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톰 크루즈가 모든 걸 걸었다. 전 세계 극장가를 또 한 번 놀라게 할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이 7월 12일 개봉한다. 2억 9천만 달러에 달하는 시리즈 최고 제작비를 투입한 이번 영화는 1996년부터 시작해 20년 넘게 에단 헌트로 살아온 톰 크루즈의 연기 인생이 전부 담긴 역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심지어 이번 영화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할리우드 전체가 셧다운됐던 2020년경에 수많은 제작진의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는 톰 크루즈가 촬영을 강행, 모두가 최선을 다해 완성해낸 작품이기도 하다.

톰 크루즈의 신작은 이번에도 호평을 받으며 예매율 1위를 달성했다.

제작 비하인드 하나 하나가 놀라울 정도의 사연을 담고 있는 이번 영화는 마치 시리즈의 최종장을 써내려 가듯 지난 20여년의 시리즈 역사를 총망라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IMF라는 조직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한데 만나는 작품이다. 2시간 40분이 넘는 액션 버라이어티의 향연을 제대로 즐기려면 시리즈의 과거를 반드시 훑고 보는 게 좋다. MF와 에단 헌트의 지난 활약상을 한 눈에 정리했다.


톰 크루즈식 슈퍼히어로 액션의 탄생

<미션 임파서블>

모든 것은 톰 크루즈로부터 시작됐다. 동명의 오리지널 TV 시리즈의 판권을 소유하고 있던 파라마운트 픽처스는 톰 크루즈로부터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영화화하자는 제안을 받고 7천만 달러 규모의 프로덕션을 준비한다. 톰은 작가 섭외는 물론 감독 섭외에까지 깊이 관여하면서 1편에서부터 제작과 주연을 겸하게 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강력 추천으로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과 손을 잡은 톰 크루즈는 당시 할리우드에서는 촬영지로 잘 선정하지 않던 프라하를 배경으로 시작하는 근사하고 비극적인 스파이물을 완성했다. 1편의 완성도와 프로덕션 디자인, 음악 등은 그 자체로 시리즈 고유의 특징으로 자리 잡게 됐는데 (심지어 오리지널 시리즈와도 사뭇 다른 분위기로 만들어졌다) 이후 만들어진 모든 후속편이 1편의 영향 아래 놓이게 된다.

<미션 임파서블 2>의 암벽 등반도 톰 크루즈가 직접 소화해 화제였다.

톰 크루즈는 1편에서부터 거의 모든 액션 시퀀스 촬영을 본인이 직접 소화하기 시작하면서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본인이 직접 웬만한 액션은 해내고야 말겠다는 배우로서의 남다른 마음가짐은 이미 이때부터 굳어진 것 같다. 1996년 1편 개봉 당시에는 많은 평론가들이 톰 크루즈만의 슈퍼히어로 영화 스타일을 보여준다면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1편은 스파이 스릴러 장르 역사에서 손꼽히는 수작으로 남아있다.


임파서블 미션 포스, IMF는 어떤 조직인가

에단 헌트가 리더로 활약하는 팀 IMF는 미국 정부의 주도 하에 오랫동안 껄끄러운 국제관계 상의 작전을 처리해온 비밀 조직이다. 여타의 국가기관과 비슷하게 미국 대통령의 직접 지시 혹은 의회의 승인을 받아 예산 편성이나 조직 운영이 이뤄지고 있는 듯하다. CIA가 나서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일들을 비밀리에 처리하곤 한다. 그래서 보통 미국의 이익이 최우선이 아니라 전 지구적인 위기 상황을 막는 노력을 기울인다. 에단 헌트로 대표되는 IMF의 행동 강령 내지는 목표가 CIA가 추구하는 방향과 종종 달라서 시리즈 내내 두 조직 간의 사이가 안 좋다. 또한 IMF는 필요에 따라 우방국 정보기관들과 협동하기도 한다. 멤버들의 국적은 다양하며 에단 헌트가 조직의 수장으로 자리 잡은 이후엔 그의 기준을 통과해야 일원이 될 수 있다.

한편, 에단 헌트가 벌이는 일들이 워낙 규모가 큰 범죄 집단 내지는 테러리스트들을 상대로 하는 일이라 작전의 성공 유무에 상관없이 전 세계 도시마다 수습해야 하는 상황의 규모가 큰 편이다. 따라서 종종 외교 분쟁으로까지 이어질 소지가 다분한 사건들을 담당한다. 이를테면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에서는 작전 수행 중에 러시아의 크렘린궁이 초토화되고,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에서는 에단 헌트가 CIA 국장 보는 앞에서 영국의 총리와 MI6 수장을 마취시키기도 한다.

