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포스터. 사진 제공=엔케이컨텐츠

어느 봄날,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편 ‘도경’(전석호)을 잃은 ‘명지’(박하선)는

슬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폴란드 바르샤바로 잠시 떠난다.

하지만 도경의 소식을 모르는

대학 동창 ‘현석’(김남희)과의 재회에

명지는 낯선 곳에서 불쑥불쑥

남편과의 추억을 마주하게 된다.

같은 사고로 단짝 친구 ‘지용’(김정철)과

이별한 ‘해수’(문우진)는

곳곳에 남겨진 친구의 빈자리를 느끼며

하나뿐인 동생을 잃고 몸이 마비된

지용의 누나 ‘지은’(정민주)을 돕는다.

그러던 중 ‘해수’는 지은에게

새 편지지와 함께 명지의 주소를 건네는데…

7월 5일 개봉한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감독 김희정)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편을 잃고 폴란드 바르샤바로 떠난 ‘명지’와 같은 사고로 동생을 잃은 ‘지은’, 단짝 친구와 이별한 ‘해수’가 상처를 어루만지고 다정한 위로를 건네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한국 영화로는 7년 만에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며 화제를 모았다.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역대 최연소 이상문학상 수상자 김애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2017년 출간된 소설집 『바깥은 여름』에 수록된 원작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상실과 치유에 관한 이야기를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로 써내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울렸고, 제8회 구상문학상 젊은 작가상을 수상했다.

영화의 연출은 한국 예술 영화의 대표 주자 김희정 감독이 맡았다. 2020년 개봉한 <프랑스여자>를 포함한 전작들을 통해 카를로비바리 국제영화제와 예테보리 국제영화제 초청,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영평 10선 수상 등 평단과 관객을 사로잡아온 김희정 감독은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에서 특유의 섬세한 각본과 서정적인 연출로 상실의 슬픔 뒤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따듯한 희망의 이야기를 전한다.

특히 지금까지는 직접 집필한 시나리오로만 작업해 온 김희정 감독이 원작을 각색하며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완전히 새롭게 재탄생했다. 원작의 배경 애든버러를 바르샤바로 바꾸는 과감한 변화와 더불어, 원작 소설에는 한 줄로 표현되었던 해수의 세계를 완전하게 창조해냈다. 놀라운 건 원작의 세계와 각색으로 새롭게 탄생한 세계가 단 하나의 이질감도 없이 완벽하게 조화된다는 점이다. “애도가 필요한 현대에 위안을 줄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하는 김희정 감독을 성수동에서 만났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김희정 감독. 사진 제공=엔케이컨텐츠

다섯 번째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가 개봉했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인터뷰할 때 매번 같은 질문을 들어도, 딱 정해서 준비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렇게 답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날것처럼요. 이승우 소설가가 이런 말을 해줬어요. 3~4년 농사한 거를 이제 추수하는데, 얼마나 마음이 바쁘고 신경이 쓰이겠느냐고요. 추수라는 말이 참 적합한 단어 같아요. 영화를 만든다는 건 열심히 씨앗을 뿌리고 거두는 작업이거든요.

사실 저는 운이 좋은 감독입니다. 지금까지 찍은 모든 영화가 전국 개봉을 했어요. 그래서인지 저예산으로, 늘 제가 핸들링할 수 있는 정도로만 작업을 하려는 편이죠. 저는 아직도 영화는 감독이 컨트롤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세계안에서 살림을 꾸려서 하는 거죠. 언제나 비슷합니다. 계속해서 함께 작업해주는 스태프들에게 너무 고맙고, 또 새롭게 만난 배우들에게도 고맙죠. 홍보도 마찬가지예요. 다섯 번째 영화인데, 홍보를 잘 되게 해주는 배우를 만난 것도 고마운 일이죠. 박하선 배우는 물론이고 전석호 배우까지 모두 광주 시사회에 와줬거든요. 잔칫집 같았고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영화는 보여주기 위해서 만드는 겁니다. 기대도 되고 설레기도 하고 동시에 현실에 대해 느끼기도 합니다. 그래도 가장 앞에 있는 감정은 기쁨이고요.

주변 반응은 좀 어떤가요?

