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라이드>는 미국 개봉 당시 R등급을 받았습니다. 17세 미만일 경우 부모나 성인 보호자를 동반해야 영화 관람이 가능한 등급이죠. 국내에서 <얼라이드>는 15세 관람가 판정을 받았습니다. <얼라이드> 측 관계자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신체가 노출되는 장면을 편집했다고 밝혔죠.

흠.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게 사실입니다. 수입사가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는 하나, 관객들은 감독 의도 그대로를 담은 원본 영화를 감상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니까요. 감독 또한 자신의 의도를 관객들에게 확실히 전할 수 없음은 물론이죠.

과거에도 이런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장면을 들어낸 사실을 미리 공지하지 않아 논란을 부른 사례들이죠. 그 영화들을 한자리에 모아보았습니다.


러닝 타임이 길어 삭제된 경우

알리(2002년 국내 개봉)
<알리>의 상영 시간은 151분입니다. 국내 상영 당시 28분을 삭제, 123분짜리 편집본으로 상영되었죠. 원판의 상영시간으로는 하루에 여러 번 상영이 불가능하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네티즌들의 항의가 빗발쳤습니다. 수입사에서는 명동의 '캣츠21' 1개관에서 원판을 상영하고, 이미 잘린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기존의 입장권으로 무료 관람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았죠.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년 국내 개봉)
<멀홀랜드 드라이브> 또한 9분의 분량이 삭제된 채 상영되었습니다. 극장에서 내려오기 직전 삭제 사실이 드러나 체면을 구겼죠. 9분이 삭제된 이유는 '개봉관 수를 늘리기 위해서'였습니다. 베티(나오미 왓츠)가 연기 수업을 받는 장면이 삭제되었습니다.

제5원소(1997년 국내 개봉)
<제5원소>는 '가위질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영화입니다. 수입사는 극장 상영횟수를 늘리기 위해 8분가량을 삭제했습니다. 당시 내한했던 뤽 베송 감독은 기자회견 자리에서 그 사실을 알게 되었죠. 자신의 사전 허락도 없었을 뿐더러, 어떤 장면이 편집되었는지도 몰랐던 뤽 베송 감독은 분노에 찬 상태로 기자회견을 박차고 나갔습니다. 이후 뤽 베송 감독은 <택시>에 한국인 비하 장면을 넣기도 했죠.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년 국내 개봉, 2015년 재개봉)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러닝타임은 229분입니다. 이 영화는 미국 개봉을 앞두고 러닝타임이 길다는 이유로 제작사로부터 무차별적인 편집을 당했죠. 북미 개봉 당시엔 139분짜리 편집본이 걸렸습니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05분짜리 편집본이 상영되었죠. 영화의 반 이상이 잘려나간 겁니다. 다행스럽게도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하면서 251분짜리 확장판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관객 정서를 고려해
특정 장면을 삭제한 경우

피와 뼈(2005년 국내 개봉)
<피와 뼈>는 1분 50초이 가량 삭제되었습니다. 극중 인물인 '찬명'이 사상 문제로 감옥에 다녀온 후, 북한행 열차를 타는 장면이었죠. 군중들이 인공기를 흔들며 북한 노래와 만세를 불렀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이 장면이 삭제되면서 찬명은 출소 후 행방불명된 인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파랑주의보(2006년 일본 개봉)
<파랑주의보>는 한 장면이 삭제된 채 일본에 상영되었습니다. 수호(차태현)가 손으로 만지작거리던 장난감이 부서지는 장면이었죠. 그 장난감이 '아톰'이었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일본 만화의 신' 데즈카 오사무의 작품에 흠집을 냈다는 게 이유였죠. 국내 DVD 또한 이 장면이 삭제된 채 출시되었습니다.

블레임: 인류멸망 2011(2009년 국내 개봉)
<블레임: 인류멸망 2011>은 바이러스로 인해 세상이 멸망하는 내용을 그린 재난 영화입니다. 수입사는 후반부 20여 분을 삭제한 편집본을 사시회에서 상영했죠. 원판이 바이러스를 극복해내는 해피엔딩이었다면, 국내 편집본은 바이러스로 인해 세상이 종말해버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결말 자체가 바뀌어버린 거죠. 일본 제작사와 사전 협의가 없던 결정이었습니다. 결국 일본 측의 공식 항의를 받고, 원판으로 다시 수정된 채 상영되었습니다.


선정/자극적인 장면을
삭제한 경우

레옹(1995년 국내 개봉, 2013년 재개봉)
<레옹>은 개봉 당시 심의 기준에 의해 몇 장면이 삭제되었습니다. 마틸다의 킬러 수업, 레옹과 마틸다의 베드신 등이 삭제되었죠. 다행히도 2013년 재개봉 당시엔 모든 장면이 복원되었습니다.

크래쉬(1996년 제1회 BIFF, 1998년 국내 개봉)
<크래쉬>는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이었습니다. 해외 영화제 관계자들은 <크래쉬> 상영 당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무려 12분 가량이 삭제된 채 상영되었기 때문입니다. 국제영화제의 경우 문화의 다양성을 고려해 심의를 받지 않는 것이 국제적인 관례인데 말이죠. 당시 삭제된 장면은 동성애 묘사 장면이었습니다. 결국 <크래쉬>는 당혹스러운 개막작으로 남고 말았습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유은진(코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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