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의 스파이더맨 실사화 영화 시리즈, 통칭 ‘SSU’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가 새로운 영화의 예고편을 발표했다. 이번에도 스파이더맨의 숙적 중 하나를 소개할 예정인데, 그 주인공은 바로 '크레이븐' 더 헌터다. 하지만 뭐랄까 좀 불안한 심경을 지울 수가 없다. 소니의 이전 영화들이 그리 흡족한 결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며, <모비우스>를 보고 나왔을 때 느꼈던 그 씁쓸함이 아직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생각해 보면 소니는 다양한 장르 전반에 성공작을 갖고 있는 콘텐츠 메이커다. 스파이더맨 콘텐츠만 보더라도 아직도 명작으로 꼽히는 오리지널 <스파이더맨> 트릴로지를 성공시켰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도 마무리가 아쉬웠을 뿐 괜찮은 성과를 거뒀다. 여기에 소니에서 직접 생산하는 콘솔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 4의 독점 타이틀 <마블스 스파이더맨>은 여전히 해볼 만한 작품으로 꼽힐 만큼 잘 나온 게임이었다(이제는 PC로도 출시했으니 스파이더맨을 좋아한다면 플레이해보자).
여기에 독특하고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던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가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아카데미를 석권한 데 이어, 지난 6월 개봉한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전작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유독 SSU, 즉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만큼은 영 결과가 좋지 않다.
굴하지 않는 소니의 의지, 시니스터 식스를 위한 큰 그림?
뭐, <베놈>은 스토리가 탄탄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대박을 쳤고 이에 힘입어 시리즈로 이어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흡혈귀라는 독특한 요소에, 자레드 레토를 기용하고도 근본적으로 재미가 없다는 얘기까지 나온 <모비우스>는 좀 너무했다 싶었다. MCU 스파이더맨과의 연계성을 부여했다지만 개연성 있는 방식은 아니었고, 그나마 MCU 스파이더맨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로 비친 게 다였다. 말하자면 소니의 스파이더맨 유니버스, 즉 실사화 영화들은 영 뒷맛이 씁쓸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소니는 멈추지 않고 새로운 영화를 발표했다. <베놈>과 <모비우스>에 이어 <크레이븐 더 헌터>의 제작 계획을 진행시켰고, 며칠 전 예고편이 공개됐다. 거의 3년 전부터 진행된 계획이니 자연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지난 영화들이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걸 돌이켜 볼 때(물론 베놈이 흥행에 성공한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불안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결국 소니가 원하는 건 빌런 무비들을 토대로 서서히 '시니스터 식스'를 완성시켜 나가는 것일 듯하다. <모비우스>의 쿠키 영상에 뜬금없이 등장한 벌처도 그렇고, 스파이더맨의 흔적들을 끊임없이 보여주는 것 역시 그런 원대한 계획의 일환일지 모른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절부터 꾸준히 영화화 기획이 나오기도 했었으니까.
스파이더맨의 대표적인 아치 에너미, 크레이븐
원작 코믹스 이슈 중 「크레이븐의 마지막 사냥」을 본 독자라면 <크레이븐 더 헌터>의 포스터를 마주했을 때 꽤나 반가웠을지도 모른다. 소니는 원작 코믹스의 묘사를 좀 너무할 정도로(가끔은 가공을 좀 해줬으면 할 정도) 실사화에 옮겨오는 재주가 있는데, 코믹스에서 등장한 아트워크와 흡사한 모습의 포스터였기 때문이다.
원작의 크레이븐은 러시아의 상류층 출신으로 이름은 세르게이 니콜라에비치 크라비노프다. 1964년에 첫 등장했으니 나름 연식이 있는 캐릭터(2년 후면 환갑이다)이기도 하고, 스파이더맨을 탄생시킨 마블 코믹스의 명콤비 스티브 딧코와 스탠 리가 만든 대표 아치 에너미이다.
크레이븐은 꽤 인상적인 캐릭터였다. 스파이더맨의 빌런들 중에서도 유독 특이한 느낌을 주는 캐릭터였기 때문인데, 표범무늬 쫄쫄이 바지를 고수하는 원작 코믹스의 강력한 패션(다행히 영화에서는 입지 않는 것 같다)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스파이더맨에게 가장 강력한 위협이 되었던 캐릭터였으며 단순히 괴롭히는 게 아닌 '헌팅'을 하고 싶어한다는 점이 그렇다. 즉… 죽이고 싶어한다는 것.