지금까지 시사회랑 GV만 한 너댓 번 한 거 같아요(7월 6일 기준). 반응이라고 하면, 많이들 우시더라고요. 광주 시사회에서는 관객들 눈이 부었더라고요. 저를 모르고 영화를 보러 온 관객에게 이 영화는 조금 진입이 어려울 수도 있어요. 흐름이 느린데다, 하나씩 하나씩 쌓아가면서 마지막에 감정이 폭발하는 영화라서요. 쌓여가는 시간을 견디면, 나중에 큰 선물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스틸컷. 사진 제공=엔케이컨텐츠

“영화는 시네마다. 영화만의 표현이 뭘까 항상 고민한다. TV로는 대체할 수 없는 영화적인 걸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여자>(2020)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만든 작품이다”라고 예전 한 인터뷰에서 말씀하셨죠. 그렇다면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어떤 마음으로 찍은 영화인지 궁금합니다.

같아요. 영화에 대해서는 항상 같은 마음입니다. 다만, OTT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요즘은 OTT가 많이 나왔잖아요. 예전에 어떤 지면에 쓰기도 한 이야기인데요, 영화는 한번 시작해서 끝을 보는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관람 행위가 중요하고요. 영화를 보는 중간에 스킵을 한다거나, 멈췄다가 나중에 보면 그게 영화일까요? 한 번에 보는 것, 그 시간을 온전히 견디는 것이 영화인데, 그 시간을 잘 못 견디게 하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그 시간을 견디면 정말 큰 보답이 오는데 말이죠. 그게 크게 다른 부분인 거 같아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김애란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죠. 언제 어떤 계기로 원작을 읽으셨는지, 또 읽고 나서 느낌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우선 김애란 작가와의 인연부터 설명하면요. 2007년 11월에 바르샤바에서 제 특별전이 열렸어요. 한국문화원이 초청한 행사라 제가 안 갈 이유가 없었죠. 제 장편 영화들뿐 아니라 폴란드에서 찍었던 단편들도 함께 상영했거든요. 그때 김애란 작가는 문학 분야에 초청받아 같은 도시에 머물렀던 거죠.

김애란 작가를 만난 건 특별전 거의 막바지였던 걸로 기억해요. 책을 보여주더라고요. 낭독을 위해 준비한 책이라, 책 중간중간에 연필로 읽을 부분이 표시되어 있었고요. 그걸 보고 저는 옥션 같은 곳에 팔라고 했어요. 나중에 김애란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으면 어마어마하게 값어치가 오를 거라면서요(웃음). 그런데 이 책이라도 괜찮겠느냐며 김애란 작가가 주더라고요. ‘아름다운 바르샤바에서, 김애란 드림’ 이렇게 써서요.

바르샤바에서 다른 도시로 이동하면서 읽었는데, 너무 눈물이 나는 거예요. 너무 슬퍼서, 이렇게 이동하면서 읽기는 어렵겠구나, 한국에 가서 읽어야지 하며 덮었어요. 사실 제가 『달려라 아비』(창비, 2005)부터 김애란 작가를 너무 좋아했거든요. 상큼, 파격, 발랄한 느낌이 초기작들에 있어서 좋아했죠.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스틸컷. 사진 제공=엔케이컨텐츠

바로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신 건가요?

한국에 와서 책을 읽고도 영화로 만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제 영화를 네 편째 함께 하고 있는 제작사 인벤트스톤의 유병욱 대표가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라는 작품이 있는데, 저랑 결이 비슷한 거 같다고, 한번 해보면 어떨까라고 추천해줬어요. 외모는 흑사회 두목 같이 생겼지만, 저와 감성적인 면이 맞아서 지금까지 같이 했거든요(웃음). 신뢰감 있는 파트너인 셈이죠. 김애란 작가에게 책을 받은 인연도 있고 해서, 다시 읽었는데 할 수 있겠더라고요.

각색하면서 달라진 부분이 있어요. 해수의 에피소드가 풍성해졌다는 점이 있고, 명지가 에든버러 대신 바르샤바로 가는 점이 있죠. 두 부분을 여쭙기 전에 먼저 김애란 작가에게 각색에 대해서는 어떻게 논의하셨는지 궁금해요.

