쿨에 매일 오전 10시에 출근해서 2시까지 운동했습니다. 이후에는 필라테스를 갔다가 마지막은 헬스로 끝냈죠. 군대에 있으면서 얼마나 놀고 싶었겠어요. 한 달 반이라는 제법 긴 휴가를 받고 나왔는데, 놀지도 못하고 정말 운동만 했습니다. 제 스케줄에 맞춰서 같이 운동해주는 분들이 있어서, 저는 귀찮아도 움직여야만 했어요. 성실하게, 주어진 것을 열심히 하는 것뿐이었습니다.

복싱 액션이 위험하기도 하고 어렵다고 들었는데, <사냥개들>에서 정말 복서로 완벽하게 변신하셨더라고요. 트레이닝만으로 가능한 건지, 아니면 원래 복싱을 했던 건지 궁금해요.

친구 따라서 열다섯 살 때 복싱장에 처음 가봤어요. 한 달에 7만원이라는데, 엄마한테 돈 달라고 하기 미안하더라고요. 넉넉하지 않은 집이어서요. 그래도 아들이 하고 싶어 하는 걸 보시고는 엄마가 등록을 해주셨어요. 가서 열심히 놀았죠. 윗몸 일으키기, 팔굽혀펴기 하면서요. 중국인 프로 선수들이 링으로 올라오라고 하면 도망다니기도 했죠(웃음). 샌드백을 친 건 아니지만, 그때 복싱을 접해봐서 그런지 거부감은 없었어요.

또 제가 스무 살부터 액션스쿨에서 하드트레이닝을 했어요. 오디션을 보러 다니던 시절인데요. 내 장기는 무엇일까, 더 잘 살려보자는 마음으로 진짜 ‘9 to 6’로 6개월을 나갔어요. 대학에 합격하기 전까지요. 매일 액션스쿨 형들이랑 훈련하는 것처럼 열심히 운동했죠. 그런 것들이 <사냥개들>까지 온 거 같아요. 만약 <사냥개들> 때문에 복싱을 했다면 이만큼 못 나왔을 거 같아요.

<사냥개들> 스틸컷. 사진 제공=넷플릭스

만약 <사냥개들>이 너무 잘 되어서 시즌2가 나온다면, 이 힘든 길을 다시 걸을 생각은 있으신지(웃음)?

가야죠! 건우가 아닌 작품에서 이렇게 착한 얼굴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안 들어요. 게다가 건우가 액션으로 시원시원한 모습 보여주니 평소의 답답한 모습도 중화된다고 생각하고요. 그래도 한동안은 액션 작품 하기 쉽지는 않을 거 같아요. 칼이나 총이라면 하겠지만, 스스로 몸을 쓰는 작품은 만족하기 힘들 것 같거든요. 만약 시즌2를 한다면 시즌1보다 기대치가 분명 높을 텐데, 그런 걱정이 드는 거죠. 그래도 하고 싶습니다(웃음).

김주환 감독과는 <사자> 이후 두 번째 만남이죠. 감독에 대한 굉장한 신뢰가 느껴져요.

제가 어릴 때 드라마를 하면서 상처를 좀 많이 받았어요. 아직 그릇이 되지 않았는데, 주연을 하면서 받은 상처랄까요? 또 여유가 없는 현장에서 느낌 감정들도 있었죠. 내가 원하는 배우의 삶이란 건 정말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있었죠. <사자>를 하면서 ‘아, 내가 이래서 연기를 하고 싶었지’, ‘이게 현장이고 이게 팀이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사자> 찍기 전까지가 주52시간제 시행이 안 되던 시절이었거든요.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죽어나가는 게 드라마판이었죠. 그때는 ‘나 다음에는 드라마 절대 안 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어요. 어린 시절이라 너무 상처를 받았는데, 김주환 감독님을 만나면서 현장이 재미있다는 걸 다시 느낀 거죠. 그래서 김주환 감독님이 힘들어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았어요. 내가 더 힘이 되어 줘야지, 복서의 심장으로(웃음). 라는 마음으로요. 감독님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그 바탕에서 생긴 거 같아요.