이 때문에 현재는 조직 자체가 사실상 와해된 상태에서 암묵적인 용인 하에 국가의 지원 없이 에단 헌트 독자적으로 팀을 꾸리는 모양새다. 4편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의 부제인 ‘고스트 프로토콜’은 대통령의 직권으로 IMF를 해체하라는 지시 작전명이었고, 5편과 6편을 거치면서 에단 헌트는 세계 여러 정부를 상대로 신디케이트라는 비밀 조직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리고 에단 헌트 자신이 반역자가 아님을 스스로 증명해야 했다. 물론 에단 헌트는 일종의 무소속 신분으로 여전히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각 정부의 정보기관 수장들이 모두 에단 헌트의 도덕성을 강하게 신뢰하고 있기 때문. 시리즈 내내 IMF가 상대하는 범죄자들은 대개 정보기관 내에 두더지처럼 숨어서 모략을 꾸미는 변절자, 초국가적인 테러리스트, 무기 밀매 거래상 등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팀워크를 강조하는 스파이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팀으로 움직이는 첩보물이란 점이 특징.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여타의 스파이 장르 영화 가운데 팀플레이를 가장 중요하게 표현하는 시리즈다. 대개 에단 헌트가 임무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침투를 맡지만 주변 동료들의 서포트 없이는 할 수 없는 작전들이다. 이것은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제임스 본드식의 스파이 스타일과 가장 다른 차이점이다. 이 시리즈는 1편에서부터 팀플레이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에단 헌트와 한 팀을 이루는 주변 인물들도 꼭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에단 헌트와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IMF 주요 멤버들

루터

루터(빙 라메스, 가운데)

본명은 루터 스티켈. 별명은 네트 레인저. 나토의 컴퓨터까지 해킹한 이력이 있을 정도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수준의 해커다. 그는 1편에서부터 등장한, 에단 헌트의 살아있는 동료 중 가장 오래 함께 한 요원이다. 불법 해커라는 과거를 벗어버리고 2편에서부터는 정식 IMF 요원으로 활약하기 시작하면서 800달러짜리 구찌 구두도 신을 정도로 발랄한 면을 보이기도 했다. 지금은 팀 내에서 꽤 묵직한 존재감을 자랑한다. 그는 누구보다 에단을 아끼고 있으며, 에단이 줄리아 때문에 제대로 작전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한다. 또, 일사에게도 에단을 힘들게 하지 말아달라고 조언하지만 둘 사이를 적극 응원한다. 루터를 연기한 빙 라메스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출연 이전에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펄프픽션>에서 무시무시한 보스 역을 연기해 이름을 떨쳤고 1997년에는 <돈 킹>이란 드라마로 골든글로브 시상식 TV부문 남우주연상까지 수상했지만 이제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루터가 그의 대표 캐릭터가 됐다.


벤지

벤지(사이먼 페그)

사이먼 페그가 연기하는 벤지는 3편에서부터 IMF 팀에 합류했다. 영화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과거에 어떤 잘못을 저질렀고 그때 에단의 눈에 들어 IMF 정보요원으로 합류하게 됐다. 처음엔 사무실에서 일종의 기술지원을 하는 역할이었으나 점점 현장 요원 역할까지 맡으면서 존재감도 커졌다. 3편에서 벤지는 에단이 납치당한 줄리아를 찾아내는데 큰 도움을 줬다. 신디케이트의 솔로몬 레인과 싸울 때는 납치당해 온몸에 폭탄을 두르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시리즈 초기에는 여러 팀원들이 합류해 일회성으로 등퇴장을 하기도 했고 죽거나 다치기도 했지만, 벤지는 특유의 지성과 유머를 겸비한 채 견고한 IMF 팀의 일원이 됐다. 사이먼 페그는 <스타트렉>·<스타워즈> 시리즈의 오랜 팬으로 해당 시리즈에 출연까지 하는 덕업일치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배우인데 그의 시리즈 출연 경력에 당당히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추가됐다.


일사

일사(레베카 퍼거슨)