영화로 만들면 애든버러를 바르샤바로 바꿀 생각부터 했었으니까요. 조심스럽게 물어봤죠. 당연히 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본질만 흔들리지 않으면 된다면서요. 각색한 시나리오가 완성되어도 보지 않겠다고, 편집에도 신경 쓰지 않을 거고, 영화가 개봉하면 극장에서 보겠다고 했어요.

이건 좀 이야기가 새는 거긴 한데요, <열세살, 수아>(2007)를 본 한 폴란드 할아버지가 김애란 작가에게 “당신 소설과 영화가 비슷하게 느껴진다”라고 했대요. 공통점이 뭘까, 저랑 김 작가랑 둘이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제 어머니가 30년 넘게 식당을 하셨어요. 김 작가 어머니도 칼국숫집을 하셨더라고요. 식당 하시는 엄마들을 둔 딸이니 아무래도 공통적인 게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죠(웃음).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메이킹스틸컷. 사진 제공=엔케이컨텐츠

본격적으로 각색된 부분에 대해 질문드리겠습니다. 해수의 에피소드를 키운 이유는 무엇인지, 또 해수와 주변 인물들을 통해 영화에 어떤 영향을 주고 싶었는지 설명해주세요.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해수를 본 김애란 작가가 “보드는 움직이잖아요. ‘어디로’라는 건 방향성을 의미하는데, 보드는 바퀴로 굴러가요. 해수가 타고 다니는 보드는 지용이의 유품이죠. 슬픈 것들은 다 멈춰져 있는데 지용이의 보드를 잘 굴려서 즐겁게 놀 듯이 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 말을 감독님께 선물처럼 해주고 싶었어요”라고 말해줬어요. 아, 정말 감동적이었죠.

저 역시 비슷했죠. 그림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 동적인 이미지도 중요했거든요. 명지는 폴란드에 가서도 누워있고, 지은이도 편마비가 와서 정지되어 있어요. 거기에 움직이는 몸이라는 두 개의 다른 그림을 구상한 것 같아요. 움직이는 몸은 첫 장면에 해수가 보드 타고 가는 장면에서 보이죠.

이런 것도 있어요. 보드를 타는 게, 성공지점이 존재하잖아요. 친구인 지용이도 더 잘 타고요. 왜 이런 이야기들 가끔 듣잖아요. 형이 어릴 때 죽었다면, ‘아, 우리 형이 이거 나보다 훨씬 잘했는데’, ‘지금 살아 있다면 훨씬 잘했을 텐데’ 같은 말이요. 해수가 지용이에게 했던 말도 그래요. ‘내가 진짜 더 열심해 해서 성공한다’라고요. 해수가 열심히 보드를 타면서 메신저가 되거든요. 편지지를 사주고, 편지를 전달해주면서요. 그런 장면을 넣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사들이 마음에 와 닿더라고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결국 누군가에게 자기를 희생하면서 손을 내미는 영화이기 때문인 거 같아요. 후반부 편지에 이런 대사가 나오잖아요. “지용이가 마지막으로 잡은 게 차가운 물이 아니라 권도경 선생님 손이란 걸 생각하면 마음이 놓여요”라는 대사요. 레지던트 경주가 지은이에게 손을 내밀어 재활을 하게 만들기도 하고요. 손을 내밀죠. 남아 있는 사람들이 서로 손을 잡아줄 수밖에 없는, 또 잡아줘야만 하는 그런 것들에 대한 영화인 거 같아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스틸컷. 사진 제공=엔케이컨텐츠

그래서 각색으로 온전히 창조된 해수의 역할이 더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해수의 에피소드는 정말 완전히 다르게 만든 하나의 세계에요. 원작이랑 잘 붙을지가 정말 고민이었는데, 지금까지 리뷰에서 관객들 반응을 보면, 해수가 원작에 나온다고 착각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원작이 훨씬 좋은데 말이에요(웃음). 그런데 참 희한한 게, 명지가 마지막에 현석에게 메일을 쓰는 장면이 있어요. 스태프 한 명이 “감독님, 저는 명지가 메일 쓰는 장면이 너무 마음에 들어요”라고 하길래, “원작에 있잖아”라고 했죠. 아니래요. 확인해봤더니 정말 없더라고요. 제가 만든 장면이었어요(웃음). 오래 작업하다 보면 그렇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관객도 그런 식의 착각을 할 수 있다고 보고요. 해수를 비롯한 아이들 부분이 원작에 굉장히 잘 붙었다고 느껴서. 분리할 수 없게 느껴지는 게 좋죠. 아참, 스케이트보드도 아이들에게 고르라고 했어요(웃음).

