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왔다. 믿거나 말거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열리는 기간이면 부천 일대의 온도가 확 낮아진다 카더라. 으스스한 호러 영화, 충격적인 고어 영화, 엉뚱한 공상 과학 영화, 묘한 미스터리 영화, 마니아틱한 코미디 영화 등. 단 한 명이 지닌 취향이라도 곧바로 만족시킬 장르영화 대축제. 변방으로 밀려난 취향이라고? 비주류의 취향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는 오히려 주류가 된다.

이번 BIFAN 폐막작으로 선정된 시미즈 타카시 감독의 <모두의 노래>. 사진=©2023 "SANA" Film Partners

이상한 것이 존중받는 곳. 이상한 것이 가장 사랑받는 곳. ‘이상해도 괜찮아’를 모토로 비주류의 감성에 응답해온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Bucheon International Fantastic Film Festival)는 1997년부터 시작되어 올해로 27회째를 맞았다.

이번 BIFAN은 6월 29일부터 7월 9일까지, 51개국 262편의 장·단편을 상영한다. 이 가운데 83편이 월드 프리미어 작품이다. 도전적이고 신선한 작품들과 정통 호러, 하드고어, 액션 장르 등 전 세계의 장르영화가 관객들을 기다릴 예정.


현대 영화계의 ‘호러 마스터’, 아리 에스터 감독에게 직접 듣는 그의 작품세계!

<보 이즈 어프레이드> 스틸컷

<유전>(2018)과 <미드소마>(2019) 단 두 편으로 ‘호러 마스터’ 칭호를 얻은 아리 에스터 감독. 아리 에스터 감독의 세 번째 장편인 <보 이즈 어프레이드>(Beau Is Afraid, 2023)는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

<보 이즈 어프레이드> 스틸컷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엄마를 만나러 가는 ‘보’가 기억과 환상, 현실이 뒤섞인 공포를 경험하는 기이하고도 환상적인 오디세이다. 아리 애스터 감독에 따르면,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그가 10년 동안 구상해온 영화이자, 가장 그 다운 작품이다.

이번 부천에는 아리 에스터 감독이 직접 찾아올 예정이다. 그가 그의 작품 세계를 직접 들려주는 마스터클래스도 만나볼 수 있을 예정. 아리 에스터 감독의 마스터클래스는 6월 29일 목요일 오후 1시, 한국만화박물관에서 <보 이즈 어프레이드> 상영 후 개최된다.


배우 특별전: 최민식을 보았다

제27회 BIFAN 배우 특별전 '최민식을 보았다' 포스터.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순진무구하고, 극악무도하고, 주도면밀하고. 데뷔 이래 숱한 인간 군상을 실감 나게 펼쳐온 배우 최민식. 배우 최민식은 어쩌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가장 잘 어울리는 얼굴이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전도연, 정우성, 김혜수, 설경구 동 동시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배우를 선정해 특별전을 개최해왔다. 올해의 주인공은 배우 최민식.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자료제공=한국영화아카데미

이번 특별전 ‘최민식을 보았다’에서는 최민식 배우가 직접 선정한 그의 출연작 10편을 상영할 예정이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1992)부터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신화를 쓴 <쉬리>(1999), 그리고 <해피엔드>(1999), <파이란>(2001), <올드보이>(2003), <꽃피는 봄이 오면>(2004), <악마를 보았다>(2010),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2012), <천문: 하늘에 묻는다>(2019)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2022)까지,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다채롭게 만나볼 수 있다.

특별전에서는 디지털 복원된 최민식 출연 단편 두 작품 역시 상영된다고 하니, 최민식의 팬이라면 놓치기 아쉬울 것. 더불어 6월 30일에는 최민식 배우가 직접 참여하는 ‘메가토크’가 진행된다.


세상 가장 이상한 감독과 영화, 그리고 그들보다 더 이상한 덕후들의 만남!

살아있는 덕후들의 밤, <킬링 로맨스> 상영과 GV

<킬링 로맨스> 스틸컷.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것이 가장 환영받는 부천이다. 올해 상반기 가장 이상한 영화를 꼽으라고 하면, 아니 한국영화 통틀어 가장 이상한 영화를 꼽으라고 해도 단연 이 작품을 꼽을 것. 이번 BIFAN의 ‘살아있는 덕후들의 밤’ 섹션에서는 <킬링 로맨스>(이원석 감독, 2023)을 상영한다. 상영 후에는 GV가 예정되어 있으니, ‘여래바래 1기’라면 놓칠 수 없겠다. 7월 1일 GV에서는 이원석 감독, 이하늬, 이선균, 공명, 배유람까지 <킬링 로맨스> '완전체'를 만날 수 있다.


무더위를 날려줄 시민 참여 축제! 7월의 카니발&한여름 밤의 판타지아

아무리 비주류의 취향까지도 만족시키는 영화제라지만, 장르 영화가 취향이 아닌 사람들도 있을 터. 그러나 장르 영화를 좋아하지 않아도 올여름 부천을 방문할 이유는 충분하다. BIFAN 기간에는 부천 일대가 거대한 페스티벌 현장으로 변한다. ‘7월의 카니발’이 펼쳐지기 때문.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7월의 카니발’은 대규모 시민참여행사로, 부천을 방문하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부천시 승격 5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보다 2배로 확장된 규모로 진행된다고 한다.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7월의 카니발’에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디제이 댄스파티 ‘승천나이트’, 컬러파우더와 버블이 함께하는 물총싸움 ‘세기의 혈전’, 시원한 얼음으로 무더위를 날리는 ‘얼음 놀이터’,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영화음악 콘서트’ 등이 마련되어 있다. 이중 사전예약제인 ‘세기의 혈전’을 제외한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고.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스틸컷

여름밤의 정취를 한껏 즐길 수 있는 야외 상영도 빼놓을 수 없다. 빽빽하게 들어선 빌딩 숲속 한가운데, 부천시청의 잔디광장에서는 <스프린터>(2023),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2023) 등이 상영된다. 물론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6월 29일부터 7월 9일까지 부천시 일대에서 개최된다. 상영작은 부천시청(잔디광장·어울마당·판타스틱큐브)·한국만화박물관·CGV소풍·메가박스 부천스타필드시티와 온라인 상영관 웨이브(wavve)에서 만날 수 있다. XR 전시 ‘비욘드 리얼리티’는 부천아트벙커B39에서 열린다.

한 번도 방문해 본 적이 없더라도, 상영하는 영화가 나와는 너무 멀게 느껴지더라도, 찾아가 보자. 나도 몰랐던 나의 숨겨진 취향을 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으니.


씨네플레이 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