그는 세계 최고의 사냥꾼으로서 모든 무기와 전투 기술에 능하며, 전술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지략가이기도 하다. 이런 점 때문에 스파이더 센스가 통하지 않는다는 게 피터 파커를 꽤 고전하게 했던 점. 코믹스 한정으로 좀 웃기는 요소는 어깨에 두르고 다니는 사자 머리 가죽에서 광선 공격이 가능하다는 점인데, 위치가 양쪽 가슴인 바람에(...) 작금의 시점에서 보면 왠지 개그캐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냥꾼의 가장 큰 족적, ‘크레이븐의 마지막 사냥’
초창기의 크레이븐은 닉 퓨리의 어벤져스에 영입되어 나치를 토벌하기 위해 활약하는 사냥꾼 역할을 했는데, 이때도 인간 사냥꾼이었음에도 목적이 전쟁 승리와 평화 수호라는 점에서 시작은 히어로였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이후 스파이더맨의 강함을 깨닫고 스파이더맨을 잡아 박제(...)하겠다는 목표를 세우면서 스파이더맨의 지독한 숙적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 이 과정에서 혼자서는 스파이더맨을 처치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닫고, 스파이더맨의 빌런들로 이루어진 팀인 '시니스터 식스'에 합류하기도 했다.
시니스터 식스의 빌런들은 소니와 마블을 통해 하나씩 실사화되고 있는데, 크레이븐은 초창기 멤버들 중에서는 가장 마지막으로 실사화되는 캐릭터다. 인간 사냥꾼이라는 반인류적인 설정이나, 2000년대 이후 영 좋지 못했던 코믹스 내 활약 때문이기도 한데(인기가 있어야 일단 실사화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어찌 보면 스파이더맨에게 있어서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적인 탓이 아닐까. 능력이나 힘 때문만은 아니고, 크게 한탕 해보겠다는 것도 아니고 스파이더맨을 방해하겠다는 것도 아닌 스파이더맨을 죽이는 것이 그의 목표이다.
스파이더맨을 '사냥감'으로 규정하고 그를 사냥해 헌팅 트로피로 삼으려 하는 크레이븐의 일견 순수(!!)한 목적은, 다른 빌런들이 스파이더맨에 의해 악의적인 목표나 행위가 저지당해 스파이더맨을 죽이고 싶어 한다는 것과는 꽤 비견될 만한 부분이다. 실제로 크레이븐은 스파이더맨을 죽이는 데 성공하기까지 했는데(가사 상태이기는 했지만), 생매장시키고 자기가 스파이더맨인 척 활동한 적도 있다. 이 이야기를 다룬 이슈가 바로 「크레이븐의 마지막 사냥」인데, 크레이븐이 주역으로 등장하는 이슈 중에서는 가장 명작으로 꼽히는 코믹스 이슈다.(참고로 국내에도 정발했다)
「크레이븐의 마지막 사냥」은 원래 배트맨과 조커의 스토리로 기획되었다가 스파이더맨 이슈로 공개된 작품으로, 이 사실을 알고 보면 배트맨과 조커의 유명 이슈 '킬링 조크(Killing Joke)'에서 보여준 히어로와 아치 에너미의 뗄 수 없는 지독한 관계에서 비롯된 미묘하고도 혹독한 감정선이 더 극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스파이더맨을 이기기 위해 그렇게나 노력했던 크레이븐이지만 스파이더맨을 처리하는 데 성공한 이후에는 스파이더맨 복장을 입고 폭력적인 히어로 노릇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스파이더맨을 진정한 의미에서 넘어서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했고, 스파이더맨은 생매장당한 상태에서도 불굴의 의지로 생환해 다시금 크레이븐과의 전투에서 승리하게 되는 이야기.
실제로 스파이더맨이 죽음 직전까지 가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크레이븐의 강력함은 증명된 셈일지도 모르지만, 결국 그건 진정한 승리는 될 수 없었다. 스파이더맨은 '피터 파커'라는 청년으로서의 인간적인 면모와 사랑의 힘을 토대로 돌아왔으며 거기에서 비롯된 힘은 사실 크레이븐이 가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크레이븐은 자신이 더 우월함을 입증했다고 '착각' 했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고 만다.
지금도 「크레이븐의 마지막 사냥」은 스파이더맨 이슈 중 명작을 꼽을 때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만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인지 크레이븐의 실사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을 때 「크레이븐의 마지막 사냥」을 토대로 할 것이라는 루머가 대다수 있기도 했다. 물론 스파이더맨의 존재가 필수적인 이슈이기 때문에 아마도, 그러지는 못하겠지만.