소품으로 준비한 게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골랐다고요?

아이들이 바라보는 게 다 다르잖아요. 어른들이 그 감성을 따라갈 수 없죠. 가짜처럼 보일 수도 있고요. 아이들에게 직접 보드를 고르라고 했어요. <열세살, 수아> 촬영 때 이세영 배우에게도 가방 고르라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영화에서 해수가 타는 보드가 지용이 거라 그 보드가 가장 많이 나올 거라고 조감독이 이야기해줬던 기억이 납니다. 빨간색 보드로요(웃음).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스틸컷. 사진 제공=엔케이컨텐츠

각색 이야기를 좀 더 이어가 보죠. 두 번째는 장소죠. 바르샤바입니다. 물론 감독님이 우치국립영화학교에서 공부하셔서 폴란드가 더 익숙하실 텐데요, 어떤 이유로 바르샤바로 애도의 공간을 바꾸셨는지, 또 원작과 다르게 바르샤바에서 어떤 차별화된 분위기를 담고 싶으셨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이 부분 역시 원작자인 김애란 작가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봤어요. 애든버러를 바르샤바로 바꾸는 건 큰 결정이니까요. 그런데 김 작가가 “기본적으로 감독님 손에서 재미있는 게 나올 거 같아요”라며 전적으로 믿어주더라고요. 자율권을 받은 거니 너무 고마웠죠.

제 전작들을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저는 개인의 상처나 죽음이 개인 때문에 발생한 것도 아니고 그렇게 끝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떻게든 사회와 관계가 있다는 게 중요하죠. 제 영화에서 도시를 연결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우선 한국 장면은 전부 광주에서 찍었어요. 광주라는 도시 역시 바르샤바 못지않게 트라우마가 있는 도시잖아요. 민주화 항쟁이 일어났던 장소에서 지금 일상을 영위하고 있고요. 영화에서 옛 전남도청 광장을 아이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가로지릅니다. 그런 것들이 중요했어요.

또 저는 원래 부감(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것)보다는 카메라가 눈높이에서 다가가는 걸 선호해요. 오즈 야스지로 감독 영화들처럼요.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는 부감을 사용했어요. 바르샤바에서 명지가 헌법광장을 걸어갈 때, 눈부신 햇볕에 눈을 가리는 장면에서죠. 8월 1일 바르샤바 봉기 기념일을 기념할 때도 사용했고요. 광주와 바르샤바에서 특별히 그런 장면들을 넣은 겁니다.

혹시 또 원작과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설명해주세요.

해수의 모든 세계죠. 일기를 쓰면서 ‘지용아, 내일 아침에 눈을 뜨면 어른이 되어 있으면 좋겠어’라는 대사나, ‘무사히 어른이 되는 일, 그게 정말 힘든 일인 거 같아’ 같은 대사들은 전부 만들었어요. 지은이가 빵집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제빵사 공부를 하고 있었던 거고, 지용이는 보호시설에서 지내서 해수가 부럽고, 또 해수 엄마는 잘 나가는 에세이스트이고 아빠는 서울에서 일하는 공무원이라는 설정들, 그런 모든 세계를 다 만들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모든 게 참 운이 좋았던 거 같아요. 원작의 한 구절인데 ‘사모님 연락처를 지용이 친구에게 물어서 알았습니다’라는 거요. 읽으면서 그때 그 친구는 누구였을까? 누구길래 전화번호를 알려줬을까? 어떻게 편지를 전해줬을까? 같은 생각들이 떠오르면서 또 하나의 주인공처럼 만들어진 건데요. 마침 그때 10대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거든요. 운이 좋았던 거 같습니다.