일사 프로스트는 MI6 소속 요원으로 비밀 테러 조직인 신디케이트에 잠입해서 수장인 솔로몬 레인의 신임을 얻는 임무를 수행하다가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에서 에단 헌트와 처음 만나게 된다. 이때부터 일사는 잠입 작전이 틀어질 위기에 처함에도 불구하고 여러 차례 에단의 목숨을 구해준다. 특히 그녀는 신디케이트 정보가 숨겨져 있는 발전소 내 수중 보안 서버실을 침투했던 에단 헌트를 살려내고는 정보를 훔쳐 유유히 달아나기도 한다. 사실상 MI6로부터 버려진 신세가 되자 에단에게 다 잊고 자신과 떠나 새 삶을 살자고 제안하지만 에단이 거절한다. 신디케이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에단은 아내 줄리아를 완전히 떠나보내고, 이후 에단과의 신뢰 관계가 더욱 견고해진다. 최근에는 MI6에 얽매이지 않고 일종의 프리랜서처럼 독자적인 활약을 펼치다가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에서 에단의 팀과 재회한다. 고전적인 여배우로서의 매력을 선사하는 레베카 퍼거슨이 허벅지로 사내의 목을 부러뜨리는 괴력을 소유한 일사 프로스트를 완벽하게 연기했다. 레베카 퍼거슨은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후반부 션 해리스와 맨몸으로 싸우는 액션 연기를 직접 선보였는데 그 때가 임신 7개월일 때였다.


그레이스

그레이스(헤일리 앳웰, 왼쪽)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에 첫 등장하는 그레이스는 고아 출신의 절도범이었다. 에단 헌트의 눈에 띄어 난데없는 첩보전에 연루되면서 인생 경로가 대폭 수정되고 있는 상황. 그레이스의 심경과 상황 변화가 이번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의 주요 스토리라인이 될 것이다. 그레이스를 연기한 헤일리 앳웰은 마블의 <퍼스트 어벤져>에서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의 상대역인 페기 카터 요원을 연기하며 일약 스타가 됐고 독자적인 시리즈인 <에이전트 카터>에서도 활약했다.


IMF의 필수 아이템,

페이스 마스크 & 미션 지령 도구

매번 지겹다고 해도 이 장면 없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상상할 수 없다.

“이 메시지는 00초 후에 폭발한다”는 미션 지령 또한 마찬가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아이템을 꼽으라면 바로 신분을 감쪽같이 숨길 수 있는 페이스 마스크와 미션 전달 방식에 사용되는 각종 도구들이다. 이는 오리지널 TV 시리즈에서도 쓰이던 설정의 아이템들이다. 일종의 3D 페인팅 기술을 활용하는 듯한 페이스 마스크는 시리즈가 거듭됨에 따라 제작 장비가 경량화되어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에 이르면 랩톱 수준의 얇은 장비로도 제작이 가능할 정도로 발전했고 제작 속도도 굉장히 빨라졌다.

작전 명령을 하달 받는 방식도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진화했다. 1편에서는 이동 수단인 항공기 내에서 제공되는 영화 관람용 테이프, 2편에서는 선글라스, 3편에서는 일회용 카메라, 4편에서는 공중전화, 5편에서는 LP 턴테이블, 6편에서는 책자에 숨겨져 있는 소형 영사기 등을 사용했다.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은 미션 지령 방식을 주로 오리지널 TV 시리즈에서 묘사됐던 형태를 오마주 해서 만들었다. 참고로 3편의 일회용 카메라 전달 방식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역대급 로케이션

<미션 임파서블 3>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이 시리즈는 늘 로케이션 촬영지가 화제였다. 스파이 스릴러의 특성상 전 세계 주요 도시를 돌아다녀야 하는데 매번 신선하다 못해 이젠 제발 평범하게 찍길 바라는 마음이 들 정도로 충격적인 로케이션을 선사한다. 시리즈가 주로 다루는 사건의 소재가 러시아와의 관계, 유럽 국가 정보기관들과의 관계가 중심이다 보니 영국 런던, 오스트리아 빈, 모로코 카사블랑카, 러시아 모스크바,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등이 종종 등장한다. 2편에서는 호주 시드니가 주요 배경이었고 3편에서는 중국 상하이로 향한다. 4편에서는 너무나 유명한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 빌딩과 주차 타워에서 기가 막힌 액션을 선보였고 5편의 비엔나 국립 오페라 극장과 카사블랑카, 6편에서는 인도의 카슈미르 등이 주요 배경 도시로 등장한다. 물론 실제 로케이션 촬영지는 영화의 설정과 전혀 다른 곳에서 찍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번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에서는 어떤 도시에 주목해야 할까. 바로 이탈리아 로마와 베니스, 스위스 등이다.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이 곳에서 펼쳐지는 액션 시퀀스의 규모는 전편에서 군용 수송기에 맨 몸으로 매달리거나 직접 스카이 다이빙을 하며 찍었던 톰 크루즈의 어떤 액션 장면과 비교해도 결코 완성도나 위험 수위가 뒤지지 않는 결정판 같은 규모가 될 것이다. 참고로 이번 영화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액션 시퀀스는 시리즈 전편에서 선보였던 상징적인 액션을 모두 오마주 하는 방식으로 묘사됐다. 시리즈 팬들에게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다.


김현수 영화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