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은 없다>가 어제 막 개봉했다. SF 블록버스터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를 바짝 따라가면서 유의미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더 흥미로운 건, 영화에 대한 언론의 찬반 의견이 매우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는 사실. 거의 <곡성>의 경우를 방불케 할 정도다. <비밀은 없다>를 가득 메운 파격적인 방식들을 떠올린다면 어쩌면 당연한 현상처럼 보인다. 대체 기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찬반의 양상을 세부적으로 살펴보자.
사소한 대사 하나, 장면 하나, 인물들의 고민 하나들로 영화는 뻔하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간다. 이는 연홍의 예측할 수 없는 행동과 감정변화 덕분이기도 한데, 여타의 작품에서 다뤄지는 딸을 잃은 어머니와는 다른 보편적이지 않은 반응들로 시종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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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지금껏 어떤 작품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손예진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작품이다. 침착해야 할 때에 감정을 극단으로 끌어올리고, 흥분할 것 같은 순간에 얼음장처럼 차가워지는 손예진의 감정 연기가 관객들을 쥐락펴락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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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 윤준필 기자
음악과 사운드가 영상만큼 중요한 영화다. 전혀 다른 색깔의 두 가지 이야기를 상징하듯 영상과 소리는 가끔 어긋나고 폭발하는가 하면 사라진다. 동시에 두 이야기를 자유롭게 오가게 하는 가이드 역할을 수행하며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밴드 무키무키만만수가 직접 참여하고 안무까지 만들어줬다는 주제가는 러닝타임 내내 반복되며 기괴함과 사랑스러움을 함께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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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비밀은 없다>에 대해 호감을 드러내는 사람들 대부분 손예진의 호연에 대해 언급한다. 당연하다. 손예진은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의 절망스러운 심정은 물론이고, 엉뚱하고 무모한 성격으로 비롯되는 이상한 상황들, 흥분과 냉정을 오가는 완급 조절까지 능히 해낸다. 연홍의 광기가 계속되는 와중에도 자식을 향한 모성애만큼은 희석되지 않는다는 평이 수많은 리뷰에서 나타난다.
영화의 독특한 형식에 대해서도 반대보다는 찬성이 많다. <비밀은 없다>에서 이경미 감독은 전작 <미쓰 홍당무>의 낯섦을 더 밀어붙인 건 물론이고 한국 상업영화 전반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용감한 시도가 넘쳐난다. 불편해하는 반응이 나올 법도 하지만 이보다는 만족에 대한 평이 더 많이 보인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서사 구조 역시 긴장의 끝을 놓지 못하게 한다는 칭찬이 줄을 잇는다.
그럼 다른 반응을 살펴보자.
문제는 이 영화의 긴장감이 철저히 '만들어진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이 영화의 반전은 강박적이고, 이질적이어서 새로운 갖가지 세부사항들은 작위적이다. 물론 창작물에 강박과 작위의 요소가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것들이 관객의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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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손정범 기자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는 정상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기 어렵다. 그러나 연홍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광기 어린 감정만을 보여주기 위해 설계된 것처럼 시종일관 예민하고 돌발적이다. 때문에 보는 사람의 연민을 불러일으키기보다는 두통을 유발한다. 손예진의 전에 없던 얼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지만 연기만 놓고 봤을 때는 과잉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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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funE> 김지혜 기자
연홍의 감정이 극을 향해 치닫는 과정까지의 이음새가 매끄럽지 못하게 그려진다. 이렇게 떨어진 설득력은 감정이나 스토리 보충을 위해서가 아닌 단순히 시각적인 충격을 위해 삽입된 듯한 장면들과 만나며 공포나 긴장감보다는 난해함으로 뒤바뀐다. ... 여기에 갑작스러운 장면전환 등 의도적으로 혼란을 주기위한 장치들까지 더해지며 작품이 정해진 결말과 목표로 향해가는 길은 점점 더 장황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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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김원희 기자
비판은 주로 <비밀은 없다>가 스릴러의 일반적인 공식에서 벗어났다는 지점을 향한다. 파격적인 형식이 주는 낯섦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했지만, '서사의 치밀함'과 '반전의 활용' 같은 조건에 대해서는 엄격했다.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는 이들 대부분이 (후반부에 이르러) 이야기 전개가 너무 급작스럽게 펼쳐지는 와중에 반전을 '강박적으로' 추구한다는 걸 지적한다. 또 영화의 서사가 갑자기 사건의 곁다리로 빠지는 등 갈팡질팡해 전체적인 흐름과 감정 이입을 깨트린다고 비판한다.
연홍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호불호가 갈린다. 그녀가 내리는 도발적인 결단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지만, 아무리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 인물이라 할지라도 매순간 흥분된 상태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손예진 연기의 '과잉'을 문제삼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기자들 사이에서도 호볼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영화 <비밀은 없다>. 당신은 과연 어느쪽 손을 들 것인가.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