반면에 명지 부분은 원작을 많이 취했는데요. 그래도 명지와 현석이 이틀에 걸쳐 만날 때 가는 와젠키 공원이나, 쇼팽의 심장이 있는 성십자가성당에 가는 것은 제가 넣은 부분이에요. 폴란드를 잘 알기 때문에요. 원작에서는 애든버러라는 도시의 특성을 드러내는 장치들이 별로 없거든요. 오히려 명지의 심리 상태에 더 집중했고요. 그래서 제가 잘 아는 도시, 바르샤바를 선택한 거죠. 살았기에 알 수 있는 것들을 넣을 수 있었으니까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메이킹스틸컷. 사진 제공=엔케이컨텐츠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를 보면서 결국 여러 모양의 사고, 나아가 사회적 재난으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이들이 떠오를 수밖에 없더라고요.

도시 설정에서 이미 드러났죠. 광주와 바르샤바라는. 이건 조금 장소와 연관된 이야기기는 한데요, 저는 조선대 문예창작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서 직업 특성상 방학 중에만 영화를 찍을 수 있어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겨울 촬영, 보충 촬영, 여름 촬영 이렇게 세 번에 걸쳐 찍었는데요. 겨울 촬영에서 광주 씬들을 다 찍었어요.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추운데, 여름인 척하면서 고생스럽게 찍었죠. 부족한 부분을 보충촬영한 후에 여름에 폴란드로 넘어갔어요.

촬영감독님들이 쟁쟁하다고요.

광주 장면들은 <허스토리>(감독 민규동, 2018), <소리도 없이>(감독 홍의정, 2020)를 작업한 박정훈 촬영감독이 찍었어요. 최근에는 <갯마을 차차차>(공동연출 유제원·권영일, tvN, 2021)도 찍었죠. 저와는 <청포도 사탕:17년 전의 약속>(2012)에서 촬영감독으로 함께 한 인연이 있어요. 그런데 광주 분량을 본 폴란드 촬영감독이 마음에 든다는 거예요. 아르뜨르 줄랍스키라고 우치국립영화학교 동기에요. 수업도 같이 들었고요. 폴란드 분량은 그 촬영감독이 맡아줬어요. 박정훈 감독을 너무 만나고 싶다고 했는데, 아마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메이킹스틸컷. 사진 제공=엔케이컨텐츠

<설행_눈길을 걷다>(2016)를 찍으실 때, 연출로도 할 수 없는 눈이 내려서 배우, 스태프들까지 특별한 경험을 했다고 하셨었죠. 이번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에서도 그런 특별한 경험이 녹아든 장면이 있을까요?

저희는 8월 1일 바르샤바 봉기 기념일을 목표로 모든 일정을 진행했습니다. 그날이 있다는 건 알지만, 경험한 적이 없어요. 유튜브 등에서 영상을 찾아보기는 했죠. 폴란드는 도시에서 촬영장면이 있으면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요, 경찰이 옆에 있더라고요. 든든하긴 했지만, 누구도 어떤 방식으로 바르샤바 봉기 기념일을 추도하는지 모르는 상황이었어요. 그냥 사이렌이 삑 울리고 말 건지도요.

그냥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인데, 실제 그 상황이 닥치니까 자동차들이 다 멈춰서고 경적을 너무 길게 울리는 겁니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도시 전체가 애도하는 것이 느껴졌어요. 배우들, 스태프들이 다 울었어요. 너무 감동스러워서.

카메라 몇 대로 찍으셨나요?

두 대였어요. 한 대는 가까이 찍고, 나머지 하나는 좀 멀리서요. 물론 택시 안에서의 상황은 그전에 찍어뒀죠. 모두가 놀랐어요. 그 장면 촬영을 마치고 비로소 진짜 끝났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너무 훌륭하게 벌어져 줬다고 할까요? 촬영 계획은 세웠지만,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기에, 그 모든 것들이 맞아떨어져서 그 순간은 정말 특별하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스틸컷. 사진 제공=엔케이컨텐츠

사랑하는 사람을 불의의 사고로 잃으면, 보통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죠. 그런데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에서는 그 고통이 육체적으로 발현됩니다. 명지는 장미색 비강진을 앓고요, 지은이는 편마비 증상을 겪어요. 굉장히 기묘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영화에서는 거부감 없이 잘 표현된 거 같더라고요. 감독님은 이런 정신적 고통을 육체적으로 치환하는 데 연출적으로 어떻게 표현하려고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원래 시나리오대로 찍는 감독입니다. 물론 변화를 줄 때도 있지만, 굉장히 적죠. 시나리오가 완성되면 거의 그대로 영화가 나온다고 보면 되어요. 제가 시나리오를 써서 좋은 점이, 촬영 현장에서 시나리오를 버릴 수 있다는 거죠. 바르샤바에서 찍을 때 많이 버렸어요.