김주환 감독과 함께한 영화 <사자> 촬영장의 우도환. 사진 출처=롯데컬처웍스(주)롯데엔터테인먼트

<사냥개들> 우도환. 사진 제공=넷플릭스

2011년 데뷔 이후 여러 작품에서 주조연으로 활동하셨죠. 연기력 논란이 없는 드문 배우인 거 같아요.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연기는 없지 않을까요? 모두가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요. 만약 제 연기를 보시고 ‘저것도 연기라고 하느냐’고 저를 ‘씹는’ 분들도 있겠죠. 그거는 그대로 된 거라고 봐요. 그들이 저를 비판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거고, 제가 거기에 한몫하는 걸로 영향을 주는 거라서요(웃음).

배우라는 직업은 몸에 맞으세요?

저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욕하는 사람도 있죠. 좋아하는 사람들은 저의 너무 많은 걸 느껴주셔서 감사하고 제가 그분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어서 감사한 반면에, 안 좋게 봐주는 분들에게는 ‘아, 내가 그분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역할을 하는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살았어요. 그 또한 배우로서 제가 하는 일 중 하나인 거고, 저만 그러지 않으면 되지 하고 살았죠. 그런데 <사냥개들>에서 건우를 만나면서 건우처럼 살고 싶은 마음이 커졌어요. 내가 하고자 하는 일, 건우가 하려는 행동이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겠구나, 그렇다면 나도 건우의 마음을 가지고 살자는.

<사냥개들> 스틸컷. 사진 제공=넷플릭스

배우로서의 신념이 있다면요?

너무 많은 거 같아요. 건우의 신념이 제 신념이기도 했고. <사냥개들>에서는 ‘좋은 마음이 좋은 마음을 낳는다’는 주제도 있고, ‘진심은 언젠가는 닿는다’는 것도 있고요. 늘 진성성 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정공법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거짓말을 하는 순간 또 와전될 수 있고, 구설수에 오를 수 있으니까요. 진실되게 살면 진짜를 봐주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사자>에서 섹시한 뱀파이어 빌런을 연기했고, <사냥개들>에서는 착하고 정의로운 복서를 연기했습니다. 선한 역과 악역 중 어떤 연기에 더 끌리나요?

인터뷰 오기 전에 너무 떨려서요. 오랜만에 <사자> 영상을 다시 찾아봤어요. 많이 어리더라고요(웃음). 어리고 부족하다는 느낌? 그런데 두 영화가 모두 김주환 감독님 작품이잖아요. 극과 극의 역할을 맡았고요. 이제는 착한 역이 조금 더 편할 거 같기는 해요.

악역을 맡으면서 참고하는 레퍼런스들이 있나요?

악역에 대한 레퍼런스는 너무 많죠. 그래서 생각이 많아져요. 기존 악역들과 차별점을 두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니까요. 그런데 착한 역할에서 저는 ‘다른’ 착함이란 건 없다고 생각해요. 올곧으면 된다는 생각?

<사냥개들> 우도환. 사진 제공=넷플릭스

롤모델로 장혁 배우를 여러 번 언급하셨죠. 그 외에 연기에 참고하는 배우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연기 잘하는 분들이 정말 많죠. 최근에는 <길복순>(감독 변성현)의 전도연 선배 연기를 보고 많은 걸 느꼈어요. 저렇게 연기가 ‘수학의 정석’일 수 있구나 하는 거죠. 잔기술을 펼치는 판에서 살다가, 대선배의 연기를 넋 놓고 보니, 제가 굳이 변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뭔가 저를 맞추려고 하는 게 아니라, 제가 굳이 변하지 않아도 좋은 감독님을 만나면 제 안의 또 다른 뭔가가 나오는 거죠. 전도연 선배가 변성현 감독님의 연출을 만나 노련한 연기를 펼치는 것처럼요. 나만의 색을 계속 띄고 있으면 주변 사람과 함께 어우러져 멜로디가 된다는 걸 느꼈어요, 다시 한번 ‘정공법이 답’이구나 했죠. 따라한다고 까불어도 못 따라가니까요. 나라는 사람을 쌓아가는 게 맞다는 걸 느꼈습니다.


윤상민 씨네플레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