사그러든 존재감, 과거의 영광은 어디에
하지만 1987년에 처음 공개된 이 이슈, 「크레이븐의 마지막 사냥」 이후 크레이븐은 이렇다 할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인간 사냥꾼이라는 설정이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점을 비롯해 00년대 들어 소위 '크레이븐 패밀리', 즉 크레이븐의 형제와 아내, 자식들 등 다양한 캐릭터가 스파이더맨 세계관 확장에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본래의 사냥꾼 설정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 최고의 사냥꾼이자 용병, 가장 위험하고 맹혹한 포식자를 사냥하고 존재감을 확인하는 강력한 거물이었던 크레이븐과 그 주변 인물들에게 뭔가 비현실적인 오컬트 요소들이 덧붙여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마블 코믹스에서 오래된 캐릭터들, 특히 큰 인기를 끌지 못했던 캐릭터들은 이런 식으로 설정이 덧붙여지거나 최초의 일관성을 잃는 경우가 꽤 흔히 있는 일이다. 크레이븐의 경우 이런 설정 확장이나 새로운 이야기들이 크레이븐이라는 캐릭터 자체에 매력을 실어주는 데에는 그리 성공하지 못했고, 결국 2000년대 들어서는 주요 이슈에 조역 격으로 등장할 뿐 이전만큼 존재감 있는 빌런으로 활약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소니가 크레이븐에 다시금 눈길을 주었던 건 크레이븐과 그의 팬들에 있어서는 꽤 흥미로운 이야기였을 것이다. 단독 이슈로 등장하지 못하고 소모적인 빌런으로 쓰이던 크레이븐의 단독 영화, 아마도 마블 세계관 전체를 갖지 못한 채 스파이더맨 세계관 내에서 어떻게든 뭔가를 만들어내야 하는 소니이기에 초점을 맞출 수 있었던 캐릭터 아니었을까.
이 시점에서 소니는 크레이븐을 솔로 무비로 데뷔시키는 계획을 고수했고, 이에 따라 몇 가지 선택을 해야 했다. 명확히 어떤 선택이었을지는 영화의 윤곽이 확실히 드러나는 날 알 수 있겠지만, 예고편을 포함해 몇 가지 루머를 확인해 보면 그들이 크레이븐을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만들기로 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새로운 기원과 새로운 설정의 ‘크레이븐’
예고편에서 공개된 설정에 의하면 영화 속 크레이븐은 사냥꾼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맹수들이 누비는 현장에서 성장했다. 그러던 중 사자에게 총을 쏘지 못해 공격당하게 되었고, 치명상을 입고 쓰러진 아들을 버려둔 채 크레이븐의 아버지는 자리를 떠 버린다. 하지만 그 순간 사자의 피가 크레이븐의 상처로 떨어졌고, 어린 소년은 맹수의 감각과 눈을 가진 초인으로 거듭나게 된다.
하늘을 나는 독수리와 시야를 공유할 수도 있고, 맹수들을 조종해 공격하게 할 수도 있으며, 그들의 감각을 기반으로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동체시력을 갖고 있는 듯하니 스파이더맨과의 대결이 기대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영화 <크레이븐 더 헌터>에서는 소년 세르게이의 성장과 크레이븐이 도달하는 위기의 순간들에 더 집중하는, 최초의 솔로 무비에 걸맞은 기원 서사를 중점적으로 다룰 것으로 보인다. <베놈> 1편이 그랬고, <모비우스>가 그랬듯이 평범한 인간이었던 이들이 어떻게 해서 안티 히어로(빌런 히어로라는 말은 넣어두고 싶다)로 거듭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영화가 될 거라는 뜻.
아직은 루머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크레이븐' 세르게이 크라비노프는 원작의 크레이븐이 그랬듯이 러시아 상류층 출신의 사냥꾼이자 용병이 아니라 밀렵에 반대하는 환경 운동가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단 이 목표의식을 관철하기 위해 평화로운 방법보다는 직접 '처리'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처럼 보이며, 동물들을 지켜내기 위해 그들을 위협하는 '사냥꾼을 사냥'하는 헌터가 된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크레이븐의 아버지는 일반적인 사냥꾼이 아니라 밀렵을 일삼는 밀렵꾼이었기에 크레이븐은 아버지와 대립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내용은 예고편에서도 어느 정도 다루어지고 있는데, 어린 아들에게 자비라곤 없는 냉혈한 같은 모습으로 등장하는 아버지와 더불어 이후 장면에서 보여주는 '인간 사냥'의 모습들이 그렇다.