말씀하신 육체적 고통에 대해서는 이미 시나리오 안에서 몸의 아픔에 대한 구조가 다 나와 있으니, 연출적인 측면에서는 뭐 기술적인 부분이죠. 제 첫 영화부터 지금까지 다섯 작품을 함께 한 김소연 분장실장이 미국에서 특수분장을 공부했는데요. 박하선 배우 몸에 장미색 비강진 흔적을 그리는 걸 보고 폴란드 스태프들이 거의 뒤로 넘어질 정도였어요. 15분이면 뚝딱하고 그려내니까요. 이거 아니라고 하면 금방 수정하고요. CG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었죠. 지은이의 편마비 같은 경우는 정민주 배우가 표현을 잘 해줬어요. 똑똑한 아이다 보니, 준비가 되어 있으면 잘 표현하더라고요. 연출로서 저는 세세하게 디렉팅하기보다 배우가 준비해온 걸 가져오면 취하는 거죠.

아픔과 고통이 지속될 때 명지는 공간을 바꿈으로써 변화를 꾀합니다. 하지만 장미색 비강증은 더 심해지고, 오랜 친구와 하룻밤 일탈도 결국 이뤄지지 않죠. 성인인 명지에게 구원은 외부로부터 옵니다(편지). 반면 아이들은 달라요. 해수는 스스로 일어나요. 자고 일어나면 내일 어른이 되면 좋겠다고 되뇌고요. 지은이는 해수의 도움이 있긴 하지만, 재활을 시작하며 편지를 쓰고 스스로 일어나려고 애써요. 트라우마에 대응하는 성인과 아이들의 다른 모습을 설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맞아요. 이 영화 전에 <미래는 빛나는 별이다>라는 시나리오를 썼어요. 미래가 여자아이 이름인데, 영어로 바꾸면 ‘미래 is bright future’가 되죠. 미래가 우리나라 말로 또 미래를 의미하기도 해서 재미있고요. 그 시나리오에서 미래는 “어른들 다 모르겠고, 어른들 징징대고 이유 대는 거 짜증나고 싫어. 나는 앞으로 나아갈 거야. 용감하게”라는 대사가 있어요. 그런 아이의 모습들이 이번 영화에 많이 녹아든 거 같아요. 그런 걸 해수나 지은이 같은 아이들에게 바랐던 거 같아요.

저는 아이들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건방지더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구세대와도 싸워야 한다고요. 엄마가 징징댈 때는 필요 없다고 말할 수도 있고요. 아이들에 대해서 제가 생각하는 이미지입니다. 결국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이니까요. 어른으로서 책임감도 물론 있고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메이킹스틸컷. 사진 제공=엔케이컨텐츠

사실 박하선 배우 연기야 그렇다 쳐도, 해수, 지용, 지은 역할을 맡은 아역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좋더라고요. 어디서 이런 보석 같은 배우들을 찾으셨는지 궁금해요.

저도 되게 뿌듯한 지점입니다. 추천을 받은 게 아니라 오디션으로 뽑았거든요. 먼저 보육원 아이 역할 오디션을 했는데, 정민주가 온 거예요. 머리를 묶고 키가 170cm가 넘는데 보자마자 너무 마음에 들더라고요. 그래서 머리 풀고 지은이 대사를 읽어보라고 했죠. 너무 잘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은이 나이에 맞춰서 지용, 해수의 나이를 좀 낮췄어요. 해수를 연기한 우진이가 촬영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고, 지용이를 연기한 정철이가 조금 나이가 많긴 했죠. 그런데 둘이 너무 잘 어울리더라고요. 그런 밸런스를 봤어요. 나중에 원작을 다시 보니 중1 정도로 설정이 되어 있더라고요.

지금까지 장편 네 편 모두에 어머니가 깜짝 출연하셨는데, 이번 영화에도 출연하셨나요?

