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의 블록버스터 영화는 1975년 개봉했던 <죠스>(스티븐 스필버그)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텔레비전의 부상과 아울러 록앤롤, 하이킹이나 낚시 같은 야외 활동 등 새로운 형태의 레크리에이션의 유행으로 직격탄을 입은 할리우드는 50년대 후반부터 생존을 위한 자구책을 구상하기 시작한다. 그중 고예산 ‘블록버스터’ 영화는 텔레비전이 구현하지 못하는 스펙터클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승부를 하겠다는 가장 획기적이고도 승산이 높았던 상품이었다.

유니버설이 제작, 배급한 <죠스>는 9백만 달러의 제작비로 4억 7천6백만 달러를 벌어들인 영화사의 첫 블록버스터 영화가 되었고 신인이었던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할리우드의 새로운 시장이 되어 줄 블록버스터를 전담할 만한 A 리스트 감독으로 부상했다. <죠스>로 시작된 블록버스터의 전성시대는 스필버그의 친구이자 동료인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시리즈가 또 다른 흥행 신화를 기록하며 이어가게 된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조지 루카스

궁극적으로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는 스티븐 스필버그와 조지 루카스, 이 두 명의 손에서 만들어진 신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결국 <인디아나 존스>라는 시리즈를 통해 각각 감독(스필버그)과, 제작자(루카스)로 협업하게 된다. 1981년에 개봉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서막, <레이더스>(Raiders of the Lost Ark)는 조지 루카스의 오랜 라이프 프로젝트였다. 루카스는 어린 시절에 동경했던 <벅 로저스>(1939), <조로 파이팅 리전>(1939) 등의 고전 영화 포스터의 영웅들을 보고 인디아나 존스 캐릭터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친구이자 영화감독인 필립 카우프먼(<외계의 침입>(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 1978), <헨리밀러의 북회귀선>(Henry & June, 1990) 등)과 함께 루카스는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들은 2주 만에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모체인 <레이더스>의 각본을 완성하게 된다.

<레이더스>는 1936년을 배경으로, 고고학자 인디아나 존스(해리슨 포드)가 독일 정부의 추적을 피해 성궤를 찾는 모험을 그리는 이야기다. 남미에서 시작해 네팔과 인도를 거쳐 카이로까지 성궤를 찾기 위해 단서가 숨어있는 각국을 횡단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레이더스>는 스펙터클뿐만 아니라 캐릭터들이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쾌감을 주면서 영화와 게임을 동시에 즐기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루카스는 카우프먼이 연출까지 맡기를 원했지만 그는 다른 작품을 하기로 예정되어 있었고 루카스 역시 스타워즈 시리즈에 참여해야 했다. 결국 그는 함께 휴가를 보내고 있는 중이었던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제안을 하지만 당시 그는 인디아나 존스보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관심이 더 많았다. 루카스는 수 일에 걸쳐 다시 스필버그를 설득하는데 성공하고 그렇게 루카스, 스필버그, 카우프먼의 트리오가 빚어낸 인디아나 존스의 전설이 탄생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레이더스>는 제작비의 20배에 가까운 3억 9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영화가 개봉했던 1981년은 할리우드의 불황이 극에 달했던 한 해로, 흥행작으로 점쳐지던 <슈퍼맨 2>, <007 유어 아이즈 온리>(For Your Eyes Only) 등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하기도 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흥행에 더해 영화는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다. 영화 평론가 로저 이버트는 <레이더스>가 “숨이 막힐 정도로 놀라운” 모험담을 그리는 영화라고 호평했고 버라이어티의 스티븐 클라인은 “액션과 코미디, 서스펜스와 신화가 균형감 있게 그려진 성공적 엔터테인먼트 (“the film successfully balanced action, comedy, and suspense with mystical mythologies”)라고 평했다.

그렇게 신흥 강자로 모든 경쟁작을 압도한 <레이더스>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고 곧 속편 제작이 확정되었다. 올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은 키 호이 콴이 아역으로 등장하고, 해리슨 포드(1편에 이어)가 주연을 맡은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 <인디아나 존스>(1984)는 전편에 비해 액션이 배가 되고 스펙터클이 확장되면서 전편의 50% 정도에 해당하는 제작비가 증가했다.

앞선 <레이더스>보다는 못할지라도 <인디아나 존스> 역시 제작비의 12배를 벌어들이며 시리즈의 미래를 굳건하게 했다. 전반적으로 전편의 호평에 못 미치는 평가를 받았던 <인디아나 존스>에 대해 스필버그는 한 인터뷰에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1,2,3편 중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이라고 꼽기도 했다. 또한 영화는 인도 문화(특히 식문화)를 그리는 방식이 인종차별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이유로 <인디아나 존스>는 인도에서 상영 금지 처분을 받고 극장 개봉을 하지 못했다.

인도에서 문제가 되었던 '야만 음식' 시퀀스

1989년에 개봉한 인디아나 존스의 3편인 <인디아나 존스 - 최후의 성전>은 시리즈의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다. 숀 코네리가 인디아나 존스의 아버지 ‘헨리’로 출연하는 3편은 코미디가 강화되는 한편,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영화의 중추가 되면서 가족 드라마의 요소를 확대했다. 영화는 과거로 돌아가 인디아나 존스의 유년 시절을 조명한다. 그리고 현재의 인디는 고고학자이자 아버지인 헨리 존스의 일기장을 단서로 예수가 최후의 만찬 때 사용했다는 술잔 '성배(Holy Grail)'를 찾아 또 다른 여정을 떠나게 된다.

인디아나 존스 3편은 그야말로 시리즈의 정점이었다. 극장 관객과 평단 모두를 사로잡았을 뿐만 아니라 시리즈가 이전에 점령했던 기술상 부문(Best Sound Effects, Best Visual Effects 등)이 아닌 연기 부문으로도 조명을 받은 것이다. 헨리 역의 숀 코네리는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BAFTA 등 굴지의 영화 시상식에서 남우조연 부문으로 노미네이트되었다.

아버지와 아들로 출연한 숀 코네리와 해리슨 포드

루카스는 애초에 <인디아나 존스>를 삼부작(트릴로지)으로 구상했고 시리즈는 3편을 마지막으로 모두의 가슴속에 성배처럼 놓여있을 영화적 유산으로 남을 것이었다. 그러나 2000년 AFI(American Film Institute)에서 열린 해리슨 포드 회고전에 참여했던 루카스와 스필버그는 포드를 보며 그에게 4편을 선물로 주기로 약속한다. 약속은 거의 20년이 지난 2018년, 실제로 실현된다.

2부에서 계속.


김효정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