근 60년 만에 실사화되는 크레이븐의 영화 속 설정은 사실, 원작 코믹스에서의 기원과는 다소 다른 설정을 가져가고 있다. 설정과 기원 서사에 다소간의 변경이 있었던 이유는 늘 실사화 작업이 그러하듯, 크레이븐을 현대의 관점에 맞는 새로운 캐릭터로 재탄생시키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었을 것이다. 크레이븐이 꽤 오래된 캐릭터이자 스파이더맨의 아치 에너미들 중 손꼽힐 만큼 인상적인 이슈의 주인공이기도 한 데 반해 대중의 기억에서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이유는 '인간 사냥'이라는 크레이븐의 목적이 꽤나 반인류적이었던 탓도 있기에.
히어로 없는 빌런, 더 불안해지는 이유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아 있다. 크레이븐이 매력적일 수 있는 이유는 그가 스파이더맨에게 가장 실질적이고 강력한 위협이기 때문이 아니었나?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는 사실 이름값을 못하고 있는 프랜차이즈다. 스파이더맨이 등장할 수 없는 (어른의 사정이 극적으로 해결된다면 모를까) 스파이더맨 유니버스라니. 소니가 게임과 애니메이션 전반에서 피터 파커가 아닌 마일즈 모랄레스에 힘을 싣고 있는 이유도 솔직히 말해 이 부분이 강력하게 작용했을 것 같아 보인다.
결국 소니는 크레이븐의 이야기를 하면서,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의 이야기는 대부분 배제시켜야만 한다. 크레이븐이 목표하는 최고의 사냥감 스파이더맨은 이 세계관 내에 등장한 적이 없음에도, 소니는 시니스터 식스 실사화라는 그들의 오랜 숙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에 스파이더맨 없이 빌런 팀을 완성시켜야 하는 숙제를 갖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가 가진 가장 큰 문제는 사실 이 부분이 아닐까.
빌런 솔로 무비가 성공하는 것은, 히어로 솔로 무비보다는 훨씬 힘겨운 일일지도 모른다. 히어로 무비는 선악의 경계에서 명확히 옳은 선택을 할 수 있고, 실수하더라도 대다수의 대중과 인류가 정의라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나아가는 서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빌런이라면, 여기에 안티 히어로라면 문제는 더 어려워진다. 그들의 소위 '나쁜 행동'에 어떤 식으로 당위성을 부여할 것인가? 그 행위 앞에서 카메라는 어떤 시각을 취해야 하는가? 토드 필립스의 <조커>가 완벽한 빌런 무비였지만 평단의 찬사와 혹평을 동시에 들어야 했다는 점,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돌이켜 본다면 대답은 명확해진다. 그리고 다시 불안의 근거가 떠오른다. 소니는 토드 필립스의 <조커>가 해냈던 그 일을 해낼 수 있을까?
현대의 관객이 크레이븐의 행위와 감정에 공감하고, 그가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목표의식에 함께 동조함으로써 어떤 감상을 자아내기 위해서는 그만한 가공은 필수였을 것이다. 이해가 아주 안 되는 부분은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완전히 새롭게 각색된 크레이븐의 새로운 면모들이 충분히 참신한 매력으로 다가올 수 있어야 할 것이며, 더불어 영화적인 토대가 탄탄하게 갖춰져야 할 것이다.
<크레이븐 더 헌터>의 주인공인 '크레이븐' 세르게이 크라비노프가 히어로 무비 명가라기엔 어쩐지 영 어설픈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의 든든한 기둥이 되어주기 위해서는, 원작 코믹스의 여러 가지 설정 중 가장 근간이 될 법한 스파이더맨과의 숙적 관계를 포기한 만큼 강력한 매력 포인트가 관객을 사로잡아야만 한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작금의 디즈니와 이전의 워너브러더스의 영화들을 말할 때 늘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위에서 이야기한 모든 조건이 지켜지지 않더라도, 크레이븐 더 헌터의 이야기가 원작 코믹스와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그려지더라도, 영화가 그 자체로 재미있으면 사실 그 모든 건 별로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다. 원작 팬들이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고 불호를 표할 수도 있겠으나 영화가 대중적으로 성공해 다음 작품의 토대가 되는 것만큼 좋은 일은 없기에, 다음 작품의 가능성을 위해서라도 영화는 성공해야 한다. 그 성공에 가장 큰 요소는 결국 관객을 사로잡는 재미다.
여전히 불안한 건 사실이다. <모비우스>가 실패한 이유들이 완전히 해결된 느낌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스파이더맨이 등장할 수 없는 스파이더맨 유니버스라는 점에서 소니가 그리는 이 히어로 프랜차이즈는 뭔가 한참 뒤틀려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이 무려 세 번째 캐릭터인 만큼, 뭔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해 본다.
프리랜서 에디터 희재