병실 할머니로요(웃음). 자우림의 이선규도 빵집 아저씨로 나옵니다(웃음). <열세살, 수아> 때부터 인연이 이어지고 있네요. 저랑 술을 가장 많이 마셨고, 잘 맞았던 친구예요.

박하선 배우 연기가 참 좋더라고요.

박하선 배우는 다들 느끼실 텐데 조신하고 얌전하고 단아한 이미지가 강하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만나 보니 그렇지 않더라고요. 자기 의견이 분명해요. 자신의 이미지와 성격이 달라서 사람들도 많이 놀란다고 스스로 이야기하고요. 좋은 배우들은 특별히 많이 주문하지 않아도 됩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덜 정도로만 말해도 다 알아듣거든요.

촬영할 때 박하선 배우가 먼저 노메이크업이면 좋겠다는 의견을 줬고요. 저도 동의했어요. 자고 일어났는데 화장하고 있는 모습, 너무 끔찍하잖아요(웃음). 많은 부분이 잘 맞았던 거 같아요. 주변에서도 명지에 대한 칭찬이 많이 들리는 걸 보면 그런 면에서 성공적인 거 같네요, 권도경 선생님은 워낙 좋은 사람 이미지여야 했는데 전석호 배우 자체가 사랑스럽고 좋은 사람이라 더할 나위 없었고요, 현석 역할을 한 김남희 배우 역시 센 역할만 하다가 이른바 생활 연기를 처음 했는데, 제가 잘 이끌어줘서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스틸컷. 사진 제공=엔케이컨텐츠

영화를 찍으면서 가장 어려웠던, 힘들었던 장면은 무엇이었는지, 어떻게 극복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제가 만든 영화들은 다 지원금 받아서 하는 영화들이에요. 그래서 아마도 서류 작업이 좀 힘들었겠죠?(웃음) 감독 의도도 써야 하니까요. 사실 이런 건 장난 같은 말이고요. 항상 영화는 그렇지 뭐. 이렇지 뭐라고 늘 생각하니 딱히 뭐가 힘들다는 점은 없었어요. 투자가 늘 어려우니까, 여유롭게 찍으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요. 오히려 앞서 잠깐 말씀드린 것처럼 다양한 영화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는데, OTT 시대가 와서 고민인 점들은 있어요. 산업이 바뀐다는? 그런 것들에 대한 고민이죠. 영화를 극장에서 한 번에 보는 게 아니라 나눠서 보는 것들에 대한, 영화 한 편을 오롯이 보는 경험치가 달라진다는 점이 고민이죠

예산이 넉넉했다면 영화가 좀 달라졌을까요?

그런 건 없는데, 여러 가능성이 있겠죠. 저희가 광주 11회차. 바르샤바 6회차로 찍었어요. <프랑스 여자>가 14회차였어고요. 늘 그페이스로 찍긴 해요. 박하선 배우가 농담처럼 다음 영화도 같이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회차를 줄이는 감독이라면서요(웃음).

여러 감독님들을 만났지만, 회차를 줄이는 감독님은 처음입니다!(웃음)

시간이 남았으면 여길 찍어볼까? 저는 그런 거 안 해요. 그전에 내 머리에 없었던 거니까요. 물론 이럴 때는 있죠. 촬영장에 살짝 문을 열어두라는 말이 있잖아요. 자연스러운 걸 포착한다는. 저도 현장에서 바꾸는 것도 있긴 해요. 그래도 제가 폴란드에서 35mm 필름으로 공부를 했잖아요. 그때 잘 배운 것이 필름은 길이가 정해져 있다는 거죠. 테이크를 여러 번 갈 수 없는 게, 필름 돌아가는 소리가 다 돈이 새어 나가는 소리라서요(웃음). 그때 훈련한 거 같아요. 정확히 내가 아는 걸 찍어야 한다는 걸요. 그냥 필름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요. 옛날 방식이긴 한데, 제게는 좋은 가르침으로 남아 있습니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스틸컷. 사진 제공=엔케이컨텐츠

영화 후반부가 참 먹먹합니다. 특히 편지 부분부터는 영화 초반부터 응축되어 왔던 감정이 폭발하는 거 같더라고요. 후반부에 큰 감정의 울림이 있도록 의도적으로 구성을 하셨던 건가요?

그렇죠. 저는 다른 방식은 잘 모르는 거 같긴 해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구성으로만 보면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감독 노라 에프론, 1993) 같은 영화예요. 처음 봤을 때는 너무 재미 없었어요. 주인공들이 만나지도 않고요. 그런데 나중에 다시 보니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물론 이 영화를 머리에 두고 이 영화를 만든 건 아니지만,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도 그래요. 주인공들이 서로 만나지 않잖아요. 각자 자리에서 상처를 아물게 하려는 시도들이 있는 거고요. 그것들이 나중에 서로에게 영향을 줍니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일상이 중요하고, 하나하나 그런 일상들이 쌓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비유하자면 소풍가는 날보다 가기 전에, 다녀와서 그때 뭐가 재미있었지 하고 이야기하는 걸 더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열세살, 수아>(2007)로 장편 영화 데뷔 이후,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영화에 대한 생각은 바뀐 부분이 있는지, 또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감독님 필모그래피에서 어떤 지점에 있는 영화인지 궁금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웃긴데, 이번에는 관객 반응을 생각하며 만들었어요.이전 영화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게 아니고요. <프랑스여자>에도 그런 부분이 일정 정도 있었죠. 그런데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좀 더 보편적이고, 공감할 부분이 있는 영화라 그런 부분을 좀 더 허용했던 거 같아요. 음악도 좀 많이 썼어요. 음악감독이 워낙 열심히 일해주긴 했지만, 보통 저는 좀 더 건조하게 음악을 사용하는 편이거든요. 이번에는 많이 허용했죠. 그래서 관객들이 많이 보셨으면 좋겠어요.

영화 작업을 할 때 꼭 지키고자 하는 신념 같은 게 있을까요?

정말 태도에 대해서 굉장히 많이 생각해요. 태도, 입장은 타인에게 하는 기본적인 예의랄까요. 그런 게 지켜지는 현장이면 좋겠어요. 늘 같이 일하는 스태프들이지만, 저는 이 현장에 날마다 나오는 것이 즐거우면 좋겠거든요. 일이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게 행복해야죠. 영화제에 초청 받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매일매일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너무 중요합니다. 그래서 그들에게도 이 영화가 소중했으면 좋겠고요.

감독이라는 직업이 좋은 게요. 제가 모든 걸 다 잘할 수는 없잖아요. 더 잘 하는 촬영감독, 미술감독, 음향감독이 있으니, 그들을 잘 쓰는 것이 감독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날마다 그 작업이 그들에게도 행복했으면 좋겠고요. 그게 제 신념이라면 신념입니다.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면 더 좋겠고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스틸컷. 사진 제공=엔케이컨텐츠

차기작은 뭐로 준비 중이세요?

폴란드 올로케로 찍을 영화인데요. 지금은 학교에 메어있는 처지라, 가능하다면 1년 정도를 폴란드에서 찍고 싶어요. <킬러의 치킨집>(가제)이라는 블랙코미디입니다. 40대 한국 남자 킬러가 갑자기 피가 싫어져서 폴란드로 가 치킨집을 차리고, 그곳에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에요.

이야기만 들어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요! 변영주 감독도 재미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런데 이야기만 들으면 재미있다고들 하지만, 블랙코미디가 어려워요. 시나리오도 좀 바꿔야 하고요. 폴란드와 가까운 나라에서 전쟁도 일어나고 있으니 그런 이야기들이 가미될 수도 있겠죠. 여기에 양념치킨, 후라이드 치킨 얼마나 맛있습니까(웃음).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메이킹스틸컷. 사진 제공=엔케이컨텐츠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영화를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애도라는 게 사실 개인차가 있잖아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슬픔을 느끼는 시간도 다 다를 텐데, 우리나라는 남의 애도를 강요하는 사회가 아닌가 싶어서요. 이쯤 하면 그만할 때가 되었다라든가 하면서요. 사회 자체가 그만큼 미성숙한 거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좀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거 같아요. 프랑스의 현 사태들도 그렇고요. 여러 걱정들도 들지만, 좀 천천히, 어떤 사람들의 슬픔은 그저 지켜봐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윤상민 씨네플레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